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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13화 (113/1,498)

113화 진급하다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구양군, 단약이 좀 모자라다. 그러니 지원해 주기 바란다. 종주의 아들이라서 재산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무왕단 십만 알쯤은 쉽게 빌려줄 수 있겠지? 만약 십만 알의 무왕단도 없다면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거겠지. 종주의 아들인 구양군이 이토록 가난하다면 그것도 불쌍한 일이다.

걱정은 말거라. 상황이 여유로워지면 반드시 갚을 생각이다.

단약을 빌리는 사람: 진남

“이, 이런 시건방진……!”

구양군은 편지를 보고 화가 나서 이마에 핏대를 세웠다.

종주의 아들인 구양군이라고 해도 가져갈 수 있는 무왕단은 제한되어 있었다. 한꺼번에 십만 알의 무왕단을 내놓기는 힘들었다.

냉봉은 편지의 내용을 힐끗 보더니 싸늘한 시선으로 말했다.

“구양 사형, 화내지 말아요. 제가 보기에 이놈이 일부러 우리를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

“흥!”

구양군은 음침한 표정으로 손에 불을 피우더니 편지를 태워버렸다. 그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단약을 빌려 달라고 하니 빌려는 주겠다!”

“무왕단을 빌려주시겠다고요?”

냉봉은 그 소리에 깜짝 놀랐다.

구양군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설마 무왕단을 빌려줄 리 있느냐? 꿈도 꾸지 말라고 해라! 그놈은 쉬체단 한 알이면 족하다!”

* * *

진남은 편지를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옥병 하나가 날아왔다.

“응? 단약? 구양군이 진짜 단약을 빌려주는 거야?”

진남은 얼떨결에 손을 뻗어 옥병을 붙잡고 열었다.

옥병을 열어 보니 그 속에는 쉬체단 한 알이 있었다.

“쉬체단 한 알로 나를 모욕하려고? 하하하, 쉬체단 한 알도 단약이잖아?”

진남은 웃으며 쉬체단 한 알을 꺼내 입에 넣었다.

그는 전신의 혼을 가진 뒤로는 단약을 전혀 낭비하지 않았다. 한 알이라도 절약했다.

쉬체단의 약효가 전신의 혼에게 흡수된 후 진남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선노에게서 단약을 빌려 전신의 혼을 진급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생각 밖의 일이 벌어졌다.

열 갈래의 노란빛이 솟아오르고 전신의 혼이 스스로 나타나서 공중에 떠 올라 우뚝 섰다.

“이건……!”

진남은 얼떨떨했다.

열 줄기 노란빛이 보이더니 눈부시게 변한 전신의 혼에서 태고의 위압이 터져 나왔다.

쿵!

거대한 폭발음이 제삼 정원에서 울렸다.

인간 형상의 전신의 혼의 이마부터 가슴, 배 등 위에서 아래로 푸른빛이 끊임없이 피어났다.

빛나는 노란빛이 깨지고, 그 대신 푸른빛이 반짝거렸다.

“이, 이건? 설마 현급 무혼으로 진급한 건가?”

진남은 황당해했다.

쉬체단 한 알을 삼켰는데, 이에 무혼이 승급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무왕단 오십만 알을 삼킬 때 전신의 혼이 두 번이나 이상한 현상이 있었다.

처음에는 전신의 혼이 단약을 삼키고 승급하기 위한 힘을 반을 축적했을 때였다. 두 번째는 진남이 모든 무왕단을 다 삼켰을 때였다. 그때 전신의 혼은 이미 모든 힘을 다 축적했다. 진급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힘이 더 필요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진남이 쉬체단 한 알을 복용하자마자 전신의 혼이 바로 돌파한 것이었다.

쿵! 쿵! 쿵!

거대한 폭발음이 다시 울려 퍼지고 마른 하늘에 벼락이 쳤다.

전신의 혼이 온통 푸른빛을 뿜더니 몸뚱이가 순식간에 부풀어 올랐다. 삼 장의 높이였던 몸뚱이는 두 배로 불었다.

멀리서 보면 전신의 혼은 마치 작은 거인 같았다.

“저건……!”

전신의 혼은 청색의 거인이 되었다. 그의 머리에서 형용할 수 없는 광채가 푸른빛 사이로 천천히 흘러넘쳤다. 광채가 완전히 다 흘러나왔을 때, 전신의 혼은 놀라운 변화를 일으켰다.

