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화 이용되었구나!
일월환은 이번에 가문에서 그에게 목숨을 지키라고 준 영기였다.
그는 진남에게 두려움이 생겨 일월환을 꺼내 진남을 묶어놓았다. 서풍소는 일월환에 확신이 있었지만, 진남이 하도 강대해 빠르게 전투를 끝내고 싶었다. 이변이 생길까 봐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았다.
"시왕검(弑王劍)!"
"명해법주(冥海法珠)!"
남진, 북유는 서풍소가 비장의 수를 펼친 걸 보자 더는 망설이지 않고 각자 영기를 꺼내 살초를 펼쳤다.
남진의 손에 있는 시왕검은 길이가 반 장이나 되었고 시커멓고 암홍색을 띠고 있었다. 시왕검의 살기는 무왕이라도 죽일 것 같았다.
명해법주는 깊은 바다의 천 마리의 명유어(冥幽魚)로 제련된 것이었다. 엄지손가락만 한 영기 속에서 나는 강물 소리에는 명계의 강이 담겨있는 것만 같았다.
양대 천재가 영기를 펼쳤다. 그 위세만으로도 제자들은 간담이 서늘했다.
"죽어라, 진남!"
이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중상을 입었던 동소허가 진남이 위험에 빠진 것을 보고 체내의 마지막 진기를 움직여 동룡창에 눈부신 금빛을 폭발시키며 진남을 찔렀다.
세 개의 영기가 동시에 뒤섞여 놀라운 기운을 이루었다. 주위의 수림이 순식간에 산산이 부서져 하늘에 날렸다.
만약 이번 공격이 진남의 몸을 타격한다면 설사 진남이 강하다고 할지라도 중상을 입었을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진남은 당황하지 않고 기뻐하며 말했다.
"사대 영기, 게다가 최상품 영기구나. 좋구나! 사양하지 않겠다!"
형세가 정해진 것을 보고 서풍소, 남진, 북유, 동소허는 한시름 놨었다. 그런데 그들이 기뻐하려고 할 때 일월환에 갇혀있던 진남이 마치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은 것처럼 가볍게 헤쳐 나왔다.
서풍소 등 네 사람은 경악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일월환을 헤치고 나오다니?'
그들은 진남이 일월환에 갇히고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전신의 눈 때문인 걸 전혀 몰랐다.
전신의 눈은 일월환 등의 영기 안의 오묘함을 모두 정탐해내서 약점도 전부 읽어낼 수 있었다.
일월환의 약점만 알면 일월환을 빠져나오는 건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진남의 바로 빠져나오지 않았던 건 그가 사대 천재와의 싸움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작 일월환으로 나를 가두겠다고?"
진남은 그들의 마음을 읽어낸 것처럼 크게 웃었다. 이어 크게 한 발 내딛더니 몸을 움직여 남진, 북유, 동소허, 세 사람이 펼친 살초를 가볍게 피했다.
세 사람은 더욱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서풍소가 제일 먼저 정신을 차렸다. 그의 이마에 핏줄이 불끈 솟았다.
일월환은 그들 가문에서 하사한 최상품 영기였다. 강대한 위력은 심지어 후천지기와도 비교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일월환에 속박되면 선천 십 단계의 존재라도 반 주 향의 시간이 지나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한데, 진남은 고작 선천 육 단계인데 어떻게 빠져나온 거지?'
"일월환, 가두거라!"
서풍소는 다시 한번 일월환을 움직여 진남을 덮었다.
"나에게 같은 수법을 두 번이나 쓰려고 하다니. 우습구나!"
"일월환은 너에게 있으면 낭비일 뿐이니 내가 대신 거두마."
진남은 태연한 기색으로 왼손을 내밀어 손가락으로 일월환의 한 곳을 때렸다.
일월환이 공격을 받은 것처럼 윙윙 소리를 냈다. 마치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이내 기세가 신속히 떨어지고 빛이 어두워지더니 다시 손바닥만 한 팔찌로 변했다.
진남은 민첩하게 몸을 날려 일월환을 손에 잡았다.
푸웁!
서풍소는 피를 토했다. 얼굴이 경악으로 가득했다.
