172화 강황성
진남은 가슴 깊게 감동받은 듯 그들을 훑어보더니 빙청산을 잡아 고개를 들고 단번에 마셔버렸다.
"당신들과 친구라는 게 매우 기뻐. 그럼 오늘 우리 마음껏 마셔보자!"
"좋아!"
제삼 정원의 분위기가 뜨거워졌다.
모든 사람들이 아무 고민 없이 농담하고, 일상을 얘기하며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이 시각에는 신분의 차이가 없고 경지의 차이도 없고 천부의 차이도 없었다. 오로지 정뿐이었다.
진남은 열몇 병의 빙청산을 마시고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그가 일곱 자루의 고도를 뽑아 하나하나 책상 위에 놓았다. 냉기가 넘쳤다.
사람들은 모두 조금 어리둥절해졌다.
'진남이 왜 갑자기 칼을 뽑는 거지?'
"여러분, 이 세계는 잔혹하게도 무혼 등급의 제한이 있어! 난 남은 생에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나 더 있을지 몰라. 때문에 오늘 여기 우리들이 다 모였을 때 너희들이 모두 나의 칼에 피를 한 방울씩 남겨주기를 바라!"
"무엇 때문에?"
"나는 이 일곱 자루의 칼을 들고 하역에서 싸울 거야. 너희들이 옆에 없지만, 너희들은 영원히 나의 칼에 있고, 그러므로 영원히 나의 곁에 있을 거야."
진남이 한 글자 한 마디를 천천히 말했다.
소냉, 초운 등 사람들이 모두 코끝이 찡했다.
무도 세계에서 친구의 정이 중시를 받지 못하는 것은 바로 무혼 등급의 차이 때문이었다.
시작은 같아도 경지가 한 걸음 나아갈수록 격차가 더욱더 커지고 연대가 더욱더 적어지고 관계도 더욱더 옅어졌다.
이건 창람대륙의 철 같은 잔혹한 규칙이었고 거역할 수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같이 동시에 경지를 높일 수 없는 것이었다.
"좋아!"
소냉이 손바닥을 긋더니 일곱 갈래의 피를 뿌렸다.
초언 등 사람들이 모두 차례로 일어서 그들의 피를 뿌렸다.
일곱 자루의 고도는 마치 뭔가 느낀 것처럼 여러 갈래의 한기를 뿜으며 하늘로 솟아올랐다. 고도는 영원한 우정의 증표가 되었다.
그들은 이후에도 계속 마시고 계속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했다. 날이 밝아져서야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점차 줄어들더니 마지막에는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진남은 조용히 말없이 제삼 정원에서 걸어 나와 머리를 두드렸다. 빙청산은 정말 독했다. 그도 조금 취기가 있는데 소냉 등은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모두 땅에 쓰러져 쿨쿨 잠들었다.
"진남, 난 더 마실 거야……"
진남의 어깨에 엎드려 깊이 잠든 묘묘 공주가 작은 입으로 중얼거리며 머리를 돌려 더 편안한 자세로 바꾸었다.
진남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이어 익숙한 제삼 정원을 둘러보았다. 한참이 지난 후 그는 묘묘 공주를 업고 천천히 걸어갔다.
* * *
진씨 가문은 이미 현령종으로 옮겨왔다.
선노는 그들에게 궁전 하나를 내어주어 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머물도록 했다.
진남이 웅장한 궁전에 들어오더니 몸을 날려 연기로 변하여 바로 궁전의 삼 층으로 들어섰다.
궁전의 삼 층에는 커다란 방이 있었는데 진남을 위해서 준비한 것이었다.
진남은 묘묘 공주를 내려놓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때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렸다.
"다 마셨느냐?"
진남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보았다. 진천이 반듯한 옷차림에 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침대에 앉아있었다.
"아버지, 저를 기다리고 계셨습니까?"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오늘 네가 제삼 정원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신다는 소문을 들었다."
진천이 이미 낙하왕국에서 이름이 자자한 아들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난 네가 오늘 밤 올 줄 알았다. 아비보다 아들을 잘 아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는 것 같구나."
