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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65화 (165/1,498)

165화 고문을 받다

"당신들 셋도 제자리로 들어가시오!"

구양패가 큰소리로 외쳤다.

조방, 위통, 임선 세 사람은 표정이 날카롭게 변하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움직여 세 개의 방위에 자리를 잡았다.

쾅! 쾅! 쾅!

칠흑 같은 철편이 삽시간에 하늘을 찌를 듯한 빛을 내뿜었다. 삼 리를 빽빽하게 채웠던 부문이 순식간에 불어나 사방 십 리를 가득 채워 마치 바다 같았다.

폭발음과 함께 대진이 응집되었다. 순간 허공에 금이 갔는데, 아홉 개의 영혼에서 검은색의 화염 연꽃이 핀 것만 같았다.

"이건……!"

용호요종이 낮게 으르렁댔다.

"개자식들! 우리의 영혼을 연화하겠다고 이런 진법을 쓰다니! 반드시 죽여버리겠다!"

구음구살연혼진은 상고 진법 중의 하나인데 살아있는 사람을 영혼만 남게 할 수 있었다.

구양패와 청룡성지의 사자는 이 진법으로 선노를 영혼으로 만들고 그의 영혼을 고문하여 살황경을 얻으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선노처럼 무종 경지의 최고 강자를 연화하려면 두 명의 무황이 연합한다고 해도 불가능했기 때문에 다른 삼대 종주가 힘을 합쳐야 했다.

"대진의 눈이 가장 약한 부분이다. 동시에 힘을 합쳐 저 철편을 공격하자."

묘묘공주는 차분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크게 당황하지도 않고 손을 휘둘러 수많은 검기를 전부 날렸다.

선노와 용호요종도 순식간에 달려들어서 철편을 끊임없이 공격했다.

쾅! 쾅! 쾅!

하지만 청룡성지의 사자, 구양패, 조방, 위통, 임선 등 오대 강자의 몸은 산처럼 꿈쩍 않고 끊임없이 운행하는 대진을 지탱했다. 대진이 형성된 방대한 힘은 선노, 묘묘 공주, 용호요종 세 사람이 상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파진하려고 하다니, 허튼 생각이다! 연화되기나 기다리거라!"

구양패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래의 백옥도장을 바라보며 살벌하게 말했다

"진남, 너의 뒷배 셋이 모두 다 구금당했으니 이제 아무도 널 구해줄 수 없다. 그러니 이제 내가 널 심판하겠다!"

그의 말이 끝나자 금광이 그의 몸에서 꿈틀꿈틀 나오더니 뭉쳐서 또 다른 구양패가 되었다.

다만 두 번째 구양패는 온몸이 금광에 둘러싸여 있었고 무종 경지 일 단계밖에 되지 않았다.

"분신술? 큰일 났구나!"

묘묘 공주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무황 경지의 강자가 되면 몸 안의 무황 내단이 탈바꿈을 했다. 비법을 잘 수련만 한다면 충분히 분신을 만들 수 있었다. 경지가 본체보다 부족한 것 외에 다른 것들은 거의 같았다.

장교 대전에 있던 전주, 거두, 장로들이 구양패의 분신술을 보고 충격받은 표정이었다. 그들도 이런 것은 처음 봤다.

휙!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구양패의 분신이 삽시간에 진남의 머리 위에 나타나 거대한 위압을 풍겼다.

"진남! 빨리 도망가!"

묘묘 공주, 용호요종이 동시에 고함을 지르며 더욱 강한 전투력을 분출해서 구음구살연혼진을 공격했으나 격파할 수 없었다.

"진남!"

구양패의 분신이 호통치며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보이지 않는 기의 파동이 공중에서 흩어졌다.

진남은 구양군의 기습과 취전일격을 사용한 것 때문에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상처도 점점 심해져서 매우 쇠약해졌다. 그러나 그는 똑바로 서서 고개를 들고 구양패를 노려보며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구양패가 진남의 머리 위에 서서 그를 굽어보며 위엄 있게 말했다.

"내 아들을 죽이다니 배짱 한번 대단하구나. 죄가 크고 악질이니 네 구족을 멸해도 시원치 않다. 그러나 별의별 기우를 다 가지고 있는 걸 생각해서 그것들을 스스로 내어준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지금부터 나는 현령종의 종주 신분으로 사대 종문이 지켜보는 가운데 너를 심판하겠다. 무릎을 꿇어라!"

