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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48화 (148/1,498)

148화 불공평함을 벤 것

검은 구름 속에서 거대한 용머리가 나오더니 요광이 무섭게 반짝이는 한 쌍의 용안이 모든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시뻘건 입을 쩍 벌려 천둥소리를 냈다.

"누가 진남을 괴롭히는 것이냐!"

그 광경에 사람들이 놀라움에 빠졌다.

진남에게 손을 쓰려던 형벌전 전주는 몸이 굳어졌다. 하늘에서 무형의 힘이 그의 몸을 가두는 것만 같았다.

한 보만 전진해도 무형의 힘에 의해 가루가 될 것만 같았다.

"이, 이건……"

형벌전 전주와 다른 전주들은 바로 고개를 들었다. 그들은 깜짝 놀랄 광경을 보았다.

'용머리라니! 그렇다면 저 하늘에 용이 숨어있단 말인가?'

용은 요수 중에서 왕이었다. 설령 평범한 교룡이라 해도 모두 엄청난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흥!"

용호요종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의 방대한 호랑이 몸이 하늘에 천천히 나타났다.

생사전에 있던 여러 전주, 거두들, 장내의 모든 장로와 제자들은 누구 하나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용머리랑 호랑이 몸? 이건 도대체 어떠한 존재인가?'

"용두호신이라……, 그렇다면 용호산맥의 용호요종이란 말인가?"

이보전 전주가 혼자 말로 중얼거리며 얼굴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순식간에 들끓던 생사전 방원 십 리 내가 모두 고요함에 빠졌다.

용호요종!

요종이라고 불린다면 하늘 위의 이 무서운 요수가 바로 무종급의 존재라는 것이다!

"오늘은 규모가 꽤 크구나. 좋아 좋아, 잘했다!"

이때 조롱 섞인 목소리가 울리더니 묘묘 공주의 작은 몸이 용호요종의 머리 꼭대기 위에서 나타나 한 쌍의 눈으로 장내의 모든 사람들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묘묘 공주다!"

여러 전주, 장로, 제자들이 모두 동시에 냉기를 들이마셨다. 그들은 영혼마저 후들거렸다.

묘묘 공주는 이미 명성이 자자하여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들은 미련하지 않았다. 그들은 묘묘 공주와 용호요종이 동시에 나타났을 때 바로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태상 장로와 묘묘 공주를 제외하고 진남의 배후에 또 무종 경지의 강자가 한 명 더 있구나!

"이건……"

궁양 등도 넋이 나갔다.

'용호요종은 또 언제 나타난 거지?'

그들은 전에 제삼 정원 안의 그 이마에 혹이 있는 청년이 생각났다.

'이 용호요종의 목소리가 그 청년과 똑같은데?'

무대 위 진남이 사대 전주, 여덟 거물을 훑어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도 저를 공격할 생각이 있나요?"

공로전 전주, 공법전 전주, 이보전 전주와 여덟 거물들이 바로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안색이 더할 나위 없이 굳어졌다.

그들은 이번에 올 때부터 묘묘 공주가 혹시 나타날 수 있다고 추측하고 있었지만, 진남의 뒤에 용호요종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지금 어떻게 계속 싸운단 말인가.

그들은 보기에는 매우 대단해 보였지만 이 두 인물 앞에서는 아마 한방도 버틸 수 없을 것이었다.

형벌전 전주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비록 그는 자신이 양대 무종 경지 강자의 상대가 아니란 걸 알고 있었지만 절대로 진남을 그대로 놓아줄 수 없어 참지 못하고 크게 외쳤다.

"묘묘 공주! 용호요종! 진남이 내 아들을 죽였소! 나는 나의 아들을 위해 복수할 거요! 이 일은 당신들하고 상관 없소! 설령 당신들이 무종 경지의 강자라 해도 함부로 간섭하면 우리 종주가 무황에 오른……"

그가 말하는 도중에 휙 하는 소리와 함께 호랑이 발 하나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더니 그의 왼쪽 얼굴을 때렸다. 그는 엄청난 힘에 족히 백 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 그의 뒤의 건물이 전부 부서졌다.

"헉!"

다른 삼대 전주와 여덟 거물들이 모두 질겁하며 용호요종을 바라보는 눈길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용호요종이 비웃으며 말했다.

