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화 일촉즉발의 상황
그런 그들을 구양패가 막아섰다.
구양패의 눈빛은 한없이 깊고 흔들림이 없었다. 그의 체내에서는 금빛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묘묘 공주와 용호요종과 함께 서서 엄청난 소리를 냈다.
"구양군!"
선노는 싸늘한 표정으로 허공에 서 있었다. 그의 두 눈이 구양군을 사로잡았고 엄청난 위세로 허공을 질러 공격했다.
"응?"
구양군은 유용천해사를 다시 움직이려 했으나 선노의 엄청난 일격에 소름이 돋아 머리털이 곤두섰다.
그는 몸이 굳어버린 듯 꼼짝도 하지 못한 채 엄청난 일격이 날아오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 구해주세요!"
구양군이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바로 그때, 장교 대전에서 큰 손이 뻗어 나와 선노의 위세를 잡았다. 곧이어 구천의 천둥소리와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만하시오!"
그 목소리는 놀라운 마력이 있는 듯 사방의 모든 것을 고요하게 했다.
청룡 성지의 중년 사자가 장교 대전에서 걸어 나와 낮게 외쳤다.
"모두 그만하시오!"
분노에 휩싸인 묘묘 공주와 용호요종, 선노조차도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졌고 싸움을 멈췄다.
구양군이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가늘게 떴다.
자리에 있던 제자들과 장교 대전에 있던 사람들 모두 깜짝 놀랐다.
모든 일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났다. 기습이 너무 빠른 속도로 벌어져서 사람들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구양군이 진남을 기습 공격했다. 진남의 무왕 내단이 심한 상처를 입었다. 구양패는 선노, 묘묘 공주 그리고 용호요종과 대립이라도 할 생각인가?'
'청룡 성지의 사자는 누구 편을 들 것인가? 이 상황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수많은 의문들이 사람들 머릿속에 떠올랐다.
난장판이 된 백옥도장에 청룡 성지의 사자가 나타났다. 상황이 종료되자 그의 무서운 기운이 잠잠해지더니 드디어 평온해졌다.
풉!
진남은 피를 토했다. 무왕 내단이 공격을 당하면서 육체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여러 무종 경지가 발휘한 여파가 그의 몸에 충격을 줘서 상처가 더 심해졌다.
"……돌아와라……!"
진남은 겨우 목소리를 짜냈다. 쉰 목소리가 파르르 떨리며 허공에 울렸다. 금이 잔뜩 간 무왕 내단은 그제야 서서히 날아와서 진남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쿵!
몸 안에 들어간 무왕 내단은 더욱 격렬하게 떨렸다. 마치 내단 속에 응집된 각종 의지들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보통의 무왕 내단은 이런 유용천해사 같은 반보 왕도지기의 공격에 쉽게 무너질 것이었다. 하지만 진남의 무왕 내단은 달랐다. 전신의 왼쪽 눈동자의 기운을 품고 있었기에 구양군의 공격을 버텼다.
하지만 결국 전신의 왼쪽 눈동자의 기운이 흩어졌고 내단은 내부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큰일이군……"
진남은 안색이 변했다. 내부가 붕괴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내단은 산산조각 날 게 분명했다.
진남이 대책을 세우려고 할 때 온몸이 찢기는 고통과 힘이 쭉 빠지는 무기력함이 동시에 밀려와 그는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이렇게…… 내단이… 부서지는 걸까?"
진남은 허무했다.
그때 전신의 왼쪽 눈동자가 찌릿하더니 피 한 방울이 주룩 흘러내렸다. 피는 신기하게도 육신을 통과해 무왕 내단에 떨어지더니 순식간에 흡수되었다.
윙 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지던 무왕 내단이 신기하게도 회복되기 시작하더니 기운마저 안정되었다.
내단은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붕괴는 사라졌다.
"전신의 왼쪽 눈동자 이번에도 당신 덕분에……"
진남은 중얼거렸다.
