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화 천리전음표
"이건……"
진남의 표정이 밝아졌다.
동씨 가문의 여덟 제자들은 동악호를 제외하고 모두 저장 주머니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삼사만 알의 선천단을 꺼냈다. 또 일부 가격이 비싼 상처를 치료하는 성약도 있었다.
거기다 진남은 전신의 눈을 움직여 동악호의 저장 주머니에 삼십만 알의 선천단, 그리고 가격이 몇 십만 알의 선천단에 맞먹는 영약 몇 십 알, 그리고 더 진귀한 상처를 치료하는 성약이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진짜 부유하구나!'
진남의 심장이 빠르게 두근거렸다.
일곱 명의 동씨 가문 제자에 동악호의 저장 주머니까지 합하면 거의 오백이십만에 가까운 선천단이었다. 이는 오만 이천 알의 무왕단이었다.
진남은 힘들게 빙갑고충을 죽여 무왕단을 사천 알밖에 얻지 못했는데 비교도 되지 않을 양이었다.
"아니다. 사대 가문은 낙하왕국의 정상급 가문이지만 사대 종문과 비할 수 없다. 동악호 등이 동씨 가문의 천재도 아닌데 왜 다들 이렇게 많은 단약을 갖고 있지?"
진남은 재빨리 단약들을 저장 주머니에 넣고는 차가운 눈길로 동악호 등 여러 사람을 보며 물었다.
"이렇게 방대한 단약을 너희들이 어떻게 얻은 거냐?"
동악호 등은 진남이 무서웠지만, 아직 조금의 이성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함부로 말하지 못하고 모두 침묵을 지켰다.
이 모습을 본 진남은 묘묘 공주가 자주 내는 웃음소리를 내더니 등 뒤에서 천천히 오만 고도를 뽑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너희들이 말하지 않으니 손을 쓸 수밖에 없다. 차례대로 하나하나 죽일 거다. 만약 스스로 입을 열면 살려주겠다. 그럼 너부터 시작하자."
진남의 칼끝이 동악호를 가리켰다.
"헉……!"
동악호는 칼끝의 차가운 도의를 느끼자 마치 얼음구멍에 빠진 것처럼 두려움이 솟아올라 당황하며 말했다.
"손, 손을 쓰지 말거라. 말할게, 말하면 되잖아?"
이어 동악호는 사정을 차근차근 말하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듣고 난 진남은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사대 가문은 이번에 용호산맥에 들어오면서 가문의 대다수의 무왕 경지, 선천 경지의 존재들을 움직였고, 때문에 이들의 몸에 대량의 자원을 지니게 했던 것이었다.
게다가 동악호는 동씨 가문 가주의 아들로서 천부는 보통이지만 각별한 우대를 받았던 것이었다.
"사대 가문에서 이번에 씀씀이가 작지 않은데……"
진남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그는 동악호에게 사대 가문이 이번에 용호산맥에 들어와 자리 잡은 비밀을 물어보려고 하는 순간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고작 선천 경지 이 단계의 제자들이 이렇게 부유한데 그럼 선천 경지 오 단계, 선천 경지 육 단계의 제자들은 얼마나 방대한 단약을 가지고 있을까?
만약 사대 가문의 제자들을 전부 약탈한다면 내가 빚진 채무를 완전히 갚을 수 있지 않을까? 운이 좋으면 완전히 갚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단약이 남을 수도 있을 거야.'
진남은 가슴이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아니, 아니야. 이런 일은 하면 안 돼……"
진남은 한참 발버둥쳐서야 겨우 마음의 탐욕을 내리눌렀다.
약탈을 통해 그는 빠르게 단약을 얻을 수 있었지만, 그는 묘묘 공주가 아니었다. 이런 수법은 그의 원칙에 위배되었다.
그는 이제껏 그를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건드리지 않았다.
이번에 그가 동악호 등을 약탈한 건 동악호가 연속 두 번이나 그의 일을 방해하고 또 그의 구변화를 넘보았으며, 그의 권고를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진남은 마음 편하게 그들을 약탈했던 것이었다.
"이번엔 너희들을 살려주겠다."
진남은 동악호 등 사람을 힐끔 보더니 돌아서 떠나가려 했다.