"복수하겠다고? 당연한 도리라고? 너희들이 진남을 상대할 때는 왜 진남의 반격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느냐? 진남을 제멋대로 업신여겨도 되는 거라고 생각한 거냐?"

용호요종의 어투가 높아지고 격양되었다.

장내의 전주, 장로, 내문 제자, 외문 제자들을 막론하고 족히 수천 개의 시선이 모두 일제히 그를 바라보았다.

용호요종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자 바로 고개를 쳐들고 말했다.

"오직 나만이 진남을 괴롭힐 수 있다!"

팍!

그의 말이 끝나자 누군가 그의 용머리를 때렸다. 묘묘 공주가 날카로운 눈꼬리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뭐라고 여기서 함부로 지껄이는 거야!"

"저…… 공주 혼내길 잘했다. 도리가 있다……"

용호요종은 얼굴에 억울함이 가득해서 말했다.

"하지만 때리고 싶어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때리지 말거라. 좀 체면을 살려주면 안 되느냐?"

묘묘 공주가 만족한 듯 고개를 들었다.

"가자! 일이나 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안색이 변했다. 특히 삼대 전주 그리고 여덟 거물들은 안색이 극도로 창백해졌다.

'설마 두 무종 강자가 살육을 펼치려는 걸까?'

묘묘 공주가 용머리에 서서 정색하고 모든 사람들을 훑어보면서 엄숙하게 말했다.

"모든 사람들은 갖고 있는 재산을 모조리 전부 꺼내거라. 조금도 남겨서는 안 된다! 만약 사사로이 숨기는 자가 있으면 내가 가만두지 않겠다!"

"……"

사람들은 당황해서 말문이 막혔다.

'재산을 약탈하려고 한다고…?'

"됐다, 장난치지 마."

이때, 무대 위에 있던 진남이 입을 열었다.

묘묘 공주의 예쁜 얼굴에 약간의 불만이 스쳤다.

'이 자식이 하인 노릇이나 제대로 할 것이지, 이제 나에게 명령까지 내리다니.'

그녀는 콧방귀를 뀌더니 손을 내밀어 용호요종을 또 한 번 때렸다. 그리고는 억울한 표정을 하며 진남의 뒤에 섰다.

장내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굳어졌다. 모든 시선이 전부 진남의 몸에 모였다.

수많은 강자들이 나타났지만 지금 장내의 주인공은 진남이란 걸 인식했기 때문이다.

"진남……!"

이때 용호요종에게 한 대 맞아 튕겨 날아간 형벌전 전주가 일어났다. 온몸이 피로 물들어 무섭게 울부짖었다.

용호요종이 불만인 듯 콧방귀를 뀌자 형벌전 전주의 몸이 순식간에 떨리기 시작했다.

"형벌전 전주, 저를 죽이고 싶습니까?"

진남이 그를 보며 담담하게 물었다.

"맞다. 나는 너를 죽이겠다. 나는 너를 갈기갈기 찢고 뼈를 한 대씩 모두 뽑아내겠다!"

주귀력의 처참한 죽음을 생각하자 형벌전 전주는 심장이 떨리고 몸도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격분하여 이를 갈며 말했다.

"허허."

진남이 냉소를 지었다. 수천 개의 눈길이 바라보는 속에서 그는 쌀쌀하게 말했다.

"당신의 아들은 아무 이유도 없이 저의 정원에 와 저를 약탈하려 하고 또 권세를 이용해 저의 친구들에게 종문을 배반한 죄명을 씌웠습니다! 그와 저의 생사전 결전은 그가 죽지 않으면 제가 죽는 거였습니다! 제가 그를 벤 건 저의 원수를 벤 것이고 불공평함을 벤 것입니다. 전부 규칙을 지킨 것인데 왜 저를 처벌하려고 하는 겁니까?"

'불공평함을 벴다고?'

그의 한마디의 마력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을 흔들었다.

형벌전 전주의 호흡이 순간 멎었다. 그는 분노하여 이성을 잃었다.

"그게 뭐 어때서! 너와 네놈의 친구들이라고 하는 놈들 모두 비천한 개미 새끼들이다! 그깟 개미 새끼들 한둘 처분한들 어떻다는 말이야! 이 모든 건 약육강식이란 말이다!

