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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20화 (120/1,498)

120화 빙갑고충

진남은 요수, 다른 제자와는 싸워봤지만, 천지영보를 잡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백현팔보!”

진남이 강한 속도를 폭발했다. 번개가 번쩍인 것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귀허석을 따라잡았다.

귀허석의 흔들림도 더욱 강렬해졌다. 마치 살초를 만들어내는 듯했다.

진남은 그 움직임을 미리 읽어내고 주저하지 않고 오른손으로 다시 한번 등에서 폭노 고도를 뽑아냈다. 두 개의 고도가 십자로 교차되자 도의가 폭발해 귀허석을 사정없이 내리눌렀다.

쿵, 쿵, 쿵!

연이은 폭발에 강렬하게 흔들리던 귀허석이 점차 평온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저항을 포기한 것 같았다.

“그래 말 잘 들어야지.”

진남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어 귀허석을 잡으려 했다.

이때 귀허석에서 붉은색 빛이 번쩍이었다. 붉은색 빛은 돌에서 나와 수림으로 들어갔다. 마치 도움을 요청하는 것만 같았다.

“응?”

진남은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

진남은 처음으로 천지영보와 싸우는 것이었기에 붉은색 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그는 신경 쓰지 않고 손을 내밀어 귀허석을 잡아 저장 주머니 속에 넣었다.

귀허석이 무엇을 하려고 하든 상관없이 그를 잡기만 하면 됐다.

진남이 몸을 돌려 떠나려고 할 때 그의 등 뒤에서 급박한 윙윙 소리가 울렸다.

진남은 뒤돌아보았다.

머리가 작고 두 눈이 시뻘겠으며, 온몸에 두꺼운 빙갑이 덮인 요충이 열여섯 쌍의 고동색 날개를 움직이며 살기등등하게 진남을 향해 급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빙갑고충? 설마 귀허석의 호보요수(護寶妖獸)인가?”

진남은 보자마자 알아챘다.

천지영보는 생겨나서부터 모두 요수가 지키고 있었다. 그 요수는 호보요수라고 불린다.

빙갑고충은 명성이 자자한 요수였다. 온몸이 빙갑이라 상하게 만들기 힘들었다.

빙갑고충은 선천 경지 삼 단계의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방어에 특화돼 있었고 속도가 빨라 설령 선천 경지 사 단계에게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빙갑고충이 만약 총출동하면 설사 선천 경지 팔 단계의 고수라도 줄행랑을 놓을 것이었다.

물론 빙갑고충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불을 매우 무서워하여 만약 불로 공격하면 선천 경지 일 단계일지라도 쉽게 죽일 수 있었다.

“빙갑고충이 귀허석의 호보요수일 줄이야. 마침 요핵이 부족했는데 잘 됐다.”

진남이 크게 웃으며 도의를 살려 빙갑고충을 죽이려 했다.

이때 이변이 다시 한번 발생했다.

먼 곳에서 윙윙하고 흔드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소리가 지나가는 곳마다 대지가 흔들리고 수목이 넘어졌다.

“이건……?”

진남이 이마를 찌푸리고 전신의 눈을 움직여 하늘을 쳐다봤다.

그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한 마리의 빙갑고충이 온 것이 아니고 무리가 온 것이었다. 무리는 족히 삼백 마리는 넘어 보였다.

삼백 마리의 빙갑고충들이 귀청을 찢을 듯한 날개를 움직이는 윙윙 소리와 함께 마치 하나의 거대한 얼음 막처럼 햇빛 아래에서 눈부신 빛을 반짝였다. 거기에 경천동지하는 기세가 가해져 소름 끼치게 했다.

진남마저 이 광경을 보고 온몸의 털들이 모두 곤두섰다.

“젠장!”

진남이 욕을 내뱉고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백현팔보를 펼쳐 빠른 속도로 물러났다.

만약 몇십 마리의 빙갑고충뿐이었다면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삼백 마리나 되는 빙갑고충 앞에서는 설사 선천 경지 팔 단계의 강자라도 간담이 서늘해져 줄행랑을 놓았을 것이었다.

빙갑고충은 진남이 도망치려는 걸 보고 눈의 붉은색 빛이 커졌다. 마치 살기가 절정에 달 것 같았다. 빙갑고충 등 뒤의 열여섯 쌍의 날개가 더욱 빠르게 진동하기 시작하더니 속도가 세 배나 급증했다.

삼백 마리의 빙갑고충이 마치 하나의 거대한 광풍으로 변한 것처럼 진남의 머리 위를 뒤덮었다.