이때 눈에 두려움이 가득해 땅에 누워있던 동악호가 이를 악물었다. 그는 결심한 듯 품에서 부적을 꺼내 진기를 주입해 태웠다. 부적은 한 줄기 현묘한 빛으로 변해 하늘로 솟아올라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아니……!"
진남의 안색이 변했다.
하늘로 날아간 부적은 천리전음표였다. 일회용 영기였다. 사용하면 자신의 위치, 일 등을 모두 전해 넣어 천 리 내에 전달할 수 있었다.
천리전음표는 가격이 비싸 강대한 세력이라도 급한 시기에만 사용했다.
진남은 그에게 진압된 동악호가 천리전음표를 숨겼다가 그의 뒤통수를 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내가 너를 만만히 봤구나."
진남이 돌아서서 아무런 표정이 없이 동악호를 보며 말했다.
"너의 이런 행동이 너를 목숨을 잃게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제자들까지도 죽게 만들 거라는 걸 모르느냐?"
다른 동씨 가문의 제자들은 진남의 말을 듣고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동시에 조금의 원망도 드러났다.
동악호는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여전히 이를 악물고 말했다.
"용호산맥은 외부인이 들어올 수 없다. 설령 오늘 너에게 죽더라도 나는 네가 용호산맥에 들어온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야만 한다. 그래야 네가 우리 가문의 대계를 방해하지 못할 것이니 말이다."
진남은 그를 다시 보게 됐다.
그는 동악호가 가문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 용기는 실로 존경할 만했다.
"난 너를 죽이지 않을 거다."
진남은 담담하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는 동악호 등 사람들이 경악하고 있을 때 발끝을 튕겨 신속히 떠나려 했다.
동악호가 천리전음표를 썼으니 분명 동씨 가문의 강자들을 불러올 것이었다. 만약 선천 경지 팔 단계 이하면 두려워할 필요 없을 테지만 만약 선천 경지 팔 단계를 넘은 강자거나 혹은 무왕 경지의 강자일 수도 있었다.
설사 진남이 전력이 크게 강해졌다고 하더라도 그런 강적을 만나면 아직 대응할 수 없었다.
이때 휙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줄기 빛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왔다.
이 빛은 하나의 화살이었다. 이 화살은 화살촉에서 청록색의 빛이 반짝거렸다. 빛이 크게 눈부시지는 않았지만, 동악호와 여러 제자들의 눈에 한 가닥 희망이 타오르게 만들었다.
"하?"
진남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동씨 가문의 강자가 이렇게 빨리 올 줄 생각지 못했다. 활을 쏜 사람은 경지가 보통이 아니었다. 선천 경지 육 단계의 존재였다.
"독화살로 하나론 나를 막을 수 없다!"
진남은 전신의 눈을 움직였다. 다른 사람들 눈에 전광석화와도 같은 화살이 그의 눈에는 빈틈투성이였다.
그는 살짝 움직여 지나쳤다. 속도를 늦추지 않고 오히려 높여 더 빠르게 사라졌다.
휙! 휙! 휙! 휙! 휙!
진남이 도망가기 전에 열 갈래나 되는 하늘을 찢는 소리가 울렸다. 녹색 빛을 반짝이는 화살 열 대가 열 마리의 수리처럼 수림을 가로질러 날아왔다. 쏜살같은 속도로 날아와 대진을 만들어 상하좌우를 봉쇄하여 도망갈 수 없게 했다.
"신기합일 원만지경? 괜찮은 수준이구나!"
진남의 눈이 반짝였다. 이런 대진은 배치되기만 하면 위력이 절묘했다.
진남은 전신의 눈이 있어 설사 대진이 현묘하다 해도 한눈에 빈틈을 보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대진의 저격을 받자 진남은 시간을 지체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앞쪽 수림에서 강대한 기운이 신속히 돌진해오더니 진남이 떠나기 전에 사람들 앞에 도착했다.
화복을 입고 등과 허리 사이에 다섯 개의 화전통을 걸고 눈썹 사이가 동악호와 은근히 비슷한 청년이었다.
"형님!"
동악호는 온 사람을 보고 기뻐하며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얼굴의 상처가 당겨서 험상궂은 표정을 지었다.
다른 동씨 가문의 제자들은 전의 두려워하던 기색이 모두 사라지고 흥분하기 시작했다. 한 제자는 담이 작은 데다 오랜 고달픔을 겪고 나니 참지 못하고 울기 시작했다.
