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화 뭐가 그렇게 급하실까?
"후!"
진남은 한숨을 쉬며 얼굴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세 시진 동안 그는 서른여섯 개의 금제를 모두 풀었다. 그 과정에 많은 이득을 얻어 무도지심이 더욱 강해졌다.
"좋구나, 꽤 하는데?"
이때 묘묘 공주가 걸어오며 손을 저어 순식간에 열여덟 개의 수정능석을 모두 수중에 넣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이제 알았어?"
진남은 수정능석을 걷고는 삼 층으로 걸어갔다.
그는 지금 구층지부탑의 삼 층, 사 층, 오 층 등에 매우 기대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얼마나 큰 재산이 있을까?'
묘묘 공주도 마찬가지였다.
* * *
삼 층에 도착한 두 사람은 다시 깜짝 놀랐다.
삼 층 대전은 면적이 더 작아 고작 방원 삼백 척밖에 안 되었다.
대전 안에는 여러 갈래의 경천동지하는 검기가 용과 봉황으로 변해 서로 뒤엉켜 커다란 검진을 이루었다. 뿜어져 나오는 숨결만으로도 오금이 저리게 했다.
검진 속에서 후광이 번쩍였다. 족히 여덟 개의 후천지기가 떠 있었다.
"이건……!"
진남은 심장이 쿵쾅거리며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방금 일 층 이 층에서의 수확에 여기서 얻은 후천지기까지 무왕단으로 바꾸면 그의 전신의 혼이 크게 진급할 수 있을 것이었다.
"진남, 너 너무 일찍 기뻐하지 말거라. 이건 용봉봉금검진이다. 그 위력은 매우 절묘해!"
묘묘 공주는 그를 힐끔 보더니 가차 없이 찬물을 끼얹었다.
"설사 나라도 열 수 없다."
"그래?"
진남은 웃으며 말했다.
"만약 네가 고분고분 내 말을 듣고 이제부터 나를 하인이라고 부르지 않겠다고 대답하면 내가 너에게 이 검진을 어떻게 여는지 알려줄게. 어때?"
"허!"
묘묘 공주는 어이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며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는 용봉봉금검진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 구층지부탑의 영기가 받쳐주면 그 힘엔 끝이 없었다. 설사 무황 경지 강자가 와도 어찌할 방법이 없을 것이었다.
진남의 동술은 안에 든 오묘함을 정탐할 수 있어 실로 대단했다. 그러나 그의 실력이라면 검진의 방원 십칠 척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산산조각 날 것이었다.
"그럼 눈을 크게 뜨고 잘 보거라!"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두 눈에 금빛이 피어 검진을 훑어봤다.
삽시간에 용봉봉금검진의 수많은 오묘함이 그의 머릿속에 끊임없이 떠올랐다.
"왼쪽 세 걸음 되는 상공을 공격해!"
진남이 묘묘 공주에게 명령을 내렸다.
"뭐?"
묘묘 공주는 황당해했다.
'감히 나에게 명령을 내리다니.'
하지만 그녀는 재빨리 반응했다. 진남이 그녀의 경지를 빌어 대진의 허점을 공격하려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재빨리 주먹을 휘둘러 왼쪽 세 걸음 위 상공을 공격했다.
"왼쪽으로 한 걸음 가서 아래를 공격해."
"왼쪽으로 열 걸음 가서 아래를 공격해."
"뒤로 한 걸음 물러서 그 자색의 반짝이는 점을 공격해!"
"……"
진남은 계속해서 지령을 내렸다.
묘묘 공주는 그의 말대로 순서대로 검진을 공격했다.
"됐어!"
진남이 손뼉을 치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됐어?"
묘묘 공주는 하늘을 찌르는 위력을 풍기는 용봉봉금대진을 보더니, 안색이 어두워져 말했다.
"진남, 너 지금 나를 놀리는 거야? 진법을 타파하지 못했잖아?"
진남은 그녀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몸을 날려 진법을 향해 부딪쳤다.
"뭐 하는 거야!"
묘묘 공주가 깜짝 놀랐다.
'이 자식이 머리를 당나귀에게 차였나,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다니.'
