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화 용맥
궁양은 전음표를 보고 나서 바로 크게 기뻐하며 소리쳤다.
"하하하! 종주의 무황 진급이 실패했어!"
그의 말이 수천 명의 되는 사람들의 마음속을 흔들었다.
'무황 진급이 실패했다고? 종주가 무황 진급에 실패하다니?'
이보전 전주, 각 거물들도 소식을 훑어보았다. 그들은 직접 보고 난 후 마치 망치에 얻어맞은 듯 안색이 비참해졌다.
'종주의 진급이 실패하다니! 그렇다면…… 태상 장로 편을 막을 사람이 없는 건가?'
"쯧쯧, 무황이 그렇게 쉽게 진급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나. 타고난 자질은 그렇다 쳐도 또 기연도 필요해. 천(天), 시(時), 지(地), 리(利), 인(人), 화(和), 어느 하나가 부족해도 안 된다."
용호요종이 코웃음 치며 얼굴에 하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묘묘 공주는 손을 내밀어 턱을 받치고 한 쌍의 똥글똥글한 큰 눈으로 여러 전주 등 사람들을 훑어보며 입을 삐죽이며 음흉하게 웃었다.
진남은 살짝 놀라더니 금방 평온을 되찾았다.
그는 종주가 무황으로 진급하든 말든 모두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진남……"
이때, 안색이 창백한 이보전 전주가 입가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
"좀 전의 일은 내가 좀 너무했구나. 네가 너무 마음에 두지 않기 바란다. 진남, 전에 외문 장로가 너를 찾아 시끄럽게 할 때 우리 모두가 너를 도와준 적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리라고 나는 믿는다."
공법전 전주와 공로전 전주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형벌전 전주는 눈에 초점을 잃었다. 그의 몸엔 한 줌의 살기도 존재하지 않았다. 종주가 무황에 진급하지 못하였다면 그가 어떻게 복수할 수 있겠는가.
진남은 그저 냉소를 지었다.
세상은 이렇게 현실적이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이보전 전주 등은 모두 형벌전 전주를 도와 그를 죽이려 했었다. 묘묘 공주와 용호요종이 왔을 때마저 그들은 굴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자 빠르게 비굴하게 고개를 숙이고 심지어 지나간 옛일도 들먹거렸다.
진남이 말하려고 할 때 자룡적아령이 흔들리더니 선노의 목소리가 울렸다.
"진남, 빨리 나에게 오거라!"
"응?"
진남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즉시 머리를 돌려 용호요종과 묘묘 공주에게 말했다.
"당신 둘이 알아서 처리해요."
말을 마친 후 그는 궁양 등과 인사하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생사전 전주를 향해 허리 굽혀 인사한 후 더는 말하지 않고 몸을 날려 생사전을 떠났다.
"하하!"
묘묘 공주는 이보전 전주 등 사람들을 보면서 기분 좋은 듯 웃었다.
"용호! 방원 십 리를 지키거라! 여기 한 사람도 도망가게 해서는 안 된다!"
용호요종은 묘묘 공주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몰랐다. 그러나 그는 좋은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하여 허공으로 솟아올라 요종 경지의 위압을 조금도 거리끼지 않고 펼쳤다.
여러 전주, 거물들, 장로들의 안색이 흉하게 변했다. 그들은 묘묘 공주가 그들을 어떻게 대할지 짐작할 수 있었다.
* * *
진남이 몸을 날려 산꼭대기 위의 저택으로 왔다.
지난번 냉봉에게 굴복한 후 진남은 이미 한 달 동안 선노를 만나지 못했다.
"녀석, 실력이 이렇게 강한데 어찌 냉봉의 상대가 안 된다고 한 거냐."
진남이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선노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바로 울렸다.
"그리고 왜 미리 나하고 상의하지 않았느냐?"
진남은 저택 안의 선노를 보며 어색하게 말했다.
"상당한 금액을 빚져 시간이 긴박하여 임무를 집행하고 단약을 벌어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노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됐다, 네가 승리해서 돌아오고 나를 실망시키지 않은 걸 봐서 더는 말하지 않겠다. 이번에 너를 오라고 한 것은 너와 하나의 일에 대해 상의하기 위해서이다."
