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화 끼어들지 마
구양군이 진남을 기습하고 청룡성지의 사자가 선노를 핍박했으며 구양군이 진남에게 결투를 신청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제자들은 연이어 일어난 일들에 대해 무척 화가 났지만, 감히 지적하지 못했다. 그러나 구양군이 또 염치없는 짓을 저지르자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제자들이 폭발했다.
이에 구양군은 부끄러운 기색은 전혀 없고 오히려 더 흥분했다.
'뻔뻔하다고? 그럼 뻔뻔하다고 치지 뭐!'
진남을 죽일 수만 있다면 구양군은 어떤 대가를 지불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천화칠소포(天火七嘯炮)"
구양군이 손바닥을 내리치자 또 하나의 선천지기가 떠올랐다.
일곱 개의 죽통같이 생긴 고물이었다. 컴컴한 입구는 전부 진남을 향했다. 그리고 화구(火球)를 뿜으며 웅웅 소리를 냈다.
"또 선천지기가 있었어?"
진남의 입가에 싸늘하게 미소가 걸렸다. 그는 몸을 날렵하게 움직였다.
그는 가득 날아오는 화구들 사이로 휙 휙 움직이면서 전부 피했다. 화구들은 전부 뒤쪽 백옥도장에 부딪히며 거대한 폭발음을 냈다.
처음 시작했을 때 진남이 혼자 힘으로 세 천재를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은 전신의 왼쪽 눈동자가 정세를 통찰했기 때문이었다.
눈앞의 선천지기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죽어라!"
눈 깜짝할 사이에 진남은 수많은 화구들을 지나쳐 구양군의 앞에 도착했다. 진남의 몸 안에 있던 열염금갑체결이 운행하면서 그의 육신은 화염으로 변해 맹렬하게 폭격을 퍼부었다.
"으힉!"
구양군은 대경실색하며 미처 피하지 못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무수한 폭격에 몸이 거의 파묻혔다.
"유용천해사!"
구양군은 다시 한번 반보 왕도지기를 사용해 자신의 몸을 전부 감싸더니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수없이 날아오는 폭격을 전부 피해 진남의 등 뒤에 나타났다.
"단왕십삼검(斷王十三劍)"
구양군은 발로 해사를 딛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폭룡검은 열세 갈래의 검영으로 변하더니 층층이 겹쳐 진남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사람들은 안색이 변하고 심장이 쫄깃했다.
"또 그걸로 나를 상대하려고?"
진남이 어이없어서 웃었다.
처음에 구양군이 공격을 할 때 이 초식으로 진남의 무왕 내단을 가격했다. 그러나 지금 진남은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방원 열 장 이내에 신식을 두었기에 작은 움직임도 민감하게 느낄 수 있었다.
"꺼져!"
진남은 몸을 휙 돌렸다. 구양군이 뒤에 나타나자 뒤통수에 눈이 달린 것처럼 열세 개의 검의를 피하고 주먹으로 구양군의 몸을 힘껏 두들겨 팼다.
쿵!
돌이 부딪히는 것만 같은 소리가 울렸다.
주변의 제자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진남은 두 눈이 싸늘했다. 그의 몸 안에서 활활 타오르는 화염의 힘이 주먹에 실려서 구양군을 불태워버릴 것만 같았다.
안색이 창백해진 구양군이 갑자기 음산하게 웃었다.
"진남, 네 육신은 강해. 내가 대응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지. 하지만 이 세상에서 너 혼자 동술을 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마!"
구양군의 등 뒤에서 열 갈래의 노란빛이 찬란하게 솟아올랐다.
구양군의 두 눈은 시커멓게 되더니 그 속에서 수많은 독사들이 쏟아져 나와 진남의 두 눈에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구양군의 동사무혼(瞳蛇武魂)이었다.
두 눈동자에 품고 있던 아홉 개 영혼을 가진 독사는 상대방의 영혼에 거대한 충격을 줄 수 있었다. 정도가 심하면 바보가 됐고 가벼운 경우에도 정신을 잃게 했다.
진남의 몸이 흠칫 떨었다. 그의 신식에 커다란 충격이 밀려와 청심당마결을 운용했지만, 순간 정신을 잃었다.
진남이 정신을 잃은 찰나, 구양군은 흉악한 표정으로 외쳤다.
"진남! 죽어!"
구양군이 무왕 경지 일 단계의 기운을 풍겼다.