그녀가 손을 쓰기도 전에 진남이 용봉봉금대진 안에 들어갔다.
진남은 머리카락 한 가닥도 다치지 않았다.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진남의 목소리가 대진 안에서 옅게 들려왔다.
"나는 경지가 너보다 못하지만 동술과 진법에 대한 이해 능력은 너보다 강해. 이 진법은 보기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미 부서졌다. 진법에서 풍기는 기세는 안에 있는 환진이 일으킨 작용이다."
"환진?"
묘묘 공주의 얼굴이 빨개졌다. 여전히 딱딱한 목소리로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대체 뭐야! 보잘것없는 재주에 불과하면서!"
묘묘 공주는 발걸음을 옮겨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녀가 방금 검진의 방원 삼척 범위 안에 들어갔을 때 그 용봉봉금검진에서 한 갈래 검기가 날아왔다. 그녀는 안색이 확 변해 몸을 날려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그녀는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했다.
"진남!"
묘묘 공주는 안색이 시커메졌다.
그녀는 하마터면 검기에 맞을 뻔했다. 이게 무슨 환진이란 말인가!
진남의 목소리가 안에서 전해왔다.
"까먹고 알려주지 못했어. 환진은 환진이지만, 만약 정확한 보법으로 걷지 않으면 여전히 검진이 반응할 거야."
그는 잠시 멈칫하고는 말했다.
"이제 승복해?"
"……"
묘묘 공주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이 망할 놈이 내가 자신에게 바라는 바가 있는 걸 알고 마음대로 하려고 하고 나를 놀리는구나. 내가 그 물건만 갖게 되면 너를 톡톡히 혼내줄 거다!'
묘묘 공주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녀가 도착했을 때 진남은 이미 자신이 가질 네 가지 선천지기를 다 골라놓고 있었다.
그는 전신의 눈으로 네 가지 선천지기를 관찰했었다. 능력이나 재질이나 모두 제일 강한 네 가지였다.
"됐어! 우리 사 층으로 가자!"
진남은 기고만장하던 묘묘 공주를 연속 여러 번이나 내리눌렀다. 그래서 기분 좋게 가벼운 표정으로 사 층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사 층에 올라가던 그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줄곧 한가지 문제를 소홀히 했었다.
'모든 것이 너무 쉬워. 구층지부탑의 보물을 너무 쉽게 얻는 게 아니야? 구층지부탑에는 구자진언 외에 왜 다른 보물들도 있는 거지?'
수없이 많은 의혹이 밀물처럼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생각에 진남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진남은 굳은 표정을 짓고 조심스럽게 사 층에 들어섰다.
* * *
사 층에 들어선 그는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사 층 대전은 칠흑같이 어둡고 조용했으며 텅텅 비어 있었다. 오 층 입구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뭐지? 어떻게 된 거지……?"
진남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사 층에 아무것도 없을 수가 없었다.
"이상해, 정말 이상해……"
묘묘 공주는 작은 얼굴에도 의문으로 가득했다.
진남은 묘묘 공주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당장 오 층으로 올라가 보자."
두 사람은 함께 오 층에 들어섰다.
오 층도 사 층과 똑같이 아무것도 없었고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
"계속 올라가 보자."
진남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그는 계속 올라갔다.
육 층.
칠 층.
팔 층.
이 세 개의 층도 텅텅 비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럴 리 없어. 앞쪽 세 개의 층에는 요수, 금제와 각종 보물이 있었어. 그런데 뒤쪽 층에 아무것도 없을 리 없어."
진남의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묘묘 공주를 쳐다봤다.
"묘묘 공주, 나한테 또 뭘 숨기고 있는 거 아니야?"
"너한테 숨기는 게 있냐고?"
묘묘 공주가 화를 냈다.
"진남, 날 의심하다니. 내가 어찌 너한테 숨기는 게 있겠느냐? 여기 일은 나도 아는 게 없다."
진남은 묘묘 공주를 믿지 않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럼 구 층으로 올라가자."
진남은 결정을 내렸다.
구 층은 분명 텅텅 비어 있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구층지부탑이 왜 존재하겠는가?
