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화 구양군의 기습
쿵! 쿵! 쿵!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칠색 내단이 갑자기 솟아오르며 세 무혼에게 부딪치더니 공중에 떠올랐다.
내단 속에서 오묘한 혼돈의 빛이 뿜어져 나왔고 빛은 오래된 기운을 띠고 있었다.
"이건 전신의 기운……"
진남은 그 자리에 멍하니 있다가 깨달았다.
진남은 잊고 있었다.
진남의 무왕 내단이 응집될 때, 자신의 의지, 검의 의지, 열양금갑체결의 의지, 청심당마결의 의지는 응집됐지만, 전신의 왼쪽 눈동자의 의지는 융합되지 못했다.
전신의 왼쪽 눈동자는 진남과 하나가 되었다.
때문에 칠색 내단이 응집되어 대겁을 맞이할 때, 전신의 왼쪽 눈동자가 스스로 자신의 기운을 발산하여 무왕 내단에 융합되었던 것이다.
휙 휙 휙!
사방으로 향하던 더운 바람이 갑자기 거세지더니 거대한 폭풍이 된 듯 백옥도장을 휩쓸었다.
하늘에 이십 장 퍼졌던 먹구름이 갑자기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다섯 배나 불어 무려 백 장으로 퍼졌다.
백 장의 먹구름이 검은 장막처럼 내리 드리우더니 끝없는 그림자를 이루었다. 그 속에서 소용돌이치던 뇌정은 더욱 폭증하여 뇌룡처럼 먹구름 속에서 소용돌이치며 요란한 폭발음을 냈다.
놀라운 이변에 제자들의 머리털이 자신도 모르게 곤두섰다.
* * *
장교 대전의 많은 거두들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청룡 성지의 사자와 두 사람의 얼굴에도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들은 거의 동시에 일어나 그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황급 십품 무혼의 천재라도 도겁할 때에는 다섯 장 정도 오운뇌겁(烏雲雷劫)을 일으킬 수 있었다.
처음에 진남이 스무 장의 뇌겁을 일으켰을 때,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려 백 장을 움직였다.
현급 무혼의 진전 제자라도 할 수 없고 전체 낙하왕국에도 아무도 할 수 없을 일이었다.
오운뇌겁은 무혼 등급이나 경지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에게 강한 저력이 있어야만 가능했다.
뇌겁을 일으키는 범위가 넒을 수록 돌파한 뒤에 폭발해낼 수 있는 전력이 더더욱 엄청났다.
진남이 백 장을 일으킨 것은 십품 무혼 천재의 스무 배였다.
그 말은 그가 무왕 경지의 일 단계에 도달하게 되면, 스무 명의 무왕 경지 일 단계의 천재를 이길 수 있다는 말이었다.
청룡 성지의 사자와 구양패의 마음속에는 파도가 거세게 일었다. 두 사람은 많은 절세 천재들을 만나봤지만, 황급 십품 무혼의 진남이 이런 광경을 만들어 낸 것은 하늘을 거스른 것이었다.
습!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냉기를 들이마셨다. 놀랐던 가슴이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저 녀석이 얻은 기우는 결코 범상치 않을 거야.'
두 사람은 동시에 속으로 생각했다.
그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오고 갔다. 구양패는 얼굴빛이 약간 변하더니 안색이 점점 차분해졌다.
청룡 성지의 사자와 구양패가 정신을 차렸을 때에 아직도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무섭구나… 정말 무서워……."
"진남이 하늘을 거스르려는 거야……."
"살황이 돌파할 때 정도는 돼야 비교가 될 거야……."
"……"
조방, 위통, 그리고 요지부동이던 임선도 입을 열었다.
그들도 진남이 한 달 내에 선천 경지 이 단계에서 반보 무왕 경지를 돌파한 것은 용호산맥의 기우 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진남이 얻은 기우는 대체 얼마나 대단한 걸까?'
정신차린 그들의 눈빛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담겨 있었다.
* * *
그 순간, 백옥도장
"진남! 넌 정말 대단해!"
용호요종은 놀라서 아연실색했다. 그는 들고 있던 술이 땅에 떨어진 것조차 느끼지 못했다.
"세상에……, 백 장 뇌정이라니…."
