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화 배웅하기로 했다
진남은 이 광경을 보고 저도 모르게 쓴 미소를 지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결심하고 그들을 향해 말했다.
"세 분 선배님, 죄송한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전 아직 낙하왕국에서 많은 일을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완벽하게 처리를 마친 후 성지로 가겠습니다.
그리고 어느 성지로 갈 건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세 분 선배님, 저는 저 스스로 양대 성지에 들어가서 더 많이 단련하고 싶습니다."
만약 봉주들이 그를 데리고 청룡 성지에 들어간다면 아마 아무런 싸움도 생기지 않을 것이었다.
진남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봐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한 단계 한 단계 싸워서 단련하며 위로 올라가고 싶었다.
삼대 봉주의 눈빛이 동시에 멍해졌다. 진남이 그들에게 이런 대답을 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묘묘 공주와 용호요종은 순간 화가 났다.
'이 나쁜 자식!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러나 그들이 미쳐 날뛰기 전에 삼대 봉주가 입을 열었다.
"좋다, 난 너의 결정을 존중한다. 그러나 이 영패는 꼭 받아야 한다. 네가 자신을 연마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감당 못 할 강자들이 체면 없이 너에게 손을 쓴다면 이 영패를 쓰거라!"
단목 봉주 등 세 사람은 눈빛을 교환하더니 동시에 영패를 하나씩 내놓았다.
진남은 그들의 미래 희망이었다. 그들은 당연히 진남이 그 어떤 손상을 입는 것도 가만두고 볼 수 없었다. 진남이 자신을 연마하는 것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무왕, 무종, 무황들의 괴롭힘을 당해서는 안 되었다.
묘묘 공주와 용호요종은 이 광경을 보고 눈을 굴리더니 분노가 대부분 사라졌다. 그들은 생각해 보니 진남이 영패를 받는 것이 더욱 좋은 것 같았다.
청룡 성지 사자는 멍하니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현급 팔품 무혼이라니! 살황이 영패를 주었어! 삼대 봉주도 영패를 주었고! 배경, 천부 모두 정상에 도달한 존재다. 만약 이 자가 양대 성지에 들어간다면……'
청룡 성지 사자는 진남이 구양군을 칼로 베는 장면이 생각났다. 왠지 모르게 몸이 부르르 떨렸다.
"구양패, 넌 죄가 넘치는구나.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단목 봉주가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굽힌 손가락을 튕겼다. 한 줄기의 무서운 힘이 구양패의 미간을 때렸다.
쿵!
구양패가 비명 지를 시간도 없이 신체 내부에서 무형의 화염이 솟구쳐 올라 그를 불태워 재로 만들었다.
구양패처럼 방금 무황에 승진한 존재는 봉주의 그 어떤 위세도 막을 수 없었다.
"너는 앞으로 나를 따르거라."
단목 봉주가 청룡 성지 사자를 보며 말했다.
"네, 봉주! 감사합니다!"
청룡 성지 사자의 창백한 얼굴에 약간의 흥분이 나타났다. 그는 단목 봉주가 이러는 건 자신을 감시하려고 하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쓸모가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것 또한 하나의 기회가 아니겠는가?'
"진남, 이건 하역의 지도다. 잘 갖고 있거라. 우린 간다."
단목 봉주는 진남에게 옥간(玉簡)을 하나 건네주었다. 그는 다른 두 봉주와 함께 진남을 지긋이 보더니 더는 말하지 않고 허공을 가르며 떠나갔다.
그들이 떠나자 현령종은 진정하기 시작했다.
모든 제자들은 영혼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처럼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여기저기 아수라장이 된 백옥도장을 보며 왠지 모르게 여러 가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속에 올라왔다.
사대 종문의 종주, 전주, 장로 등 인물들이 이번 풍파에서 모두 살황에게 참살되었다.
그들의 종문은 이제 더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모든 제자들은 명령을 듣거라!"
이때 선노가 나서서 높게 소리쳤다.
"너희들은 속히 종문으로 돌아가 종문 내에 남아있는 장로 등에게 전부 현령종에 들어가라고 알리거라. 이후부터 낙하왕국의 사대 종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고 오직 현령종만이 존재한다."
