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화 내 후계자요!
"무존 경지 강자……!"
용호요종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늙은 괴물이 나타난 것도 모자라 무존 경지의 강자가 둘이나 나타나다니!'
무존은 무황 위에 군림하여 무도지존(武道至尊)이라고 불렸다. 하역에서 최고의 존재였다.
'현령종의 작은 풍파가 양대 무존 경지의 강자를 몰고 온 것인가?'
구양패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방금 무릎 꿇음 등의 굴욕은 모두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의 머릿속은 소문이 무성한 무존 경자의 강자를 처음 만난 충격으로 가득했다.
청룡성지의 사자는 오금이 저렸다. 그는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
"단, 단목봉주(端木峰主). 장, 장봉주(張峰主)."
청룡성지의 사자 위에 있는 것이 봉주였다.
봉주는 무존 경지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고 성지의 성주 다음으로 큰 존재였다.
청룡성지에서도 봉주의 현신은 보기 힘들었는데, 오늘 무려 두 명이나 나타난 것이었다.
"봉주?"
묘묘 공주와 용호요종의 안색이 변했다.
구양패의 몸은 더욱 격렬하게 떨렸다. 하역에서 나름 강자라고 불리는 사람 중에서 청룡성지 봉주의 위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응? 사자? 왜 여기 있는 거냐?"
입을 연 사람은 백발동안인 노인이었다. 그의 얼굴빛은 준엄하고 체내의 기운은 너무도 깊어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었다. 그는 담담하게 백옥도장을 훑어보고 모든 상황을 눈에 담았다.
"단, 단목 봉주…… 저, 저는……"
청룡성지의 사자는 말을 더듬거렸다. 처음의 패기는 온데간데없었다.
"됐다."
다른 봉주가 입을 열었다. 그는 선비 차림에 품위 있는 기질을 풍겼다. 그의 온화한 두 눈은 검은 칼을 든 노인에게로 향했다. 그는 눈에 슬픔과 기쁨을 머금고 웃으며 말했다.
"둘째 형님,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도 우리를 보러 오지 않았습니까?"
'둘째 형님?'
그 호칭이 천둥처럼 구양패와 청룡성지 사자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살황의 이름은 하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양대 성지에 공격당한 살황이 지금 청룡성지에서 온 봉주에게 둘째 형님이라 불리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바로 그때 이변이 또다시 일어났다.
쩍! 쩍! 쩍!
갑자기 달걀 껍데기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하늘에는 어느새 새까만 균열이 하나 더 생겼다. 균열은 거대한 힘에 잡아당겨져 사방으로 찢어지더니 점점 커졌다.
쿵!
균열이 엄청난 힘으로 찢기자 방원 일리의 공간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붕괴된 균열에서 나이가 많은 중년 남자가 나타났다. 온통 붉은 머리의 그는 거친 베옷을 입고 있었는데, 드러난 가슴에는 많은 흉터가 있었다. 그의 하늘을 찌를 듯한 살기가 온 현령종의 상공을 휩쓸었다.
"비, 비, 비양성지! 비양성지의 유봉주(劉峰主)!"
청룡성지의 사자는 실성한 듯 비명을 질렀다.
그는 청룡성지의 사자로서 비양성지의 봉주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유봉주는 전 하역에 거대한 악명을 가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청룡성지 가운데 무존 경지에 이르렀던 두 명의 강자가 그에게 참살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유봉주가 두 명의 무존 경지 강자를 참살할 때, 청룡성지의 사자는 그 현장에 있었다. 당시의 유봉주가 그의 영혼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유봉주가 왜 지금 강림한 걸까? 설마 유봉주는 청룡성지의 두 봉주와 동시에 싸우려는 건가? 아니면……'
유봉주의 구리방울 같은 눈이 허공에 서 있는 노인에게로 향했다. 그는 미친 듯이 웃었다.
"둘째 형님! 개망나니인 형님이 나오지 않았다면 전 죽은 줄 알았을 겁니다. 형님이 찾고 있는 그 후계자는 어디에 있습니까? 백 년에 걸쳐 찾으려는 사람을 셋째 동생인 저에게 보여주시죠! 대체 그는 어떤 천재인 겁니까?"