“실로 빠르구나!”

진남은 놀랐다. 그는 대성입미지경을 장악하여 백현팔보를 펼치면 속도가 번개처럼 빨랐다. 선천 경지 팔 단계마저 따라오기 힘든 빠르기였다.

한데, 빙갑고충은 선천 경지 삼 단계의 요수일 뿐인데 속도가 그보다 일 할이나 더 빨랐던 것이다.

“싸움을 피할 수 없겠구나, 그럼 나의 도의를 맛보게 해주마!”

진남이 과단성 있게 한 걸음 크게 내디뎠다. 그는 전진하며 하늘을 향해 뛰어올랐다. 왼손엔 탐욕, 오른손엔 분노를 들었다. 두 고도가 강력한 도기를 내뿜었다. 두 자루의 칼이 충막을 향해 내리질렀다.

펑펑! 펑펑!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남의 공격에 적어도 서른여 마리의 빙갑고충이 얻어맞았다. 하지만 그중에 단 세 마리의 빙갑고충만이 진남의 칼에 두 동강이 나 죽었을 뿐, 다른 빙갑고충들은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고 살짝 뒤로 물러섰을 뿐이었다.

“이 방어력은……”

진남의 눈가가 떨렸다. 그가 방금 휘두른 도의는 세 마리의 빙갑고충을 베여 죽이는 것 만으로도 이미 깨끗하게 소모되었다.

‘만약 이대로 간다면 백 번은 베야 싸움을 끝낼 수 있잖아?’

진남은 다시 재빨리 움직였다. 백 번을 베던 이백 번을 베던 물러날 수는 없었으니 결국 싸우는 수밖엔 없었다.

“슥 슥 슥 슥!”

진남이 다시 한번 손을 쓰기 전에 공격을 받지 않은 빙갑고충들이 갑자기 괴상한 소리를 냈다. 마치 분노의 울부짖음 같았다.

이어 빙갑고충들이 입을 벌리고 신속히 진남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사방팔방에서 진남을 겹겹이 포위하여 조금의 틈새도 남기지 않았다.

옆에서 보면 진남은 아래위로 모두 한 층의 두꺼운 빙갑고충에 둘러싸인 것처럼 보여서 이미 그 속에 삼켜진 것 같았다.

진남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위기의 순간에 그는 재빨리 전신의 눈을 움직여 빠른 속도로 모든 빙갑고충을 일일이 훑어봤다.

진남은 그들의 약점을 관찰하여 돌파하려 했다.

“여기다.”

진남의 두 눈이 약점에 고정됐다. 그곳엔 고충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아마 죽은 세 마리 고충의 빈자리를 미처 채우지 못한 것 같았다.

진남은 도의를 뿜으며 체내의 진기를 움직였다. 두 자루의 고도가 서로 엉키면서 놀라운 속도로 앞으로 나아갔다.

다른 빙갑고충들이 진남의 몸을 물려고 할 급박한 순간에 진남은 도기의 충돌을 빌어 연약한 곳의 빙갑고충을 뚫어 억지로 구멍을 냈다.

그는 몸을 날려 신속히 포위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그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빙갑고충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진남이 구멍을 내 그 속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몇십 마리의 빙갑고충이 거대한 암석으로 변한 것처럼 진남의 등 뒤에 부딪혀 일련의 폭발음을 냈다.

진남은 충격에 튕겨 나가 멀지 않은 바닥에 떨어졌다. 바닥에 커다란 구덩이를 한 개 냈다.

“켁! 켁……”

진남의 등 뒤에서 통증이 전해왔다. 방금 몇십 마리의 빙갑고충의 부딪침에 그는 등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는 작지 않은 상처를 입었고 이어 피를 몇 번 토했다.

진남이 요수와 싸우다 상처를 입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진남이 일어서기도 전에 빙갑고충들이 마치 승리자 마냥 득의양양해서 얼음 막으로 변해 달려들어 다시 한번 진남을 물려 했다. 그에게 몸을 추스를 시간을 전혀 주지 않았다.

“죽으려고 작정했구나!”

이 광경을 본 진남의 전의가 폭발했다.

‘요수 주제에 감히……!’

쿵!

큰소리와 함께 거대한 청색 빛이 진남의 등 뒤에서 반짝이기 시작했다. 전신의 혼이 우뚝 솟아올라 허공에서 차갑게 한 무리의 빙갑고충들을 내려다보았다.