"종주가 무황에 진급하는 것과 관계가 있는 건가요?"
"맞다."
선노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복잡한 눈길로 물었다.
"넌 종주가 무엇 때문에 나와 맞지 않는지 아느냐?"
선노는 진남이 대답하기를 기다리지도 않고 중얼거렸다.
"수백 년 전, 내가 아직 현령종의 내문 제자일 때 우리 종문 내에 절세 천재 한 분이 나타났었다. 그는 수십 년이라는 짧은 시간 수련하여 무황으로 진급했고 무황에 들어서자마자 비검문의 양대 무종을 죽여 현령종을 낙하왕국의 일 위로 만들었지! 후에 그 사형은 혼자서 하역으로 가서 오 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내에 또 하역에서 피 바람을 일으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그 후로 그는 다시는 소식이 없지."
선노가 잠시 멈췄다. 마치 그때를 회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가 양 성지에 둘러싸여 죽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고, 또 그가 폐관하여 고생스레 수련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가 어떤 비경에 들어갔다는 사람도 있다.
난 그가 진짜로 죽었는지는 모른다. 그것보다 내가 말하려고 하는 건 그가 무황으로 진급한 후 떠나기 전에 나에게 경서 하나를 위탁했다는 것이다."
진남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하역에서 피 바람을 일으켰다. 그것만으로도 그 선배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종주와 선노의 갈등은 아마 이 경서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선노의 두 눈이 빛나고 생기가 넘치더니 말했다.
"이 경서는 살활경이라고 부른다! 그 사형은 누구든 그의 살황경을 수련하기만 하면 경지가 어떻든지 동급에서 분명히 따라올 자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급에서 따라올 자가 없게 된다는 말입니까?"
진남은 가슴이 떨렸다.
그 말은 그를 크게 설레게 했다. 왜냐하면 그 말은 무혼 등급의 영향, 여러 가지 보물이 존재하는데 그 모든 걸 앞서게 된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것이 만약 진짜라면 살황경은 분명 강대하고 비범하지 않을 것이었다.
"종주는 현급 삼품 무혼을 가지고 있는 천재다. 그는 하역에 뜻이 있기에 줄곧 이 살황경을 얻으려 했다."
선노가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내가 관찰한 데 의하면 종주는 심성이 바르지 않았다. 만약 이 살황경을 얻으면 분명 부덕한 일을 할 것 같아서 그에게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것 때문에 내게 원한이 생겨 각종 수단을 이용하여 나를 억압하려 했다. 이번 종문내의 당파 싸움이 바로 이로 인해 일어난 것이다."
진남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이런 뒷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어떠냐? 진남아, 살활경에 관심이 없느냐?"
선노가 그를 힐끗 보면서 말했다.
"이 살황경이 있으면 하역을 종횡무진으로 돌아다닐 수 있고 강자가 될 것이다."
"관심 없습니다."
진남은 가차 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살황경이 아무리 강대하다고 해도 자신의 무혼, 왼쪽 눈, 그리고 혈맥에 비할 수가 없었다.
"너 이 녀석.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만약 그가 여기에 있었다면 아마 너 때문에 화 나서 펄쩍펄쩍 뛰었을 것이야. 하하하!"
그렇게 말한 선노는 한바탕 크게 웃더니 화제를 돌렸다.
"진남, 현재 종주가 진급에 실패하여 위기를 넘기게 되었으니, 너는 이번 일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무슨 일입니까?"
진남이 바로 물었다.
"종주의 마흔 살 생일!"
선노의 눈빛이 반짝이며 말했다.
"방금 전 종주가 소식을 보내왔다. 열흘 뒤에 생일잔치를 한다고. 그의 이번 마흔 살 생일엔 다른 삼대 종문의 종주가 모두 올뿐만 아니라 청룡 성지(青龍聖地)에서도 사자 한 명을 파견하여 우리 현령종으로 올 것이다."
"청룡 성지요?"