이 순간 양대 성지, 삼대 봉주가 동시에 강림했다.
그들이 이 자리에 모인 것은, 한 사람이 백 년 만에 세상에 다시 나타난 것 때문이었다.
"도대체 진남이 어떻게 그와 연관이 있는 거야……"
용호요종은 그 세 개의 그림자를 보며 두려워하며 말했다.
"못났어!"
묘묘 공주가 그런 용호요종을 보며 입을 삐죽거렸다. 다만 그녀의 눈은 방심하지 않겠다는 듯이 한 번도 깜빡이지 않았다.
살황은 삼대 봉주를 보면서 담담하게 웃었다.
"형제들 질문이 너무 많구려. 후계자는 확실히 찾긴 찾았는데 딱히 천재는 아니오. 그러니 이제 그만 떠나주시오."
구양패와 청룡성지의 사자 모두 세게 침을 꿀꺽 삼켰다.
'살황은 역시 살황이구나!'
삼대 봉주를 마주하고도 기세나 품위가 조금도 변하지 않았고 입을 열자마자 축객령을 내렸다.
단목 봉주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당청산(唐青山), 너 지금 나하고 장난하는 거냐? 백 년이 지났다. 백 년 동안 아직도 후계를 찾지 못했다고? 사람을 찾지 못했는데 무슨 자격으로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거냐!"
그의 마지막 한 마디는 마치 천둥이 친 것처럼 엄청난 파도를 일으켰다.
당청산이 바로 살황의 이름이었다.
지금 전체 하역에서 이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매우 적었다. 감히 직접 살황의 본명을 부를 수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매우 적었다. 설사 봉주라도 직접 부르지 못했다.
장 봉주와 류 봉주 얼굴에서도 웃음기도 천천히 사라졌다. 그들은 분노하지는 않았지만, 무표정으로 위세를 뿜었다. 그들은 당청산의 답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당청산이 얼굴에 처음으로 담담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나는 나만의 생각이 있소. 형제들은 왜 그렇게 많이 신경 쓰는 거요? 나는 그때 그녀를 꼭 구한다고 말했소. 백 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그 생각에 변함이 없소. 반드시 그녀를 구해낼 거요. 그러니 그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그리고 만약 형제들이 나와 싸우려고 한다면 나는 피하지 않을 것이오."
당청산이 손에 쥐고 있는 흑도에서 엄청난 광음이 터졌다.
그의 기세는 마치 천지의 모든 걸 베어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건 살황이 나타난 뒤 처음으로 가장 강대한 기세를 펼친 것이었다. 삼대 봉주보다 전혀 약하지 않고 마찬가지로 무존의 존재였다.
묘묘 공주, 용호요종, 구양패, 청룡성지의 사자 등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만약 이 무서운 존재들이 여기서 싸움을 한다면 결과는 상상할 수 없었다.
단목 봉주, 장 봉주, 류 봉주 세 사람의 표정이 모두 조금 변하더니 쓴 미소를 지었다.
수백 년이 지났다.
당청산은 역시 당청산이다. 성질이 전혀 죽지 않았다.
단목 봉주가 깊게 숨을 들이마셔 가슴속의 화를 눌렀다. 그는 백옥도장 위에 있는 진남을 힐끔 보더니 말했다.
"이 녀석이 너의 후계자인가?"
다른 양대 봉주가 진남을 바라봤다. 그들은 진남의 몸에 난 깊은 부상을 발견하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말을 마친 단목 봉주가 청룡성지의 사자를 힐끔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여기 있으니 직접 올라와서 어떤 녀석인지 말해 보거라!"
"봉주… 그게……"
청룡성지 사자는 순간 당황했다. 만약 평소라면 봉주의 명령에 그는 기뻐했을 것이다.
그러나 진남이 어떤 인물인지 잘 몰랐다.
"봉주! 제가 압니다! 저는 현령종의 종주입니다. 그 녀석은 진남이라 부릅니다. 우리 현령종의 제자입니다."
이때 구양패가 마치 희망을 본 것처럼 큰소리로 외쳤다.
그는 삼대 봉주와 살황 사이에 도대체 무슨 원한과 갈등이 있는지 몰랐다.