무왕 내단이 회복되자 그의 몸에서 힘이 솟아났다. 비록 심한 상처를 입어서 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가지는 못했지만 아까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청룡 성지 사자와 구양패는 진남의 몸에 생긴 변화를 예민하게 느꼈다. 두 사람은 눈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
'살황경 외에 진남의 몸에 있는 물건도 놓치면 안 되겠다.'
묘묘 공주 외 세 사람은 시름을 놓았다. 묘묘 공주가 앞에 있는 성지 사자를 무시하고 손가락을 튕기자 보라색 혈액이 한 방울 생겨났다.
"진남, 상처를 잘 치료하거라."
그녀는 진남의 모습을 확인하더니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걱정 말거라. 뒷일은 우리에게 맡겨."
진남은 말없이 보라색 혈액을 삼키고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구양군은 진남이 짧은 시간에 부상을 침착하게 회복하는 모습에 표정이 음침해졌다. 그는 이번 공격으로 큰 대가를 치렀다. 그런데도 진남에게 큰 타격을 입히지 못하다니 억울했다.
묘묘 공주가 다시 입을 열기 전에 청룡 성지의 사자가 싸늘하게 콧방귀를 끼더니 두서없이 호통쳤다.
"너희들은 반성하거라! 무종 경지의 거두라는 놈들이 고작 자그마한 기습에 이렇게 큰 소란을 일으키느냐? 방금 큰 싸움이라도 일어났더라면 이 자리에 있는 제자들이 몇 명이나 목숨을 건졌을 것 같으냐!"
모든 제자들뿐만 아니라 장교 대전의 사람들도 황당해했다.
'고작 자그마한 기습? 구양군이 진남을 기습해서 하마터면 진남의 무왕 내단이 부서질 뻔했는데 고작 자그마한 기습이라니?'
진남이 무왕 내단을 잘 지켜내긴 했지만, 다음에 무왕 경지를 돌파할 때는 삼대 천재가 도와줄 수도 없을 것이었고, 사대 종문 종주와 전주, 장로 그리고 제자들이 모여서 직접 구경할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진남이 큰 영향을 받았다. 운이 안 좋으면 그는 다시는 무왕 경지를 돌파할 수 없을 수도 있었다.
사람들은 그제야 알았다. 청룡 성지의 사자는 구양군을 감싸려고 이 말을 한 것이었다.
구양패도 나서서 묘묘 공주 일행에게 공수하고 말했다.
"이 사건은 제 아들의 잘못입니다. 제가 자식 교육을 잘못해서 진남에게 큰 피해를 주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 체면을 봐서 개과천선할 기회를 주십시오."
그의 말은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했지만, 전혀 사과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었다.
묘묘 공주와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태도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청룡 성지의 사자라고 했느냐? 너는 현령종의 종주이고?"
묘묘 공주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시선으로 말했다.
"네가 무황 경지든 아니든 상관없다. 오늘 구양군을 내놓지 않으면 너희들을 전부 부숴버리겠다!"
"건방지구나! 실로 건방져! 이 몸이 너희들을 무서워할 것 같으냐?"
용호요종도 으르렁댔다.
엄숙한 표정을 한 선노도 살기를 품었다.
차분하던 분위기가 또다시 무거워졌는데 좀 전보다 더욱 살벌했다.
장교전에 있던 조방, 위통, 임선 세 종주는 눈을 반짝거렸다.
만약 싸움이 일어난다면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를 막론하고 어느 쪽 편을 드는 게 더 유리한지 그들은 충분히 고민하고 선택해야 했다.
그들은 구양군이 기습한 것이 보이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오? 싸우려고?"
청룡 성지의 사자는 입꼬리를 올리고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체내에서 엄청난 힘이 깨어나는 것 같았다.
구양패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제가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까? 세 분께서 이토록 고집을 부리시니 어쩔 수 없이 싸워야겠군요."
