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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07화 (107/1,498)

107화 온 현령종에 좋은 일이야

"묘묘 공주는 정원으로 갔어요. 대체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어요."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묘묘 공주의 행적에 전혀 관심 없었다. 어차피 그들 두 사람의 거리는 백 리를 넘길 수 없었다.

선노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었다.

"그래, 여기 온 건 틀림없이 무슨 일이 있는 게지?"

진남이 선노의 말에 대답하려는데 강대한 기운이 하늘을 가르며 날아와 정원에 떨어졌다.

공법전 전주, 공로전 전주, 형벌전 전주, 이보전 전주였다.

사대 전주가 도착하자마자 바로 선노에게 문안 인사를 했다. 이어 그들은 진남을 돌아보고는 눈에 놀라움, 호기심 등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다.

지난번에 진남이 외문 대장로의 탄압을 받을 때 사대 전주는 선노의 명령을 받고 가서 진남을 위해 위기를 해결해줬다.

그들은 그때 진남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진남이 황급 십품 무혼을 가진 천재가 되고 무연각 다섯 층의 심사를 통과해 역사를 새로 쓸 줄은 몰랐다.

형벌전 전주는 진남을 보더니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말했다.

"나는 전에 네가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이토록 큰 성과를 보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

진남은 그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에 형벌전 전주의 태도와는 극명히 달랐다. 형별전 전주가 그를 칭찬하고 아첨하는 데에는 목적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 목적이 무엇인지 진남은 이미 대충 짐작했고 대처할 방법도 생각해뒀다.

선노는 형벌전 전주를 힐끔 보더니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 넷이 여기로 온 건 틀림없이 중대한 일이 있는게구나. 겁먹지 말고 에두르지도 말고 바로 말하거라."

사대 전주는 모두 망설였다.

이때 공법전 전주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남, 나를 기억하겠지? 이번에 우리 네 사람이 온 건 네가 이번에 무연각의 모든 층을 넘었기 때문이다. 고금을 통틀어 아무도 이룬 적이 없다. 종문에서는 너에게 크게 포상을 내릴 생각이다. 그리고……"

공법전 전주는 멈칫하더니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장문께서 직접 명령을 내리셨다. 네가 무연각에서 발견한 비밀을 종문에 보고하길 말이다. 물론 네가 종문을 위해 큰 공로를 세운 것이니 종문은 절대 너를 섭섭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사대 전주는 모두 진남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진남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저으며 정중하게 말했다.

"사대 전주, 종주께 전해주세요. 이번 무연각에서 얻은 비밀을 제가 종문에 알리기를 싫은 게 아니에요. 단지 비밀이 제 자신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솔직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제가 무연각에서 얻은 비밀은 태고 비밀이 아니에요. 종문도 비밀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는 없어요."

사대 전주의 표정이 굳어졌다. 눈에는 분노가 스쳤다.

'비밀이 자신과 연관되어 있다고? 비밀이 태고 비밀이 아니라고? 종문이 이익을 얻을 수 없다고?'

모든 게 헛소리였다. 상도맹 사람들마저 무연각의 비밀을 이토록 중시하는데 어떻게 평범할 리 있을까.

"진남아……"

공법전 전주가 더 말하려 했다.

"됐다. 그만하거라. 너희들도 종주께 전하거라. 진남은 보기 드문 천재이고 내 제자다. 그러니 이런 일로 와서 시끄럽게 해서 사람을 실망시키지 말라고 전하거라."

선노가 그의 말을 잘랐다. 엄숙한 표정에서 기세가 솟아올랐다.

선노는 화를 내지 않았지만, 위엄이 가득했다.

사대 전주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현령종의 종주와 태상 장로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그들도 익히 들은 바 있었다. 오늘 태상장로의 말을 들어보니 소문이 사실이었다.

사대 전주는 순간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들은 이번에 종주를 대표해 진남에게 비밀을 알아보러 왔다.

