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화 잔치의 시작
진남의 눈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바로 신식을 동원해 단전에 모으고 액체 진기를 한데 뭉쳤다.
쿵! 쿵! 쿵!
진남의 몸에서 열양금갑체결(烈陽金甲體訣)이 미친 듯이 돌았다. 온몸의 경맥이 화염으로 변해 활활 타올랐다. 그의 머리에서 요수의 허영이 일제히 노래를 불렀다. 그 소리가 가히 우렁찼다.
양대 공법이 동시에 움직여 두 가지 전혀 다른 기운을 뿜었다. 그에게 속하는 도의가 몸에서 생겨났다.
"도의여!"
진남이 크게 소리쳤다. 그의 의지와 성격이 모두 이 순간 한데 모였다.
"모두 모여라!"
양대 공법의 기운, 도의 의지, 자신의 의지가 이 순간 액체 진기 속에 융합되어 들어갔다.
액체 진기가 격렬하게 들끓었다. 진남은 신식을 움직여 액체 진기를 조종하여 세게 주물러 압축했다.
무왕 내단을 응집하는 건 진기의 농도가 일정한 수준에 도달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공법과 자신의 의지 기운을 흡수하여 몸에 스며들어야만 자신의 특유한 내단을 형성할 수 있었다.
펑! 펑! 펑!
액체 진기가 연이은 폭발음을 냈다. 진기가 끊임없이 압축될 뿐만 아니라 다른 기운과 의지가 점차 융합되고 있었다.
순식간에 액체 진기는 사라지고 대신 주먹만 한 단약 같은 존재가 나타났다.
"무왕단이 절반 응집되었어. 이제 천지를 느끼고 무왕결을 내리게 해서……"
진남의 눈에 기쁨이 어렸다. 그는 의념을 움직여 바로 이 단약 같은 물건을 입에서 뱉어내 허공에 띄웠다.
내단이 나타나자 사방팔방에 기복이 일었다. 하늘과 땅 사이에 마치 보이지 않는 힘이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무왕내단! 속히 내려오거라!"
진남이 큰소리로 외쳤다.
이때 하늘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 내려와 내단 위에 부딪혔다.
펑!
내단은 천지의 힘에 부딪혀 진남의 몸 안으로 튕겨 들어왔다.
진남의 몸이 흔들렸다. 숨결이 거칠어지고 입가에 피가 흘러나왔다.
"천지가 이 물건을 인정하지 않는구나……"
진남은 안색이 창백했다. 입가에 쓴 웃음이 떠올랐다.
그는 드디어 태고 무수가 왜 무왕으로 승급할 수 없는지 깨달았다. 태고무수가 응집한 내단은 천지의 배척을 받았다.
진남은 바로 고개를 젓더니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재빨리 기운을 회복했다.
이때 천봉산 현령종에서 커다란 위엄 있는 목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생일 연회를 시작한다!"
"생일잔치가 벌써 시작되었나?"
진남은 바로 전신의 눈을 움직여 종문을 바라보았다.
쿵 하는 소리가 나더니 길이가 몇천 장에 달하고 넓이가 육백 장에 달하는 대궁전이 땅 밑에서 서서히 솟아올라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웠다. 궁전의 주위에 수백 갈래의 영광이 비쳐 눈이 부셨다.
진남은 대번에 이 대궁전 깊은 곳에 인형기령이 수백 가지의 대진을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왕도지기! 아마 여섯 대전의 첫 번째인 장교전일 거야."
진남은 길게 숨을 들이쉬며 계속 바라봤다.
장교대전이 솟아오른 후 대전 정문 어귀에서 칠색 노을빛이 뿜어 나왔다. 칠색 노을빛은 구백구십구 개 계단을 이루어 천천히 백옥도장에 떨어졌다.
백옥도장 양옆에는 생일상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도합 사백 상이나 되었다. 상은 모두 태고성진석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의자는 천년 홍목을 사용했다. 상 위에는 교룡왕뼈국, 광포우왕육 등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들과 몇십 병의 좋은 술이 놓여있었다.
