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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63화 (163/1,498)

163화 무황 경지라니!

순식간에 천지의 시공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았다.

모든 사람들은 눈을 크게 뜨고 흰색 광점이 천천히 하늘을 가르는 것을 지켜봤다.

"선천지기!"

"유용천해사."

"태사거인체결!"

강렬한 죽음의 기운을 느낀 구양군은 폭룡검, 성진 방패, 천화칠소포 그 외 다른 두 개의 선천지기와 유용천해사까지 동시에 사용했다. 그것들은 격렬한 파동을 일으키며 구양군의 앞에 방어막을 형성했다.

구양군의 몸은 순식간에 방어력이 폭등했다. 그의 등 뒤로 열 갈래의 노란빛이 반짝였고, 동사무혼은 백 마리의 큰 뱀의 환영으로 변하여 그를 감쌌다.

드디어 흰색 광점이 수많은 선천지기에 부딪혔다.

쿵!

엄청나게 큰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흰색 광점은 엄청난 힘을 폭발하며 구양군 앞을 막고 있는 선천지기와 왕도지기를 순식간에 삼켜버렸다. 구양군의 몸도 그 속에 사라졌다.

"아악!"

처참한 비명 소리가 현령종의 하늘에 울려 퍼졌다.

구양군은 바닥에 떨어졌다. 온통 시커먼 그의 몸은 무수한 상처가 나 있어 모습이 희미했다. 기운도 바닥까지 떨어져 위엄을 부리던 모습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숨을 크게 들이켰다.

일격에 방원 네 장이 전부 소멸했다.

'겨우 반보 무왕 경지이고 다치기까지 해서 실력을 삼 할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진남이 일격에 구양군을 격파하다니…….'

기적이었다.

한참 동안 사람들은 침묵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갈채를 보내기 시작했다.

"대단해! 아주 대단해!"

"반보 무왕 경지가 무왕 경지 일 단계를 격파했어. 낙하 왕국에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게다가 진남은 다쳤잖아. 다친 상태로 구양군을 이기다니!"

"하하하, 구양군 천한 놈! 그렇게 후안무치하게 굴더니 꼴좋다!"

"……"

용호요종은 크게 포효했다. 그 소리에 주위가 웅웅 울렸다. 그는 거대한 몸으로 공중회전을 하면서 미친 듯이 웃었다.

"하하하! 진남 잘했다! 이제 그 놈을 죽여버려!"

청룡성지의 사자와 구양패는 넋이 나갔다.

두 사람은 구양군이 무왕 경지의 실력을 펼치면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진남이 취천일격을 사용해 구양군을 이길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너희 두 놈들은 얼른 배상하거라!"

용호요종은 기염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는 청룡성지의 사자와 구양패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청룡성지의 사자와 구양패는 뺨을 맞은 것 같이 얼굴이 후끈거렸다. 특히 청룡성지의 사자는 수치스러워서 입꼬리까지 떨렸다. 그는 약속대로 백 개의 취세지석과 청룡성지의 제자가 되는 기회를 제공해야 했다.

그 물건들은 그에게 별 게 아니었지만, 중요한 건 체면이 깎였다는 것이었다.

이때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진남!"

목소리의 주인공은 묘묘 공주였다.

들끓던 분위기가 차분해졌다. 사람들은 그제야 생각났는지 진남을 쳐다봤다.

진남은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했고 몸을 휘청거렸다. 기운이 많이 쇠약해져서 넘어질 것만 같았다.

진남의 육신은 크게 다쳤다. 게다가 취천일격을 펼치느라 그의 몸은 붕괴 직전이었다.

진남은 묘묘 공주의 외침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그는 억지로 미소를 짓더니 이내 시선을 돌려 구양군을 확인하러 가려고 했다.

그러나 한 걸음 내딛자 몸이 휘청거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진남!"

묘묘 공주는 몸을 날려 그의 곁으로 왔다. 그녀는 진남을 부축하려고 했다.

"하지……마!"

진남은 쉰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곁에서 지켜보기만 하면 돼……."

말을 마친 그는 몸을 겨우 지탱하며 비틀비틀 구양군을 향해 다가갔다.

