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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66화 (166/1,498)

166화 신비한 노인의 정체

제자들은 모두 안색이 변했다.

먼발치였지만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심장이 심하게 조이고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하하하! 너희들 둘 다 잘했다!"

이를 본 구양패는 고개를 젖히고 웃었다.

"진남, 이게 나와 맞선 결과이다. 계속 날뛰어보지 그러느냐? 거만하게 굴면서 무릎 꿇지 않았잖아.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제발 그만하라고 부탁하면 내가 멈춰……"

구양패의 큰 웃음을 터뜨렸다. 동시에 이보전 전주와 형벌전 전주는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며 공포에 떨고 있는 진남의 모습을 보는 듯하여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다음 순간 구양패의 웃음소리가 멈췄다. 이보전 전주와 형벌전 전주의 웃음소리도 멈췄다.

진남은 온몸의 피가 빠르게 빠졌지만, 아무런 느낌이 없는 사람처럼 구양패와 이보전 전주, 형벌전 전주를 노려보며 입술을 약간 움직여 힘겹게 몇 글자 토해냈다.

"……고작……너희…들…따위가……."

그의 몸은 여전히 꼿꼿했다.

사방이 죽은 듯이 침묵에 잠겼다.

모든 제자들과 허공에 있는 청룡성지의 사자조차 그 모습을 보고 얼굴빛이 변했다.

'반보 무왕 경지, 황급 십품 무혼의 존재가 이렇게 놀라운 의지를 지니고 있다니!'

구양패는 그런 진남을 보면서 한마디의 협박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진남을 죽여야 할까? 만약 죽이면 진남이 가진 수많은 기우는 어떻게 되는 거지?'

청룡성지의 사자가 정신을 차리고 문득 무슨 생각이 났는지 호통쳤다.

"구양패, 진남의 몸도 이 대진 속에 집어넣어 함께 연화하도록 해라. 그때 가서 영혼을 고문하면 된다."

그의 말에 구양패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오로지 진남을 괴롭히고, 진남을 모욕할 생각만 하느라고 구음구살연혼진을 생각지도 못했다.

"좋습니다."

구양패는 진남을 보며 냉소했다.

"나는 너에게 감탄한다. 지금이 아니라면 너는 비범한 성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직 하찮은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 수준으로 감히 무황 경지에 도전했으니 이제 죽거라!"

그는 몸을 날려 진남을 향해 붙들어 대진에 넣으려고 했다.

쾅!

돌연히 진남의 너덜너덜한 육신 가운데 엄청난 힘이 세차게 솟구쳐 올랐다. 구양패는 수백 걸음 뒷걸음질 쳐서야 겨우 멈췄다.

청룡성지의 사자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경악했다. 그들도 조금 전의 엄청난 힘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거……."

구양패는 충격받은 표정이었다. 오직 그만이 가장 분명하게 느끼고 있었다. 진남의 몸속에서 태고의 힘이 깨어났다.

사람들은 진남의 등 뒤에 은은한 청광이 드러나자 태고 위압이 점차 가득 찼다.

구음구살연혼진에서 있던 용호요종은 이 광경을 보자 정신이 번쩍 들어서 미친 듯이 웃었다.

"하하하! 이 나쁜 놈들아, 저 꼬마 괴물은 나도 감히 못 건드리는데 너희들이 건드리다니! 이제 저놈의 화가 났으니 너희들은 소멸하기를 기다려라!"

용호요종의 웃음과 진남의 이변이 결합하자 청룡성지의 사자와 구양패, 조방은 웬일인지 마음속에서 한기가 솟아올랐고 짙은 위험을 느꼈다.

"빌어먹을 짐승아! 이제 너를 죽이겠다!"

구양패가 정신을 차리고는 몸에서 금빛을 찬란하게 뿜어냈다. 그는 무서운 일격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진남을 죽일 생각이었다.

지금은 어떤 기우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진남에게 또 다른 이변이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됐다.

그러던 중 갑자기 바람이 잠잠해졌다.

소리가 멈췄다.

만물의 모든 것이 정지되었다.

