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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47화 (147/1,498)

147화 빨리 떠나거라

생사전주의 외침과 함께 생사전의 굳게 닫혔던 대문이 천천히 열렸다.

대문이 열리는 순간 온몸에서 무서운 기운을 방출하는 사람의 그림자가 바로 뛰어 들어왔다. 그림자의 외침이 장내를 흔들었다.

"진남! 당장 나와라!"

그림자는 형벌전 전주였다.

그는 두 눈이 충혈되고 살기가 하늘을 찌르고 눈 안에 붉은빛이 가득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몸을 앞으로 움직여 방대한 힘으로 허공을 가르며 진남을 공격했다.

"진남! 조심하거라!"

궁양 등이 크게 소리쳤다.

"응?"

진남이 눈썹을 찡그렸다. 그의 왼쪽 눈동자에서 은은한 청색 빛이 격렬하게 불타올랐다.

"담이 크구나!"

이때 또 하나의 천둥소리가 울렸다. 생사전 전주가 허공에서 마른 손바닥을 내밀어 형벌전 전주를 향해 날렸다.

쿵!

허공이 무너지는 것처럼 사방팔방에서 천둥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형벌전 전주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해 몸을 멈추더니 바로 주먹을 수백 개 날렸다. 주먹마다 위세가 있고 맹렬했다.

쿵! 쿵! 쿵!

연이은 폭발음이 순식간에 생사전에서 울렸고 무서운 광풍이 생사전 전체를 휩쓸었다.

"큰일 났어……."

일부 경지가 선천 경지 일이 단계밖에 안 되는 수사들이 모두 깜짝 놀라 소스라치며 연이어 피했다. 그 모습이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경지가 강한 자들도 모두 안색이 창백해지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생사전주! 당신은 비키시오. 진남이 내 아들을 죽였소! 그에게 피 값을 갚게 해야겠소!"

형벌전 전주의 몸이 몇십 보 뒤로 밀리더니 입을 열고 울부짖었다.

"미안하오."

생사전 전주가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

"생사전 내에서는 생사를 논하지 않소. 당신의 아들이 여기서 죽은 건 진남은 죄가 아니오. 당신은 여기서 그에게 손을 쓸 수 없소. 이건 현령종의 규칙이요."

"빌어먹을 규칙!"

형벌전 전주는 몸이 순식간에 부풀어 올라 작은 거인이 되더니 손뼉을 치며 무서운 큰 힘을 가진 손바닥을 만들어 생사전 전주를 공격했다.

"경솔하게 행동하지 마시오!"

생사전 전주의 눈에 불길이 치솟았다. 그는 분노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그가 왼손으로 허공을 잡더니 마치 구천에서 온 것 같은 긴 창 한 자루가 나타났다. 끝없는 살기가 대전 전체에 가득 찼다.

"당신!"

형벌전 전주는 공격하던 행동을 멈췄다. 그는 긴 창에 무궁무진한 힘이 내포되어 있다는 걸 느꼈다.

"당신이 현령종 원로인 걸 봐서 눈감아주겠소. 빨리 떠나시오."

생사전 전주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이 만약 진남을 죽이려면 그가 생사전을 떠나기를 기다리시오. 그렇지 않고 나의 창이 무정하다고 하지 말고."

"당신이 진남을 감싸주기 위해 나와 맞서는 걸 택하다니!"

형벌전 전주는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그 순간 그는 허공을 향해 외쳤다.

"장로들! 전주들! 나의 아들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아직도 오지 않는 겁니까!"

말이 끝나자 휙 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눈썹이 하얀 노인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그가 나타나자 순식간에 사람들의 심장이 후들거렸다. 그들은 일제히 감탄했다.

"내문 제일 장로구나!"

"그가 오다니, 그가 형벌전 전주를 도우러 온 것일까?"

"……"

그들의 말이 끝나자 또 휙 휙 휙 하는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울렸다. 무왕 강자들이 잇달아 내려왔다.

생사전의 많은 장로와 제자들은 이 광경을 보고 경악했다.

"외문 제일 장로!"

"저분은 내문 제삼 장로잖아!"

"저분은 공로전의 제일 부전주가 아닌가! 그리고 형벌전의 제일 부전주도 있잖아?"

"……"

순식간에 여덟 명의 현령종의 거물들이 도착했다.