'진남을 데려가야 하나, 아니면 태상 장로에게 붙어야 하나?'

"선노, 이……"

공법전 전주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가 보거라, 멀리 배웅하지 않으마."

선노가 무표정한 얼굴로 축객령을 내렸다.

공법전 전주의 안색이 변했다. 한마디 대답하고 아무 말 없이 앞장서 떠나갔다. 다른 삼대 전주도 잠시 생각하더니 속으로 한숨을 쉬고는 더 말하지 않고 떠나갔다.

진남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선노에게 더없이 감격했다.

선노가 아니었다면 현령종 종주는 틀림없이 포기하지 않을 것이었다.

사대 전주가 떠난 후 선노가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맞다, 비밀은 대체 뭘 말하는 거냐? 이 늙은이에게는 알려줄 수 있느냐?"

진남은 미안한 기색으로 말했다.

"선노, 진짜 미안해요. 비밀은 정말로 제 개인적인 일과 연관되어……"

"됐다. 말하고 싶지 않으면 말하지 말거라. 나는 강요하지 않는다."

선노는 웃으며 손을 저었다. 그도 진남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저 핑계라고 생각했다.

진남은 씁쓸해하며 그저 미소만 지었다.

'왜 진실을 말하는데 다들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됐다. 돌아가 수련하거라. 너는 이제 내원 제자가 되었으니 더 노력해야 한다."

여기까지 말한 선노가 멈칫하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

"사형께서 계속 너를 주시하고 있다. 실망시키지 말기 바란다."

진남이 헛숨을 들이켰다. 저도 모르게 만상도에서 만났던 흑포 노인이 생각났다.

그는 그에 대해 몇 가지 물어보려 했었다. 그런데 선노의 표정을 보고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들을 모두 삼키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떠났다.

* * *

진남은 외문으로 돌아왔다.

한참 기다리고 있던 백횡은 진남을 보자 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진남 공자, 이제 공자의 순위가 크게 올라 내원에 들어왔네. 공자의 내원 순위는 삼백이십칠 위요. 원래대로면 삼백이십칠 호 정원에서 머물러야 하는데, 공자의 우수함 덕에 외문 대장로가 특별히 내원 삼 호 정원을 내줘 공자를 머물게 했어."

"백횡, 수고 많았어요. 이 힘의 열매를 복용하면 수행을 한 단계 제고할 수 있어요. 가져가세요."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말했다. 그는 저장 주머니에서 힘의 열매를 하나 꺼내 백횡에게 건네줬다.

"이건……! 진남 공자 고마워……. 정말 고마워!"

힘의 열매를 쥔 백횡의 얼굴에 희열이 드러났다. 그는 더없이 감격했다.

그의 무혼은 황급 육품이었다. 정상적인 수련으로 경지를 한 단계 올리는 건 매우 어려웠다. 그렇기에 힘의 열매는 그에게 있어 보물이나 다름없었다.

진남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한 가지 부탁할 일이 있어요. 저에게 힘의 열매가 다섯 알 있어요. 이보전으로 가져가 무왕단으로 바꿔주세요."

지금 진남의 몸에는 단약이 한 알도 없었다. 그는 매우 가난했다.

"알겠어."

백횡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진남이 건네주는 힘의 열매 다섯 알을 쥐고 얼른 떠났다.

* * *

진남은 내원으로 갔다.

외문 제자들은 외원 제자와 내원 제자로 나뉜다. 외원 제자는 외원봉에 살고, 내원 제자는 내원봉에 살았다.

내원봉은 외원봉과 달리 산봉우리가 더 컸다. 마치 커다란 검이 땅에 박혀 우뚝 솟은 것 같았다.

내원봉 정상은 영기가 더 짙었다. 영기가 하얀 안개로 변해 실제로 응결될 것만 같았다. 농후한 정도는 적어도 외원봉의 두 배였다.