쿵!

이번에는 폭발이 아니었다. 진남의 머릿속에 장면이 하나 펼쳐졌다.

장면 속에서는 하늘에 무수한 검은 구멍이 생겼고 대지가 끝없이 퍼져나갔다. 태고의 강한 기운이 하늘로 치솟아 천지를 뒤흔드는 전쟁이 벌어졌다.

태고의 강한 기운들이 손을 흔들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고 별들이 내려왔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들이었다.

세상이 온통 이 끔찍한 전쟁에 휩쓸려가는 듯했다.

그때 이 종말에 한 줄기 빛이 나타났다.

무한한 어둠 속을 밝히는 한 줄기 빛이었다. 모든 태고의 숨결이 빛 아래서 말끔히 사라졌다.

빛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한 명의 사람이었다.

“저자는……”

진남은 왠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의 머릿속의 장면은 그 사람이 나타난 찰나에 멈추었다.

풀썩!

진남은 모든 힘을 잃은 듯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꼬박 세 시진이 지나서야 그는 비로소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조금 전 그건 대체 어떤 전쟁이었을까? 내가 왜 눈물을 흘린 거지?”

진남은 전신의 눈을 각성시켰던 지난번 그 몸도, 천지를 뒤흔들었던 이번 대전도, 대전의 막판에 나타난 사람까지도, 머릿속에 너무 많은 의문이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아직 이런 의문들을 해결할 수 없었다.

“됐어. 이 문제는 전신의 혼과 연관이 있을 거야. 내 경지가 높아진다면 아마도 알 수 있을 거야. 지금은 현급 일품의 무혼이 어떤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야.”

전신의 혼을 생각하자 진남은 흥분했다.

낙하의 모든 왕국들 가운데 청년 세대 중 현급 무혼을 가진 사람은 단 네 명이었다.

네 사람은 각각 현령종의 진전제자, 비검문 진전제자, 청여종 진전제자, 난염문 진전제자였다. 현급 일품 무혼을 지닌 이들 네 명이 낙하왕국의 최고 천재였다.

그런데 진남이 현급 일품 무혼을 각성했다. 그는 이제 낙하왕국 오 대 천재 중 한 명이었다.

진남은 숨을 들이쉬고 전신의 혼을 방출했다.

진남의 등 뒤로 푸른빛이 눈부시게 반짝이며 여덟 장에 달하는 인간 형상의 전신의 혼이 우뚝 솟아올랐다. 허공에 발을 딛고 하얀 눈동자가 앞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마치 만물의 중생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위압을 발산했다.

예전의 전신의 혼과 비교하면 기세만 놓고 봐도 하늘과 땅 차이였다.

이게 바로 현급 일품 무혼이었다.

“후, 수련해봐야겠어.”

진남은 심호흡하며 전신의 혼을 이용하여 수련을 시작했다.

제삼 정원에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제삼 정원의 영기가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다. 마치 광풍이 휘몰아치는 듯한 폭발음이 터졌다.

진남의 체내에 기운이 가득 찼는데, 황급 십품 무혼 때보다 무려 세 배나 높았다.

“풍뢰제명(風雷齊鳴)! 풍뢰제명 현상이 생기다니! 역시 현급 무혼이구나!”

진남의 심신이 모두 거대한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현급 일품 무혼일 뿐이었다. 진남이 현급 십품 무혼에 도달한다면 수련할 때 영기가 바람, 천둥으로 변하여 천지가 용솟음칠 것이었다.

“현급 무혼이 있고 제삼 정원의 영기가 지탱해주고 있어. 게다가 나는 태고 무수이니 빠른 시간에 돌파할 수 있어.”

진남의 눈에서 빛이 반짝였다. 그는 심신의 평정을 되찾고 수련에 들어갔다.

제삼 정원에서 광풍과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터져 나왔다. 제삼 정원의 소리가 차단된 게 아니었다면 아마 내원봉 전체가 진동했을 것이었다.

* * *

시간이 흘러 어느덧 사흘이 훌쩍 지나갔다.

사흘 동안 진남은 어떠한 일에도 흔들림 없이 전신의 혼을 통해 천지 사이로 들어온 영기를 끊임없이 삼켰다.

하늘에서 제삼 정원을 내려다보면 전신의 혼이 떠 있는 곳에서는 마치 거대한 검은 구멍이 있는 것처럼 사방의 영기를 미친 듯이 빨아들이고 있었다.