현령종의 장로와 제자들은 형벌전 전주가 아들의 죽음에 미쳤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런 상황은 오랜만에 보는구나."

이때 담담한 목소리가 울리더니 한 노인이 화포를 입고 생사전 밖에서 허공을 거닐며 천천히 걸어왔다.

그가 나타나자 방금 온 여덟 거물들이 모두 공경하는 얼굴로 일제히 공수하며 말했다.

"공법전 전주를 뵙습니다!"

이 짧은 한마디에 사람들은 마치 커다란 망치가 연속으로 가슴을 때린 것만 같았다.

'공법전 전주가 직접 오다니!'

"영감탱이, 매번 나보다 한발 빠르군."

듣기 좋은 목소리와 함께 중년 미부의 모습이 많은 사람들의 눈에 나타났다. 그녀는 아름답게 웃고 있었다.

"공로전 전주를 뵙습니다!"

여덟 거물이 다시 한번 공수했다.

장내의 사람들은 그 광경에 모두 더는 놀랄 것도 없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전주 네 분, 그리고 여덟 분의 거물들이 모인 것이 고작 한 번의 대결 때문이라니!'

생사전을 중심으로 방원 오리 내에, 적어도 수백 명의 장로, 수천 명의 제자가 둘러서 구경했다.

형벌전 전주는 이미 미쳐서 모든 걸 신경 쓰지 않고 생사전 전주만을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의 경지가 반보 무종 경지에 도달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소. 만약 평소라면 나는 당신을 존경했을 것이오. 그러나 오늘은 비키시오. 진남 이 자식은 지금 반드시 죽어야 하오!"

공로전 전주와 공법전 전주, 두 사람의 눈길이 동시에 차가워지더니 그들의 몸에서 전의가 천천히 흘러나왔다.

여덟 거물들은 그 뒤에 서 있었다. 몸에서 강물이 출렁이는 것처럼 기세가 솟구쳐 언제든 일격을 날릴 것만 같았다.

생사전 전주는 안색이 평온했다. 주위의 일촉즉발의 상황을 의식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생사전에는 생사전의 규칙이 있소. 진남은 규칙을 위반하지 않았소. 오늘은 무슨 일이 일어나든, 설사 종주께서 오셔서 생사전의 규칙을 파괴하려 한다면 난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것이요!"

그는 손목을 흔들며 창을 다시 손에 잡더니 혼자서 거물들과 마주 섰다.

"좋소, 내 당신의 기개에 탄복하오!"

형벌전 전주는 생사전주가 이렇게 고지식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는 두말하지 않고 크게 한 걸음 내딛더니 무왕의 힘을 발했다.

"우리 둘이 당신을 돕겠소!"

공로전 전주와 공법전 전주가 소리치며 형벌전 전주와 삼대 대진을 이루어 동시에 생사전 전주를 공격했다.

생사전 전주는 반보 무종이었다. 그는 손에 창을 들고 끊임없는 힘이 있는 것처럼 쉴 새 없이 놀라운 창술을 발휘해 삼대 전주를 연이어 패퇴시켰다.

"삼대 전주님, 저희들이 돕겠습니다!"

여덟 거물들이 이 광경을 보고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살초를 움직여 싸움에 끼어들었다.

난투가 펼쳐졌다. 수많은 폭발 소리가 생사전에서 울려 퍼져 대전 전체가 곧 무너질 것 같았다.

생사전 안의 모든 장로, 제자들은 모두 이 싸움의 여파에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다. 어떤 사람들은 즉시 신법을 움직여 신속히 도망쳐 이 싸움을 멀리했다.

경지가 조금 높은 사람들은 이 기연을 놓치지 않고 방어공법을 움직여 강자들의 수법을 관찰했다. 이런 규모의 싸움은 보기 드문 일이었다. 그러나 그들도 충격에 의해 비틀거렸다.

진남은 싸움이 진행되는 상황에도 연무대 위에 서 있었다. 몸을 곧게 펴고 소나무처럼 우뚝 서 있었다.

생사전의 오 리 밖에는 수천 명의 장로와 제자가 허공에 떠오르거나 혹은 땅에 서서 싸움을 보며 다들 크게 놀랐다.

"생사전주가 삼대 전주, 여덟 거물들과 동시에 대전하여 비기다니."