이 말을 들은 모든 제자들은 감정이 복잡해졌다. 그러나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현령종에 들어가야만 더욱 열린 미래가 있다는 것을.
선노의 사형이 바로 살황이기 때문이었다.
"용호, 우린 가자!"
묘묘 공주가 흥분하며 외쳤다. 용호요종은 바로 소리를 지르며 그녀의 몸을 태우고 하늘을 가로질러 갔다.
선노가 그런 그들을 보고 진남에게 물었다.
"진남, 저들은 지금 뭐 하려는 거냐?"
진남이 헛기침하더니 말했다.
"만약 제 짐작이 맞다면, 저들 둘은 삼대 종문을 약탈하려는 것일 겁니다."
그 말을 들은 선노의 얼굴이 순간 경련을 일으켰다.
그는 한참이 지나서야 평온을 회복하고 진남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대답이 너무 시원하구나. 넌 죽음의 바다에서 죽을까 봐 두렵지도 않느냐? 그리고 사형이 너더러 가서 사람을 구하라고 하는데 너는 누굴 구해야 하는지도 물어보지 않느냐?"
진남이 웃었다.
"살황은 저의 선배님이고 또 선노의 사형입니다. 선노든 살황이든 모두 저에게 은혜가 산과 같은데 제가 당연히 도와야지요. 누구를 구하는지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때 그의 체내에서 허약한 느낌이 전해왔다.
장 봉주가 비록 그에게 조화과를 한 알을 주었지만, 그는 조화과를 연화할 시간이 없었다. 열심히 연화하여야만 온몸의 상처를 회복할 수 있었다.
진남은 선노에게 인사를 하고 또 소냉 등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 후 몸을 날려 천봉산 산꼭대기를 향해 움직였다.
현령종에서 선노가 종주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다른 삼대 종문의 남아있는 일부 장로 및 몇몇 태상 장로들은 현령종의 소식을 믿지 않고 현령종에 귀순하려 하지 않았다.
그 결과 그들은 갑작스레 한 여자아이와 한 마리 거대한 용호요수의 약탈을 당했다. 약탈을 당한 몇몇 태상 장로는 모두 중상을 입고 귀순을 선택했다.
현령종은 사대 종문을 통합하고 모든 제자들이 한데 모여 낙하왕국에서 제일 커다란 종문이 되었다.
이와 동시에 선노는 명령을 내려 진남을 소종주로 봉했다. 전체 종문에서 반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진남의 소식은 이날 전체 낙하왕국에 전해져 낙하왕국을 순식간에 들끓게 했다!
몇백 년 동안, 진남은 낙하왕국에서 제일 강대한 천재였다. 현급 팔품 무혼은 아무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낙하왕국의 황실과 성지에서는 속히 명령을 내려 각 성지 중앙에 진남의 조각상을 세워 존경을 표하게 했다.
마찬가지로 진남의 소식이 임수성에 전해지자 진씨 가문에 큰 웃음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 웃음소리는 한참 동안 지속되었다. 크게 웃은 사람은 바로 진천이었다.
선노는 같은 시각 현령종에서 제자를 파견하여 임수성으로 보내 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현령종에 들어오라고 했다. 그 소식에 진씨 가문의 수많은 제자들은 설렘으로 시끌벅적했다.
* * *
그 시각 용호산맥의 깊은 곳.
구중지부탑의 꼭대기에 한 청년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그의 호흡에 따라 끊임없는 영기가 용솟음쳤다.
"궁양!"
이때 사람 그림자가 내려왔다. 바로 임자 기영이었다.
궁양이 천천히 눈을 뜨고 숨을 내쉬더니 웃으며 말했다.
"선배님, 무슨 일이십니까?"
"진남의 소식이 전해왔다."
임자 기영이 웃으며 말했다.
"이번 소식은 매우 놀랍다. 현령종 종주인 구양패가 생일잔치를 했는데 생일날에……"
임자 기영이 현령종에서 발생한 모든 일, 삼대 봉주, 살황의 일을 포함해 전부 그에게 전했다. 그의 말이 끝날 때까지 궁양의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고 그 감정은 오랫동안 가라앉지 않았다.