구양군과 고작 오 장밖에 안 되는 거리에 있었지만, 진남에게는 무척이나 멀게 느껴졌다. 지켜보는 사람들도 다 느낄 수 있었다.

도장은 숨소리도 들릴 만큼 조용해졌다. 모두들 두 눈을 크게 뜨고 진남이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장교대전에 있던 조방은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소리 질렀다.

"진남이 지금 구양군을 죽이려고 하는구나!"

그가 소리를 지르는 동시에 진남은 비틀거리며 힘겹게 구양군 앞에 도착했다. 그는 입을 헤 벌리고 웃더니 장도를 휘둘렀다.

모든 사람들의 안색이 급변했다.

장교 대전에서 조방, 위통, 임선 세 종주는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정세는 분명했다. 구양군을 죽이면 구양패의 노여움만 사는 게 아니었다. 청룡성지의 사자가 화를 낸다면 결과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진남! 네가 감히!"

별안간 호통이 들렸다. 구양패가 살기 등등해서 진남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의 몸은 금광에 둘러싸였다.

"어림없다!"

묘묘 공주는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작은 몸을 날려 진남의 머리 위로 날아올랐다. 그녀의 다섯 손가락 끝에서 칠상검기(七傷劍氣)가 나오더니 하늘을 가득 채운 검기를 모두 쳐냈다.

아무런 징조도 없이 대전이 시작되었다.

"제가 못 할 것 같으세요?"

진남은 힘겹게 고개를 들고 공중에 있는 구양패를 올려다봤다. 어디서 힘이 생겼는지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당신의 아들과 아무런 원한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당신 아들은 여러 번 사람을 시켜 나를 공격하게 했지요. 게다가 내가 무왕 내단을 진급시키는 중요한 순간에 기습하기까지 했죠.

그뿐인가요? 다친 나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나를 진압하기 위해 약속을 어기고 무왕 경지의 힘을 사용해서 나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만약 제가 믿는 구석이 없었더라면 아직 살아있겠습니까? 그런데 구양군이 저를 괴롭히는 건 되고 저는 공격하면 안 됩니까? 왜요? 구양군이 당신 아들이라서요? 저는 구양군이 당신이 아들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죽이겠습니다."

진남은 마지막 말을 내뱉더니 눈 깜짝할 새에 놀라운 살기를 폭발시키더니 장도를 내리쳤다.

순간 무지막지한 기운이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끝없는 황자의 위압은 마치 거대한 산처럼 하늘에서 내려와 백옥도장을 눌렀다. 백옥도장의 모든 것들이 부서졌다.

청룡성지의 사자가 드디어 나섰다.

"무엄하다!"

청룡성지의 사자는 허공에 서 있었는데 몸이 웅장하고 시선이 날카로웠으며 호통은 구천의 우레 같았다.

"진남! 구양군은 종주의 아들이다. 네 놈이 감히 그를 죽이겠다고? 네 놈은 이미 큰 죄를 저질렀다. 얼른 멈추거라! 네가 천종기재(天縱奇才)인 점을 감안하여 가지고 있는 기우를 다 내놓으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청룡성지의 사자는 구양군의 생사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살황경에 관심이 있을 뿐만 아니라 진남의 기우에도 흥미가 생겼다.

그의 말에 진남은 어이없어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이번 결투는 생사전이었다. 게다가 칼을 아직 내리치지도 않았는데 청룡성지의 사자가 진남에게 죄가 있다고 하니 말이 되는가? 그가 가지고 있는 기우를 내놓으라는 건 더욱 말이 안 되었다.

'빼앗으려면 정당하게 빼앗지,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 필요가 있었나?'

"제가 어떤 큰 죄를 저질렀습니까? 가지고 있는 기우를 다 내놓으라니요?"

진남은 사대 종문의 사람들 앞에서 말했다.

"무황 경지면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압니까? 썩 꺼지시오!"

진남의 말에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특히 삼대 종주는 가슴이 후들거렸다.