"소주! 드디어 오셨군요. 소주께서 오시지 않았다면 우리는 모두 이 녀석에게 죽었을 거예요."
소주라 불린 청년은 동씨 가문 소주인 동소허(東少虛)였다.
동소허는 그 말을 듣고 소리쳤다.
"입 다물거라!"
제자들은 모두 놀라 입을 다물었다.
동소허의 눈길이 동악호의 몸에 꽂혔다. 동악호의 처참한 모습을 본 그는 얼굴에 싫어하는 기색을 띠며 말했다.
"동악호, 너처럼 이렇게 나약한 사람은 나의 동생이 될 자격이 없다. 외부인에게 이렇게 괴롭힘이나 당하고 진짜 창피하구나. 이제부터 네가 다시 나를 형이라고 부르면 가만두지 않겠다."
동악호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는 몸을 떨기 시작했다.
동소허가 진남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손을 쓰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
"연속 두 번이나 나의 살초를 피하는 걸 봐선 너도 평범한 인물이 아니구나. 지금 바로 이름과 신분을 말하면 내가 너의 배후 세력을 생각해 너를 살려줄 수도 있다."
"너 따위는 알 자격이 없다."
진남이 차갑게 웃으며 비아냥거렸다.
그는 동소허가 매우 눈에 거슬렸다.
동소허는 가주의 아들이고 동악호의 형님인데도 동생이 곤경에 빠진 것을 보고 조금도 마음 아파하지 않고 오히려 큰 소리로 책망하고 모욕하고 욕했다.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형제간의 정도 생각하지 않는 것은 짐승과 별 차이가 없었다.
진남은 이런 사람을 제일 혐오했다.
때문에 그는 떠나려는 생각을 바꿔 동소허가 도대체 어떤 수준인지 확인하려고 했다.
그리고 혹시 동씨 가문의 무왕 경지 강자를 만나더라도 그는 전음표를 날려 묘묘 공주와 연락할 수 있었다. 묘묘 공주에게 빚을 지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동악호와 다른 동씨 가문 제자들은 황당했다.
그들은 진남의 실력을 본 적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동소허에게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동소허가 어떤 사람인가?
그는 동씨 가문의 제일 천재이고 황급 구품 무혼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수련한지 몇 년밖에 안 되었지만 선천 경지 육 단계에 달했고 신기합일 원만지경을 장악했다.
거기에 익힌 전술을 더하면 사대 종문의 천재들한테도 밀리지 않을 것이었다.
"너……!"
동소허의 안색이 굳어졌다. 이어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분노를 억누르며 차갑게 말했다.
"내 추측대로라면 너는 아마 선천 경지 육 단계에 도달했겠지. 너의 나이로 보아 아마 사대 종문의 제자인 거 같구나. 날뛰고 오만할 만하다. 그러나 설령 네가 천재라고 해도 내가 무릎을 꿇으라고 하면 너는 반드시 꿇어야 한다."
말이 떨어지자 수림 속에서 강대한 기운들이 연달아 솟아올랐다. 족히 서른여섯 갈래나 되였다.
그중 스무 갈래의 기운은 이미 선천 경지 사 단계에 달하고 열두 갈래는 선천 경지 오 단계에 달했고 또 세 갈래는 선천 경지 육 단계에 달했다. 동소허보다 전혀 약하지 않았다.
수림 속에서 하나의 군대가 밀려오는 것만 같았다.
진남의 두 눈이 살짝 굳어졌다.
탁 탁 탁!
이때 다급한 발소리와 함께 그림자가 연속 수림 속에서 뛰쳐나왔다.
제일 먼저 나타난 것은 세 명의 젊은이와 두 명의 여자였다. 다섯 사람은 긴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다. 소맷자락에는 금이 박혀있고 이마에 주홍색의 '서'자가 하나 있었다.
바로 서씨 가문의 천재들이었다.
다섯 사람 중에서 맨 앞에 선 사람이 특히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그 사람은 붉은색 단발을 하고 있었는데 머리카락이 가닥가닥 일어서고 짙은 눈썹에 큰 눈을 갖고 용모가 호탕했다.
하지만 체구가 크고 훤칠한 동시에 몸이 허약했다. 두 가지 확연한 대비는 매우 이상하게 느껴졌다.
동악호와 다른 동씨 가문의 제자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