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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06화 (106/1,498)

106화 압축하고 모으다

“왜요?”

진남은 방림 등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세 분 장로, 설마 여기서 싸우려는 건가요? 하지만 딱히 비난할 만한 행동은 아니에요. 제가 무연각에서 거대한 비밀을 얻었으니 삼대 종문이 당연히 알고 싶겠죠.”

방림 등은 안색이 굳어지고 입가가 부들거렸다.

하지만 묘묘 공주 때문에 상도맹도 기가 눌렸는데, 그들이 아무리 배짱이 크다 해도 감히 무력을 행사할 수는 없었다.

“아, 아닐세. 오해야. 오해…….”

방림 등은 속이 더없이 답답했지만,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물러섰다.

장태억은 삼대 장로가 곤경에 처한 걸 보고 즐거워서 어쩔 줄 몰랐다. 이번 무연각이 방금 시작됐을 때 그는 적지 않은 굴욕을 당했다.

만약 그와 묘묘 공주가 친하기만 했다면 그는 아마 묘묘 공주에게 부탁해서 삼대 종문을 더욱 억압했을 것이었다.

진남은 눈길을 거두고 황용, 서유, 묵자삼, 대호 등 네 사람을 바라봤다. 그가 손을 털고 웃으며 말했다.

“나에게는 힘의 열매가 너무 많아. 그러니 너희들 한 사람이 하나씩 가지거라. 이걸 수련 자원으로 바꿔도 된다. 다만 황용 사형은 두 관문을 진급했으니 필요 없을 거예요.”

서유, 묵자삼, 대호는 진남이 건네주는 힘의 열매를 보며 감격했다. 힘의 열매의 가치는 두말할 것 없었다.

진남은 세 사람이 힘의 열매를 가져가지 않자 귀찮은 듯 말했다.

“왜? 이 힘의 열매가 필요 없다는 거냐?”

서유 등 세 사람이 그 말에 서둘러 고개를 젓더니 헤헤 웃었다. 그들은 서둘러 한 개씩 힘의 열매를 가져갔다.

그들은 진남이 사대 종문 여러 천재 중에서 제일 빛나는 천재가 되는 걸 보고 거리감이 생겼다.

세 사람은 오늘부터 자신들과 진남의 거리가 점점 더 커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진남의 행동은 따뜻했다.

설사 실력 차이가 있더라도 진남이 그들을 챙겼던 것이었다.

“고맙소!”

서유, 묵자삼, 대호가 동시에 입을 열었다.

추산 산봉우리 위는 상도맹이 떠나자 분위기가 진정되었다.

비검문, 난염문, 청여종 삼대 문파는 계속 머무르지 않고 모든 제자들을 데리고 문파로 돌아갔다.

이번에 무연각에 참가하러 왔던 황궐, 위호, 왕약림을 비롯해 많은 제자들은 모두 진남을 원망했다. 하지만 원망보다 더 크게 좌절감이 들었다. 전의 오만하고 자신만만하던 기세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들의 배경, 재능, 이해력 등 여러 면이 모두 진남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이번에 현령종의 제자가 승리해서 장태억의 얼굴이 기쁨과 흥분으로 상기되었다. 그는 대범하게 손을 흔들어 진남 등 사람들에게 수백 알의 무왕단을 이번 무연각행의 보상으로 내렸다.

“이제 종문으로 돌아가자!”

장태억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현령종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진남과 묘묘 공주가 티격태격했다.

삼천만 알의 무왕단을 얻은 묘묘 공주를 보고 질투 난 진남이 천정화를 내놓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묘묘 공주가 누구던가. 묘묘 공주는 인색하기 그지없게 히죽 웃으며 무종 경지의 기세를 뿜어 억지로 진남에게서 여든 그루의 천정화를 한 그루도 남기지 않고 모두 빼앗아갔다.

진남은 크게 실망해서 안색이 어두워졌다. 무연각 일 위를 차지한 기쁨이 전혀 없었다.

묘묘 공주가 인색한 건 그렇다 쳐도 이번 상도맹에서 연 도박에 참여하지 못해서 단약을 벌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진남은 실망한 마음을 겨우 추스렸다.