"죽일 놈의 구양패."
궁양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눈에서는 엄청난 살기가 뿜어 나왔다. 그는 임자 기영이 하는 말만 듣고도 하늘을 찌르는 분노를 느꼈다.
임자 기영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제 구양패가 죽었으니 너도 지나치게 화낼 필요 없다. 더구나 이번 싸움에서 진남이 얻은 이익이 제일 많으니."
"네, 그 말도 맞습니다."
궁양이 점차 기분을 가라앉히고 길게 숨을 내쉬더니 웃으며 말했다.
"생각 밖입니다. 진남이 이렇게 빨리 풍운을 일으킬 줄이야. 그가 어떤 큰일을 해낼지 모르겠습니다. 삼 년 후 죽음의 바다에서 그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말을 마치고 그가 일어섰다. 그의 등 뒤에서 엄청난 청색 빛이 반짝이더니 아홉 개의 빛이 일제히 떠올랐다.
그의 무혼 등급은 더는 황급 십품이 아니었다. 현급 십품이었다.
* * *
천봉산 산꼭대기 안.
진남이 영기 거룡 위에 눈을 꼭 감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호흡에 따라 그의 모공에서 여러 갈래의 흰색 기류가 뿜어 나와 영기 거룡 속으로 들어가 영기 거룡의 빛을 더 굳어지게 했다.
장 봉주가 진남에게 준 조화과는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
진남은 조화과 안에 내포하고 있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이 때문에 그는 영기 거룡 여기서 폐관하는 것을 선택하였다. 상처를 회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영기 거룡을 도와 전에 숨겨줬던 빚을 갚을 수도 있었다.
쿵!
진남의 체내에서 화염이 휘말려 오르더니 온몸으로 퍼졌다. 마치 화로 같았다.
'크롸아아!'
그의 머릿속에서 여러 갈래의 요수의 울부짖는 소리가 전해오더니 신식이 평온을 회복했다.
폐관하는 동안 조화과에 의해 진남의 몸에 난 상처가 전부 회복되었다. 또 두 가지 공법도 어느 정도 높아졌다.
'중요한 건 무왕 내단인데……'
진남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며칠 그는 조화과의 힘을 빌어 그의 내단을 깨끗이 했다. 적지 않게 회복되었지만, 처음처럼 신비한 위력을 갖고 있지 않았다. 더 많은 연마가 필요했다.
"이미 엿새가 지났어. 이제 출관할 때가 되었어."
진남은 천천히 두 눈을 뜨고 영기 거룡에게 공수한 후 몸을 날려 바로 떠났다.
내원봉은 예전과 같았다.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진남이 제삼 정원에 왔을 때 안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전해져 왔다. 그는 들어가 보고 어리둥절했다.
묘묘 공주, 용호요종, 선노, 소냉, 초운, 황용, 서유, 묵자삼, 양일명, 조범, 이청우, 그리고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백횡도 그중에 있었다.
그들 열 몇 사람은 큰 둥근 상에 둘러 앉아있었다. 상에는 요리가 풍성했고 몇십 병의 빙청산이 놓여있었다.
진남이 돌아오는 순간, 묘묘 공주가 흥분해서 소리 질렀다.
"소남아, 너 드디어 돌아왔구나. 내 짐작이 맞았구나! 빨리 앉거라, 우리 마음껏 마시자!"
이어 그녀는 빙청산을 한 병 들어 단번에 다 마시더니 트림을 하며 얼굴이 살짝 상기되었다.
소냉 등 사람들이 장내가 떠들썩하게 웃었다.
이번 일을 통해 그들도 묘묘 공주가 무섭다고만 생각하지 않았다. 약탈하기를 좋아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면은 모두 매우 좋았다.
황용이 빙청산을 마시며 말했다.
"진남, 전에 나는 너한테 도전하려는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반년도 안 되는 사이에 네가 양대 성지로 가게 될 줄이야. 오늘 공주가 우리에게 네가 아마 출관할 거란 소식을 알려주었기에 우리들은 술자리를 마련하여 너를 배웅하기로 했다!"
소냉 등이 모두 진남을 보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