그리고 아직 처분하지 않았는데 네가 그 애를 죽인 건 사실이다. 또 이건 작은 분쟁일 뿐인데 넌 마음이 악랄하여……"

"입 다물어요!"

진남이 크게 호통쳤다.

그는 더 이상 형벌전주와 의미 없는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 형벌전 전주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진남의 시선이 사방팔방을 훑어보았다.

"이제 이 정도면 이 웃음거리가 될 상황도 끝을 내야 합니다! 현령종의 규칙대로 해결합시다.

무왕 경지 이하의 모든 원수는 나와 이 생사전에서 공평하게 대결하고 생사를 걸어 승부를 겨룰 수 있습니다! 무왕 경지 이상은 제 뒤의 두 분이 언제든지 상대할 수 있으니 얼마든지 오십시오!"

진남이 칼을 흔들었다.

"싸울 사람이 있습니까?"

진남의 전의가 하늘을 찔렀다.

생사전 방원 십 리 안의 수천 명의 장로와 제자들이 모두 침묵했다.

여러 전주도 침묵했다. 진남 뒤에 있는 두 무종 경지 강자들은 설사 그들이 전부 달려들어도 상대가 안 되었다.

'진남은 이미 반보 무왕 경지에 도달했고 또 황급 십품 무혼을 가지고 있었다. 전체 현령종에서 감히 그와 겨룰 사람이 누가 있겠어.'

궁양 등은 이 광경을 보고 피가 뜨겁게 들끓어 올랐다.

최근 종주가 무황으로 진급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태상 장로 편의 사람들은 갈등이 있던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하지만 진남이 돌아와 나서니 설사 강한 군맹도 그에게 눌렸다.

'이번 두 파의 싸움은 아마 이렇게 끝날 것 같구나, 진남과 싸울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제 현령종 종주가 무황 경지를 돌파하는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겠다……'

적지 않은 장로의 마음속에 모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때, 코웃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미 패한 놈이 군맹에 대항하다니! 우리 군맹을 우습게 보는구나!"

사방팔방의 제자, 장로, 전주 등의 수천 갈래의 시선이 일제히 목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한 청년이 검은색 옷을 입고 걸어오고 있었다. 표정이 냉혹했다.

냉봉이었다!

조용하던 생사전이 순식간에 수군대기 시작했다.

"냉봉! 그구나! 그가 오다니!"

"그가 온들 무슨 소용이 있어. 지금 진남은 경지가 반보 무왕 경지에 도달했는데 그는 이제 비교되지 않아!"

"냉봉도 선천 십 단계에 도달하고 반보 무왕 경지와 조금밖에 차이 나지 않아. 그러니 그의 전력도 무시할 수 없을걸?"

"……"

이미 종주 편에 선 장로들은 모두 눈이 반짝였다.

진남은 냉봉이 나타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진남은 냉봉을 힐끔 보더니 바로 그의 경지를 관찰하고 담담하게 말했다.

"냉봉이라고 했지? 너는 나의 상대가 아니다!"

냉봉의 입가가 심하게 실룩거렸다.

그는 매우 언짢았지만 이 말을 반박할 수 없었다.

"만약 나까지 합친다면?"

이때, 또 다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흰색 옷을 입은 한 청년이 등에 장검을 메고 번쩍이며 왔다.

그가 나타나자 종주 편의 장로들의 눈에 즉시 놀라운 기색이 떠올랐다.

"담검!"

"담검이 왔구나! 구양군이 무왕으로 승진했으니 그가 우리 내원의 일 위야!"

"그는 반보 무왕 경지에 도달했고 또 황급 십품 무혼을 가지고 있어. 진남과 막상막하야!"

"……"

사대 전주의 눈길이 모두 그에게 모였다. 눈빛에 조금의 기대가 흘러나왔다.

그들이 지금 제일 바라는 건 담검이 진남을 생사전에서 베어 죽이는 것이었다.

진남은 안색을 변하지 않고 여전히 담담하게 한마디 했다.

"담검이라고? 너도 내 상대가 아니다. 나는 너와 원한이 없어. 그러니 이 흙탕물에 들어설 필요가 없다."

이 말에 적지 않은 장로들이 모두 안색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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