"좋다."
묘묘 공주는 싸늘하게 웃었다. 그녀의 눈에서 하늘을 찌르는 듯한 현광이 빛났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이때 누군가 큰 소리로 끼어들었다.
"잠시만요. 선배님들, 할 말이 있습니다."
입을 연 사람은 구양군이었다.
구양군이 나설 거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제자들의 표정은 다양했다.
진남은 군맹을 휩쓸어버리고 구양군의 기세를 깔아뭉갰다. 그러니 원망을 품은 구양군이 진남을 공격한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소경설은 표정이 굳어버려서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굳이 따진다면 그녀는 구양군과 진남이 적이 된 원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현령종 제일 미녀로 불리는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비참해졌다.
"아직 할 말이 남았느냐?"
묘묘 공주는 이들의 두꺼운 낯짝에 손발을 들었다.
청룡 성지의 사자는 이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하고, 구양패는 성의 없이 사과하더니 이젠 감히 구양군이 나서서 시비를 걸었다.
'양심도 없구나! 무황 경지가 되면 멋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공주, 화내지 마시오."
선노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무슨 할 말이 있는지 들어나 봅시다."
묘묘 공주와 용호요종은 음침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장교 대전의 종주들과 전주, 장로 그리고 제자들의 시선이 동시에 구양군에게 집중되었다.
구양군은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자 저도 몰래 흥분되었다. 진남이 종문에 돌아온 이후 그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기분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는 상처 회복 중인 진남을 바라보며 음침하게 말했다.
"진남, 이번 갈등은 너와 나 두 사람 사이의 일이다. 그러니 우리 둘이 해결을 하는 게 어떠냐?"
"…우리 둘이 해결하자고?"
진남은 천천히 눈을 뜨며 혼탁한 숨을 내쉬었다. 그의 상처는 약간 회복이 되었다. 묘묘 공주는 본 모습이 선약이었기에 그녀가 준 보라색 혈액에 근본의 힘이 들어있었다.
사람들은 진남을 바라보았다.
진남의 담담한 표정에는 전혀 살의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아까 벌어진 일에 전혀 화를 내지 않는 것만 같았다. 제자들은 살짝 놀랐다.
"그렇다!"
구양군은 한 걸음 나서며 고개를 쳐들고 외쳤다.
"그동안 우리 사이에 쌓인 원한이 많았기에 오늘 내가 너를 공격했다! 그런데 이 일 때문에 선배님들 사이에 싸움이 일어난다면 많은 이들이 다칠 수도 있다. 그러니 내 경지를 반보 무왕 경지로 억제할 테니 나와 결투로 해결하자!"
'결투? 구양군이 진남에게 결투를 신청한다고?'
제자들뿐만 아니라 종문의 거두들도 황당해했다.
진남은 심한 상처를 입었다. 아무리 진남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삼 할의 전투력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구양군의 말은 진남이 상처를 입은 틈에 공격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사람들은 몰랐지만, 구양군은 정세의 흐름에 대해 자신이 있었다. 그는 아버지와 청룡 성지의 사자가 이미 연합하여 선노 일행을 타격할 계획을 세웠다는 것을 눈치챘다.
청룡 성지의 사자는 무황 경지였다. 묘묘 공주 일행을 진압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는 일부러 나서서 진남을 도발하고 결투를 신청했다. 나중에 큰 사고를 치더라도 뒤를 봐줄 사람이 있으니 두려울 게 없었다.
"허 참……"
조범, 이청우, 양일명 세 사람은 화가 났다.
소경설은 표정이 다양하게 변했다. 그녀는 고통스럽고 자책이 되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후안무치하다!"
용호요종이 욕을 하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자신도 낯짝이 두껍다고 생각했지만, 세상에 구양군처럼 못난 사람이 있을 줄 상상도 못 했다.
'상대방이 다친 기회를 틈타 결투를 신청하다니! 염치가 있기는 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