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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08화 (108/1,498)

108화 구양군

삼 호 정원 안

진남은 밖에서 일어난 일을 전혀 모르고 정신을 집중해 수행하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하늘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화살 하나가 한 줄기 은색 빛으로 하늘을 가르고 날아왔다.

“응?”

진남은 두 눈을 번쩍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을 가르고 날아오는 화살을 낚아챘다.

화살촉에는 서신 한 통이 있었다.

“누가 나에게 서신을 쓴 걸까?”

진남은 고개를 갸웃하며 서신을 열었다. 서신 내용을 본 그는 이맛살을 찡그렸다.

서신에는 한마디가 적혀있었다.

진남 사제, 개선을 축하한다. 사십삼 호 정원에 와서 이야기하자. 려홍.

“려홍? 려홍 사저가 무슨 일로 나를 찾지?”

진남은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그는 오래전부터 하나의 의혹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번에 외원 제자들이 수업할 때 려홍 사저가 그에게 자신의 영패를 줬다. 그리고 오늘은 려홍 사저가 그를 불러냈다.

진남은 자신이 큰 매력이 있어 려홍 사저가 자신을 각별하게 생각한다고 여기지 않았다.

“지난번 려홍 사저의 강의는 나의 안목을 넓혀주고 무도심을 견고하게 했지. 그리고 내 꿈을 확실하게 만들어줬어. 큰 은혜를 입었으니 한번 가봐야겠어.”

진남은 결심하고 정원을 나와 사십삼 호 정원으로 갔다.

* * *

사십삼 호 정원은 내원봉에서 편벽한 곳에 있어 발견하기 매우 어려웠다. 게다가 다른 정원들과 달리 사십삼 호 정원의 대문은 기이한 돌로 만든 것처럼 견고한 느낌을 줬다.

“이건 태원정광(太原精礦)이구나. 영기를 만드는 재료야.”

진남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원봉에서 적지 않은 내원 제자들이 자신의 정원에 여러 가지 기능을 넣어 자신의 마음에 들게 개조했다.

“진남 사제 왔어? 들어오거라.”

이때 정원 안에서 려홍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남은 바로 대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정원에 들어선 진남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원에는 갖가지 기화이초(奇花異草)를 심었는데 곱고 향기로운 것이 보는 사람의 눈과 마음을 즐거워지게 했다.

려홍은 정원 가운데에 서 있었다.

그녀는 딱 맞는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녀의 완벽한 곡선을 드러났다.

“려홍 사저.”

진남이 큰 걸음으로 다가와 공수하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 번 사저의 강의가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고마워요.”

“고마울 거 없어.”

려홍은 손을 저었다. 그리곤 시원시원하게 말했다.

“오늘 너를 오라고 한 건 누군가의 부탁 때문이다. 너에게 한 사람을 소개해줄게.”

“소개요?”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이때 한 그림자가 정원의 작은 방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림자는 한 청년이었다. 청년은 얼굴이 관옥같이 아름다웠다. 그는 흰색 옷을 입고 허리춤에 금룡 옥패(金龍玉佩)를 걸고 있었다.

진남은 청년을 바라보며 전신의 눈을 움직였다. 청년을 살피던 그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선천 경지 십 단계라니. 거기다 황급 십품 무혼이고 소성입미지경 원만 경지를 장악했구나. 게다가 허리춤에 차고 있는 저 금룡 옥패는 후천지기다. 옥패에는 강대한 힘이 담겨 있구나…….’

진남은 숨을 깊게 들이쉬어 마음을 빠르게 진정시켰다.

전신의 눈으로 관찰한 결과 그는 앞에 있는 청년이 재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강대한 배경이 있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네가 진남이냐?”

청년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고 위에서 진남을 내려다봤다. 그의 짧은 행동에서 청년의 오만함이 완전히 드러났다.

진남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청년의 태도를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맞소. 사형은 존함이 어떻게 되오?”

청년이 말하기 전에 려홍이 대답했다.

“진남, 이분은 구양군 사형이다. 이분은 내원의 제일 천재다. 오늘은 이분이 너를 보자고 한 거다.”

“내원의 제일 천재?”

진남은 온갖 생각이 들었지만, 평온한 안색으로 물었다.

“구양군 사형, 오늘 무슨 일로 나를 찾았소?”

“오늘 너를 찾은 건 너에게 군맹에 가입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구양군이 팔짱을 끼고 오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건 아주 좋은 기회다.”

“군맹?”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군맹이 뭐지? 조직인가?’

려홍은 진남이 잘 이해하지 못한 걸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진남아, 군맹은 구양군 사형이 직접 만든 조직이다. 현령종의 진정한 천재만이 군맹에 들어올 수 있다. 나도 지금 군맹의 일원이다.”

진남은 이맛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군맹에 가입하면 어떤 좋은 점이 있고 뭘 해야 하오?”

“장점은 매우 많다.”

구양군은 손을 저으며 패기 넘치게 말했다.

“우리 군맹에 가입하기만 하면 현령종 내에서 어떤 일이든 모두 다 해결할 수 있다. 설사 문파 내에서 사람을 죽여도 아무 문제 되지 않는다. 가입하기만 하면 나 구양군이 지켜준다.

그리고 내원 서열 십 위안에 든 천재 중 여덟 명이 우리 군맹에 가입했다. 해야 하는 건 딱 한 가지다. 나에게 충성하고 명령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

진남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종문 내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설사 종문 내에서 사람을 죽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현령종은 규칙이 엄중해서 내분을 금지했다. 만약 어기면 그 어떤 천재라도 문파에서 쫓겨났다.

진남은 구양군의 내력이 만만치 않다는 걸 예상했지만 그의 배후의 세력이 이토록 강력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미안하오.”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젓더니 웃으며 말했다.