천봉산에서 백옥도장으로 들어오는 대문 어귀에는 사백 명의 외문 제자들이 희포(喜袍)를 입고 양쪽에 서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사백 상은 아마 모두 제자들의 좌석인 것 같구나. 장교전 안에는 신분이 고귀한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겠군."
진남이 중얼거렸다.
이때 하늘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날카로운 눈썹에 매의 눈을 가진 중년 남자가 길이가 열 장이나 되는 장검을 밟고 허공을 가르며 내려왔다. 검기가 용머리를 이루고 있었다.
백옥도장에 도착한 중년 남자가 발걸음을 멈추자 발밑의 거검이 바로 빨간빛으로 변하더니 열 배나 줄어들었다. 그리곤 공중에서 돌며 검 꽃을 이루더니 허리춤에 찬 칼자루에 꽂혔다.
"조방(趙方), 비검문을 대표해 구양패 종주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중년 남자의 외침이 종문에 울려 퍼졌다.
순식간에 종문의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라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장교대전에서 이보전 전주가 걸어 나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조방 문주, 저희 현령종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우선 장교전에서 선음이나 한 곡 들으면서 술 한잔하고 계시지요. 종주께서 곧 오실 겁니다."
조방은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허공을 밟으며 장교대전에 들어가려 했다.
"무종 경지의 강자……"
진남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는 전신의 눈으로 조방의 경지가 무종 경지 정상이라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
이때 먼 하늘에서 달그락달그락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허공에 파도가 일었다.
뿔이 네 개 달리고 파란색 가죽을 쓴 길이가 여덟 장에 달하는 여덟 마리의 거우(巨牛)들이 파란색 빛이 반짝이는 마차를 끌고 기세등등하게 달려왔다.
"사각우왕? 또 어느 종문의 종주지? 요왕더러 마차를 끌게 하다니."
진남은 길게 숨을 들이쉬었다.
여덟 마리의 사각우왕이 마차를 끌고 오다니, 이런 장면은 조방이 검을 밟고 온 것보다 몇 배나 더 대단했다. 사람들은 멀리서부터 여덟 마리의 요왕의 기세에 두려워 떨었다.
"청여종 종주 임선(林璿), 구양패 종주의 마흔 살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부드럽고 듣기 좋은 여자의 목소리가 울리자 다시 한번 현령종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그는 계속 생일잔치를 주시했다.
대전 안으로 들어가려던 조방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웃으며 말했다.
"종주께서 직접 오실 줄 몰랐소. 실로 놀랍소."
"놀랄 게 뭐가 있나요? 회포를 풀려거든 안으로 들어가 얘기하시죠. 여기는 너무 번잡하군요."
파란색 마차 안에서 나오는 소리는 더는 부드러운 소리가 아니었다. 담담한 여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는데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급하지 않소. 아는 사람이 또 오는 것 같소."
조방이 미소를 지었다. 그의 두 눈에서 검영(劍影)이 반짝거렸다. 마치 검동(劍瞳)을 이룬 것처럼 허공을 바라봤다.
먼 하늘의 흰 구름이 시뻘게졌다. 마치 불길이 번지는 것 같았다.
빨간색 머리의 노인이 암홍색 갑옷을 입고 걸어왔다. 그가 한 걸음 디딜 때마다 갑옷이 움직이며 금창이 부딪히는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마력을 갖고 있었다. 마치 요수가 울부짖는 것처럼 살기등등했다.
난염문 문주 위통(魏通)이었다.
위통은 도착하자 입을 벌리고 한번 괴상하게 웃더니 말했다.
"이거 체면이 서는 군, 두 분 문주께서 직접 저를 기다리시다니!"
"정말 제멋대로 생각하시는군요."
파란빛 마차 안의 여자가 말했다. 이어 여덟 마리 사각우왕이 다시 포효하며 전진해 장교대전 안으로 들어갔다.
조방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자네도 성격을 좀 고쳐야 하오."
"어쩔 건데, 불만 있어?"
위통이 눈을 흘겼다. 종주의 풍채가 전혀 없었다.
이어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크게 웃더니 더는 말하지 않고 장교대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 시각 현령종은 삼 대 장교가 온 것 때문에 더없이 시끌벅적했다.
* * *
천봉산 안,
진남은 이맛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삼 대 종주가 왔는데 구양패가 아직도 안 오다니?"
