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화 현급 팔품 무혼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선노는 입 안이 씁쓸해졌다.
그의 사형 살황은 수백 년을 쏟아서 자해만월석을 부서뜨리고 정과 의를 중히 여기는 진남을 겨우 찾아냈다.
그런데 진남의 무혼 등급이 모자란 게 흠이었다.
창람대륙에서는 무혼 등급이 모든 것을 대표하였다. 만약 무혼 등급이 부족하면 설사 기우가 있다 하더라도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없었다.
황급 십품 무혼은 평생 어떤 노력을 기울이든, 어떤 기우를 만나든 무존 경지에 오를 수 없다는 말이었다.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그 결과를 바꿀 수 없었다.
"나와 싸우겠다는 거요? 그럼 덤비시오!"
당청산의 눈에 한 줄기 빛이 스치더니 손에 쥐고 있던 흑도가 허공에 떠올랐다.
그는 싸움을 일으키는 순간 묘묘 공주와 용호요종에게 소리쳤다.
"너희 둘은 진남을 데리고 여기서 빨리 떠나거라!"
묘묘 공주와 용호요종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들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재빨리 몸을 움직여 진남을 데리고 바로 떠나려 했다.
그들은 사대 무존 경지의 강자가 싸우면 전체 낙하왕국이 모두 도탄에 빠진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상관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직 진남이 다시 상처 입지 않도록 하는 것만 생각했다.
"네 후계자를 살리려고? 당청산! 나는 너를 죽이지 못해도 너의 이 폐물 같은 후계자는 반드시 죽이겠다!"
단목 봉주가 분노로 가득찬 목소리로 일갈했다.
다른 양대 봉주도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몸을 날려 당청산의 앞을 막았다.
단목 봉주의 말대로 옛정 때문이든 경지 때문이든 그들은 당청산을 죽일 수 없었다.
그러나 당천산이 찾아온 제자가 폐물이라는 사실은 그들의 분노를 억누를 수 없게 했다.
'수백 년 동안 이런 폐물 하나를 찾았다니! 당청산은 죽지 않아도 이 폐물 같은 후계자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
이때 큰 웃음소리가 갑자기 천지에 울려 퍼졌다.
"하하하!"
미친 듯이 웃는 사람은 바로 진남이었다. 그의 허약한 얼굴에 웃음기가 번졌고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내가 폐물이라고? 우습구나!'
진남은 삼대 봉주와 살황 사이에 무슨 원한과 갈등이 있는지 몰랐다.
그러나 그는 삼대 봉주가 살황이 자신을 골랐다는 것에 노발대발하고 살황과 싸우려 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싸운다고 해도 큰 걱정은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가 진남을 화나게 했다.
'내가 폐물이라고? 내가 황급 십품 무혼의 폐물이라고? 살황의 안목이 문제가 있다고? 진짜 우습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 순간 삼대 봉주, 당청산과 구양패, 청룡성지 사자 등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진남의 몸에 집중되었다. 그가 왜 이 순간에 미친 듯이 웃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진남이 천천히 고개를 들고 하늘 위의 삼대 봉주를 보면서 말했다.
"세 분 선배님, 우선 선배님들께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선배님들께서 말씀하신 폐물이 아닙니다."
삼대 봉주는 안색이 싸늘해졌다.
'폐물이 아니라고? 저놈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전 반년 전에 현령종에 들어왔고 그때 쉬체 경지 오 단계였습니다! 지금 반년이 지난 후, 저는 반보 무왕 경지가 되었습니다. 우리 종주 구양패의 아들이 저를 기습하지 않았으면 오늘 저는 이미 무왕 경지가 되었을 겁니다! 이 모든 것이 짧은 반년 사이에 일어났습니다!
저는 양대 성지에 가본 적 없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양대 성지의 천재들 중에서도 반년만에 무왕으로 진급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진남이 크게 소리쳤다. 소리가 드높게 울리는 것이 잔뜩 화가 난 것 같았다.
청룡성지 사자 등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고작 반보 무왕 경지의 존재가 감히 삼대 봉주를 향해 외치다니! 정말 살고 싶지 않은 건가?'
삼대 봉주는 진남의 말을 듣고는 놀란 기색을 띠었다.