묘묘 공주는 놀라서 입을 크게 벌렸다.
현령종 내문 제일, 제 이의 마건과 많은 천재들은 넋을 잃고 중얼거렸다.
"무왕으로 돌파해 단번에 군웅을 흔들었으니 앞으로 누가 진남을 몰라보겠는가……"
진남의 과거의 행적은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청룡 성지의 사자와 많은 종주, 전주, 거두들, 각 종문의 천재들이 모인 상황에서 진남이 하늘을 거스르는 대단한 광경을 만들어 냈다. 이는 전설의 탄생이었다.
오늘의 일은 반드시 역사책에 기록될 것이고 영원히 전해져 수많은 사람이 추앙하고 전해질 것이었다.
무인의 수명은 끝이 있지만 명성은 영원히 전해질 수 있었다.
"진남."
조범, 이창우, 양일명의 눈에서 강렬한 기색이 뿜어져 나왔다.
세 사람과 진남 사이에는 우의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손을 잡고 진남을 도와서 그가 무왕 내단을 얻고 장벽을 뚫게 했다. 그들은 속으로 질투하기는커녕 오히려 크게 기뻐했다.
"왜, 왜…… 왜……!"
구양군은 넋을 잃고 그 광경을 지켜봤다.
'진남은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 거야! 왜 또 진남이란 말이야!'
구양군의 안색이 더없이 어두워졌고 얼굴은 온갖 질투, 시샘, 원망, 갈등, 발악으로 계속 바뀌면서 완전히 일그러졌다. 마지막에 그의 눈에는 악마와 같은 원망이 가득했다.
이때 모두가 정신을 차렸다.
백 장의 먹구름이 뭉쳐진 후, 뇌정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지만 떨어지지 않았다. 무왕 내단 위에 짙은 회색빛의 오래된 기운이 계속 휘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회색빛의 오래된 기운은 무왕 내단을 휘감으면서 속에 스며들어 무왕 내단의 위력을 더욱 강해지게 했다.
전신의 눈동자에 의지는 너무 커서 쉽게 융합되지 않았다.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몸은 기이한 힘에 받혀 공중에 떠 있었다.
진남의 몸이 곧 무왕 내단과 하나가 될 것 같았다.
무왕 내단이 윙윙 소리를 내더니 마지막 세 가닥의 태고 기운이 솟아올랐다. 그것은 아래로 떨어지면서 무왕 내단에 완전히 융합됐다.
시공간 전체가 정지된 듯 무왕 내단에서 찬란한 빛이 하늘을 뚫고 나오는 것 같았다.
모든 사람들은 숨이 멎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진남! 죽어라!"
고함이 울려 퍼지가 구양군의 몸에서 엄청난 살의가 터져 나왔다. 찰나의 순간에 그가 진남을 향해 살초를 펼쳤다.
구양군의 돌발행동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이때 큰 분노의 소리가 울렸다. 묘묘 공주가 정신을 차리더니 위압이 하늘로 솟아올라 무종 경지의 위압이 완전히 펼쳐졌다.
"짐승 같은 놈!"
"감히!"
용호요종과 장교 대전의 선노가 크게 화를 냈다.
삽시간에 사대 무종 경지가 미친 듯이 날뛰자 온 장교 대전이 심하게 흔들렸다. 백옥도장은 산산이 부서졌고 하늘마저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
세 갈래의 무종 경지의 기운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백옥도장의 제자들은 순식간에 진압당했다. 그중 많은 제자들이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몸이 굳은 구양군은 네 갈래의 엄청난 기운을 보았다. 그의 눈에는 두려움이 드러났다.
'죽여야 해!'
하지만 구양군은 이미 미쳐 있었고 지금의 그는 진남을 죽일 생각밖에 없었다. 구양군은 엄청난 위압을 떠안고 빠르게 나아가 주먹으로 진남의 뒤통수를 때렸다.
구양군의 주먹은 무왕 경지 일 단계의 힘이 담겨 있었다. 진남의 육신이라도 맞으면 반드시 죽을 것이었다.
쿵!
찰나의 순간에 묘묘 공주와 선노, 용호요종이 내려와 엄청난 힘으로 단번에 구양군을 진압했다.