"생사전 전주는 진짜 대단하구나. 우리 현령종에 이런 인물이 숨어 있을 줄은 몰랐어."

"진남은 도대체 무슨 매력이 있기에 생사전 전주의 각별한 총애를 받는 걸까? 나는 생사전 전주가 단지 규칙을 지키기 위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이번 싸움은 대체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군."

"……"

사람들이 의논이 분분할 때 하늘에서 한 줄기 쿵 하는 폭발음이 울리더니 노파 한 명이 나타났다.

그녀의 출현은 다시 한번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보전 전주도 오시다니!"

"종주를 제외하고 오대 전주가 전부 한데 모였어!"

"……"

현령종에는 모두 여섯 개의 대전이 있었다. 장교전, 공로전, 이보전, 공법전, 생사전, 형벌전이었다. 장교전 전주는 현령종 종주가 직접 역임했다.

한 번의 작은 결전 때문에 오대 전주가 한데 모인 건 수십 년 동안 한번 보기 힘들었다.

"생사전 전주! 어찌 그리 고지식하단 말이에요! 진남은 너무 오만방자해요! 한참 전에 죽여야 했어요!"

이보전 전주는 바로 진남을 지명하고 진남의 목숨을 거두겠다고 했다. 그리고 은근히 생사전 전주를 위협했다.

공로전 전주와 공법전 전주는 조용하게 서로 시선을 맞추고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생사전엔 생사전의 규칙이 있소. 설령 오늘 종주께서 직접 오신다 해도 내 결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을 거요."

생사전 전주가 무표정하게 끊임없이 창을 휘둘렀다.

"그럼 싸웁시다!"

이보전 전주의 눈에서 사나운 빛이 번쩍이더니 몸을 날려 순식간에 싸움에 끼어들었다. 그녀는 다른 삼대 전주와 서로 호응했고 여덟 거물의 공격과 함께 대진을 이루었다.

줄곧 대치하던 전세가 크게 변하여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공격이 끊임없이 생사전 전주의 몸을 내리눌렀다.

생사전 전주가 신음했다. 그의 입가에 피가 흘러나왔다.

그의 경지가 강한 건 틀림 없다. 그러나 사대 전주와 여덟 거물의 협공을 받으니 그도 버틸 수 없었다.

전광석화 사이에 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쳤다.

"진남! 빨리 떠나거라! 이곳의 모든 것은 내게 맡기거라!"

"꿈 깨시오!"

이보전 전주가 물건 하나를 꺼내 손가락을 튕겼다.

일곱 가지 색을 뿜는 큰 그물이었다. 그물은 휙 하는 소리를 내며 날아가더니 영성이 있는 것처럼 강렬한 빛을 뿜었다. 그 빛은 아름답고 눈부셨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생사전 전주의 몸을 뒤덮었다. 생사전 전주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걸 찢을 수 없었다.

"이건 칠색봉황망(七彩封皇網)이예요. 고작 선천지기일 뿐이지만 무황이라도 세 번 호흡할 시간은 봉쇄할 수 있고 무종은 서른 번 호흡할 시간만큼 봉쇄할 수 있어요!"

이보전 전주가 사납게 소리쳤다.

"어서 빨리 진남을 죽여요!"

형벌전 전주를 우두머리로 한 사대 전주 그리고 여덟 거물이 전부 일제히 몸을 날려 연무대 위로 와 진남을 바라보았다.

전주들은 모두 진남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종주에게 붙었기에 조금도 감정이 없었고 그저 무한한 살기만 가득했다.

쿵! 쿵! 쿵!

그들 열두 명의 위압만으로도 연무대가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진남! 죽거라!"

형벌전 전주는 아들을 죽인 원수가 바로 눈앞에 있는 것을 보자 눈에 붉은색 빛이 크게 피더니 온몸으로 포효하고 울부짖으면서 달려왔다.

생사존망의 시기에 진남이 입가에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 좋아. 사대 전주, 여덟 거물들이 나를 죽이기 위해 전부 나타나다니. 묘묘 공주, 용호요종, 이때 나오지 않으면 언제 나오겠어요?"

쿵!

생사전 위쪽 하늘에 우레와 같은 폭음이 울리더니 하나의 거대한 검은 구름이 생사전 방원 십 리 이내를 뒤덮었고 주변이 어둠 속에 빠졌다.

사람들이 잇달아 놀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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