'반년 내에 쉬체 오 단계에서 무왕 경지로 진급했다고? 만약 진짜라면 양대 성지의 정상급 천재들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순간, 삼대 봉주의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일제히 구양패를 돌아보았다.
구양패는 그들의 시선에 당황해서 다급히 말했다.
"삼대 봉주, 제가 방금 말씀드렸습니다. 그는 무연각에 가서 기우를 얻고 또 용호산맥에서 기우를 만나 온몸의 경지가 이렇게 빠르게 높아질 수 있었다는 걸요."
삼대 봉주는 눈빛이 다시 싸늘해졌다.
기우만으로 경지를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무혼 등급은 하늘이 정해준 것이라 개변할 수 없었다. 이건 절대불변의 규칙이었다.
"진남! 물러서거라!"
당청산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소리쳤다.
"물러서라고? 지금 물러서라고 했느냐! 당청산! 몇백 년이 지났는데 고작 이런 후계자를 찾아오고는 지켜려고 해? 오늘 그 폐물은 반드시 내 손에 죽을 것이다!"
단목 봉주의 눈에서 하늘을 찌를 것 같은 신광이 뿜어져 나왔다.
엄청난 싸움이 시작할 것만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하하하하!"
이때 진남의 웃음소리가 또 울려 퍼졌다.
삼대 봉주는 모두 얼굴을 찡그렸다.
'당청산은 진짜 후계자를 잘 골랐구나. 만약 진남의 무혼 등급을 논하지 않는다면 우리 앞에서 이렇게 감히 두 번이나 미친 듯이 웃는 것은 살황의 성격과도 겨룰 만할 것이다.'
진남이 크게 한 걸음 내딛더니 구양패와 삼대 봉주를 보며 거리낌없이 크게 말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저의 무혼 등급을 비웃었습니다. 원래 이번에 저는 숨기려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저의 무혼을 펼칠 기회가 한 번도 없었을 뿐이었죠.
지금 삼대 봉주께서 여기 계시고 사대 종문의 제자들도 모두 모였고, 또 선노, 살황 선배께서도 여기 계시니 이제 제 무혼을 보여도 될 것 같습니다."
분명 다쳐서 허약한 몸이었지만, 진남의 말투에는 특유의 오만함이 담겨 있었다.
"진남이 드디어 전 세계에 자신을 드려내려고 하는구나. 온몸의 뜨거운 피가 모두 들끓는다!"
용호요종은 두 눈이 번쩍거렸다. 그는 저도 모르게 용과 호랑이처럼 하늘에서 포효했다. 마치 왕의 즉위식을 거행하는 것 같았다.
묘묘 공주의 한 쌍의 아름다운 눈에서 빛이 돌았다. 진남의 몸에 형용할 수 없는 기세가 있었다. 하늘이 막을 수 없고 땅이 막을 수 없었다.
당청산과 선노가 일제히 굳어졌다. 그의 말이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삼대 봉주의 눈에 의아함이 스쳤다. 그들은 제자의 몸에서 이런 오만함을 본 것이 처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진남은 크게 한 발 내디뎠다. 그러자 그의 등 뒤에서 빛나는 청색 빛이 반짝이며 솟아오르더니 전신의 혼의 모습이 우뚝 솟아났다. 마치 거인이 허공에 서있는 것 같았다.
전신의 혼이 나타나는 순간, 만물이 작아졌다.
"이건……?"
삼대 봉주, 당청산, 구양패, 청룡성지 사자는 거의 동시에 모두 눈빛이 굳어졌다.
왜냐하면 그들은 모두 이 시각 익숙한 위압을 느꼈다. 그것은 현급 무혼의 위압이었다.
'설마 저 녀석의 무혼이 현급 무혼이란 말인가?'
"현급 일품 무혼? 진남, 어떻게 이럴 수가, 네가 어떻게 현급 일품 무혼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느냐……!"
구양패가 전신의 혼을 보는 순간 참지 못하고 실성하며 소리쳤다.
'진남은 황급 십품 무혼이 아닌가? 지금 어떻게 현급 일품으로 변했지?'
