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화 꿇어라!
"이것들은 말이다. 다 괜찮은 물건이다."
노인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
"그러니 이 물건들을 전부 무왕단 천 알에 거두겠다."
노인의 말에 사방의 제자들이 모두 '역시나'라는 표정이었다.
진남은 이 말을 듣자 어이없어서 웃음을 터뜨렸다.
"무왕단 천 알이요? 정말 말을 함부로 내뱉는군요. 제가 선배라고 부르는 건 학식 때문에 그러는 거니까 뻔뻔하게 굴지 마십시오. 똑똑히 들으십시오. 저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놈이 아닙니다."
진남은 멍청하지 않았다. 그는 누군가 그를 방해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비전무예들은 적어도 삼만 알의 무왕단의 가치를 했다. 영기들은 모두 합치면 가치가 오만 알의 무왕단을 넘었다.
그것도 최소한으로 잡은 추측이었다.
그러니 고작 천 알의 무왕단을 주겠다는 건 그저 뺏겠다는 거나 다름없었다.
"너!"
노인은 노발대발하며 얼굴이 시뻘게졌다.
"얼른 사과하거라! 아니면 네 물건들은 무왕단 한 알도 못 준다!"
다른 아홉 명의 노인들은 눈을 깜박거리기만 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요?"
진남은 담담하게 그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 테니 제값을 쳐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무릎 꿇고 말하게 될 겁니다."
"그래? 정말 오만방자하구나. 감히 종문에서 나를 공격하겠다고 하다니. 내 오늘 보자, 네가 정말로 나를 공격할 수 있을지 말이다."
노인이 노발대발했다.
원래라면 그는 진남을 두려워할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그는 진남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내가 언제 당신을 공격한다고 했습니까?"
진남이 웃음을 터뜨렸다.
"당신은 당신의 불공정한 처사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수치스러워서 스스로 무릎을 꿇고 사죄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진남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했다.
'진남이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라 무릎 꿇고 사죄하다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노인은 너털웃음을 웃었다.
"진남, 허튼소리만 하는 후배였구나. 내가 부끄러워 무릎을 꿇을 거라고? 머리를 다친 게 아니……"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우레 같은 호통 소리가 들렸다.
"무릎 꿇어!"
진남의 왼쪽 눈동자가 까만색에서 청색으로 변하더니 하늘을 찌르는 듯한 위엄이 용솟음쳤다.
동술, 전신의 위엄!
악!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노인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끔찍한 일을 당한 듯 공포에 질린 얼굴로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당황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진남이 호통을 치자 노인이 진짜로 무릎을 꿇다니?'
용호요종마저 겁을 먹게 한 전신의 위압을 방출하니 고작 선천 경지인 노인이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진남이 대부분의 위력을 거두지 않았더라면 노인은 정신에 큰 타격을 입어 바보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왜, 왜 이러는 거요? 얼른 일어나시오!"
다른 아홉 명의 노인들이 경악하더니 다급하게 말했다.
진남은 위압을 받을 대상과 범위를 조종할 수 있기에 전신의 위압은 노인 한 사람에게만 방출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왜요. 당신들도 저를 공격하고 싶으십니까?"
진남은 그들을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아홉 명의 노인들은 갑자기 혼비백산하여 연신 고개를 저었다.
진남이 어떤 수단을 쓰든 그들이 대항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사람들 앞에서 무릎 꿇고 싶지 않았다. 그건 너무나 치욕스러운 일이었다.
"자, 당신들 배후를 불러내세요. 당신들을 상대하는 건 관심 없어요."
진남이 담담하게 말했다.
"우, 우리는… 우리는 배후가 없다……."
노인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배후를 폭로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더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었다.
그들의 말이 끝나자 갑자기 커다란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하하! 정말 재미있군. 우리의 대단한 천재 진남이 수보당의 노인이나 괴롭히다니!"
사람들은 즉시 고개를 돌려 보았다.
허리에 금 사슬을 찬 뚱뚱한 사람이 눈을 가늘게 뜨고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 뒤로는 선천 경지 육 단계의 내원 제자 아홉 명이 따라왔다. 그 기세가 드높아서 지나는 곳마다 사람들이 모두 길을 터주었다.
이보전 이 층에 있는 모든 제자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세상에, 이게 무슨 상황이야. 저건 주양(周陽)이잖아."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다."
"……"
이보전 이 층이 후끈 달아올랐다.
진남의 명성은 물론 말할 것도 없고 주양 역시 많은 이들이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내원 서열 십 위의 천재였다. 군맹의 일원이기도 했다.
진남은 담담한 표정으로 주양을 한번 살폈다.
주양은 선천 경지 칠 단계이고 무혼은 황급 십품이었다. 몸에 세 가지 영기를 가지고 있었으며 여자에게 해를 끼치는 독도 적지 않았다. 독이 풍기는 기운은 일반적인 단약과 달라서 진남은 바로 알아차렸다.
진남은 주양 같은 치졸한 사람은 전혀 엮이고 싶지 않았다.
"구양군의 지령을 받았나 봐?"
진남은 눈도 들지 않고 말했다.
"너에게도 기회를 주마. 썩 꺼져라. 그렇지 않았다가 후회하지 말고."
'미쳤다! 거만하다!'
제자들은 모두 숨을 들이마셨다. 진남은 진남이었다. 여전히 오만방자했다.
"아이고 무서워라!"
주양이 비아냥거렸다.
"네 놈은 말발이 센 것 외에 다른 능력은 없지? 냉봉 사형에게 먼저 도전하더니 결국 무서워서 도망이나 가고. 너 같은 겁쟁이와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다. 지금 당장……"
평소 같았으면 주양은 이런 태도로 진남을 대하지 않았다. 그도 미련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전혀 진남을 겁낼 필요가 없었다.
