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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31화 (131/1,498)

131화 구층지부탑(九層地府塔)

진남의 손이 청동고검에서 이 촌 되는 거리에서 멈췄다.

그는 묘묘 공주를 경계하며 물었다.

"나를 속이는 건 아니지?"

"내가 왜 너를 속이겠어!"

묘묘 공주는 화난 눈으로 바라봤다.

진남은 한참을 망설였다. 그가 손을 거둬들이려고 할 때 그 청동고검이 뭔가 느끼기라도 한 듯 힘껏 흔들리며 날아와 진남의 손바닥에 떨어졌다.

"진남, 너……!"

묘묘 공주는 화가 나 피를 토할 뻔했다.

진남은 당황했다. 이렇게 될 줄 그도 예상치 못했다.

이때 조용하던 임자대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힘이 흔들거리는 대전에서 솟아오르더니 진남과 묘묘 공주의 몸을 꽁꽁 감싸 대전 밖으로 튕겼다.

땅에서 뻗쳐있던 아홉 채의 대전이 격렬하게 흔들리더니 쿵 하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모두 부서졌다. 수없이 많은 검은색 조각이 공중에서 천천히 한데 모여 길이가 오십 장에 달하는 거탑을 이뤘다.

"아니……"

진남은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그저 선천지기를 하나를 잡았을 뿐인데……'

"진남!"

묘묘 공주는 화가 나 얼굴이 시뻘게져서 말했다.

"너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는 거냐. 고작 선천지기일 뿐이었잖아! 이제 끝났어. 구자진언(九字真言)은 이제 가질 수 없게 됐어…. 내가 왜 너와 협력하려 했을까……. 짜증 나, 정말 짜증 나……."

그녀가 화가 나서 책망하자 진남은 고개를 돌려 쌀쌀맞게 웃으며 말했다.

"이게 왜 내 잘못이야? 임자대전에 들어가기 전에 네가 속이지 않았다면 이런 결과가 나왔겠어?"

"너!"

묘묘 공주는 화가 나 부들부들 떨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녀는 화를 조금 가라앉혔는지 서슬 퍼런 얼굴로 말했다.

"네가 아직 쓸모가 있는 걸 봐서 이번은 그냥 넘어가겠다! 그러니 빨리 구층지부탑(九層地府塔)으로 가거라!"

"구층지부탑? 구중지부전과는 어떤 관계가 있어?"

진남은 꼼짝도 하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

"그리고 구자진언이라 했지? 너는 아직 나에게 모든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어. 네가 말하지 않으면 나는 절대 협력하지 않을 거야."

묘묘 공주는 사실을 숨기고 목적도 불순했다. 그녀가 한 번씩 그를 도와주긴 했지만, 또 한 번씩 그를 괴롭히고 했다.

그러니 그가 어떻게 잘 협력한단 말인가.

진남은 이 기회에 묘묘 공주의 날뛰는 행동을 한 번은 꺾어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묘묘 공주는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

그녀는 뺨을 때려 진남을 패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계획을 생각하고 그녀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화를 꾹 참으며 말했다.

"좋아. 이번에 네 소원을 들어줄게! 구자진언은 '임(臨), 병(兵), 투(斗), 자(者), 개(皆), 진(陣), 열(列), 재(在), 전(前)'이야. 글자마다 한가지 왕도지기고. 만약 하나로 결합하면 구자진언지기를 이루지. 그 위력은 황제지기 정상과 맞먹을 정도야. 그뿐만 아니라 아홉 글자를 다 모으면 전설 속의 열 번째 글자를 얻을 수도 있어."

'구자지기(九字之器)가 그토록 대단하다고?'

진남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는 왜 방금 묘묘 공주가 이토록 진노했는지 이해했다. 만약 그였다고 해도 아마 폭주했을 것이었다.

'구자지기가 그토록 대단하다면 열 번째 글자는 얼마나 강력할까?'

진남의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묘묘 공주는 그의 생각을 알아챈 것처럼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열 번째 글자는 실로 대단하다. 소문에 의하면 그걸 얻으면 하늘과 땅을 통하는 위력을 갖게 된다고 하지. 하지만 이제 아홉 글자도 얻지 못하게 됐으니 전설 속의 그 열 번째 글자 전(戰)은 생각도 하지 말거라!"

"전(戰)자?"