진남의 몸이 떨렸다.
"맞다!"
선노가 웃으며 말했다.
"그전에 내가 너를 데리고 어디로 갈 거다. 그곳에서 열심히 노력하여 경지를 높이거라. 종주의 마흔 살 생일 때 너의 자질을 펼쳐 사자의 총애를 얻으면 넌 백종결전(百宗決戰)에 참가할 필요 없이 전례를 깨고 청룡 성지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청룡 성지는 양대 성지 중의 하나였다. 전체 하역에서 제일 강한 곳 중 하나였다.
현령종은 이에 비하면 마치 반딧불과 달빛의 차이었다.
"좋습니다!"
진남의 두 눈에 강렬한 빛을 뿜으며 말했다.
"선노, 당신은 저를 어떤 곳으로 데리고 가서 폐관할 건가요?"
종주가 무황 진급에 실패한 것 때문에 구양군 그리고 다른 원수들은 스스로 궤멸할 것이다. 진남이 다시 나설 필요가 전혀 없었다. 때문에 진남은 더욱 청룡 성지로 가고 싶었고 더욱 강대한 천재들을 만나 그들과 신나게 싸워보고 싶었다!
"나를 따라오거라!"
선노가 손바닥을 내밀어 한 손에 진남을 잡고 몸을 솟구쳤다.
* * *
잠시 후 두 사람은 천봉산 산꼭대기에 떨어졌다.
천봉산 꼭대기엔 광풍이 불었고 공기가 싸늘했다. 진남이 주위를 둘러보니 운해만이 보였다.
진남의 얼굴에 의혹이 나타났다. 그는 전신의 눈을 이용하여 주위를 훑어보았지만 아무런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현구변칠, 상구문회, 영기통신, 대진개기."
선노가 법결을 읽고 두 손으로 인을 맺자 오래된 빛이 순식간에 발밑으로 들어갔다.
진남은 발밑이 윙윙 떨리는 느낌이 들었다. 산꼭대기에 숨겨져 있던 대진이 깨어나 수백 개의 무늬를 만들며 전체 산꼭대기를 감쌌다.
"이건……!"
진남의 심신이 흔들렸다. 그는 발아래가 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발아래의 돌과 땅이 사라지고 몸이 빠르게 떨어졌다. 마치 심연 속으로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펑!
진남이 바닥으로 떨어지자 거대한 소리가 울렸다.
바닥에 떨어진 진남은 한 가닥의 용솟음 치는 영기가 그의 몸 전체를 감싸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온몸의 모공이 열려 그곳으로 생기가 가득해지는 것 같았다.
진남은 바로 심신을 잡고 주위를 둘러봤다.
"진남아, 이곳은 진전 제자라도 큰 공을 세우지 않고서는 들어올 수 없다."
선노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울렸다.
"응?"
그의 얼굴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길이가 수백 장에 달하는 천봉산이 마치 억지로 속을 파낸 것 같았다. 다시 말해서 이 천봉산은 하나의 속이 비어 있는 산이었다!
빈 동굴 안에 끝없는 영기가 영기의 바다로 변해 산 벽을 두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커다란 진법 때문에 밖으로 나가지는 못했다.
영기의 바닷속 깊은 곳에는 영기가 변하여 된 길이가 삼십여 장이나 되고 온몸에 비늘이 펼쳐진 거대한 용 한 마리가 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다. 한 쌍의 거대한 용 눈이 꼭 감겨 있고 용 각에는 수많은 부적이 감겨 있었다.
영기 거룡은 마치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차분한 숨을 내쉬었는데, 매번 호흡할 때마다 끝없는 영기를 내뿜었다.
"이건……?"
"이게 바로 용맥이다. 영기가 일정한 정도까지 짙어지면 용맥으로 변한다. 이런 용맥은 지혜를 가지고 있어 천지의 힘을 흡수하여 자신의 영기로 변화시킨다."
선노가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 현령종에 영기가 이렇게 농후한 이유는 바로 이 용맥에 의한 것이다. 바로 이 용맥이 우리 현령종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