"유용천해사(遊龍穿海梭)"
구양군의 한방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실망하는 기색이 전혀 없이 광기가 가득 찬 얼굴로 거대하고 날카로운 사(梭)를 뿜어냈다. 사(梭) 전체는 시퍼렇고, 외면에는 갈치처럼 겹겹이 비늘이 펼쳐졌다.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반보 왕도지기였다.
유용천해사는 나타나자마자 구양군을 감싸 안았다. 푸른빛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묘묘 공주 세 사람의 공격을 피했다.
"좋지 않아."
묘묘 공주 세 사람은 거의 동시에 안색이 변해 돌아섰다.
푸른빛이 다시 나타나자 구양군은 진남의 무왕 내단 위에 나타났다.
"악랄한 놈!"
묘묘 공주 등은 더욱 크게 화를 냈다. 그들은 구양군이 애초부터 진남이 아닌 진남의 무왕 내단을 목표로 삼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삼대 무종의 강자가 다시 손을 쓰자 방원 팔 리에서 천지가 요란스럽게 울렸다.
바로 그때, 구양패가 허공을 가로질러 세 사람 앞에 달려왔다.
그의 몸에서 엄청난 금빛이 뿜어져 나왔고 삼대 무종 강자의 공격을 막아냈다.
"너……!"
묘묘 공주 세 사람의 눈에는 불을 뿜었다.
구양패는 일부러 그들의 앞을 막았고 구양군에게 기회를 주었다.
그 순간 구양군이 무왕 내단의 앞으로 왔다. 그는 망설임 없이 번개 같은 주먹을 날렸다.
"진남! 조심하거라!"
묘묘 공주 등의 안색이 일제히 변했다. 그들은 힘을 끌어올려 구양패를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구양패를 단숨에 누를 순 없었다.
묘묘 공주 등은 어쩔 수 없이 구양군이 진남을 공격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베어라!"
진남은 이미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구양군이 그의 무왕 내단에 손을 대려는 것을 보았다. 그는 노하여 기세를 뿜어 일격에 구양군을 베어 죽이려 했다.
그에 구양군은 안색이 변했고 날개를 펼친 듯 빠르게 움직이며 피했다.
진남은 구양군을 죽일 수 없자 의지를 움직여 무왕 내단을 응집시켜 몸으로 돌려보내려 했다.
"진남! 너의 무왕 내단을 없애버리겠다!"
구양군은 기세등등하게 이미 준비한 다음 공격을 펼쳤다. 유용천해사가 축소되어 푸른빛으로 변하더니 공중을 사이에 두고 진남을 공격했다.
유용천해사는 빠른 속도를 갖춰 도망치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더할 나위 없는 살벌함까지 갖췄다.
진남은 안색이 크게 변하더니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의 속도는 유용천해사에 비하면 한참 늦었다.
모든 사람들이 보는 데서 오래된 기운을 휘감고 있던 진남의 무왕 내단이 그대로 푸른빛에 맞았다.
쿵!
커다란 소리와 함께 마치 큰 산이 폭격을 맞은 듯이 부서졌다.
무왕 내단은 금이 가고 기운이 줄어들었다. 조금 전 내뿜던 각종 위엄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고 조금만 더 맞으면 완전히 부서질 것만 같았다.
"악!"
진남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무왕 내단은 엄청난 타격을 받았고 진남의 육신도 예외 없었다. 진남은 온몸의 경맥이 거의 다 터져 많은 피를 쏟아냈고 웅장한 기세가 일순간에 곤두박질쳤다.
"안 돼……! 진남!"
묘묘 공주의 표정이 굳어졌고 놀라운 위압이 순간 현령종을 압도했다.
묘묘 공주는 끝없는 분노가 깊은 곳으로부터 솟구쳐 오르는 것 같았다.
"이 몹쓸 자식! 당장 죽여 버릴 거야!"
용호요종도 그 상황에서 눈에 불이 치솟는 것만 같았다.
그는 진남을 싫어했지만, 묘묘 공주의 화난 모습에 분을 삭이지 못하고 포효했다. 그는 흉악한 용머리, 거대한 범의 몸으로 변해 구양군을 향해 공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