“현령종에 도착하려면 아직 여덟 날이나 남았어. 그 사이에 수행이나 해야겠어.”

진남이 중얼거리며 무연각 오 층의 청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질석이 진짜라면 그는 나중에 무신 경지를 초월하게 된다는 말이다.

‘무신 경지를 초월한다는 게 무슨 뜻이지?’

진남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됐어, 됐어. 이 일은 잊어버리는 게 좋아.”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별다른 잡생각을 하지 않고 저장 주머니를 바라봤다.

이번 무연각 행을 통해 그의 저장 주머니가 풍부해졌다.

그는 아직 묘묘 공주가 준 스무 방울의 태고 영액을 아직 먹지 않았다.

그런데 무연각에서 얻은 힘의 열매도 일곱 알이나 생겼고, 또 무연각 삼 층에서 얻은 입미지석도 있었다.

“걷는 중에는 무혼을 불러 천지영기를 흡수할 수 없지만 천지영약을 복용해 수련상태에 들어가게 할 수 있어.”

진남은 잠시 생각하더니 태고 영액 스무 방울을 집어 복용했다.

그가 태고 영액을 복용하길 선택한 건 태고 무수는 정신을 가다듬는 것이 매우 빠를뿐더러 수련에 집중이 많이 요구되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걷으면서 수련하기 적합했다.

스무 방울의 태고 영액이 몸에 들어가자 순수하고 방대한 태고 진기를 이루어 진남의 몸에 들어왔다.

진남은 온몸이 화염에 불타는 것 같았다. 온도가 신속히 올라가고 피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태고 진기는 쓰임이 많아, 몸과 하나가 되면……”

진남은 중얼거리며 걸으면서 몸 안의 태고 영기를 연화했다. 동시에 두 가지를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광경을 본 장태억과 다른 천재들은 모두 놀라움을 나타냈다.

“역시 진남이야. 일심이용이라니. 저러니 이번에 이렇게 놀라운 성과를 거뒀지.”

장태억이 칭찬했다.

황용 등도 감탄했다. 진남은 재능이 강대했다. 거기다 이렇게 노력하기까지 했다.

그들도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그들도 일심이용을 시도하고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유독 묘묘 공주만이 귀찮은 듯 입을 쩝쩝 다시며 말했다.

“보잘것없는 재주구나.”

장태억은 아무 말 없었다.

수련 중이던 진남은 한 가지 난관에 봉착했다.

그의 몸 안의 태고 진기는 이미 선천 경지 일 단계와 맞먹었다. 그래서 태고 영액을 스무 방울 복용하면 그의 몸 안의 태고 진기는 적어도 선천 경지 삼 단계와 맞먹는 수준에 도달해야 했다.

그런데 스무 알의 태고 영액이 더없이 방대한 태고 진기를 갖고 있었지만, 그의 몸은 더 흡수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진남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도리대로라면 태고 무수는 진전이 매우 빨라야만 했다.

“아니야, 아니야. 이건 경계의 문제가 아니야. 나의 경지가 제고되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야. 설사 태고 무수라도 짧디짧은 반달 사이에 선천 경지 일 단계로 진급할 수는 없을 거야. 때문에, 내 몸 안의 진기가 아직……”

진남은 한참을 생각했다. 처음에 선노가 했던 평가가 생각나자 그제야 문제인 부분을 알아차렸다.

태고 무수가 수련하는 건 태고 진기였다. 태고 진기는 경계를 돌파할 수 있고 속도가 나는 듯이 빨랐다. 그러나 결국 진기는 철저히 응집시킬 수 없다면 경지를 상승시킬 수 없을 수밖에 없었다.

튼튼한 기초가 없으면 전부 무너질 수 있었다.

이를 깨달은 진남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는 몸 안의 태고 진기를 움직여 단전에 모아 끊임없이 응집시키고 압축시켰다.

진남은 이 스무 방울의 태고 영액이 갖고 있는 태고진기를 모두 압축하고 모았다.

시간이 신속히 흘러 사흘 후에야 진남이 두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몸 안에서 방대한 기세가 솟아올랐다.

주위의 사람들이 놀랐다.