주양은 구양군의 명령을 받았고 다른 제자들도 그와 함께였다.
그러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남이 손사래를 치며 차갑게 말했다.
"주양이라고? 그거 알아? 나는 원칙이 있다. 나와 척지는 자는 반드시 무릎을 꿇어야 나와 대화할 수 있다. 그러니 무릎 꿇고 얘기하거라."
진남의 말에 모두가 경악했다.
'무릎 꿇고 말해야 한다고? 이 얼마나 건방진가!'
하하하!
주양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그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
"진남, 네 놈이 감히 군맹의 일원을 모욕하다니! 군맹의 규칙에 따르면 당장 죽여야 마땅하다! 하지만 태상 장로의 제자이고 황급 십품의 무혼을 가진 천재이니 살려는 주마! 다만 병신으로 만들 테다!"
진남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래? 어디 한번 해보시지!"
주양이 먼저 기세를 폭발시켰다. 거대한 몸집이 민첩하고 위엄 있게 변했다.
그의 뒤에 있던 아홉 제자들도 일제히 진기를 일렁이며 살초를 드러내거나 영기를 꺼내 들었다.
삽시간에 세찬 바람이 용솟음치면서 영광이 반짝였고 살초들이 천지를 뒤덮으며 진남에게 떨어졌다.
"이상하다, 이상해. 군맹이 왜 이리 날뛰는 거지. 감히 나를 직접 공격하다니."
진남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입을 열었다.
"너희들도 참 상황 파악이 안 되는구나. 그럼 내가 직접 움직여야지. 무릎 꿇어라!"
그의 왼쪽 눈동자가 갑자기 빛이 나더니 하늘을 찌를 듯한 위압이 세차게 주양 등의 영혼을 타격했다.
아악!
살벌하던 주양과 다른 제자 아홉 명이 진남의 한 장 밖에서 우뚝 멈춰 서서 비명을 지르며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쿵쿵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주양, 그리고 아홉 명의 제자들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
쿵!
이를 본 제자들은 놀라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주양이 무릎을 꿇다니. 진남이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무서운 능력을 지니게 된 걸까?'
모두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진남은 무표정한 얼굴로 무릎을 꿇은 주양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 왜 이제는 말을 이렇게 잘 들어? 방금까지만 해도 스스로 무릎을 꿇으라고 할 때는 무릎 꿇지 않고 나를 병신으로 만들겠다면서?"
주양과 아홉 명의 제자들은 이까지 덜덜 떨었다. 그들의 눈에는 진남이 악마처럼 보였다.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었다.
"왜 내가 묻는 말에 대답 안 하지?"
진남은 화를 내지 않고 위엄을 풍겼다. 그의 왼쪽 눈이 주양에게 고정되었다. 모든 위압이 모여서 무형의 큰 산처럼 주양의 영혼에 스며들었다.
악!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주양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입가에 피가 흘러나왔다.
"재미없다."
진남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왼쪽 눈을 감았다.
쿵!
주양과 그 아홉 명의 제자들은 영혼이 제자리로 돌아가 정신 차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그들은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는데 방금 전의 날뛰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진남을 바라보는 이들의 눈빛은 마치 귀신이라도 보는 듯 두려움에 떨었다.
다른 제자들은 알 수 없었지만 엄청난 압박감이 그들에게 주는 두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진남은 고개를 돌려 그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아홉 명의 노인을 향해 말했다.
"이 물건들을 다 팔게요. 사실대로 값을 쳐서 무왕단 십만 알만 주세요."
"응? 아. 으, 응."
아홉 명의 노인은 조금 전의 광경에 놀라서 혼비백산했다. 그들은 감히 거절하지 못하고 단약을 가지러 갔다.
바로 그때, 호통 소리가 울렸다.
"무엄하다!"
호통 소리와 함께 무왕의 위압이 주위에 가득했다. 이번에 온 사람은 무왕 경지의 강자였다.
"장 부전주다! 장 부전주가 왔어!"
"허, 아홉 부전주들 중 최고의 실력자이자 이보전의 미래 전주이다!"
"장 부전주가 왜 온 거지? 저 사람도 진남을 상대하려는 걸까?"
"……"
모든 제자들은 충격을 받고 술렁거렸다.
진남도 시선을 돌렸다.
장 부전주는 중년의 남성이었는데 사각 턱이 특징적이었다. 무왕 경지 칠 단계이고 걸을 때마다 무형의 기운을 폭발하여 사람을 놀라게 했다.
장 부전주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는 구양군의 전음을 받고 고민했다. 그리곤 자신의 신분에 나서서 진남을 상대하기는 체면이 서지 않아서 집사들에게 일을 떠맡겼다.
다만 그는 진남이 무슨 술수를 부렸는지 몰라도 공로전의 체면을 잃게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장 부전주는 걸음을 옮겨서 나란히 무릎을 꿇은 주양 등을 보자 속이 답답해져서 호통을 쳤다.
"얼른 일어나지 못할까!"
그의 호통은 오래된 비법인 순음술(純音術)이라는 비법이었다. 이 비법은 심마를 물리치는 능력이 있었다.
장 부전주는 주양 등이 무릎을 꿇은 것은 틀림없이 진남이 어떤 난심지법(亂心之法)을 사용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양과 다른 아홉 명의 제자들은 여전히 땅에 꿇어앉은 채 몸을 오들오들 떨고 만면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장 부전주의 호통 소리에도 전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장 전주님 맞죠? 보아하니 이들이 스스로 무릎을 꿇은 것을 모르셨나 봅니다. 아무리 불러도 일어나려 하지 않을 겁니다."
장 부전주의 안색이 순식간에 매우 사나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