빙갑고충들이 갑자기 행동을 멈추었다. 눈길에는 두려움이 드러났다.

현급 일품 무혼이 내뿜는 위압은 그들 같은 초급 요수에게는 커다란 위협이 되었다.

진남은 전신의 혼이 나타나자 전의가 더욱 짙어졌다. 마치 전쟁터에서의 위풍당당한 장수가 된 듯했다.

그는 빙갑고충이 오래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곧바로 몸을 솟구쳐 백현팔보를 펼쳤다.

“경뢰도법!”

진남의 손에 있는 두 자루의 고도가 경뢰가 터지는 소리를 냈다. 진남은 칼을 두 번 휘둘렀다. 칼은 마치 번개와 같았다.

쾅!

폭발음이 울리자 네 마리의 빙갑고충이 칼에 맞아 사라졌다.

빙갑고충들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찢어질 듯 소리를 질렀다. 분노가 극에 달했는지 다시 한 덩어리가 되어 진남을 향해 밀려왔다.

“잘 왔어.”

진남의 두 눈에 현광이 활짝 피고 전신의 눈을 끊임없이 움직여 이 한 무리의 빙갑고충의 비행궤도를 일일이 보아내고 규칙을 찾았다.

“경뢰도법!”

진남은 눈 깜짝할 사이에 또 칼을 두 번 휘둘러 빙갑고충 세 마리를 죽였다.

나머지 빙갑고충들이 울부짖으며 다가오자, 그는 달려가 싸우지 않고 왼발 끝을 살짝 튕기더니 재빨리 후퇴하고 오른발 끝을 살짝 튕겨 위로 떠올랐다. 변화무쌍하게 백현팔보를 발휘했다.

후! 후! 후!

진남의 호흡이 격렬해졌다. 그는 전신의 눈을 통해 약점을 관찰하며 동시에 머리로 계산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진기도 아주 많이 소모했기에 그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됐다.

그래도 꽤 효과가 있었다. 빙갑고충과 여섯 척이나 멀어졌다.

진남은 등 뒤의 칠종죄를 하나하나 뽑아 하늘에 뿌렸다. 손에 쥐고 있는 분노와 탐욕 두 자루의 칼만 제외하고 다른 다섯 자루의 고도가 모두 눈부신 도기를 폭발했다. 칼들이 허공을 찌르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고, 빙갑고충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멀리서 보면 마치 다섯 갈래의 번개가 허공을 격파하는 것 같았다.

이것이 진남의 계획이었다.

그는 전신의 눈을 이용해 빙갑고충의 약점을 통찰했다. 비행궤도를 알아내 그는 백현팔보를 통해 반대로 움직였다. 이에 빙갑고충이 궤도를 바꿀 틈이 없어 빈틈이 생겼고, 따라잡지 못하여 거리를 멀어졌다.

거리만 충분하면 진남은 다섯 자루의 고도로 한 번에 열 몇 마리의 빙갑고충을 죽일 수 있을 것이었다.

만약 계략대로만 된다면 빙갑고충들을 천천히 죽일 수 있었다.

“삼백 마리의 초급 요수면 삼백만 알의 선천단이야. 삼만 알의 무왕단과 바꿀 수 있어.”

진남의 가슴이 뜨거워졌다.

하지만 이변이 발생했다.

빙갑고충들 속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다섯 마리의 빙갑고충이 눈에 핏발을 세우며 끊임없이 울부짖었다.

빙갑고충 다섯 마리가 하늘을 뚫고 내려오는 다섯 자루의 고도에 부딪혔다.

펑! 펑! 펑!

폭발음이 연속 다섯 번 울리더니 빙갑고충이 다섯 자루의 고도에 잘려 산산이 부서졌다.

그러나 다섯 고도도 멈춰버렸다.

나머지 빙갑고충들이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사방팔방으로 날아가 다섯 자루의 고도를 피했다.

진남의 안색이 굳었다.

그는 빙갑고충이 무리를 위해 희생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다만 이것 시작일뿐이었다. 사방팔방으로 날아간 빙갑고충들은 마치 다섯 마리의 죽음으로 매우 분노한 것처럼 공중에서 신속히 갈라져 열다섯 무리로 변했다.

공격의 목표가 확대되었다.

“스르르! 스르르! 스르르!”

열다섯 무리의 빙갑고충이 일제히 진남을 향해 밀려오면서 일종의 진법을 형성했다. 진법을 통해 진남을 포위하여 죽이려 했다.

“응?”

진남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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