눈앞의 모든 것이 구 층에 위험이 가득하다고 가리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깟 위험을 어찌 두려워할 필요가 있겠는가?
진남은 전설 속의 열 번째 글자 '전(戰)'자가 전신의 눈을 부르고 있는 게 아닌지 확인해야 했다.
"가자."
진남은 앞장서서 구 층 입구에 들어섰다.
진남은 뒤에 있는 묘묘 공주의 화난 눈에 열정과 갈망이 번쩍이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진남과 묘묘 공주는 구 층에 도착했다.
진남이 몸을 가누자 전신의 눈에서 금광이 솟구쳐 장내를 훑어봤다.
구 층은 방원 삼백 척도 안 되었고 약간의 빛만 있을 뿐 어두컴컴했다.
구 층 중앙에 수수하면서 고풍스러운 석대가 세워져 있어서 진남은 시름을 놓았다. 석대 위에는 낡은 나무 상자 세 개가 놓여 있었다.
'구 층은 역시 달라. 그런데 이 세 개의 나무 상자는 대체 뭘까?'
진남은 전신의 눈으로 나무 상자 세 개를 살피더니 표정은 굳어졌다.
낡은 나무 상자는 분명 일반적인 나무로 만들었다. 그러나 상자 안에서 매우 신비롭고 방대한 힘이 뿜어져 나와 상자의 위를 덮고 있었다.
지금의 전신의 눈은 무황 경지의 존재라도 통찰할 수 있었는데, 그런 전신의 눈으로도 엿볼 수 없었다.
'세 개의 나무 상자는 분명 중요한 보물일 거야.'
진남은 급히 손을 대지 않고 고개를 돌려 묘묘 공주를 바라봤다.
묘묘 공주는 한 나무 상자 하나를 죽어라 노려봤다. 그녀의 눈에는 흥분, 갈망, 억울함, 해탈 등의 감정이 번갈아 떠올랐다. 그 복잡한 감정을 본 진남은 놀랐다.
"이 나무 상자는 내가 가지겠다. 나머진 네가 가지거라."
묘묘 공주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녀는 작은 몸을 휙 날리더니 묘법을 사용해서 가운데 나무 상자를 가지려고 했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가 그렇게 급하실까? 내가 안중에도 없나 보지?"
묘묘 공주의 몸이 굳어졌다.
진남의 안색도 순식간에 굳었다.
대전에 다른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진남이 천천히 고개를 돌아봤다.
그리고 당황해서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목소리를 낸 것은 사람이 아니라 요수였다.
그 요수는 용머리에 두 눈에선 구리 방울과 같이 차가운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상한 것은 맹호의 몸에 용의 머리를 가지고 있어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게다가 그 요수의 기운이 묘묘 공주보다 전혀 약하지 않았다.
"용호요종."
묘묘 공주는 정신을 차리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군가 했더니 너구나, 짐승 같은 놈. 용호산맥을 지키기나 하고 있지, 구층지부탑에 오르다니 죽고 싶은 거냐?"
한쪽에 있던 진남은 어떻게 된 일인지 쉽게 파악하지 못했다.
'용호요종이 용호산맥과 무슨 연관이 있지? 설마 용음호소는 저것이 낸 소리인가? 사 층부터 팔 층까지의 보물은 용호요종이 가져간 걸까?'
"감히 나를 짐승 같은 놈이라고 욕하다니!"
용호요종은 역린을 건드린 듯 불같이 화를 냈다. 용호포효가 대전 전체를 뒤흔들었다.
"난 천룡뇌호의 혈통이다! 그런데 감히 짐승 같은 놈이라고 욕하다니! 오늘 내 반드시 너를 죽이겠다!"
용호지위가 구 층 대전을 순식간에 가득 채웠다.
"얼마든지 덤비거라."
묘묘 공주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이 짐승 같은 놈이 감히 내 일을 방해하려 하다니, 용혈을 다 뽑고 용근을 벗겨버릴 테다!'
두 무종 경지가 미친 듯이 위엄을 방출하자 구 층 대전에 광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때 그들을 꾸짖는 목소리가 대전 내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