별안간 이런 괴이한 고요함을 깨고 먼 하늘에서는 뭔가 날아오는 날카로운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물건이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는 걸 똑똑히 느꼈다. 속도가 놀라웠다.

윙!

모든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백옥도장에 있는 진남을 바라보았다.

쩌렁쩌렁!

폭음과 함께 시커먼 칼이 하늘에서 내려와 진남의 앞에 꽂혀 가만히 서 있었다.

청룡성지의 사자나 구왕패, 조방, 임선 위통 그리고 장교대전의 풍파를 겪어본 선배들은 동시에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이, 이 칼은……'

"이럴 수가, 이럴 수는 없다. 저 칼이 어떻게 나타난 거야. 설마 안 죽었던 건가? 아직 살아있는 거야? 아냐! 양대 성지의 공격을 받고도 살아 있을 순 없어!"

청룡성지의 사자와 구양패는 동시에 놀란 표정으로 미친 듯이 소리 질렀다.

언제부턴가 진남의 곁에 노인 한 명이 서 있었다.

"시간이 너무 오래 흘렀구나. 나도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아주 오랫동안, 아주 긴 시간 동안 이 사람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지……."

"하지만 이번에는 모습을 드러냈으니 싸워야겠구나……."

노인은 담담하게 말하더니 비쩍 마른 손을 내밀어 흑도를 뽑아 들고 성큼 앞으로 나섰다.

"얼른 도망……"

구양패의 분신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형벌전 전주와 이보전 전주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지만,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도망가려고 했다.

두 팔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든 두 사람이 서둘러 확인해보더니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들의 팔은 언제인지 모르게 이미 잘려 있었다.

"이번에는 다리다."

노인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팔이 움직이지 않았고 칼도 휘두르지 않았지만 엄청난 칼의 기운이 번개처럼 빠르게 스쳤다.

사악

형벌전 전주와 이보전 전주의 두 다리가 잘렸다.

"크악!"

두 사람은 드디어 고통을 느끼고는 처참하게 비명을 질렀다.

"듣기 싫다. 산산조각 내주마."

노인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끝없는 칼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면서 그들의 육신을 산산조각 내고 혈무를 만들었다.

모든 것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엄마야!"

용호요종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저건 또 어디서 나타나 늙다리 괴물이야? 저런 식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니.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인 거야?"

"도망가야 해!"

청룡성지의 사자와 구양패는 동시에 망설임 없이 구음구살연혼전을 내팽개치고 놀라운 속도로 도망갔다. 눈 깜짝할 새에 하늘 끝까지 도망을 갈 기세였다.

"멈추거라."

노인은 움직이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청룡성지의 사자와 구양패는 몸을 흠칫 떨었다. 그들은 저도 몰래 얼어붙어서 돌아봤다.

노인은 고개를 들고 하늘가에 있는 두 사람을 보고는 말했다.

"셋을 셀 동안에 스스로 폐인이 되거라. 아니면 너희 둘은 지금 당장 죽을 것이다. 사대 종문에 대해서는 별다른 요구가 없다. 전주급 이상 되는 사람들은 모두 자결하기만 하면 된다."

방대한 현령종은 다시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모든 사람들은 호흡조차 경직됐다. 형벌전 전주와 이보전 전주가 죽임을 당한 피비린내가 그들의 코끝에 끊임없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조방, 위통, 임선은 떨고 있었다. 모든 전주도 떨고 있었으며 제자들은 넋을 잃었다.

그들의 머릿속에 전설 중의 이름이 떠올랐다. 그들은 직접 본 적이 없지만 윗 세대의 믿기 힘든 두려운 이야기에 그 이름이 그들의 영혼에 새겨졌다.

살황.

수백 년 전, 현령종의 절세 천재가 나타나 무황 경지에 올랐다. 그는 순식간에 비검종의 양대 무종 경지 최고봉의 태상 장로를 잘라냈다.

그 후로 살황은 낙하왕국을 벗어나 하역을 종횡무진으로 돌아다녔다.

