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화 구변화(九变花)
진남은 빙갑고충의 지혜가 진법을 펼칠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지 못했다.
설사 그에게 전신의 눈이 있어 진법의 약점을 관찰해낼 수 있다고 해도 이백 마리나 되는 빙갑고충이 만든 열다섯 개의 진법에는 맞설 수 없었다.
"설령 취천일격을 펼친다고 해도 소용이 없을 거야. 지금은 오직 한 갈래의 길만 갈 수 있어."
진남의 두 눈이 날카로워지더니 전의가 미친 듯이 불타올랐다.
그는 전신의 혼의 주인이었다. 한데, 고작 빙갑고충들이 어찌 그를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죽어라!"
진남은 전신의 눈을 최대치로 움직이고 두 손에 칼을 들고 살초를 뿜었다.
쿵! 쿵! 쿵! 쿵! 쿵!
연이은 폭발음이 빠르게 울려 퍼졌다.
진남은 전신의 눈을 이용해 형세를 꿰뚫어 보고 몸을 빠르게 움직여 빙갑고충들을 하나하나 베었다.
그러나 그는 전신이 아니었다. 그가 전력을 다해 움직이고 있어도 많은 공격이 빗방울처럼 그의 몸에 떨어졌다.
순식간에 진남의 머리가 산발이 되었고, 입고 있는 옷에 크고 작은 구멍이 생겼다.
구멍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 진남의 모습은 매우 처참했다.
진남의 진기가 매우 빨리 소모되었다. 만약 이대로 계속 간다면 버틸 수 없었다.
"무작정 부딪쳐서는 안 되겠어! 냉정해야 해!"
'냉정하자, 냉정하자!'
진남은 싸우면서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외치며 자신을 일깨웠다.
그는 전신의 혼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렇게 계속 무모하게 행동하면 그 끝은 결국 죽음밖에 없을 것이었다.
"방어력이 진짜 너무하구나! 만약 이 방어력만 없다면 오백 마리라도 완전히 진압할 수 있을 텐데."
"아니면, 불을 다룰 수 있는 수단만 있었어도……"
진남의 진기가 끊임없이 흩어졌다. 체력도 빨리 소모되어 천천히 무력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남은 희망을 꽉 잡고 포기하지 않고 머리를 쥐어짜면서 골똘히 생각했다.
이때 진남의 머릿속에 한 줄기 빛이 스쳤다.
"빙갑고충은 불을 무서워해!"
"그러니 불과 연관되는 무예를 만들면 되잖아?"
진남은 정신을 번쩍 차렸다. 그는 어릴 적에 이미 도법을 창조한 적이 있었다. 지금 그의 경지, 무혼, 경력 등이 그때보다 크게 제고되었으니 불과 관련된 무예를 창조하는 건 별로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다.
어차피 어떤 무예든 모두 사람이 만들어 낸 것이었다. 누군가가 만들 수 있다면 그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었다.
"좋아! 서두르자!"
진남은 희망을 무예 창조에 걸었다.
그는 순식간에 일심이용의 상태에 들어갔다.
그의 몸은 진기를 소모하여 두 고도를 휘두르며 빙갑고충을 죽였다.
그의 다른 절반의 생각은 무예 창조에 빠져들었다.
'나는 도법에 능하다. 그러니 도법 무예를 만들 수 있을 거야.'
'전에 빙산참 무예를 본 적 있어. 한번 칼을 휘두르면 얼음 바람이 부는 빙산참에는 강한 얼음의 힘이 담겨있었지. 그렇다면 그 원리의 반대로 불의 힘을 가진 도법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야.'
그는 일심이용을 하다 보니 몸이 전처럼 그렇게 민첩하지 못했고, 전신의 눈이 약점을 관찰하지도 못했다. 때문에 그의 몸은 그저 본능적으로 움직이기만 했기에 빙갑고충의 공격을 전혀 피할 수 없었다.
전에 빙갑고충이 열 번 공격하면 여덟 번은 피하고 두 번만 맞았다면, 지금은 한 번밖에 피할 수 없었고 아홉 번을 맞아야 했다.
진남의 몸은 부담이 짧은 시간에 배로 급증했다.
펑! 펑! 펑!
빙갑고충의 연이은 공격이 진남의 몸에서 끊임없이 폭발했다.