구양패가 갑자기 하늘이 떠나갈 듯 커다랗게 호통쳤다. 무종 경지의 위압이 폭발하면서 마치 거대한 산처럼 진남을 중심으로 방원 일 리를 눌렀다.

삽시간에 진남 사방의 백옥도장이 완전히 폭발하여 온통 부스러기로 변하였다.

진남도 큰 충격을 받아 얼굴색이 다시 창백해졌다. 그는 여전히 꼿꼿하게 서 있었다.

"하하하!"

문득 진남은 어디서 온 힘인지 모르게 큰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웃음 속에는 경멸이 짙게 배어 있었다

"구양패, 오늘 저는 당신의 상대가 안 됩니다. 그러니 죽여도 되지요. 하지만 무릎을 꿇으라고요? 저는 천지에도 무릎을 꿇지 않는데 고작 무황 경지인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저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합니까?"

그는 실력이 부족해서 죽임을 당할 수는 있지만 절대 무릎을 꿇을 수는 없다.

구양패의 얼굴에 노여움이 떠올랐다.

그가 진남을 죽이지 않은 것은 진남이 가진 기우들이 욕심났기 때문이었다. 그가 진남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한 것은 진남이 여러 번 그에게 반항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사대 종문 사람들 앞에서 자신에게 맞서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건방지다! 얼른 무릎을 꿇지 않고 뭐 하느냐!"

구양패의 금발이 맹렬하게 흩날렸다. 눈에서는 끝없는 금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금산으로 변해 진남의 머리 위에서 짓눌렀다.

쾅!

진남은 온몸의 팔다리와 가슴 등 모든 부위가 순식간에 터졌다. 피를 뒤집어쓴 그의 몸은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를 악물고 웃으며 구양패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는 무릎도 꿇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허리도 굽히지 않았다.

"하하하, 구양패, 날 무릎 꿇게 하려는 건 헛된 상상이야!"

진남은 입을 벌리고 선혈을 토해냈다.

"너!"

구양패는 격노했다. 그는 마흔의 나이에 무황 경지를 돌파했으니 절세 천재라 불릴 만했다. 낙하의 왕국 전체에 아무도 비할 바 없었다.

양대 성지에서 사대 종문에 이르기까지 그를 존경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오늘 고작 진남이 또 한 번 그를 거역했다.

평소라면 이런 놈들은 사정없이 산산조각 내버렸을 것이었다.

구양패는 심호흡하더니 싸늘한 시선으로 말했다.

"좋다! 기개 있구나! 내가 종문을 비운 반년 동안 이렇게 기개가 있는 사람이 나타났구나! 그렇다면 내 직접 봐야겠다. 네 무릎, 가슴 그리고 두 팔이 다 부서지면 나한테 무릎을 꿇을지 말지."

슉슉슉!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십 갈래의 금광이 긴 화살로 변하더니 빠른 속도로 허공을 뚫고 날아와 진남의 양팔과 무릎의 관절, 그리고 가슴팍과 내단을 정확하게 명중시켰다.

"폭발해라!"

구양패가 잔인하게 한마디 내뱉었다.

진남의 두 팔, 가슴, 두 다리에 꽂힌 금빛 긴 화살은 그 안쪽에서 눈 부신 빛을 뿜어냈다. 펑펑, 폭발음과 함께 진남의 몸에서 전부 터져 불꽃이 타올랐다.

"진남!"

소냉, 초운 등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들은 돌진하였으나 구양패가 뿜어내는 무종 경지의 위압은 장벽처럼 그들의 앞을 막아 꼼짝 못 하게 하였다.

진남의 몸에 붙은 불이 흩어진 후에 그의 몸은 온전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양손, 가슴, 양 무릎은 피투성이가 되었고 몸 위 다른 곳들은 모두 타서 피부가 갈라졌다. 갈라진 곳들은 검붉은 핏덩어리가 생겼다.

몸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면 쓰러질 것 같았다. 하지만 진남은 소나무처럼 우뚝 솟아 있었다.