그는 자신의 선혈로 제련한 일월환이 자신의 몸과 연계를 끊는 걸 느꼈다.
진남은 전신의 눈을 움직여 일월환 안에 음양이기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서로 다른 두 기는 끊임없이 움직여 회전했다. 그 두 기가 대진을 이루어야 기묘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었다.
진남은 방금 손가락으로 이 음양이기의 중심을 맞혀 연계를 끊고 대진을 파괴했다.
그렇게 영기는 중상을 입자 스스로 혈제를 끊어 깊은 잠에 빠졌다.
진남은 쉬지 않고 남진, 북유, 동소허에게 눈을 돌렸다. 그는 한 발 내딛더니 번개처럼 그들의 영기를 빼앗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당한 사람은 동소허였다. 그는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다시 한번 피를 토했다. 그의 손에 들려있던 동룡창이 진남의 손에 들어가자 빛이 암담해졌다.
남진과 북유는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그들은 영기를 주머니에 넣을 새도 없이 일제히 진남에게 빼앗겨버렸다.
시왕검, 명해법주, 모두 진남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좋아! 네 개의 최상품 영기라니."
진남은 매우 흥분했다. 그는 직접 네 개 영기의 위력을 보았다.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을 것이었다.
"진남! 내 너와 끝장을 보겠다!"
진남이 기뻐할 때 동소허, 서장소, 남진 삼대 천재들이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차린 그들이 살기를 미친 듯이 내뿜기 시작했다.
사대 천재들이 진남을 덮쳤다.
제자들은 사대 천재라면 진남을 제압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진남이 이렇게나 강할 줄 몰랐다. 그들은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뛰쳐나가 싸움에 끼어들었다.
수림에 싸우는 소리가 하늘을 흔들고 주위가 흔들렸다.
싸움을 지켜보는 동악호의 눈에 고민이 드러났다.
'진남은 어찌 이렇게 강대할까? 그리고 진남은 왜 자신의 일로 동소허를 책망하는 걸까?'
진남은 온몸의 피가 모두 들끓었다.
그는 방금 사대 천재와 부딪쳤을 때 전신의 힘을 다 쓸 수 없었다. 하지만 서른여 명의 청년 제자들이 더해지자 그는 압박을 느끼기 시작했다.
더해지는 압박이 그를 흥분하게 했다. 그는 혼자서 이 제자들과 싸워야 했다.
거대한 혼전 속에서 수많은 노란빛이 반짝였고 무혼들이 끊임없이 솟아올라 위력을 펼쳤다. 폭발하는 위력이 한데 모이자 더없이 강대한 힘을 만들어냈다.
진남은 손에 쌍칼을 들고 맹호와 같이 뛰쳐나갔다.
제자들 한 명 한 명이 연이어 그의 칼에 맞아 쓰러졌다.
하지만 진남도 모든 공격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의 몸에 난 상처가 더욱더 심해졌다.
그러나 진남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너희들은 밥도 먹지 않았느냐? 설마 마흔 명이 나 하나도 이기지 못하는 거냐? 사대 가문이라고 말하기 부끄럽지도 않느냐? 사대 가문이 아니라 사대 꼴찌 가문이구나."
진남의 몸에는 상처가 점차 많아지고 체내의 진기는 빠르게 소모되었다. 그러나 그의 눈에서는 커다란 성취감이 드러났다.
'통쾌하다! 너무나도 통쾌하다!'
지난번 빙갑고충과 싸울 때처럼 그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그와 반대로 사대 가문의 제자들은 싸울수록 눈에 두려움이 끊임없이 솟아올랐다.
이렇게 밀집되어 밀려오는 공격을 마주하고도 물러서지 않았고 오히려 싸우면 싸울수록 더 사나워졌다.
'저런 상황에서 전력이 강하지 못하다고 비아냥대다니.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네가 계속 날뛰게 할 수 없다!"
일갈과 함께 그림자 하나가 높이 솟아올랐다.
남진이었다. 남진의 등 뒤에 아홉 갈래의 노란빛이 반짝이더니 사람 키만 한 시커먼 돌이 솟아올랐다.
남진의 무혼이었다. 그의 무혼은 시커먼 돌이었는데 거대한 위력이 숨겨져 있었다.