현급 일품 무혼은 전체 낙하왕국에서 제일 정상급인 존재였다! 오직 진전 제자들만이 현급 일품 무혼을 지니고 있었다.
"현급 일품 무혼이라고? 그게 어떻냐는 말이냐! 여전히 폐물일 뿐이다. 당청산, 넌 여전히 나를 실망시켰어!"
삼대 봉주 모두 고개를 흔들었다.
그들 청룡성지에서 현급 일품 무혼은 중간 정도밖에 안되었다.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허허, 누가 저의 무혼이 그저 현급 일품 무혼이라고 했습니까?"
진남은 담담한 얼굴로 앞으로 한발 나섰다. 그의 전신의 혼이 등 뒤에서 또 한 갈래의 청색 빛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아니……?"
삼대 봉주와 구양패 등 사람들은 모두 안색이 변했다.
'현급 이품 무혼? 저 녀석이 현급 이품 무혼을 가지고 있다니? 보아하니 당청산이 뽑아온 후계자가 아무런 쓸모도 없는 것은 아니구나.'
'그러나 그런들 어떻다는 거지?'
"아직도 부족하다!"
진남이 또 한 걸음 내딛자 그의 등 뒤의 전신의 혼이 또 엄청난 청색 빛을 한 갈래 반짝거렸다.
현급 삼품!
진남이 다시 한번 내딛자 청색 빛이 다시 한번 반짝거렸다.
현급 사품!
진남은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 그가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그의 등 뒤의 전신의 혼이 한 갈래 한 갈래 엄청난 청색 빛을 반짝거렸다.
다섯 걸음!
여섯 걸음!
일곱 걸음!
여덟 걸음까지 갔을 때 진남은 발걸음을 멈췄다. 전신의 혼이 여덟 갈래의 현광이 일더니 완전히 방출했다.
"이건……!"
삼대 봉주, 당청산, 구양패, 청룡성지 사자, 선노의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현급 팔품 무혼!
전체 하역, 양대 성지에서 현급 팔품의 무혼은 정상급의 존재였고, 오십 명조차도 초과하지 않을 것이었다.
삼대 봉주, 당청산을 포함해 그들 자신들의 무혼도 현급 칠품이었다. 천부만을 논한다면 그들은 진남을 이길 수 없었다!
"어, 어떻게 이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이냐……"
구양패는 두 눈이 초점을 잃고 끊임 없이 중얼거렸다.
그의 무혼은 현급 삼품이었다. 진남과 비하면 하늘과 땅이었다.
진남이 우선 구양패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당신은 저의 경지가 빨리 제고된 것이 오직 기우 덕이라고 생각합니까? 지금도 제가 폐물이라고 생각합니까?"
구양패는 진남의 말을 듣자 얼굴이 마치 다른 사람에게 심하게 한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는 얼굴이 시뻘게져서 입을 벌리고 한 글자도 말할 수 없었다.
"삼대 봉주, 저는 당신들한테 묻고 싶습니다. 당신들 양대 성지에선 저 같은 현급 팔품 무혼도 그저 폐물일 뿐입니까?"
진남이 입을 열어 또 크게 소리쳤다.
삼대 봉주는 그 말에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진남의 말을 듣자 세 사람은 안색이 동시에 굳어졌다.
그들은 방금 현령종에 왔을 때 구양패의 말을 듣고 노발대발하여 진남을 폐물이라고 욕했을 뿐만 아니라 진남을 죽이려고 했다.
지금 진남이 무혼을 방출하여 형세를 돌려놓자 그들은 마치 얼굴에 싸대기를 맞은 것 같았다.
"현급 팔품 무혼이군……"
삼대 봉주는 분노하지 않았다. 이전의 자신들의 행동과 말 등, 여러가지가 생각나 저도 모르게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단목 봉주가 당청산을 한참 주시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둘째, 방금 나의 태도가 잘못되었었구나. 난 네가 몇 백 년 동안 그 일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는 줄 알았어. 그래서 내가 그렇게 분노한 것이야. 셋째, 넷째도 나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가 너를 오해했어."
당청산의 눈에 놀라움이 점차 사라지고 담담해지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진남이 현급 팔품 무혼을 갖고 있는걸 나도 몰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