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화 묘묘 공주가 제일……
“일반인의 육체로 어떻게 진기를 방출해! 내 하인이라는 자가 그것도 모르다니, 한심하구나!”
묘묘 공주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언제 왔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진남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보고 선천 경지 삼 단계의 기운을 느끼자 이내 알아차리고 도움을 줬다.
진남은 그 말을 듣자 몸이 부르르 떨리더니 머릿속에 깨달음이 스쳐 갔다.
“일반인의 육체로 어떻게 진기를 배출하냐고……?”
“맞아. 그 말이 맞아.”
“내 육신은 진기의 힘을 감당할 수 없으니 당연히 방출할 수 없지.”
“그럼 진기는 내 몸에 가지고 있는 것이니 의지대로 움직여서 단전에 모을 수도 있고 주변에 모을 수도 있겠구나. 그래! 이게 바로 진기 방출이겠구나!”
진남은 생각이 확 트였다.
진남의 온몸에서 진기가 그의 몸 위로 한층 한층 솟아오르며 타올랐다. 타닥타닥 타는 소리가 들렸다.
진기 방출이었다.
진남은 두 눈을 천천히 뜨더니 진기의 방출을 느끼며 혼잣말을 했다.
“이게 진기 방출이구나. 즉 쉽게 말하면 체내의 진기를 흩어서 육신의 주변에 모이게 하는 게 진기 방출이군.”
진남의 두 눈이 밝아졌다. 그의 의념에 따라 몸 밖의 진기가 순식간에 큰 칼로 응집되어 허공을 향하여 내리쳤다. 도의는 하늘을 찌를 듯하고 살기가 사방팔방으로 발산되었다. 그 위력이 절묘했다.
대충 휘두른 한 방의 위력이 선천 경지 삼 단계 심지어 사 단계도 충분히 누를 수 있는 힘이었다.
“진기를 방출하니 참 강대하구나!”
진남은 심신에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이내 평온을 되찾고 묘묘 공주를 쳐다보며 말했다.
“공주, 전에는 내가 미안했어. 사과할게. 부디 용서해줘.”
묘묘 공주는 진남의 태도에 불쾌하던 기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그녀는 티를 내지 않고 여전히 차갑게 말했다.
“어른이 어른다운 배포가 있어야지. 그러니 너를 용서하겠다. 그리고 내가 너에게 가르침을 주었잖느냐. 어떻게 고마움을 전할 거냐? 나는 크게 바라는 게 없다. 십만이나 팔만 알 정도의 무왕단이면 충분하다.”
“......”
진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털어서 먼지 한 톨 안 나올 정도로 가난했다. 그러니 어디서 단약을 얻는다는 말인가.
전신의 혼을 현급으로 진급시키는 것도 구양군이 가져온 쉬체단 한 알 덕분이었다.
묘묘 공주는 눈으로 진남을 훑어보며 말했다.
“네 기운이 전보다 수십 배는 강해진 것 같구나. 게다가 신비하기까지 해. 나는 네가 뭘 어떻게 했는지 알고 싶다.”
묘묘 공주는 진남을 하찮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진남이 체내에 말로 형언하기 힘든 위압감을 품고 있다고 느꼈다. 게다가 무서울 정도로 신비한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은 보통은 발견할 수 없을 것이었다. 묘묘 공주만이 특이한 체질 때문에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공주, 때가 되면 알게 될 거다.”
진남이 웃으며 화제를 돌리려다, 중요한 문제가 생각이 났다.
전신의 혼이 진급했으니 그럼 전신의 눈도 변화가 있을까?
여기까지 생각한 진남은 부랴부랴 전신의 눈을 운행하여 묘묘 공주를 살폈다. 진남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전에 전신의 눈은 묘묘 공주가 무종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실 정도밖에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진남은 전신의 눈을 통해 묘묘 공주의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무종 경지의 최고봉에 도달했을 뿐만 아니라 조금만 더 수련하면 무황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
진남은 충격이었다.
진남은 묘묘 공주의 체내에 방대하고 무한하며 추측할 수 없는 힘이 숨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이 힘은 허약해진 상태였는데 크게 다친 것 같았다.
‘묘묘 공주 체내의 힘이 크게 다친 적이 있다는 건 전성기일 때 무종 경지를 훨씬 뛰어넘었다는 뜻인가?’