그는 또다시 기습을 가했다.
묘묘 공주와 선노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경악했다.
진남과 결투를 할 때 구양군은 이미 알고 있었다. 진남이 삼 할의 전투력만 사용한다고 해도 구양군은 그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래서 결투를 신청할 때 이미 동사무혼의 특징을 이용하고 무왕 경지 일 단계의 힘으로 진남을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모든 일을 순식간에 진행하면 묘묘 공주와 다른 사람들도 그를 말릴 수 없을 것이었다.
진남의 신식에는 무수한 검은 색 독사들이 득실거렸다. 그것들이 무차별하게 신식을 공격하자 진남의 신식에 있는 요수 환영들이 이구동성으로 포효를 하면서 살육을 펼치더니 그 독사들을 한 마리씩 베기 시작했다.
청심당마결을 수련한 이후로 신식이 단단해져서 사악한 요귀들의 침범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동사무혼은 평범하지 않았다. 아홉 개 영혼을 가진 독사들은 무척 죽이기 어려웠고 수도 어마어마했다.
"사라지거라!"
진남은 몸 안에서 전신의 혼을 운행해 호통을 쳤다. 그러자 독사들은 마치 썩은 나무를 베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진남의 두 눈에 생기가 돌았다. 무왕 경지의 힘을 폭발시킨 구양군이 그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어떻게……"
구양군은 깜짝 놀랐다. 고작 세 번의 호흡할 시간에 진남은 정신을 차렸다.
"구양군, 네가 이렇게 염치없을 줄 몰랐어!"
진남이 호통을 치자 전신의 왼쪽 눈동자가 금빛으로 빛나며 위압을 풍겼다. 위압이 솟구쳐 구양군을 진압하자 그는 순간 당황했다. 이어서 진남은 구양군의 살초를 읽어내고 몸을 이리저리 번개처럼 빠르게 피하면서 네 장이나 되는 거리를 확보했다.
"진남!"
구양군은 하늘로 훌쩍 뛰어올랐다. 그는 무척 화가 났다. 그가 계획한 일이 물거품이 되었다. 그는 체내의 무왕 내단을 미친 듯이 돌리며 마지막 최강의 살초를 준비했다.
이때 백옥도장의 하늘이 다시 변했다.
"이놈! 우리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게냐?"
화가 잔뜩 난 호통 소리와 함께 용호요종이 몸을 휙 날려 구양군의 머리 위에 음영을 만들었다.
휙휙, 하는 소리와 함께 구양군의 좌우에 묘묘 공주와 선노가 나타났다. 두 사람은 표정이 굳어있었다.
자리에 있던 제자들도 정신이 들었는데 얼굴에 거대한 분노가 일었다.
"뻔뻔하다!"
"구양군, 이 염치 없는 놈, 지옥에나 떨어져라!"
"이런 일을 저지르다니! 종주의 아들이 이렇게나 종문의 품위를 떨어뜨리다니!"
"……"
제자들뿐만 아니라 장교 대전에 있던 조방, 위통, 임선 그리고 여러 전주와 거두들도 표정이 굳어있었다.
청룡성지의 사자가 무황 경지였기에 그들은 구양군을 지지했다. 하지만 구양군은 염치없기 그지없었다. 처음에 진남을 기습한 것도 모자라 죽이려고 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자신의 말을 어기고 무왕 경지로 공격하고 선천지기까지 사용했다.
아무리 낯짝이 두꺼워도 유분수지, 오늘 일이 밖에 전해진다면 큰 수치였다.
청룡성지의 사자와 구양패 두 사람도 표정이 어두웠다. 구양군이 기습에 성공했다면 모를까, 지금은 기습에 성공하지도 못하고 또 시도하는 바람에 사람들의 분노만 일으켰다.
쿵!
구양군을 중심으로 방원 오 리가 흔들리더니 위압감이 홍수처럼 밀려왔다.
구양군은 얼굴에 핏기가 가셔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계략이 실패한 그는 진남이 공격할 것은 예상했지만 묘묘 공주, 선노 그리고 용호요종은 생각지도 못했다.
두려움이 파도처럼 구양군의 영혼에서 계속 생겨났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
"사자 대인! 아버지! 얼른 구해주세요!"
청룡성지의 사자는 무덤덤했고 구양패는 무표정이었다. 그들은 구양군의 부름을 못 듣는 것 같았다.