사흘 동안 진남이 얼마나 많은 영기를 집어삼켰는지 알 수 있었다.

전신의 혼이 영기를 들이마시는 속도가 뚝 그치고, 진남이 굳게 감았던 두 눈을 번쩍 떴다.

“선천 경지 삼 단계!”

진남이 큰소리로 외쳤다. 그의 체내에 축적된 웅장한 태고의 진기가 한바탕 굉음을 내더니 그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진남의 숨결이 선천 경지 삼 단계에 이르렀다.

“사흘이야, 사흘 만에 경지가 선천 경지 삼 단계를 돌파했어. 이 속도대로라면 남은 오십여 일 동안 선천 경지 오 단계는 물론이고 육 단계까지도 가능하겠어.”

진남은 큰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사흘 동안 수련을 통해 그는 현급 무혼과 황급 무혼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실감했다.

창람 대륙에서 무혼의 등급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천급 무혼을 가진 자라면 하루 사이에 얼마나 진보할 수 있을까?’

그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현급 무혼이 되는데 무왕단을 오십만 알이나 썼는데 단순히 수련 속도만 높아진 걸까……?”

진남의 미간이 약간 찌푸려졌다.

지난번에 그는 몇만 알의 무왕단을 사용해서 전신의 눈을 각성했다. 그러니 현급 무혼도 단순히 수련 속도를 높이는 것만이 다가 아닐 것이었다.

“응?”

전심의 혼을 살펴보던 진남은 전신의 혼의 머리에서 보라색 빛이 희미하게 빛나는 것을 보았다.

보라색 빛은 매우 옅어 우연이 아니었다면 진남은 알아차릴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보라색 빛은 뭐지? 속에 뭐가 있는 것 같은데?”

진남은 즉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한참을 생각했지만,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보라색 빛이 전신의 혼이 현급의 무혼으로 돌파한 것과 연관되어 있을 거라는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전신의 눈 같은 새로운 능력일 확률이 높았다.

“아직은 뭐가 뭔지 잘 모르겠네…. 그래도 차후엔 알게 되겠지.”

진남은 느긋하게 말했다.

“선천 경지 삼 단계까지 돌파했으니 선천 경지 장벽에 부딪히겠군. 계속 수련해서 돌파해야겠어.”

선천 경지 삼 단계를 돌파하면 진기를 방출하는 걸 익히게 되는데 선천 경지 장벽이란 진기를 방출하는 법을 익힐 때의 어려움 때문에 만들어진 말이었다.

진기를 방출한다는 것은 진기가 체내에서 폭발하면서 도나 검, 창 등 여러 가지 실체로 응집되는 걸 말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진기 방출을 잘 다루어야 진정한 선천 경지의 고수였다.

진남은 이제 진기 방출의 오묘를 알아내려고 했다.

“진기는 체내에 있는데 어떻게 방출하지? 두 가지 경로는 어떻지? 경맥을 통해서 방출하는 것과 혈액을 통해서 온몸에 흩어져 있다가 방출하는 방법은 가능한가?”

“경맥을 통하거나, 혈액을 통해 방출한다면 진기를 어떻게 체외로 나오게 하지?”

“아니야, 이건 틀렸어. 이렇게는 진기를 방출할 수 없어.”

진남이 다시 집중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전신의 혼이 현급 무혼으로 진급된 후 경지만 돌파한 것이 아니었다. 오성도 황급 십품일 때보다 더 높아졌다.

시간이 흘러 하루가 눈 깜짝할 새에 지났다.

밤이 될 무렵까지 진남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진기 방출은 모공을 통해서 해야 해. 모공만이 진기를 밖으로 배출시킬 수 있어.”

“아니야, 그건 아니야. 경맥이나 혈액이나 모공 모두 진기의 힘을 받아 낼 수 없어서 육신이 부서질 거야.”

“그럼 진기는 어떻게 배출해야 하지? 온몸을 아래위로 훑어봐도 진기를 배출할 곳이 없는데……”

이것은 사실 정체기였다. 마음이 불안정한 사람은 이 선천 경지 장벽을 맞닥뜨리면 매우 고통스러워서 포기하게 됐다.

다만 진남은 마음이 확고해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는 지금 계속해서 사색에 잠겼다. 진리를 깨닫지 못하면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때 콧방귀 끼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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