"태고원석! 저놈을 죽이거라!"
남진이 시뻘건 두 눈으로 온 힘을 다해 무혼을 움직여 진남을 향해 내리꽂았다. 마치 운석이 떨어지는 것처럼 놀라운 위력이 폭발했다.
그는 이 일격에 모든 걸 걸었다.
그는 속으로 이미 진남을 건드린 걸 후회했다. 하지만 지금 진남의 기세를 꺾지 못한다면 반드시 질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잘 왔다!"
온몸이 피투성이인 진남은 이 공격을 보더니 두 눈에 눈부신 빛을 반짝이며 주먹을 날렸다.
주먹은 폭포가 산꼭대기에서 쏟아져 내리는 것처럼 주변을 뒤흔들었다.
쿵!
사람들은 충격으로 고막에서 윙윙 소리가 났다.
남진의 무혼 원석이 진남의 주먹에 맞는 순간에 터져버려서 수많은 부스러기로 변했다.
풉!
남진은 하늘을 향해 피를 토했다. 그는 땅에 쓰러졌는데 안색이 매우 창백했고 더는 싸울 힘이 없었다.
그는 무혼이 부서졌다. 앞으로 천천히 회복할 수 있겠지만 거대한 대가와 시간을 소모해야 했다.
동소허와 서풍소는 그 광경을 보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진남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에 거대한 두려움이 나타났다.
그들 둘의 무혼도 맞아 터질 수 있었다.
장내의 제자들은 더 놀랐다. 다들 전의를 상실해서 연이어 후퇴해 달아났다.
"습!"
진남은 고통스러운 듯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한주먹에 무혼 원석을 깨부쉈지만, 그의 주먹도 마찬가지로 골격이 전부 부서지는 중상을 입어서 칼자루마저 계속 잡을 수 없었다.
중상을 입어서 진남은 고통스러웠지만, 그는 오히려 더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의 한주먹이 무혼 원석을 깨뜨릴 때 폭발한 힘이 그의 전의를 계속 상승시켰다.
전신의 혼, 전천전지, 무소불전!
전신의 혼이 진급하여 현급으로 된 후 무의식중에 전의가 더욱 강력하게 영향을 주어 진남을 바꿔놓았다. 그는 전투에 미친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좋아!"
이때 박수갈채가 울려 퍼졌다.
북유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는 얼굴에 미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내가 좋아하는 남자구나! 과연 보통이 아니야. 우리 사대 천재, 그리고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의 포위 공격 하에도 끝까지 싸우고, 싸우면 싸울수록 더 강해지다니! 좋다, 좋아! 나는 점점 네가 마음에 든다!"
사람들은 다들 경악했다.
'북유가 갑자기 왜 저러는 거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동소허, 남진, 서풍소의 기색이 변했다.
진남은 잠시 당황했지만 금세 정신을 차리고는 외쳤다.
"허튼소리 작작 하거라! 싸울 것이냐 싸우지 않을 것이냐!"
"싸우지 않겠다. 당연히 싸우지 않지!"
북유는 부끄러운 척하며 입을 막고 웃으며 말했다.
"나는 줄곧 너를 눈독을 들였지만 너의 실력이 너무 강해 너를 휘하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기진맥진해졌으니 드디어 나에게 기회가 왔다! 이제부터 너는 나의 하인이 되어 나의 명령을 듣고 나를 도와 모든 적을 없앨 것이다. 어떠냐, 좋지 않으냐? 하하하!"
북유는 의기양양하게 크게 웃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 북유에게 이용되었구나! 젠장! 그 소문이 진짜였어!"
서풍소, 남진 두 사람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동소허도 깨달았다. 그는 진작에 북유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었다. 이제야 그녀가 진남을 주시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제자들도 안색이 순식간에 크게 변하더니 한 가지 소문이 생각났다.
소문에 북유가 신비한 무혼을 각성했는데 그녀의 무혼은 엄청난 능력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능력은 평생 한 번밖에 쓸 수 없다고 했다.
사람의 마음을 유혹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데, 만약 성공하면 상대방이 그녀에게 무조건 충성하고 그녀에게 이용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