진남의 몸은 끊임없이 밀려 몸에 구멍이 났고 기운은 더 곤두박질쳤다.
만약 일반사람이었다면 아마 일찍이 비명을 지르고 전의가 완전히 사라졌겠지만, 진남의 의식은 이미 일찍 무아지경에 빠져 모든 감각을 무시했기에 육신의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빙갑고충들은 감각기관이 매우 예민했다. 그들도 진남의 변화를 느끼고 더 난폭해져서 더 강력하게 진남을 때렸다.
진남의 육신은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열 마리의 빙갑고충이 예민하게 변화를 느끼고 빠른 속도로 진남을 공격해 왔다.
일촉즉발의 순간에 진남의 두 눈동자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 나왔다. 전신의 눈의 작용하에 시간추가 늦춰진 것처럼 빙갑고충의 속도가 열 배나 느려졌다. 진남이 순식간에 몸을 날려 열 마리의 빙갑고충을 모두 피했다.
"취천일격! 천지를 모으고, 바다를 모으고, 산천을 모으고, 만물 전체를 모으리!"
"나는 집결의 묘로 천지의 화력을 한데 모아 도신에 넣는다!"
진남의 말투가 높아지더니 그의 몸에서 뜨거운 파도가 뿜어 나왔다.
주위에서 공격해오던 빙갑고충들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들의 눈에 한 가닥의 두려움이 드러났다.
진남은 두 눈으로 예리하게 바라보며 크게 소리쳤다.
"취화검법을 만들었으니 지금 쓰지 않으면 언제 쓴단 말이냐?"
쏴!
두 고도가 뿜어낸 진기가 활활 타오르는 화염으로 변해 끊임없이 불타올라 주위의 온도를 신속히 높였다.
그는 마치 난염문의 제자가 된 것처럼 고급 화도공법을 사용했다. 온몸에서 뜨거운 파도가 솟아올라 주위의 모든 것을 증발시켜버렸다.
"죽어라!"
진남은 다시 한번 손에 화도를 들고 화인처럼 빙갑고충을 덮쳤다.
쿵! 쿵! 쿵! 쿵!
빙갑고충이 화도의 공격에 부딪히자마자 고목처럼 부서지기 시작했다. 몸이 순식간에 가루가 되는 게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진남은 잠깐 사이에 모두 육십 마리의 빙갑고충을 베여 죽였다. 아무런 막힘도 없었다.
살아남은 빙갑고충들은 모두 놀라 날개를 움직이며 사방으로 뿔뿔이 도망쳤다. 좀 전의 기세는 조금도 없었다.
"하하하!"
진남이 크게 웃었다. 그의 몸에서 전의가 짙게 솟아올랐다.
그는 백현팔보를 펼쳐 빙갑고충 무리 속으로 뛰어 들어가 빙갑고충을 보이는 족족 진압했다.
'통쾌하다! 정말 통쾌하다!'
그는 방금 죽음의 고비에 다다랐었다. 마치 칼끝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그는 한 켠으로 죽음이 닥쳐오는 공포감을 느끼면서 한 켠으로는 분초를 다투어 무예를 창조하였다.
창조한 무예를 통해 그 무섭던 빙갑고충을 진압하게 되자 그는 커다란 만족감을 느꼈다.
진남은 신이 나서 손에 고도를 들고 날뛰었다.
반 주 향이 타는 시간 내에 진남은 족히 이백서른여섯 마리의 빙갑고충을 격파했다. 일부의 빙갑고충만이 도망칠 수 있었다.
"휴, 통쾌하구나!"
진남은 몸에 부담이 가득했지만, 기분은 오히려 매우 좋았다.
"우선 요핵을 챙기자!"
진남은 빨리 마음은 징정시키고 요핵을 긁어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마음이 꽤 아파졌다. 이번에 그가 처음으로 취화검법을 펼친 것이라 제대로 통제할 수 없었다. 때문에 빙갑고충이 요핵까지 다 타서 가루가 되었다.
그래서 그는 겨우 요핵을 사십 개밖에 얻지 못했다.
"사십 개의 요핵이라도 사십만 알의 선천단을 바꿀 수 있어. 사천 알의 무왕단이야."
진남은 요핵을 주머니에 넣고 자신을 위로했다. 그리고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신속히 부상을 돌봤다.
