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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10화 (110/1,498)

110화 두 달 뒤다

냉봉이 진남에게 와서 칠종죄를 내놓으라고 한 건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호통으로 주변 제자들을 끌어모으자 그는 음모의 냄새를 느꼈다.

물건을 달라고 하는 것은 도둑질과 다름없어서 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마땅했다.

진남은 냉봉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말했다.

“왜 멈추라고 하는 거야? 난 절대 칠종죄를 네게 주지 않을 거야. 만약 네가 현령종의 규칙을 어기는 게 두렵지 않다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빼앗아가도 되긴 해.”

소식을 듣고 온 내원 제자들의 얼굴에 못마땅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냉봉이 진남한테서 칠종죄를 빼앗으려는 건가? 감히 진남에게서 칠종죄를 빼앗으려고 하다니.’

냉봉은 무표정하게 온몸의 진기를 움직였다. 그의 우레와 같은 고함이 내원봉 전체에서 울려 퍼졌다.

“진남! 너는 도발에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도전할 테니 생사전에서 사생결단을 하자. 네가 진다면 칠종죄는 나의 것이야. 내가 진다면 내 몸에 지닌 단약, 물품은 네가 다 가져도 된다.”

그의 고함에 제자들이 깜짝 놀랐다.

‘냉봉이 진남에게 싸움을 거는 건가? 냉봉이 진남을 생사전으로 불러들이다니!’

문을 닫고 있던 수많은 내원 제자들이 깜짝 놀라 일제히 몰려들었다. 제삼 정원 앞에 이백여 명의 제자들이 모여들었다.

진남은 그 모습을 보자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냉봉, 선천 경지 칠 단계인 네가 생사전에서 나랑 싸우겠다는 거야? 웃기는구나. 이 싸움은 내가 질 수밖에 없는데 내가 응하겠어?”

주변의 제자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경지가 저렇게나 차이 나는데 생사전에서 싸우자고 하다니.”

“설마 진남이 바본 줄 아나? 바보도 응하지 않을 도발이야.”

“설마 냉봉은 태상 장로와 명예 장로의 노여움을 살까 두렵지도 않은 건가?”

“재미있네. 오늘 이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

“……”

제자들이 하는 말은 달랐지만, 구경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외문 장로들도 그 광경에 놀랐다.

장로들은 머나먼 모퉁이에 서 있었다. 그들은 제삼 정원을 응시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냉봉이 왜 저러는 거지? 설마 배후에 다른 사람이 있는 건가?”

“일단 나가지 말고 일단 지켜보지.”

“......”

장로들은 싸움을 방해하지 않고 지켜보기로 했다.

이때 어디선가 외침이 다시 내원봉에 울려 퍼졌다.

“하하하! 진남은 무연각에서 난염문 문주의 아들, 청여종과 비염문의 천교를 무찔러 외문 일인자라 불린다고 하더군. 아무것도 무서운 게 없는 유아독존의 풍격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왜 냉봉의 도전을 받아들이지 않는 거지? 내가 진남이었다면 벌써 냉봉을 제압했을 텐데 말이야.”

목소리의 주인은 말함에 거침이 없었다.

내원봉의 제자들과 숨어 있던 장로들이 모두 정신을 차리고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봤다.

그리고 안색이 바뀌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소리를 낸 사람이 바로 구양군이었기 때문이다.

구양군은 내문 제자 중 일인자이자 현령종 종주의 아들이었다.

‘구양군이 왜 움직였을까? 그리고 구양군의 말은 대체 무슨 뜻일까? 설마……’

내원 제자와 장로들은 멍청하지 않았다. 그들은 바로 잠시 생각하더니 일제히 놀라서 헛숨을 들이켰다.

냉봉이 구양군의 지원을 믿고 진남을 도발하러 온 것임이 틀림없었다.

구양군이 지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냉봉은 진남의 배경을 무시하고 그에게 싸움을 걸 수 있었던 것이었다.

제자들과 장로들의 시선이 진남에게 향했다. 그들은 진남이 이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했다.

잠잠히 구양군과 냉봉을 바라보던 진남이 입을 열었다.

“구양군, 나와 냉봉의 일이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소? 당신은 구양군이고 나는 진남이요. 당신은 내가 될 수 없고 그렇게 될 자격도 없소. 그렇지 않소?”