진남은 속으로 생각하더니 헛숨을 들이켰다.
묘묘 공주는 고삼이 변한 것으로 지혜가 있고 경지가 강대했다.
그러나 힘이 한풀 꺾인 그녀가 무종 경지라고 하면 전성기 때는 대체 어떤 등급의 영물이던 건지 알 수 없었다.
진남은 묘묘 공주를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거두거라!”
묘묘 공주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부터 나를 정탐하지 말거라!”
그녀가 화를 내자 진남은 정신이 번쩍 들어서 전신의 눈을 거뒀다.
“공주, 네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어.”
진남은 잠깐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응? 말해 보거라.”
묘묘 공주는 짐짓 화가 난 것처럼 손을 털었다. 원래는 기세를 보여주려고 한 행동이었지만 그녀의 작은 몸으로는 그저 가소로울 뿐이었다.
“네 태고 영액을 좀 빌려줘.”
진남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는 심사숙고해서 어렵게 꺼낸 말이었다.
현급 무혼을 가지고 있었지만, 두 달에 선천 경지 육 단계 이상은 돌파할 수 없을 것이었다. 냉봉은 구양군의 지지가 있으니 두 달 사이에 최소 선천 경지 구 단계는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선천 경지 육 단계로 선천 경지 구 단계를 이긴다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는 묘묘 공주에게 태고 영액을 빌려달라고 한 것이다. 충분한 태고 영액과 그의 전신의 혼이 만나면 경지를 대폭 돌파해서 냉봉을 따라잡을 수도 있었다.
그는 이미 오십만 알의 무왕단을 빚졌으니 태고 영액을 빌리는 게 쉽지는 않았다.
“뭐? 나더러 태고 영액을 빌려달라고?”
묘묘 공주는 황당했다.
‘진남이 설마 내 성격을 모르는 거야? 나더러 태고 영액을 빌려달라니? 스스로 고생을 사서 하려고 하네?’
“공주가 태고 영액을 빌려주면,”
진남이 입술을 깨물더니 말을 이었다.
“이후에……이후에 배로 갚아줄게.”
“배로 갚겠다고?”
묘묘 공주의 눈이 반짝였지만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경계하며 말했다.
“진남, 내가 알기로 넌 먼저 빌려달라고 할 성격이 아니다. 특히 나에게는 더욱 그런 부탁을 할 리 없다. 그러니 말해 보거라. 의도가 뭐냐?”
진남은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너는 혹시 내가 떼먹을까 봐 걱정하는 거야?”
“혹시 네가 죽으면?”
묘묘 공주의 표정에는 불신이 가득했다.
진남의 입가에 담담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달 후 진남이 냉봉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전신의 혼을 방출하면 현령종에서는 억지로 생사전에 간섭하고 대결을 말릴 것이었다.
현급 일품 무혼은 매우 드물었기 때문에 나타나면 반드시 종문의 진전 제자가 되고 최선을 다해 키웠다.
묘묘 공주는 말을 잘못한 줄 알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하더니 말했다.
“태고 영액을 빌려줄 수도 있지. 태고 영액 한 방울에 무왕단 천 알이다. 이 금액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
“무왕단 천 알이라고?”
진남의 안색이 변했다. 태고 영액이 진귀하기는 했지만 무왕단 천 알의 가치는 되지 않았다.
묘묘 공주가 콧방귀를 끼더니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싫으면 말아. 강요하지 않아. 다른 일이 없으면 이만 가겠다. 나도 엄청 바쁜 사람이거든.”
말을 마친 묘묘 공주가 휙 돌아서서 미련 없이 떠나려고 했다.
진남은 굳은 표정으로 외쳤다.
“좋아, 무왕단 천 알이면 천 알이라지! 백 알의 태고 영액이 필요해.”
“하하하, 그래야지.”
묘묘 공주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돌아섰다.
“그렇다면 이제 나에게 무왕단 십만 알을 빚진 거야.”
진남은 입을 꾹 다물었다. 마음을 다스리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안색이 안 좋았다.
그는 이미 오십만 알의 무왕단을 빚졌다. 그런데 또 묘묘 공주에게 십만 알이나 빚졌으니 이제 육십만 알이나 되는 무왕단이었다.
‘육십만 알의 무왕단이라니…… 대체 언제 다 갚을 수 있을까?’