세 시진이 지난 후 진남의 몸 안의 진기가 원만하게 회복됐다. 다만 몸에 난 상처는 영단묘약의 도움이 없는 상황이라서 육 할밖에 회복하지 못했다. 적지 않은 곳이 조금씩 아팠다.
"지금이라면 칠 할 정도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어. 선천 경지 오 단계 정도지만, 용호산맥에서 다니는 건 충분할 거야."
진남은 지체하지 않고 일어나 두 번째 지도를 펼쳤다.
그는 빨리 묘묘 공주의 임무를 끝내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요수를 사냥하면서 자신을 연마하고 싶었다.
두 번째 지도는 구변화였다. 진남이 있는 곳에서 십 리도 안 되게 떨어져 있었다.
"가자!"
진남은 몸을 날려 수림 속으로 사라졌다.
* * *
반 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난 후 진남은 엄숙한 표정으로 큰 돌 위에 서 있었다.
그의 앞에 수림이 있었다. 수림은 매우 괴상했다. 나뭇가지가 크고 나뭇잎이 무성해 온통 시커멨다. 수림이 하늘의 햇빛을 막아서 매우 음침했다. 마치 깊은 곳에 도깨비가 숨어있는 것만 같았다.
"이상하다, 이상해."
진남은 중얼거리며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지도에 따라 이곳에 도착했을 때 전신의 눈을 움직였다.
칠흑 같은 수림 속에는 아무 요수도 없었다. 또한 아무 영약도 없을 뿐만 아니라, 구변화의 그림자는 더더욱 볼 수 없었다.
수림은 매우 조용했는데 너무 조용해서 무서울 정도였다.
때문에 그는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
"묘묘 공주가 나에게 준 지도는 분명 틀린 데가 없을 거야. 그런데 두 가지가 걸리네. 이미 다른 사람이 구변화를 가져갔어. 그리고 이 칠흑 같은 수림 속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 있어……"
진남이 중얼거렸다.
"만약 내가 구변화를 얻지 못하면 묘묘 공주는 분명 책망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 여기에 몸을 숨겨 좀 기다리자. 만약 연속 이틀 동안 종적이 보이지 않으면 그녀도 할 말이 없을 것이야."
진남은 결심하고 전신의 기운을 거두고 은닉한 곳에 숨어 꼼짝하지 않았다.
두 시진이 흘렀지만, 칠흑 같은 수림은 아무런 이상이 없이 여전히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
"일심이용!"
진남은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주위를 관찰하는 동시에 그는 순식간에 무아지경에 들어갔다. 사유를 통해 무예를 수련하기 시작했다.
하루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났다.
진남의 몸에 흰 서리가 한 층 덮였다. 낙엽도 적지 않게 떨어졌다. 그는 생명력을 잃은 것처럼 눈빛이 죽어있었다. 만약 은은하게 있는 듯 없는 듯한 기운이 아니면 조각으로 알 것만 같았다.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 아무런 수확도 없었다. 하여 진남은 무예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그때 진남의 전신의 눈이 기묘한 파동을 포착했다. 그의 눈빛이 굳더니 현묘한 상태에서 벗어났다.
"어떻게 된 일이지?"
진남은 즉시 정신을 차리고 그 기묘한 파동을 따라 수색하기 시작했다.
칠흑 같은 수림 속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고목 나뭇가지가 마치 생명이 있는 것처럼 땅에서 움직이며 나지막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뭇가지?"
진남은 정신을 집중하여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내 그의 얼굴에 놀라운 기색이 드러났다.
이건 고목 나뭇가지가 아니라 구변화가 변한 것이었다.
"이 중요한 걸 잊다니. 구변화는 이름과 같이 아홉 가지로 마음대로 바꿀 수 있어. 그러니 일반 사람은 분별할 수 없을 거야. 설령 눈동자의 비술을 갖고 있다 해도 구변화의 오묘한 변화를 발견하기 힘들 거야."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땅에서 움직이는 나뭇가지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는 급히 손을 쓰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곧이어 하늘에서 우렁찬 새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거대한 요새 한 마리가 울부짖으며 지나가더니 광풍이 불기 시작했다.
요새는 길이가 한 장이나 되었다. 온몸의 깃털이 시꺼먼 것이 마치 한 층의 영기 갑옷을 입은 것 같았다. 깃털은 빛을 받으니 반짝반짝 빛났다.
진남은 속으로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