"역시 내원봉이야. 아마 삼 호 정원은 영기가 더 짙어 수행하기 매우 좋을 테지?"

진남은 기분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삼 호 정원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런데 진남이 내원봉에 들어서는 순간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 저자는 진남이 아니냐?"

"진짜 진남이네? 진남이 내원봉에 왔어!"

"응? 정말이네? 진짜 진남이구나!"

"……"

내원봉의 적지 않은 제자들이 진남을 보자마자 흥분해 소리쳤다.

그 소리에 내원봉의 다른 제자들이 모두 놀랐다. 다른 제자들도 모두 출관해 진남을 보러 왔다.

한 주 향의 시간도 안 돼서 내원봉에서 적어도 수백 명의 내원 제자가 출관해 진남을 구경했다.

이 상황에 진남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자신이 내원봉에 온 것이 이렇게 큰 파문을 일으킬 줄 상상도 못 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자 그는 속으로 기뻐했다.

예전의 그는 사람들에게 조롱당하고, 경멸받았다. 그런데 지금은 모두가 그를 존경하고 경외했다.

'이게 바로 현실이야. 성공하여 이름 날리면 만인의 존경을 받는다. 내가 열심히 수행해서 강적을 물리쳤을 뿐만 아니라 험난한 관문을 넘어 뛰어난 성과를 이뤘으니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명예와 이익은 모두 허망한 것이다. 결국 남는 건 자신의 노력뿐이다. 절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느낌 때문에 자신을 잃어버리면 안 돼.'

진남의 마음이 점점 단단해졌다.

수백여 명의 내원 제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진남은 삼 호 정원으로 들어갔다.

내원 삼 호 정원은 외원 오 호 정원과 별 차이 없었다. 다른 점은 정원 전체에 강대한 금제가 뒤덮여 있어 외부 사람이 절대 정탐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 정원의 영기가 매우 짙어 용의 허영을 이루고 있었다.

"영기가 밖의 다섯 배나 돼. 이곳에서 수행하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거야."

진남의 눈에 흥분이 스쳐 갔다.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전신의 혼을 천천히 방출하여 영기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순간 삼 호 정원에서 묵직한 굉음이 울렸다. 내원 제자들은 놀라움을 드러냈다.

"뭐? 진남이 이미 수행을 시작한 거야?"

"무연각에서 돌아온 지 반나절도 안 돼서 다시 수행에 들어가다니."

"습, 만약 내가 무연각 정상에 올라 이렇게 큰 성과를 거뒀으면 큰 잔치를 벌였을 거야. 또 종문의 장로들과 교류해 많은 이익을 얻었을 거야…… 그런데 바로 수행에 들어가다니!"

"그러니까 이렇게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겠지."

"……"

감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눈에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다.

다들 진남의 뒤에 큰 배경이 있을 뿐만 아니라 황급 십품 무혼의 재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진남은 여전히 열심히 수행했다. 무도심이 견고하여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제자들은 커다란 자극을 받은 것처럼 표정이 굳더니 더는 떠들지 않고 정원으로 돌아가 수련을 시작했다.

진남도 이렇게 노력하는데 그들이 뭐라고 놀고 있단 말인가.

마침 소문을 듣고 온 많은 외문 장로들이 이 광경을 목격했다.

진남이 커다란 성과를 이뤘으니 외문 장로들은 종문을 대표해 진남에게 상을 내리고 진남을 위해 공로축하회를 열어야 했다.

"진남 이 자가 이렇게 큰 성과를 이룬 건 진짜 우연이 아니군."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한 장로가 중얼거렸다.

"진남이 나타난 건 우리 외문 제자들, 어쩌면 온 현령종에 좋은 일이야."

다른 장로들은 공감했다. 이어 그들은 진남에게 포상을 내리고 공로를 축하해줄 생각을 버리고 살며시 떠났다.

진남이 조용히 수련하게 놔두는 게 좋다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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