경지를 빨리 돌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그는 때려죽인다 해도 이렇게 많은 단약을 빚지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특히 묘묘 공주에게 십만 알이나 빚지고 싶지 않았다.
“빨리 태고 영액을 줘. 시간이 없어.”
진남은 우울한 기분을 참으며 말했다.
묘묘 공주는 흰 손가락을 들고 태고 영액을 넘기려고 하더니 잠시 멈칫하고는 말했다.
“나도 부탁이 있다.”
“또 부탁이 있다고?”
진남의 얼굴에 분노가 일었다.
‘묘묘 공주, 내가 그렇게 만만해?’
묘묘 공주가 콧방귀를 끼더니 말했다.
“‘묘묘 공주가 제일 귀엽고 예쁘다’라고 서른 번만 외치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이제 생각이 바뀌었다. 백 번을 외치지 않으면 태고 영액을 절대 주지 않을 거다. 아무리 많은 단약으로 바꾼다고 해도 안 된다.”
“너……!”
진남은 그녀의 부탁을 듣자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묘묘 공주가 제일 귀엽고 예쁘다. 묘묘 공주가 제일 귀엽고 예쁘다. 묘묘 공주가 제일 귀엽고 예쁘다……”
진남은 유치하다고 생각해서 거부감이 들었다.
연속으로 외치는 말에 진남은 아무런 감정도 싣지 않았고 존경심도 없었지만, 묘묘 공주는 기분이 좋았다. 진남이 백 번을 다 외치자 그녀가 즐겁게 말했다.
“좋아, 아주 좋아. 훌륭하다. 상을 내리겠다.”
그녀는 손가락을 튕겨 백열 알이나 되는 태고 영액을 손가락 끝에 튕겨냈다. 족히 열 알이 더 많았다.
백열 알의 짙고 순수한 영기를 풍기는 태고 영액을 보자 진남은 불쾌한 기분이 가시고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갈게. 잊지 말거라. 넌 나한테 무왕단 십만 알을 빚졌다.”
묘묘 공주는 그 말만 남기고 작은 걸음으로 제삼 정원에서 사라졌다.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백열 알의 태고 영액을 전부 저장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그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가부좌를 틀고 전신의 혼을 방출한 채 수련에 들어갔다.
잠시의 시간조차 낭비할 수 없었다.
진남은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 * *
구양군은 냉봉을 데리고 명월각으로 가서 거기에 있는 천자방에 들어갔다.
현령종 전체가 술렁이었다.
“구양군은 참으로 대단하구나 냉봉을 천자방에 데려가다니.”
“흠, 구양군이 이번 생사전에서 반드시 진남을 죽일 생각인가 보군.”
“냉봉은 이번에 선천 경지 구 단계를 돌파하겠군.”
“……”
장로들과 제자들은 다 같이 감탄하는 동시에 진남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보기에 이번 대결에서 진남이 질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명월각의 천자방은 영기가 외부의 열 배나 되는 곳이었다. 그 안에는 조화천로(朝花天露), 고선향(古禪香), 성진미리석(星辰迷離石)등 오성을 높여주고 수련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는 진기한 보물들이 많았다.
누군가 명월각 천자방에서 하루 수련하는 것은 마치 밖에서 석 달을 수련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러니 명월각 천자방이 얼마나 대단한 곳이겠는가.
시간은 천천히 흘러 보름이 지났다.
진남이 냉봉과 싸운다는 소식은 기타 세 종문들에도 전해졌다.
예전 같으면 이 소식은 세 종문의 주의를 일으키지 못했다.
하지만 진남이 누구인가?
자질만 놓고 보더라도 무연각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세 종문이 이 소식에 관심을 가질 만했다.
그것 때문에 삼대 종문 전체가 술렁이었다.
삼대 종문의 제자들이 진남을 비웃었다.
삼대 종문의 장로급 인사들도 당연히 진남이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제자들과 달리 이번 대결의 배후 세력의 부딪힘을 더 주목했다.
구양군은 종주의 아들이고, 진남은 태상 장로와 명예 장로의 제자였다. 두 사람이 부딪혔다는 건 종주와 태상 장로 그리고 명예 장로의 사이가 소문처럼 심상치 않은 걸까?
삼대 종문의 고위층들은 추측하고 나서서 계략을 짜고 소식을 알아보며 그 진실을 알려고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