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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25화 (125/1,498)

동소허의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은 사대 가문의 천재로서 당연히 무연각의 비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125화 전부 내놓거라

무연각 비밀은 사대 종문, 상도맹 할 것 없이, 모두가 얻고 싶어 하는 비밀이었다.

만약 진남의 배경만 아니었다면 아마 이미 힘을 합쳐 진남을 공격했을 것이었다.

그러니 그들 사대 가문이 그 비밀을 얻는다면 사대 종문, 상도맹에 팔아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생각을 하니 진남의 배후를 건드릴지라도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동소허는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걸 보고 유혹하며 말했다.

"그러니 진남을 이대로 보내면 안 돼. 그를 놓아주기 전에 우리가 챙길 걸 챙기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야. 아마 가문의 장로들도 모두 찬성할 것이야."

"그래, 동소허의 말이 맞아."

예상 밖으로 제일 먼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 사람은 북유였다.

북유는 자신의 계획이 달성될 것 같자 마음속의 흥분을 애써 억눌렀다. 그리고 일부러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하지만 되도록 손을 쓰지는 말자."

동소허가 그녀를 힐끔 봤다. 그는 왠지 북유가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진남을 상대해야 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건 당연하지."

서풍소와 남진은 아무런 이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무연각의 비밀에 끌려 매우 흥분했다.

결정을 내린 동소허가 크게 한 걸음 내딛자 장내의 다른 제자들의 시선이 전부 그에게로 쏠렸다.

그들은 사대 천재가 내린 결론을 궁금해했다.

"네가 진남일 줄은 생각지 못했어. 방금의 무례함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방금 결론을 내렸는데… 용호산맥은 현재 우리 사대 가문이 봉쇄하고 있기에 누구든 산에 들어오면 죽일 수밖에 없어."

제자들은 안색이 굳어지고 호흡이 빨라졌다.

'사대 가문이 명성이 자자한 진남에게 손을 쓰려는 건가?'

진남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말했다.

"네 말대로라면… 너희 사대 가문이 나를 죽이겠다는 거냐?"

진남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위엄이 있었다.

그의 한마디가 사대 천재의 심리를 압박했다. 동소허, 서풍소, 남진은 진남이 실로 평범하지 않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동소허가 고개를 젓더니 웃으며 말했다.

"아니, 만약 다른 사람이라면 당연히 죽였을 거다. 그러나 너는 다르다. 만약 네가 충분한 대가를 내놓으면 풀어줄 수 있어."

"너희들에게 대가를 달라고? 무슨 대가를 말하는 거지?"

진남은 동소허가 의리 없어 마음에 들지 않지만 말을 잘한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말은 마치 그들 사대 가문이 그에게 크나큰 은혜를 베푼 것처럼 들렸다.

이때 서풍소가 나서서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무연각의 비밀만 우리 사대 가문에 넘기면 된다. 우리는 그렇게 많은 걸 요구하지 않는다."

다른 세 사람도 모두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대 가문의 다른 제자들은 눈이 심하게 흔들렸다.

그들은 그제야 진남에게 무연각의 비밀이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 비밀은 수많은 거물이 눈독을 들이는 것이었다.

"무연각의 비밀? 많은 걸 요구하지 않는다고?"

진남이 어이없어하며 웃었다.

동악호가 천리전음표를 써 고작 동소허 등 청년 천재들만 오게 했기 때문이었다. 즉, 무왕 경지의 강자가 아예 없다는 것이었다.

현재 진남의 실력이라면 동소허 같은 수준은 족히 서른여섯 명이 있어도 두렵지 않을 것이었다.

오히려 그는 이들이 이익에 눈이 멀어 자신들이 위험에 처한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진남이 그들에게 재화를 빼앗을 생각을 하지도 않았는데 되려 그들이 자신에게 무연각의 비밀을 내놓으라고 하다니, 황당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진남의 안색이 변했다.

"재미있군, 재미있어. 상도맹도 나에게서 뺏지 못했는데 고작 너희 사대 가문이 무연각 비밀을 내놓으라고 하다니, 도대체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긴 거지?

용서해 줄 테니 동소허는 몸에 있는 저장 주머니를 전부 내놓거라. 그 외의 다른 사람들은 그냥 도망가도 괜찮다."