구양군의 낯빛이 크게 변했다. 그는 진남이 사람들 앞에서 그의 말에 반박하며 비꼴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구양군은 화를 억눌렀다.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진남, 정말 실망스럽구나. 너는 도전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내가 너무 높게 평가했던 것 같구나.”

말을 마치고 구양군은 긴 소매를 홱 뿌리치며 실망한 듯 가버렸다.

냉봉도 진남을 비아냥대듯이 훑어보고는 말했다.

“도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딱히 할 말이 없네. 종문에서 무력을 휘두를 수는 없으니까.”

냉봉은 구양군처럼 고개를 돌려 떠나려고 했다.

바로 그때, 진남이 입을 열었다.

“잠깐!”

냉봉과 구양군이 일제히 발걸음을 멈췄다.

사람들은 진남이 한 걸음씩 다가오는 것을 바라봤다. 그는 냉봉을 바라보며 깜짝 놀랄 말을 했다.

“생사전에서 싸우자고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물러서면 되겠어? 도전에 응하지. 생산전에서 지게 된다면 물건은 모두 상대방의 것이야.”

그 말에 사람들이 경악했다.

‘진남이 미친 거 아닌가? 진남은 겨우 선천 경지 일 단계이고 냉봉은 선천 경지 칠 단계이다. 두 사람 사이에 무려 여섯 단계 차이가 있다. 실력 차이가 이렇게 큰 싸움에 진남이 응하다니.’

구양군과 냉봉은 순간 당황했지만, 곧 두 눈에 희색이 가득 찼다. 두 사람은 진남이 설마 진짜로 도전에 응할 줄은 몰랐다.

그때 진남이 덧붙였다.

“다만 싸움을 하기 전에 조건이 하나 있어.”

“조건? 무슨 조건?”

냉봉이 물었다.

“조건은 간단해.”

진남의 눈빛에서 전의가 번뜩이기 시작했다. 그는 신검이 칼자루에서 나온 것처럼 외쳤다.

“두 달 뒤에 싸우기로 하자. 네가 응한다면 두 달 뒤엔 생사전에서 승부를 낼 거야. 응하지 않는다면 이 모든 건 취소될 거야.”

“두 달 뒤에 싸우자고?”

냉봉과 구양군은 잠시 고민하느라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설마 진남이 경지를 높여서 두 달 뒤에 냉봉을 무너뜨리려는 건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냉봉은 선천 경지 칠 단계로 진남보다 무려 경지가 여섯 단계나 더 높았다. 설령 진남이 태고 무수라 경지를 수련하는 속도가 빠르다고 해도 두 달 안에 선천 경지 칠 단계에 도달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설사 진남이 두 달 안에 여섯 단계를 돌파할지라도 그동안 냉봉의 경지도 높아지지 않겠는가.

바꾸어 말하면 두 달 뒤나 반 년 뒤나 결과는 똑같을 것이었다.

진남이 냉봉을 쳐다보며 비웃었다.

“왜? 대답 못 하겠어? 두 달 뒤에는 상대가 안 될 거 같아? 겁먹었으면 그만 날뛰고 빨리 꺼져!”

“너……!”

냉봉은 그 말에 정신을 차리더니 화가 극에 달해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허, 그래. 역시 넌 소문 그대로구나. 두 달 뒤 생사전이다. 기다리고 있으마.”

냉봉은 말을 마친 뒤 더 머물지 않고 고개를 돌려 가버렸다.

목적을 달성했으니 냉봉은 두 달만 기다리면 진남을 죽일 수 있었다.

정신이 든 구양군이 웃으면서 진남을 향해 엄지를 들었다.

진남은 구양군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바로 제삼 정원으로 돌아갔다.

구양군은 자신을 무시하는 진남 때문에 순식간에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진남의 목숨이 불과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바로 안색이 좋아졌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발길을 돌렸다.

제삼 정원에 모인 수백 명의 제자와 멀리 있는 외문 장로들이 서로 쳐다 보기만 했다.

* * *

한 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나자 냉봉이 진남을 도발해 두 달 뒤에 생사전에서 싸운다는 소식이 현령종 모두에게 전해졌다.

종문 전체가 들끓었다.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정말 진남이 나서서 냉봉과 싸우기로 한 거야?”