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현령종의 하늘에 이상이 일더니 금광의 거대한 막이 뒤덮인 것처럼 아래의 모든 걸 금광으로 물들게 했다.
이보전 전주가 크게 소리쳤다.
"종주를 맞이합니다. 종주의 만수무강을 기원합니다!"
그녀가 먼저 소리치자 현령종 안의 각 대전주, 장로들도 동시에 크게 외쳤다.
"종주를 맞이합니다. 종주의 만수무강을 기원합니다!"
많은 사람이 소리치자 그 소리가 가히 우렁찼다. 마치 하늘을 찌를 것 같았다.
만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늘의 커다란 금광이 천천히 모여 점차 중년 남자를 이루었다.
중년 남자는 위엄이 있었고 온몸에 포악한 기질을 풍겼다. 제왕같은 분위기가 풍겨서 멀리서 보는 이들도 굴복하게 했다.
그가 바로 현령종 종주 구양패였다.
"구양패의 경지를 한번 보자!"
먼 천봉산 안에 있는 진남은 바로 전신의 눈을 움직여 모든 힘을 쏟아 구양패를 바라봤다.
진남은 커다란 금광을 봤다. 그마저 엄청 눈부셨다. 이어 한 갈래 신비한 힘이 구양패의 몸에서 솟아올랐다. 어떤 보물인지 억지로 진남의 관찰을 막았다.
"응?"
하늘에 떠 있던 구양패는 뭔가 느낀 듯 천봉산을 훑어봤다.
진남은 순식간에 커다란 위기를 느꼈다. 그는 털이 곤두서고 벌벌 떨기 시작했다.
몸에 도사리고 있던 영기 거룡도 놀라 깨어나더니 낮게 소리 지르며 오래된 영기의 빛을 뿜어 진남의 몸을 덮었다.
엄청난 죽을 것 같은 위기감이 그제야 진남의 몸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하마터면 발견될 뻔했어……"
진남은 이마에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몸에서 탈력감이 밀려왔다. 방금 영기 거룡이 손을 쓰지 않았으면 구양패는 그의 존재를 발견했을 것이다.
"선배님, 고맙습니다!"
진남은 숨을 돌렸다. 그는 요 며칠 영기 거룡의 많은 영기를 흡수했을 뿐만 아니라, 오늘 그 덕분에 목숨까지 건졌다.
"너…… 구양패를 조심하거라……"
영기 거룡이 힘든 듯 이 한 마디를 뱉더니 깊이 잠이 들었다.
'구양패를 조심하라고? 왜 구양패를 조심해야 하지? 그리고 방금 전의 눈부신 금광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진남은 점점 더 이번 생일잔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구양패가 무황으로 진급하다 실패했는데 왜 이렇게 거대하게 마흔 살 생일 잔치를 여는 걸까.'
"상관없어. 때가 되면 다 알게 되겠지!"
진남은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그의 목표는 청룡 성지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선배님,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진남은 영기 거룡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고는 산봉우리를 떠나 생일잔치로 향했다.
* * *
그 시각, 백옥도장에는 이미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현령종의 제자들 외에 다른 종문의 제자들도 있었다.
진남이 오자 모든 사람들의 눈길이 그를 향했다.
외문 제자, 내문 제자 그리고 다른 종문의 천재들까지 진남을 보고 감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진남 오랜만이야."
이때, 음험한 목소리가 들렸다.
진남은 고개를 돌려봤다.
구양군이었다.
구양군은 얼굴에 오만함이 사라지고 안색이 어두웠다. 마치 어둠 속에 숨어있는 독사처럼 보기만 해도 매우 불편했다.
구양군의 등 뒤에 소경설이 서 있었다. 진남이 그녀를 볼 때 그녀도 마침 그를 바라봤다.
"오랜만이요."
진남은 그를 힐끔 봤다. 지난번에 려홍의 정원을 떠난 후 진남은 구양군을 다시 만나지 못했다. 그가 상대한 건 모두 군맹의 맹원들뿐이었다.
"나는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다."
구양군은 음침하게 웃더니 자리를 떴다.
진남이 눈길이 차가워지고 화를 내려는데 어디선가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