장태억은 진남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설마 경지를 돌파했느냐? 응? 아니다. 아니다. 경지를 돌파한 게 아니야. 하지만 숨결이 매우 두텁고, 응집되어 전과 완전히 다르구나. 마치 진정한 선천 경지 일 단계 같다.”

진남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선천 경지 일 단계지만 진남은 이미 자신의 힘이 이전보다 더 방대하고 응집되었다는 걸 느꼈다.

“보아하니 태고 진기의 오묘함을 깨달은 것 같구나.”

장태억이 웃으며 말했다.

“태고 무수는 태고 진기를 수련해 진급 속도가 빠르다. 그러나 자아 진기는 두껍게 응집되어야 해. 만약 속도만 추구한다면 결국 후에 위험이 남을 것이다.”

진남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우연히 묘묘 공주의 태고 영액을 복용하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태고 무수의 길을 걷는 걸 선택하지 않았다.

태고 무수는 진전 속도가 빨랐지만, 단점이 너무 많았다.

“됐다. 계속 걷자. 이제 다섯 날만 지나면 현령종에 도착한다.”

장태억이 당부했다.

* * *

다섯 날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나 진남 일행은 드디어 현령종에 도착했다.

현령종에 돌아간 후 장태억은 서둘러 무연각에서 있었던 일을 보고했다.

현령종의 모든 장로들이 깜짝 놀랐다.

뿐만 아니라 비검문, 난염문, 청여종의 제자들도 각자 문파에 도착해 이번 무연각의 소식을 전했다.

삼대 종문이 순식간에 들썩했다.

삼대 종문의 내문 제자든 외문 제자든 모두 이번 일에 더없이 놀랐다.

폐관했던 진전 제자들마저 진남의 이름을 알게 됐다.

사대 종문 내의 천재 제자들은 모두 무연각에 들어갔었다. 때문에 무연각의 사 층과 오 층에 들어가는 것이 뭘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삼대 종문의 거물들은 소문을 듣자 암암리에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진남이 얻은 무연각의 비밀은 하늘을 흔드는 비밀일 수 있기 때문에 각 종문의 거물들은 반드시 알아내야만 했다.

소식이 현령종의 제자들에게도 전해지자 온 종문이 들썩거렸다.

“진남이 무혼 등급을 감추었다니. 심지어 진짜 무혼 등급이 황급 십품이라니!”

“그리고 진남이 이번에 다른 종문의 천재들을 짓밟고 무연각의 비밀을 얻었다잖아.”

“너희들 들었어? 진남은 태상 장로의 제자일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무종 경지 강자의 제자이기도 하대!”

“배경도 있고 재능도 있군. 혹 진남이 우리 현령종의 진전 제자가 되는 걸까?”

“……”

현령종의 제자들이 진남에 대해 떠들었다. 그들의 놀라움은 한동안 계속됐다.

현령종 내에서 진남은 이미 여러 사건을 만들어냈었다.

그는 만상 대회에서 일 위를 차지하고 난심고죽림의 천 번째 걸음을 내디뎌 역사를 새로 썼다.

또 외원 제자 심사대회에서 일 위를 차지하기도 했고, 사대 전주를 불러 외문 대장로마저 형벌을 받게 만들기도 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무연각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현령종의 제자들은 마음속에 진남에 대한 경외감이 짙어졌다.

제자들 중에는 내문 제자도 있었다.

* * *

그 시각 사대 종문을 뒤흔든 진남은 공법전 옆의 누각 안에 서 있었다. 그의 앞에는 선노가 있었다.

선노는 진남에게 모든 것을 듣고는 놀랐지만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말했다.

“하하하! 네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구나. 내 너를 더욱 신경 써야겠어.”

진남이 기적을 여러 번 행한 건 운이 아니라 실력이었다.

진남은 웃으며 포권하고는 말했다.

“다 선노 덕이에요.”

“허허, 녀석. 내가 특별히 도와준 일이 있느냐. 오히려 네가 나에게 적지 않은 이득을 가져다준 게지. 묘묘 공주의 가입은 우리 현령종을 조금 시끄럽게 만들긴 했지만 말이야.

한데, 최근 비검문, 난염문 그리고 청여종이 좀 시끄럽구나…….”

선노는 고개를 살짝 흔들더니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묘묘 공주는 왜 보이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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