"아버지……"
진남의 왠지 모르게 가슴이 먹먹했다.
진천이 손을 흔들며 감탄했다.
"너의 어머니가 일찍 죽고 어렸을 때 너에게 엄하게 대했다. 넌 다른 애들에 비해 즐거움이 매우 적었겠지. 난 줄곧 이 방법이 너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지 않을지 걱정했다. 하지만 너는 매우 잘하고 있구나. 이 아비는 시름이 놓인다."
"난 네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안다. 넌 슬퍼할 필요 없다. 무도의 세계는 원래 이런 것이니."
진천이 뚫어지게 진남을 보면서 말했다.
"하역에 가서 부딪쳐 보거라, 너의 놀라운 소식이 우리 낙하왕국에 전해지게 하거라. 그럼 나는 네 소식을 들을 수 있을 테니."
"아버지……"
진남이 진천의 흰머리가 생긴 귀밑머리를 보더니 털썩 무릎을 꿇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이번에 하역에 가면 언제 돌아올지 모릅니다. 자식이 불효하여 효도를 다 하지 못합니다."
그가 이번에 하역으로 가는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는 또 상역으로 가 더욱 많은 호걸들과 싸울 것이다.
사람의 일생은 수명에 한계가 있었다.
진천은 황급 육품 무혼이었다. 그는 이번 생에 모든 자원을 쓴다 해도 무왕 경지 일 단계 정도밖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었다. 수명도 기껏해야 백 년일 것이었다.
백 년이란 시간은 무도의 세계에 있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진남이 천하를 제패하고 백 년 후에 다시 돌아왔을 때 진천은 이미 많이 늙었을 것이었다.
진천이 인자한 얼굴로 두꺼운 손바닥을 내밀어 진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남아, 네가 아버지가 무능하다고 원망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만족한다. 여기는 걱정하지 말고 시름 놓고 가거라. 너는 영원히 나의 자랑이다!"
진남은 못에 있을 물고기가 아니었다.
진천은 자신이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비록 그가 진남을 그리워하고 염려하지만, 그는 진남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의 아들이 마음껏 이름을 떨치게 하고 싶었다.
* * *
다음날.
진남과 묘묘 공주, 용호요종이 조용히 현령종을 떠나 하역으로 향했다.
진남은 소경설을 찾았다. 그러나 다른 제자들이 소경설은 이미 현령종을 떠나고 진남에게 편지 한 통을 남겼다고 했다.
내가 왜 너더러 굴복을 선택하라고 했을까…… 나는 매우 후회해. 난 실력을 높여 언젠가는 너를 도울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야……
진남은 편지의 내용을 보고 속으로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줄곧 소경설을 원망한 적이 없었다. 필경 소경설은 그의 안전을 고려한 것이었다.
"됐어, 만약 인연이 있으면 나중에 또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이제 단목 봉주가 남겨준 지도를 보자."
진남이 고개를 흔들더니 옥간을 꺼냈다.
옥간의 위에 여러 가지 빛이 흐르고 있었는데 마치 신비한 진법을 만든 것 같았다.
진남의 신식이 그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옥간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진남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한 장의 지도로 변했다.
지도는 빛을 뿜고 있었다. 위에 수백 개 나라, 수백 개 종문, 또 각 금지가 일일이 일목요연하게 명기되어있었다.
"응?"
진남의 신념(神念, 신식의 생각)이 지도 위의 금색 빛에 떨어졌다. 금색 빛 옆에 한 단락의 매우 작은 문자가 명기되어있었다. 단목 봉주가 남긴 것이었다.
비양 성지, 청룡 성지는 매년 강황성에서 제자를 선발하고 첫 번째 심사를 진행한다. 진남, 심사가 시작되기까지 아직 두 달이라는 시간이 있다. 넌 현령종을 떠난 후 속히 강황성으로 가거라.
진남은 바로 눈을 뜨고 물었다.
"용호, 너 강황성을 아느냐?"
"강황성?"
용호요종이 자신 있게 말했다.