그러나 그는 눈치챘다. 삼대 봉주가 이번에 직접 온 것은 바로 살황의 후계자 때문이었다. 그가 지금 나서서 모든 걸 말하면 진남을 공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목숨도 보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
단목 봉주와 다른 두 봉주의 시선이 모두 그를 향했다.
구양패는 살황을 힐끔 보았다. 그가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 바로 몸을 날려 삼대 봉주 앞으로 와 공손히 공수하고 말했다.
"삼대 봉주님께 보고드립니다. 진남은 우리 현령종의 외문 제자 중 일 위고 경지가 반보 무왕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무예 천부가 좋고 많은 기우를 얻었으며, 또 무연각 오층에 들어가 무연각의 비밀도 얻었습니다. 듣자니 얼마 전에 이 자는 용호산맥에서도 기연을 얻었다고 합니다."
"무연각의 비밀?"
단목 봉주 등이 다들 눈빛을 반짝였다.
전체 하역에서 무연각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무연각 오층에 들어갈 수 있다니, 당청산이 찾은 후계자가 많이 부족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이때 구양패의 눈에 하나의 음산한 기운이 스치더니 바로 말했다.
"다만 이 자는 겁 없이 함부로 행동하여 제멋대로 사람을 죽일 뿐만 아니라 또 제 아들도 죽였습니다. 이 자의 무혼은 황급 십품밖에 안 됩니다."
"황급 십품?"
삼대 봉주의 표정이 바로 변했다. 그들의 눈 깊은 곳에서 분노가 일었다.
단목 봉주가 당청산을 바라보며 바로 분노를 폭발시키며 외쳤다.
"당청산! 난 너에게 수백 년의 시간을 주었고 너를 수백 년간 믿었다. 그런데 너는 황급 십품 무혼의 폐물을 찾아오다니! 당청산, 너는 나를 너무 실망시키는구나!"
장 봉주도 굳은 얼굴로 말했다.
"둘째 형, 너무 했소. 진남이 칭찬할 만한 것이 있는지 모르지만, 황급 십품 무혼으로는 평생이 지나도 그녀를 구할 수 없소!"
류 봉주의 두 눈에서는 살기가 뿜어 나왔다. 그는 낮게 으르렁댔다.
"둘째 형, 어떻게 그럴 수 있소. 내가 진짜 형님에게 손을 쓰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요?"
수백 년이다!
그들 세 사람은 당청산에게 수백 년의 시간을 주고 수백 년을 기다렸다. 줄곧 당청산에게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수백 년 후, 당청산이 찾은 후계자가 고작 황급 십품 무혼일 뿐이라니!
'수백 년 동안 당청산은 뭘 했지? 설마 당시의 일을 그는 이미 잊었단 말인가?'
"내가 나의 후계자를 찾는데 무슨 상관이오!"
당청산이 무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이 녀석이 마음에 드오. 이 녀석은 나의 일을 꼭 완성할 수 있을 것이오!"
그 말에 삼대 봉주는 화가 나 온몸을 떨었다.
'황급 십품 무혼, 반보 무왕 경지가 그 일을 완성할 수 있다고?'
"당청산!"
단목 봉주가 크게 외쳤다. 그의 몸에서 엄청난 위세가 깨어나고 있었다.
다른 양대 봉주도 마찬가지였다. 눈 깊은 곳에서 하늘을 찌를 것 같은 살기가 번쩍거렸다.
삼대 봉주가 기세를 내뿜자 온 현령종 상공이 굳어졌다.
구양패는 이 순간 속으로 흥분하기 시작했다.
과연 그의 추측이 맞았다. 삼대 봉주는 진남의 무혼 천부를 알고 난 후 분노했다. 그들은 바로 살황의 후계자인 진남을 위해 온 것이었다.
아마 전체 낙하왕국에서 황급 십품 무혼이면 천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삼대 봉주고 전체 하역, 양대 성지에서 정상의 존재이었기에 그들은 눈이 높았다.
그들 삼대 봉주는 모두 무혼이 현급 오품을 초과했었다. 그렇기에 현급 오품 무혼이라도 그들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