“구양군 사형, 나는 군맹에 가입할 생각이 전혀 없소. 나는 자유롭게 사는 게 좋소. 그래도 군맹에 일이 생긴다면 힘닿는 데까지 돕겠소.”

구양군이 말하는 좋은 점에 진남은 조금도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그리고 군맹에 가입하면 구양군에게 충성해야 하는데, 그건 절대 따를 수 없었다.

려홍은 진남의 말을 듣고 별로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한 줄기 서늘한 빛이 반짝였다.

구양군은 안색이 한순간에 더없이 나빠졌다.

“진남, 군맹에 가입하라고 제안한 건 영광이고 너에게 주어진 기회다. 그런데 감히 거절하다니?”

그 말에 진남의 안색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그는 구양군이 이런 말을 할 줄 전혀 생각지 못했다.

‘군맹에 가입하는 것이 영광이고 나에게 주어진 기회라고?’

‘말도 안 되는 개소리군. 가소롭구나.’

진남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려홍 사저, 저는 중요한 일이 있어 이만 물러가겠어요.”

말을 마친 진남은 돌아서 한마디도 하지 않고 떠났다. 그는 한마디도 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설사 구양군의 배후에 하늘을 찌르는 세력이 있다 해도 반걸음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었다.

“거기 멈추거라!”

구양군은 이 광경을 보고 바로 분노가 치밀었다. 눈에 살기가 가득했다.

설사 전주들도 구양 공자를 보면 손님을 대하듯 공경했다.

그가 언제 한낱 외문 제자에게 이토록 무시당한 적 있던가?

진남 배후의 묘묘 공주를 끌어들이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그가 한낱 진남을 신경 쓸 리가 없었다.

“진남! 이 자리에서 떠나면 나의 미움을 사는 거다! 나의 미움을 사면 너의 배후에 누가 있든지 살 수 없을 것이다!”

구양군은 얼굴이 더없이 어두웠다.

“그렇소? 기다리고 있겠소.”

진남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바로 정원을 떠났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는 구양군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진남은 사십삼 호 정원을 나와 곧장 자신의 정원으로 되돌아갔다.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수련을 계속하려 했다.

오늘 발생한 일은 전혀 진남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구양군의 위협은 수련보다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진남이 수련을 시작하기 전에 제삼 정원에 첫 손님이 찾아왔다. 손님의 정체는 바로 궁양이었다.

진남은 무연각을 떠난 후 약 보름 동안 궁양을 만나지 못했다. 보름 동안 궁양이 풍기는 기운은 더욱 강하고 웅장해졌다. 경지를 돌파한 게 분명했다.

“진남 동생, 실력을 참 깊게도 숨겼구나. 대체 비장의 수를 얼마나 갖고 있는 거야? 널 점점 더 모르겠어.”

궁양은 툴툴대며 들어왔다.

궁양은 툴툴거렸지만, 딱히 진남을 비난하는 말투는 아니었다. 오히려 기쁘고 안심하는 듯했다.

궁양은 진남을 형제라고 생각했다. 궁양은 자신의 형제가 황급 십품의 무혼을 가지고 있으니 기뻤다.

진남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진지하게 말했다.

“궁 형, 일부러 속이려 한 게 아닙니다. 그래도 우리 둘은 여전히 형제 아닙니까.”

“하하하, 말 잘했어. 맞다, 맞아.”

궁양이 크게 웃었다. 그는 이내 웃음을 거두더니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진남은 눈치 채고 물었다.

“궁 형, 무슨 일 있습니까?”

“이번엔 정말 큰 일이야.”

궁양은 진남을 바라보며 말했다.

“좀 전에 구양군과 갈등이 있었지? 그가 누군지 알아?”

진남은 궁양이 구양군때문에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궁 형, 제 성격 잘 알잖습니까?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구양군이 어떤 배경이든 전 개의치 않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휴.”

궁양은 한숨을 내쉬며 쓴웃음을 지었다.

“당연히 네 성격 잘 알고 있지. 다만 네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해. 구양군은 현령종 종주의 아들이다.”

진남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구양군이 그렇게 오만했던 건 종주의 아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궁양은 진남을 힐끔 쳐다봤다. 그는 날카로운 말투로 말했다.

“구양군이 종주의 아들이긴 하지만 너는 선노가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야. 게다가 명예 장로 묘묘 공주의 제자이기도 하지. 배경만 따진다면 그를 두려워할 필요 없어.”

여기까지 말한 궁양이 잠시 침묵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런데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어.”

진남은 그 말을 듣고는 물었다.

“그게 뭐죠?”

“……구양군과 소경설은 혼약을 맺었다.”

“예? 두 사람이 혼약을 맺었다고요?”

진남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구양군이 현령종 종주의 아들이라는 것에 진남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구양군이 소경설과 결혼을 약속했다는 사실에 그는 평정심을 잃었다.

진남은 줄곧 소설경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누이처럼, 가족처럼 여겼다. 그래서 구양군이 그녀와 혼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듣자 그는 침착할 수 없었다.

궁양이 말을 이었다.

“종문 내 어느 장로로부터 들은 적이 있어. 소경설의 부모는 현령종의 장로였는데 변을 당했지. 그때 종주는 그녀의 부모가 현령종을 위해 공을 세웠다고 생각해 그녀를 수양딸로 받아들였어. 나중에 그녀와 구양군이 성장하자 종주가 직접 혼약을 정하고 구양군이 무왕 경지에 들어서면 그녀와 혼례를 올리기로 했다고 하더군.”

궁양은 눈빛이 예리하게 바뀌며 말했다.

“무연각 가기 전에 막경이 너를 공격했지?”

“구양군이 내린 명령이었습니까?”

진남은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스치고 각종 의혹들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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