묘묘 공주가 한 말을 들은 진남의 머릿속에는 천둥 번개가 치는 것 같았다.

'전(戰)!'

진남은 정신을 차렸다. 그는 강렬한 직감이 들었다.

'전신의 눈이 이변이 생긴 것이 틀림없이 전설 속의 열 번째 글자 '전'자와 연관 있을 것이다!'

"십자비장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어. 대륙에서 흘러 다니다 십 년에 한 번씩 열리는 거야. 구자진언을 얻을 기회는 사라졌지만, 아직 탑 안에는 다른 수많은 보물이 있어. 우리 협력하여 오 대 오로 나누자. 어때?"

진남은 눈이 반짝거렸다.

그는 그녀의 말을 믿었다. 이번에 그를 속여서 그녀가 얻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좋아!"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묘묘 공주는 그를 데리고 구층지부탑으로 달려갔다.

* * *

구층지부탑 문 앞에 선 진남은 구층지부탑의 기운이 좀 전의 구중지부전과 완전히 다르다는 걸 느꼈다.

태고의 기운이 흘러나왔는데 더 스산했다. 그는 심신이 긴장되었다.

"뒤를 따르거라."

묘묘 공주는 진남에게 낮은 소리로 한마디하고는 그를 데리고 일 층으로 들어갔다.

일 층에 들어선 진남의 안색이 변했다. 앞에 수없이 많은 요수들이 가득했다. 이 요수들은 모두 요왕 경지였다. 범, 소, 벌레, 코끼리 등등, 가짓수가 복잡해 일일이 다 셀 수 없었다. 어마어마한 요수 무리였다.

진남은 설사 자신이라도 이 요수 무리 앞에서는 개미가 되는 것 같았다. 한번 호흡할 사이에 끝장날 것 같았다.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묘묘 공주가 노하여 호통쳤다. 그녀가 새하얗고 보드라운 손을 앞으로 내밀자 수만 갈래의 빛을 내뿜었다. 빛들은 병기로 변해 사방으로 날아갔다.

쿵! 쿵! 쿵!

끊임없이 연속되는 폭음이 들리더니 대전 일 층 안에 수백 마리의 요왕이 잘려져 죽었다.

"칠칠위사, 칠절검진"

묘묘 공주가 몸을 떠올렸다. 그녀의 등 뒤에서 일곱 갈래의 경천검기가 솟아올라 거대한 검진을 이루어 앞을 덮으며 내려왔다. 검진이 지난 곳의 요왕들이 순식간에 눌렸다.

그녀의 뒤에 있는 진남은 저도 몰래 혀를 내둘렀다. 그는 그녀가 손을 쓰는 걸 처음 봤다.

무종 경지 강자가 손가락 튕기자 요왕들이 재가 되어 날리고 썩은 나무처럼 쉽게 꺾였다.

"요핵?"

진남은 놀라는 동시에 땅에 널려있는 요왕의 시체 속에 요핵이 모두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는 걸 발견했다. 그는 수없이 많은 요핵을 보고는 흥분했다.

'요왕의 요핵이다. 전부 모으면 이건 얼마나 큰 재산일까?'

진남은 가슴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더는 참지 못하고 칠종죄를 휘두르며 요왕의 시체들을 연거푸 잘라 요핵을 끊임없이 꺼냈다.

쿵! 쿵! 쿵!

온 일 층 대전 안에 끊임없이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요왕이 끊임없이 묘묘 공주에게 살해되었다. 그러나 양이 너무 많다 보니 무종 경지 정상의 강자인 묘묘 공주라도 안색이 창백해지고 숨결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뒤에 있는 진남은 전세에 전혀 관심 없었고 요핵만 긁어모았다.

"진남!"

묘묘 공주는 다급히 소리쳤다. 그러나 등 뒤에 아무런 반응이 없자 고개를 돌려봤다. 그녀는 하마터면 벌렁 나자빠질 뻔했다.

'감히 내가 이렇게나 고생하고 있는데 요핵에 정신을 팔고 있다니.'

그녀가 정신을 잠시 다른 데 팔고 있을 때 십여 마리의 요왕이 두 눈이 시뻘게져서 포효하며 달려와 묘묘 공주의 몸에 부딪혔다.

묘묘 공주는 다급히 방어했다. 그러나 충격을 받고 몇십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아름다운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놈들!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묘묘 공주는 크게 노해 손을 날려 십여 마리의 요수를 전부 때려잡았다. 이어 다급하게 소리쳤다.