진남은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허리를 굽히지 않았으며 다리를 굽히지 않고 서 있었다. 그의 몸 안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 그의 온몸을 지탱하고 있다.

무종 경지라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아니……"

모든 사람들이 감탄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었다.

'도대체 의지가 얼마나 단단하기에 저렇게 다치고서도 몸을 지탱할 수 있었을까?'

구양패는 이 광경을 보며 당황했다.

'고작 반보 무왕 경지가, 고작 황급 십품 무혼의 제자가 이런 놀라운 의지를 가지고 있다니!'

"종주,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외침과 함께 그림자가 솟아올랐다. 그림자의 주인공은 이보전 전주였다. 그는 음산하게 웃으며 말했다.

"종주, 저에게 서심고충(噬心古蟲)이라는 이보가 있습니다. 고충은 심장으로 기어들어 가서 심장을 한 겹 한 겹 물어뜯는데 그 고통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래?"

구양패는 눈썹을 추켜세웠다.

"종주, 진남이 제 아들을 죽였습니다. 제가 직접 저놈에게 형벌을 가하겠습니다."

이때 형벌전 전주가 일어나 말했다.

"우리 형벌전에는 혈형(血刑)이라는 태고의 형벌이 있습니다. 이 형벌을 식심고충과 함께 사용하면 설령 진남이라 할지라도 두려워할 것입니다. 그러면 얌전히 우리 말을 듣고 기우를 내놓지 않겠습니까?"

"오? 그게 좋구나. 너희 둘은 얼른 시작하거라."

구양패는 진남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입가에 냉소가 번졌다.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이보전 전주와 형벌전 전주는 얼굴에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은 이보전에 있을 때 진남과 묘묘 공주에게 수모를 당했던 일을 잊을 수 없었다.

슉! 슉!

이보전 전주와 형벌전 전주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진남의 앞에 다가왔다.

진남은 핏발이 선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입술을 살짝 움직여 쉰 목소리로 비웃었다.

"허…허……"

이보전 전주와 형벌전 전주는 그 모습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 상황이 되었는데도 감히 이렇게 날뛰다니!

"식심고충의 맛을 보게 해주마."

이보전 전주는 음산하게 웃으며 오래된 상자를 꺼냈다. 오래된 상자를 열자 손바닥 반 정도 크기의 새까만 벌레가 나타났다. 벌레는 여덟 쌍의 날카로운 이빨을 갖고 있고, 두 쌍의 수염을 가지고 있으며, 눈은 붉은 점 같았다. 그것의 몸에서 썩은 기운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

"물어라!"

이보전 전주는 즉시 명령을 내렸다. 식심고충은 흥분해서 울음소리를 내며 날아가 진남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푸드득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진남의 어깨를 물어 피 구멍을 뚫고 그 속으로 들어갔다.

모든 사람들은 진남의 왼팔에 동그란 혹이 하나 생긴 것을 보았다. 동그란 혹은 계속 아래로 이동하더니 심장 방향으로 기어갔다. 지켜보는 사람들은 오싹하고 소름이 돋았다.

진남의 동공이 갑자기 작아졌다.

"아악!"

처절한 비명 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피투성이가 된 진남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몸은 거대한 통증에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처절한 비명이 사람들의 마음에 파고들어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형벌전 전주는 사납게 웃었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긴 칼이 하나 나타났다. 긴 칼은 날카로웠고 칼날은 이빨 모양이었다.

형벌의 전주가 큰 손을 휘두르자 도의가 빽빽하게 진남의 온몸을 찔렀다.

푹, 푹!

칼로 살을 베는 소리가 났다. 진남의 몸에서 무수한 혈관이 모두 잘려 나왔고 피가 마치 물을 방류하듯이 뿜어져 나와 주변 땅을 온통 핏빛으로 물들었다.

피의 형벌이란 곧 온몸의 모든 정맥혈관을 모두 잘게 썰어 피를 흘려 죽게 하고, 그 핏속에서 죽음이 조금씩 다가오는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진남처럼 육신이 강한 사람은 혈기가 왕성해서 적어도 반 주 향의 시간이 지나야 피가 전부 빠졌다.

즉 진남은 반 주 향의 시간 동안 죽음의 공포를 체험한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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