“응. 구양군이 배후에 있어 냉봉이 진남을 도발한 거라 들었어. 진남은 그 도발에 참지 못하고 두 달 뒤 생사전에서 생사를 가리자고 약속했대.”

“허, 진남의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근데 왜 구양군이 진남을 상대하려는 걸까?”

“……”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는 건 구양군이 냉봉을 지지하면서 진남을 상대하게 했다는 점이었다.

구양군의 신분과 배경은 현령종의 많은 장로들도 잘 알고 있다.

‘구양군이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설마 구양군의 부친이 진남 배후에 있는 두 장로와 싸우려는 건가?’

하지만 장로들은 감히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진남과 냉봉의 싸움은 제자들끼리의 싸움이었지만 현령종 종주, 태상 장로 그리고 이제 막 들어온 명예 장로까지 무려 세 명의 무종 경지의 강자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자칫 이번 소용돌이에 잘못 휘말린다면 뼈도 못 추릴 수 있었다.

* * *

제삼 정원.

진양 외에 한 사람이 더 있었다.

바로 궁양이었다.

궁양은 진남을 보자마자 분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내가 전에 구양군에 대해서 얘기했잖아! 굳이 그와 부딪힐 필요가 없는데 왜 냉봉과 싸우겠다고 한 거야. 설마 살기 싫어진 거야?”

궁양은 이번에 정말로 화가 났다.

궁양은 진남의 용감한 성격을 매우 좋아했다. 하지만 실력 차이가 큰 냉봉을 도발해 두 달 뒤에 싸우자고 한 것은 정말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진남이 웃으면서 말했다.

“궁 형, 화내지 마세요. 구양군이 절 괴롭히려 하는데 제가 물러서기만 할 순 없죠. 그리고 궁 형이 생각하는 것만큼 승산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에요.”

“무슨 승산이 있다는 게야.”

궁양의 안색이 더욱 나빠졌다.

“진남아,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잖아. 냉봉은 황급 십품 무혼이고 너도 황급 십품 무혼이야. 무혼이 비슷해서 네가 우세를 차지할 수 없어. 더구나 그는 선천 경지 칠 단계의 실력을 가지고 있어.

설령 네가 태고 무수라고 해도 두 달 안에 여섯 단계를 연속으로 돌파할 수 없잖아. 그리고 네가 돌파할 때 냉봉의 경지도 높아질 거란 말이야. 설마 몰랐던 거야?”

진남은 궁양의 질책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진남은 그것이 싫게 느껴지기는커녕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궁양을 만난 이후 줄곧 궁양이 그를 도와주고 신경 써줬다.

궁양의 말이 끝나자 진남이 말했다.

“궁 형, 제 말 좀 들어줄래요?”

“그래. 말해봐.”

궁양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사람들이 보기엔 제가 냉봉과 싸우려는 게 죽으려는 것과 다름이 없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불가능하니까 싸우려고 한 거예요. 냉봉과 싸움을 약속해야 제가 죽음의 압박을 느낄 수 있어요.

그런 압박이 있어야 제가 진보해서 수십 배의 노력도 할 수 있고요. 제가 냉봉과 싸우려 하지 않았다면 앞으로 일 년, 이 년 동안 묵묵히 고행해야만 했을 거예요.”

진남의 말투는 차분했다.

궁양이 답답해하며 말했다.

“무도의 세계는 원래 그런 거야. 천천히 수련하면서 의지뿐만 아니라 외로움도 이겨내야지. 네가 외로움조차 이겨낼 수 없다면 원래 그 정도의 사람이었던 거야.”

“형님 말이 맞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지막이 말했다.

“그런데 사람마다 가는 길이 다릅니다. 냉봉이 저를 도발하는데 제가 어찌 가만히 듣고만 있겠습니까. 저는 반드시 그와 싸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도의 세계는 원래 잔인합니다. 두 달 뒤에 제가 패하면 냉봉은 이름을 날릴 겁니다. 그런데 두 달 뒤에 제가 이긴다면 외문 일인자가 되겠죠.”

궁양은 진남의 말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딱히 반박할 수가 없었다.

한참 뒤에 궁양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궁양은 진남의 말을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이미 결정난 일이니 더 이상 말하지 않으마. 다만 부탁하는데 절대 지지마.”

궁양이 일어나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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