"흥!"
묘묘 공주가 무표정으로 하얗고 작은 손을 휘두르자 하늘이 변했다.
"멈춰!"
이때 호통 소리가 울렸다.
묘묘 공주는 멈칫했다. 그녀뿐만 아니라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
입을 연 사람은 진남이었다.
"제자리로 돌아가. 이건 나와 구양군의 결투야. 비록 구양군이 무왕 경지를 사용했지만, 너희들은 끼어들지 마."
진남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묘묘 공주와 다른 두 명 모두 황당해했다. 다른 사람들도 어안이 벙벙했다.
'진남의 말은 무슨 뜻일까? 설마 자신의 실력으로 구양군의 실력에 대항하겠다는 건가?'
'진남의 상태가 최상이면 혹시 이길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지금 진남은 크게 다쳐 전투력을 삼 할밖에 발휘하지 못해. 그런데도 무왕 경지 일 단계인 구양군에게 도전하겠다는 말인가? 진남이 미쳤나?'
"진남, 너 스스로 내뱉은 말이야!"
구양군의 두 눈에 담긴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역시 거만하구나! 다친 상태에서도 급이 훨씬 높은 나에게 도전하다니! 그렇다면 네 요구에 응해주마!"
말이 끝나자 구양군은 입에서 시커먼 무왕 내단을 토했다. 그의 내단은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사방팔방의 영기를 끌어당겨 거대한 소용돌이를 형성했다.
구양군의 무왕 내단은 사악한 기운을 풍겼다. 영기 소용돌이는 여러 개의 거대한 뱀의 허영으로 변해 눈 깜짝할 새에 하늘을 가득 메웠다. 그것은 마치 만 마리의 뱀이 굴에서 나오는 것 같아 보는 사람마다 소름이 돋았다.
묘묘 공주, 선노 그리고 용호요종은 안색이 변해서 개입하려고 했다.
구양군의 한 방을 맞으면 진남은 버틸 수 없을 것이었다.
"비키세요!"
또다시 호통 소리가 들렸다.
진남의 검은 머리가 어느새 흩날렸다. 왼쪽 눈동자는 하늘을 찌를 듯한 금광을 뿜으며 아래위로 엄청난 화를 풍겼다.
"진남……"
묘묘 공주는 진남의 태도를 보자 마음이 흔들렸다. 그녀는 진남의 마음을 알 것 같았기에 얌전히 물러났다.
그들은 느낄 수 있었다. 진남은 억울하고 분했다. 그래서 직접 분출해야만 했다.
"취천일격!"
진남은 길게 포효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최종 살초를 드디어 운행했다.
쿵!
사방팔방의 영기가 모여왔다.
진남의 몸 안에 있던 힘들이 전부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진남의 의지와 전신의 왼쪽 눈동자의 의지가 순식간에 하나로 합쳐졌다.
순간 하늘이 변하고 취천일격의 무서운 힘이 군웅들 앞에 다시 나타났다.
제자들은 진남이 손가락을 튕기자 손끝에서 무형의 흡입력을 발휘해 방원 삼 장 내의 영기들을 다 끌어모으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진남의 체내에서도 다른 힘이 손끝을 향해 몰려들었다.
진남의 손끝에 횐색 광점들이 생겨났고 방원 삼 장 이내에 무수히 많은 화구가 솟아오르더니 동시에 터졌다.
주변의 허공은 마치 커다란 요수에게 짓밟힌 듯 웅웅 떨리기 시작했다. 흰색 광점에서 엄청난 힘이 흘러나와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이건……"
청룡성지의 사자와 구양패는 안색이 크게 변했다.
거두들과 전주들뿐만 아니라, 자리에 있던 무왕 경지의 제자들까지도 마음속에 수많은 한의가 일렁였다.
묘묘 공주와 용호요종도 충격받은 기색이었다. 그들도 진남이 이렇게 대단한 살초를 장악한 건 처음 알았다.
허공에서 거대한 살초를 준비하던 구양군은 표정이 굳었다. 한기가 마치 그의 발밑에서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그는 덜컥 겁이 났다.
구양군은 죽음을 느꼈다. 그는 일격에 실린 거대한 힘을 느꼈다.
"이, 이럴 수가! 네가 어떻게 이런 대단한 무예를 장악……"
구양군은 이성을 잃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안색이 창백한 진남이 손가락을 튕기자 흰색 광점들이 발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