젊은 세대는 살황이 하역에서 얼마나 명성을 떨쳤는지 몰랐다. 하지만 조방, 위통, 임선 등 종주들, 전 세대의 전주들은 알고 있었다.

불과 수십 년 만에 살황은 온 하역을 휘저었다. 그는 무수히 많은 사람을 죽였고 많은 양대 성지의 천재들을 베었다. 마지막에는 양대 성지가 많은 강자들을 파견해 전쟁을 선포했으며 살황을 토벌했다.

그 싸움이 얼마나 처참했는지 그들은 몰랐다. 하지만 양대 성지가 그렇게 광분하도록 몰아붙인 당시의 살황은 정말 대단했다.

바로 그 때문에 구양패와 천용 성지의 사자가 이런 판을 짠 것이었다. 그들이 구음구살연혼진으로 선노의 몸에서 살황경을 빼앗으려 한 것은 그것이 살황이 남긴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살황이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백 년 후 흑도와 함께 다시 태어났다.

살황이 다시 태어난 것은 진남을 위해서였다.

"사형!"

선노는 흥분되었다. 사형이 나타난 것은 진남이 인정받았다는 증거였다.

"그래."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힐끔 쳐다봤다.

쿵!

구음구살대진은 그 순간에 거대한 폭격을 받은 듯 산산조각이 나서 빛으로 변했다. 그 빛은 하늘에서 내려와 사람들의 마음에 뿌려졌다. 빛이 스며들자 그들은 뼛속부터 한기를 느꼈다.

그들은 두 무황, 세 무종 경지가 움직이는 태고의 절살대진이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는 것을 직접 보았다.

용호요종은 어안이 벙벙했다.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늙은이인지 실력이 대단했다.

"진남."

묘묘 공주는 애가 타서 허공으로 날아왔다. 바로 그때 담담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네가 범상치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진남과 친하다는 것도 알고 있지. 하지만 방원 오 리 안에는 아무도 남기지 않을 것이다."

묘묘 공주는 그 말을 듣고는 바로 멈췄다. 그녀는 그 말을 의심치 않았다.

"걱정 말거라. 진남은 괜찮을 거다."

노인은 손을 뻗어 진남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는 진남의 눈에서 꿈틀거리며 곧 깨어나려는 힘을 봤다. 그는 눈빛이 약간 떨리며 말했다.

"깨어나거라. 다 괜찮아졌다."

윙!

진남의 몸에서는 피어나던 엄청난 기운이 삽시간에 사라졌다. 그의 푸른 눈매도 조금씩 활기를 되찾았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 알 수 없었지만, 노인을 보았을 때 깜짝 놀랐다.

"선배님이 어떻게 여기에……"

눈앞의 노인은 진남이 당시 만상도에서 만났던 신비로운 노인이었다. 그의 취천일격은 노인이 준 것이었다.

진남은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좋은 경험을 하게 해줄 테니 많이 배우거라."

노인은 청룡성지의 사자, 구양패, 조방 등 사람들을 힐끗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부터 시간을 재겠다. 하나."

노인은 손가락 하나를 구부렸다.

청룡성지의 사자와 구양패 등 사람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살황이 지금 손을 쓰려는 걸까?'

"살, 살황 선배님……"

청룡성지의 사자는 마음속에 한기가 솟아오르고 입술이 떨렸다.

"이, 이 일은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선, 선배님이 우리에게… 선배님이 우리에게 기회를 주시길……"

"둘."

조방 등 종주들도 정신을 차리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살황의 말에 의하면 그들은 자결해야 했다.

'지금 반드시 자결해야 하는 건가?'

"살황 선배님, 우리는 이 일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다 구양패가 우리를 핍박하여……"

조방, 위통, 임선은 소리쳤다.

"자, 시간이 됐다."

노인은 담담하게 말했다.

"난 사람을 죽일 때 저급하게 갖고 놀지 않고 바로 죽이는 걸 좋아한단다. 그러니 애써 도망가지 말거라. 고통받을 필요 없이 그저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노인은 어느 순간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의 손에 검은 칼이 대전을 향해 가볍게 휘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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