진남은 동소허와 같은 비열한 사람을 오래전부터 매우 혐오했다. 그래서 그는 동소허의 체면을 조금도 봐주지 않았다.

반면, 다른 삼대 가문에 대해서는 되도록 관용을 베풀려 했다.

사대 가문의 제자들은 진남의 말을 듣고는 황당해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들은 진남의 소문을 익히 들었었지만, 이 정도로 안하무인일 줄은 몰랐다.

"너……!"

동소허의 얼굴이 시뻘게지고 노기등등했다.

'나만 몸에 지니고 있는 저장 주머니를 모두 내놓으라니? 이건 대놓고 나를 모욕하는 거잖아.'

"너는 무슨 너. 뭐 어쩌라는 거냐?"

진남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너는 동생이 부족하다고 그를 모욕하고 관계를 끊으려 했다. 그리고 이익 때문에 비적들처럼 나를 약탈하려 했다. 너 같은 사람은 짐승보다도 못하다. 만약 내가 너의 아버지라면 분명히 너 때문에 화병이 나서 죽었을 것이다."

그의 말은 칼처럼 예리하게 동소허의 신경을 건드렸다.

임자소 등도 모두 진남의 말에 화가 나 속이 터져 죽을 뻔했는데 동소허는 어떠하겠는가?

"이놈! 죽여버릴 거다!"

동소허의 눈이 시뻘게졌다. 그는 분노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크게 소리치면서 진남을 향해 달려갔다.

동소허의 몸에서 진기가 뿜어 나와 용머리를 이루어 하늘을 향해 포효하고 권의가 꿈틀거리며 주위를 흔들었다.

동씨 가문에서 가장 강한 무예인 용소권(龍嘯拳)이었다.

"하하하! 가소롭구나!"

진남이 전의를 불태우며 한 걸음 크게 내딛더니 마찬가지로 주먹을 한 방 날렸다.

아무런 초식도 없는 주먹질이었다. 하지만 그의 주먹 끝에서 뿜어 나온 권의는 대성입미지경이었다.

동소허의 권의는 진남의 권의에 비하면 시냇물과 바다의 차이었다.

쿵!

큰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동소허는 비명 소리를 내며 세 장 밖으로 튕겨 날아갔다. 그의 몸에서 피가 흩날렸다.

"이건…… 대성입미지경?"

삼대 천재들과 제자들은 입을 떡 벌렸다.

그들은 진남이 대성입미지경을 장악했을 줄은 몰랐다.

"동룡창(東龍槍)!"

한 방에 튕겨 나간 동소허는 더욱 분노했다.

그는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저장 주머니에서 길이가 한 장이나 되는 긴 창을 꺼냈다. 창은 온통 금빛이었고 용 무늬가 둘러져 있었다. 교룡의 이빨로 창날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창날에선 하늘을 찌를 듯 예기가 뿜어져 나왔다.

동소허는 손에 긴 창을 들고 창의를 폭발시켰다. 창에서 끝없는 강기가 솟아나 용이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진남을 뒤덮었다.

"창이 괜찮구나. 최고급 영기에 위력이 평범하지 않아."

진남은 전신의 눈을 움직이면서 자세히 동룡창을 관찰하고 한편으로 백현팔보를 펼쳤다. 그는 동소허의 창법을 산보를 하듯이 가볍게 피해냈다.

그는 그러면서 동룡창을 흥미롭게 관찰했다.

"너희들 아직도 손을 쓰지 않느냐!"

동소허는 수치스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자신의 살초가 진남을 조금도 상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서풍소와 남진은 진남이 나타낸 강대한 전력에 잠시 고민하고는 말했다.

"좋아, 비밀만 알아내면 된다. 그래도 그의 목숨을 건드려서는 안 돼."

서풍소와 남진이 전투에 뛰어들었다.

북유는 두 눈에 망설임이 조금 스치더니 한참 있다가 손을 썼다.

서풍소는 사나웠고 남진은 기이해서 종잡을 수 없었고 북유는 예리하고 독했다.

삼대 천재가 달려들자 진남이 받는 압력이 배로 증가했다.