'청룡성지의 사자에게 저런 식으로 말하다니! 그는 무황 경지의 존재이고 청룡성지를 등에 업고 있는 사람인데, 대체 얼마나 큰 용기가 있기에 그에게 꺼지라고 하는 걸까?'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청룡성지의 사자는 진노했다. 고작 반보 무왕 경지인 하룻강아지가 눈에 뵈는 것이 없이 그를 무시했다. 그는 손을 들어 허공에 대고 내리쳤다.

쿵!

공간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십 장이나 되는 거대한 손이 덮치니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 힘에 방원 이십 리 땅은 격렬하게 진동했다.

무황의 위엄은 이토록 대단했다.

"뻔뻔한 늙은이 같으니라고! 이 할아버지가 너를 상대해주마!"

용호요종이 포효를 하자 십오 장이나 되는 호랑이 몸에서 태고의 힘이 솟아올랐다. 그는 그대로 달려들어 사자의 권법을 들이받아 산산이 부숴버렸다.

청룡성지의 사자는 눈이 매섭게 빛났다. 용호요종이 그의 일격을 타파할 줄 몰랐다.

"용호요종, 나도 돕겠소!"

선노도 돌연 손을 썼다. 그의 손바닥은 기다란 칼이 되어 웅웅 소리를 내며 청룡성지의 사자를 향해 날아갔다.

"용기가 가상하구나!"

청룡성지의 사자는 화가 나서 고함을 질렀다. 무황 경지의 위엄에 천지가 일렁거렸다. 그는 용호요종과 선노에게 손을 썼다. 두 사람이 손을 잡았다고 해도 그 힘을 대항하기엔 부족해서 연신 밀려났다.

구양패와 묘묘 공주도 부딪히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쿵!

현령종의 하늘에 네 명의 무존 경지 강자와 한 명의 무황 경지 강자가 혼잡한 싸움을 시작했다.

현령종 전체가 격렬하게 진동했고 끝없는 강기가 하늘에서 쏟아졌다.

백옥 도장의 제자들은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기절한 사람도 여럿 있었다.

장교대전의 각 전주들과 종주 들고 입이 떡 벌어졌다. 생일잔치가 결국 큰 싸움으로 번졌다.

진남은 그 모습을 보자 얼굴에 살기가 떠올랐다.

'무황 경지의 강자? 종주의 아들? 감히 나를 업신여긴다 이거지?'

진남은 그들에게 불복하고 반드시 사대 종문의 거두와 제자들 앞에서 구양군을 죽이려고 마음먹었다.

'배후에 아무리 대단한 세력이 있다고 해도 억누르며 산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베어라!"

진남은 장도를 높이 쳐들었다. 장도는 눈이 시릴 정도로 서늘하게 빛나며 구양군을 향해 날아갔다.

멀지 않은 곳에서 묘묘 공주와 싸우고 있던 구양패는 동공이 작아지더니 하늘을 뒤흔들릴 정도로 외쳤다.

"그만두지 못하겠느냐!"

쿵!

화난 고함과 함께 찬란한 금빛이 용이 되어 하늘로 날아올랐다.

무황 경지의 위압이 순식간에 폭발했다.

구양패는 무황이었다.

"무황 경지? 구양패가 무황 경지였다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진급에 실패했다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무황 경지인 거지……?"

"……"

조방, 임선, 위통은 크게 충격받아서 중얼거렸다.

전주와 제자들도 충격받은 표정으로 멍하니 있었다.

며칠 동안 구양패가 무황 진급에 실패했다는 소식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자자하게 퍼졌다. 그런데 지금 그는 무황 경지였다.

구양패는 무서운 무황의 위압을 풍겼다.

"나는 이미 무황 경지로 승진했다. 계속 감추고 있었던 것은 이번 생일잔치에서 살황경을 빼앗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너 같은 하룻강아지가 감히 나의 계획을 망가뜨리다니!"

구양패의 시선은 허공을 뚫고 진남에게 향했다. 그의 두 눈에 분노가 가득했다.

그의 계획은 이러했다.

무황이 된 소식을 감춘 채 생일잔치를 열고 모든 사람들을 모아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무혼을 방출한다. 그리고 청룡성지의 사자와 연합하여 선노를 진압하고 살황경을 빼앗아 다른 삼대 종문도 굴복시킬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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