"진남! 어서 빨리 이 층으로 들어가거라! 이 요수들은 다 죽일 수 없어!"

요핵을 긁어모으던 진남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안색이 창백한 묘묘 공주를 본 그는 잠시 당황하더니 빠르게 이 층 입구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묘묘 공주는 한숨을 쉬더니 주위에서 몰려오는 요왕들을 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그녀는 손가락을 굽혀 칠색 요화를 만들었다.

그녀는 손바닥을 내밀어 이 칠색 요화를 요왕들의 무리 속에 밀어 넣더니 고개도 돌리지 않고 이 층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뒤에서 일어나는 끝없는 폭발음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삼백육십 알 요왕의 요핵……"

방금 이 층에 들어온 진남은 일 층의 전과를 세어봤다. 얼굴에 유감이 드러났다.

삼백육십 알의 요왕의 요핵은 가치가 작지는 않지만, 묘묘 공주가 수천 마리나 되는 요왕을 죽였다.

하지만 요왕의 시체가 너무 단단해 그가 칠종죄를 썼어도 짧은 시간 내에 많이 긁어모을 수 없었다.

진남은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들어봤다. 얼굴에 순식간에 놀란 기색이 드러났다.

이 층은 방원 몇 리나 되었다. 그러나 그 안에 사람 키만 한 수정능석(水晶菱石)이 가득했다. 그 수정능석 안에는 입미지석이 담겨 있었다.

수정능석은 족히 서른여섯 알이나 되었는데 수정능석마다 서른여섯 알의 입미지석을 담고 있었다.

다시 말해 온 장내의 입미지석은 족히 천팔십 알이다.

만약 이를 무왕단으로 바꾸면 어마어마한 숫자가 될 것이었다.

진남은 숨을 들이쉬더니 결심한 듯 고개를 돌려봤다. 묘묘 공주는 많은 수정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창백하던 얼굴에 흥분한 홍조를 띠었다.

휙!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묘묘 공주는 참지 못하고 수정능석을 덥석 잡았다.

한 갈래 무서운 빛이 수정능석 옆에서 뿜어 나왔다. 뿜어 나오는 위력은 무종 경지 강자보다 못하지 않았다.

"아차!"

묘묘 공주의 안색이 변하더니 손을 오므려 공격했던 기운을 모두 거둬들였다.

그러자 빛은 영성이 있는 것처럼 신속히 평온해졌다.

"깜짝 놀랐네……"

묘묘 공주는 가슴을 토닥거리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방금 요왕들을 죽이느라 그녀는 힘을 적지 않게 소모했다. 아직 회복이 필요했다.

"이곳의 수정능석들은 모두 옛 금제의 보호를 받고 있어. 임자대전처럼 억지로 가져서는 안 돼. 그러니 금제들은 나에게 맡기고 너는 잘 쉬거라."

진남이 말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여기 모든 건 오 대 오로 나눌 거야."

"어?"

묘묘 공주가 의아한 눈길로 진남을 힐끔 봤다.

'이놈이 왜 이렇게 마음이 고와졌지? 나를 이렇게 대하다니.'

뭔가 말하려던 그녀의 안색이 창백해지고 숨결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녀는 더는 지체하지 않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서둘러 회복에 집중했다.

진남은 용호산맥에 들어온 이후로 그의 전신의 눈에 이변이 발생해 전보다 더 강해졌다.

"어? 이 금제는 좀 재미있는데……"

진남은 금세 강대한 금제와 진법에 빠져들었다.

그는 전신의 눈을 이용해 금제와 진법을 일일이 풀어 오묘함을 느끼고 많은 경험을 얻었다.

그의 경지나 무예에 대한 이해에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진남이 금제와 진법에 빠져있을 때 묘묘 공주는 끊임없이 단약을 복용하였다.

족히 한 시진이 지난 후에야 그녀의 숨결이 안정되었다.

눈을 뜬 묘묘 공주는 얼굴에 집중과 열기를 띤 진남을 보며 눈을 깜박거렸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 두 시진이 지났다.

진남이 손을 썼다. 손가락이 빗방울처럼 앞에 있는 금제를 두드렸다.

이내 쿵 하고 터지는 소리와 함께 무종 경지의 강한 위력을 발휘하던 금제가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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