"강황성은 하역의 삼대 고성중 하나다. 깊은 배경을 갖고 있어 거주하는 양대 성지 모두 그곳에 손을 쓰지 못하지. 강황성은 또 보성이라고도 불린다. 하역의 수많은 수사들, 심지어 봉주마저도 모두 강황성으로 가서 보물을 팔거나 혹은 여러 가지 천지 영약을 바꾼다."
"보성이라고? 좋아, 우리 바로 거기로 가자."
묘묘 공주의 두 눈이 반짝이더니 바로 결정했다.
"그럼 두 성지는?"
진남은 하역에 대해 그다지 익숙하지 않았다. 그저 양대 성지의 존재만 알고 있었기에 자연히 더 많은 소식을 알아야 했다.
"양대 성지는 도성과 살성이야. 도성은 수사들이 전문적으로 도박을 하는 곳이고 살성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용호요종이 말했다.
진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하역이었다, 낙하왕국보다 많이 다채로웠다. 삼대 고성은 이름만 들어도 사람을 동경하게 만들었다.
"좋아! 우리 먼저 강황성으로 가자!"
진남의 두 눈에 뜨거운 열정이 솟아올랐다.
'강황성에는 얼마나 많은 천재들이 있을까?'
용호요종이 본체로 변하여 진남과 묘묘 공주를 태우고 강황성으로 향했다.
용호요종이 계속 반항하며 자신은 절대로 탈것이 되지 않겠다고 소리쳤지만, 묘묘 공주의 위엄 앞에서 그도 온순해질 수밖에 없었다.
가는 길에 진남은 일심이용으로 풍토를 관찰하고 견식을 넓혔다. 또 끊임없이 내단을 연마했다.
반 달 동안의 시련을 거쳐 진남의 내단은 꽤 많이 원활해졌다. 각종 공법 기운과 의지가 꿈틀거렸다. 그러나 완전히 회복하려면 아직 일정한 거리가 있었다.
"강황성에 도착했어!"
용호요종이 흥분하여 외쳤다.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 드디어 탈것이 되지 않아도 되었다.
진남이 소리를 듣고 바로 머리를 들어 바라보았다.
먼 곳의 평원에 커다란 성지가 하나 우뚝 솟아있었다. 방원 천 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햇볕이 비추자 성지의 청색 돌벽이 여러 가지 현광을 뿜었다.
"이건……"
진남이 전신의 눈을 움직여 강황성의 청색 거석이 모두 내력이 평범하지 않은 가격이 비싼 '태묘청현석(太妙青玄石)'이라는 걸 발견했다.
또 성지 아래쪽에 적어도 수백 개의 위력이 엄청난 대진이 움직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전신의 눈을 운용한 진남도 조금밖에 엿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조금의 기운마저 그를 심장이 두근거리게 했다.
"어서 성으로 들어가자!"
묘묘 공주가 유난히 흥분하며 작은 손을 흔들었다. 세 사람은 바로 몸을 날려 강황성으로 나아갔다.
성문에 도착했을 때 네 무왕 경지의 은갑 무사가 일제히 긴 창을 꺼내 대문을 막고 말했다.
"성으로 들어가려면 각각 세 개의 입미지석을 받쳐야 한다."
"세 개의 입미지석?"
진남은 속으로 놀랐다. 세 개의 입미지석은 몇십만 알의 무왕단과 맞먹었다.
묘묘 공주와 용호요종이 일제히 화를 냈다.
'참으로 담이 크구나, 감히 그들을 약탈하려 하다니!'
"이건 열두 개의 입미지석이다."
진남이 이마를 찌푸리더니 바로 열두 개의 입미지석을 꺼냈다.
은갑 무사가 바로 긴 창을 거두고 무표정하게 말했다.
"강황성에서는 기운을 방출하지 못하고 싸우지 못하고 날지 못한다. 만약 어기면 반드시 죽임을 당한다."
진남이 고개를 끄떡이며 화가 나 있는 묘묘 공주와 용호요종을 끌고 강황성으로 들어갔다.
강황성에 들어서자 시끌벅적한 기운이 바로 몰려왔다. 각양각색의 언어가 그들 세 사람의 귓가에 울렸다.
강황성의 큰길에 상인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