네 사람은 마치 그물을 뿌려 조이는 것처럼 진남을 못 도망가게 하는 것 같았다. 일종의 교묘한 전법이었다.

진남은 전신의 눈을 움직여 진법의 형세를 다 파악했다. 그는 네 사람이 가까이 왔을 때 오만 고도를 뽑았다. 고도는 한 줄기 경천도의를 뿜어 사납게 동소허를 베어냈다.

그는 동소허를 혼내주고 싶었다.

동소허는 소름이 끼쳤다. 경천동지하는 도기를 마주하니 엄청난 죽음의 위기를 느꼈다.

"서풍소! 구해줘!"

동소허가 비명을 질렀다.

서풍소는 동소허가 죽으면 형세가 좋지 않아진다는 걸 알았기에 망설이지 않고 뛰쳐나갔다. 그의 등 뒤에 아홉 갈래의 노란 빛이 반짝이더니 현묘한 방패가 떠올랐다.

무혼 방패는 동소허의 몸에 떨어져 동소허를 단단히 감쌌다.

쿵!

무시무시한 도의가 무혼 방패에 부딪히는 소리가 폭발했다. 무혼 방패가 세게 흔들리자 노란빛이 어두워졌다.

서풍소는 신음을 흘리더니 안색이 창백해졌다.

진남의 공격은 대단했다. 하마터면 못 막을 뻔했다. 하지만 막긴 막았지만, 중상을 입었다.

남진, 북유의 안색이 시커메졌다. 그들은 서풍소의 무혼이 강대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진남의 공격 한 번에 큰 충격을 받는 걸 보고 심장이 졸아드는 것만 같았다.

동소허는 혼이 나가 전의를 상실할 것만 같았다.

동소허가 아직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진남이 차갑게 웃더니 등 뒤에서 고도를 한 자루 뽑아 들어 휘둘렀다. 두 고도가 순식간에 방대한 도의를 폭발해 벼락이 치는 것처럼 동소허를 공격했다.

'첫 번째 칼로 끝이 아니다, 두 번째 칼을 막을 수 있느냐?'

동소허는 방금 위기를 넘었는데 진남이 바로 그에게 다시 한번 살초를 펼칠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는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고도를 보자 털이 거꾸로 서고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전무허발!"

동소허는 무혼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무혼은 하나의 긴 활로 이름은 추풍이었다.

그는 즉시 손으로 추풍을 잡고 빠른 속도로 여든여섯 개의 화살을 날렸다. 두 손이 마치 잔영처럼 긴 화살을 끊임없이 쏘아내어 하늘 가득 화살 비를 만들어냈다.

펑! 펑! 펑!

연이은 폭발음과 함께 그가 쏜 화살이 하나하나 모두 부서져 나갔다.

두 고도의 위력은 많이 약해졌지만 결국 부술 수는 없었다. 동소허는 다시 한번 튕겨져 날아가 피를 토했다. 앞서 상처 입은 몸이 더욱더 처참해졌다.

서른여 명의 제자들은 모두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허, 사대 천재의 포위에도 밀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되려 동소허에게 중상을 입히다니.'

"좋은 기회다!"

서풍소, 북유, 남진 세 사람은 동소허를 무시하고 크게 외치며 몸을 날려 진남을 포위했다.

"일월환!"

경상을 입은 서풍소가 먼저 손을 썼다. 그는 팔찌 하나를 꺼내 진남을 향해 던졌다.

팔찌는 손바닥만 한 크기에 영롱하게 영광을 내뿜고 있어 마치 일월 같았다.

내던져진 팔찌는 순식간에 커지더니 하나의 큰 환이 되어 진남의 몸을 비췄다.

진남은 몸이 굳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골격, 혈액, 진기가 모두 거대한 힘의 압박을 받아서 그는 걸음을 떼기 힘들었다. 마치 몸에 만 근이나 되는 돌을 짊어진 것 같았다.

"이것도 대단한 영기구나!"

진남은 놀라지 않고 되려 기뻐했다. 그는 전신의 눈을 움직여 일월환을 관찰했다.

"남진! 북유! 어서 살초를 써 진남을 진압해라!"

서풍소가 일월환을 움직이며 크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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