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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04화 (104/1,498)

104화 비밀을 공유해야지

사람들은 잠시 생각해보더니 바로 심신이 흔들렸다.

‘여자애는 삼백만 알의 무왕단을 ‘진남이 승리한다’에 걸었다. 근데 진남이 이겼으니 상도맹은 그녀에게 삼천만 알의 무왕단을 줘야 하는 게 아닌가?’

삼천만 알의 무왕단은 무종단으로 바꾸어도 족히 삼십만 알이었다.

사람들의 눈이 더없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무왕단 삼천만 알을 생각하자 미칠 것만 같았다.

상도맹의 백의 여인이 말했다.

“공주님, 안심하세요. 상도맹은 절대로 억지를 부리지 않아요. 그리고 여러분, 우린 절대로 판돈을 떼먹지 않아요. 다만 진남 도우가 사 층을 통과하면 역사를 새로 쓰는 거예요. 그러니 역사적인 장면을 지켜본 후에 돈을 나눠드리겠어요.”

하지만 묘묘 공주의 얼굴에 분노가 드러났다.

‘역사적인 장면이 나와 무슨 상관이지?’

그녀는 단약이 필요했다.

다만 그녀가 발광하기 전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무연각 사 층에서 갑자기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연주와 노랫소리가 마치 도전자를 격려하는 것만 같았다.

사람들은 충격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장태억이 중얼거렸다.

“설마 진남이 네 번째 관의 심사를 통과했단 말인가?”

‘진남이 진짜로 사 층을 돌파했단 말인가? 사 층을 통과하면 무연각의 어떤 보상을 받을까? 무연각의 사 층에는 어떤 존재가 있을까?’

수없이 많은 의문이 동시에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들은 진남이 어서 나타나 답해주길 바랐다.

상도맹 가마 안의 백의 여인이 한참을 침묵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저는 전에 상도맹의 비전(祕傳)에서 무연각의 존재를 본 적이 있어요. 그의 모습으로 보아 무연각이 상역에서 온 것일 수 있어요. 무연각에 커다란 비밀이 숨어 있을 수도……”

사람들이 그 말에 표정이 흔들렸다.

그중에서도 방림과 난염문, 청여종의 장로들의 눈에는 싸늘한 빛이 더욱 짙어졌다.

진남이 정말로 무연각에서 큰 비밀을 얻었다면 그들 삼대 종문에게는 절대 좋은 일이 아니었다.

백의 여인이 다시 낮은 소리로 말했다.

“물론, 진남이 사 층을 통과했다고 확신할 수는 없어요. 무연각 사층은 아무도 가본 적 없어요. 게다가 무연각의 사 층을 통과하려면 난이도가 앞의 세 관문보다 더 높을 게 분명해요.”

무연각의 사 층은 처음 열린 것이었다. 사 층의 난이도는 틀림없이 매우 높을 것이다.

바로 이때 다시 이변이 발생했다!

빛을 내뿜던 무연각의 사 층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무연각의 오 층에서 갑자기 더없이 반짝이는 빛이 뿜어져 나왔다. 찬란한 금빛이 마치 반짝이는 별처럼 추성 바다를 뒤덮었다.

수없이 많은 이상 현상이 동시에 무연각에서 나타났다.

사람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어떻게 된 일이지? 무연각 오 층에서 갑자기 이렇게 놀라운 이상이 일어나다니.’

“이럴 수가!”

상도맹 가마 안의 백의 여인이 경악했다. 말투에 짙은 놀라움이 드러났다.

“설마 진남 도우가 사 층을 통과하고 무연각 오 층에 도착한 건가요? 설마 오 층을 통과할 수도…….”

그녀의 말에 사람들이 경악했다.

‘오 층? 진남이 사 층을 통과하고 오 층에 도달했다고? 또 진남이 무연각의 오 층을 통과할 수도 있을 거라고?’

삼대 종문의 제자들은 순간 크게 동요했다.

그들은 세 번째 관도 통과하지 못했다. 심지어 첫 번째 관도 통과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진남은 연속 세관이나 통과하고 아무도 가본 적 없는 사 층에 도달했을 뿐만 아니라 오 층을 통과하려고 했다.

사람들이 놀라있을 때 추성 바다 위의 무연각이 조금씩 흔들리며 반짝이는 빛을 한번 내뿜었다.

빛이 사람의 그림자를 감쌌더니 긴 무지개가 되어 추산 산봉우리 위에 떨어졌다.

그림자는 바로 진남이었다.

진남의 얼굴에는 기쁨이 없었다. 그의 눈 깊은 곳에서 깊은 놀라움이 일고 있었다. 그의 몸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는데, 마치 매우 무서운 존재를 본 것 같았다.

사람들의 눈이 진남의 몸에 집중되었다.

진남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장내의 중심이 되었다.

“진남!”

장태억은 참지 못하고 다급히 물었다.

“오 층을 통과했느냐? 어서 말해 보거라. 오 층 안에 도대체 뭐가 있었느냐? 아니다, 아니다. 지금 여기서 이럴 필요 없다. 지금 당장 나와 함께 현령종으로 돌아가자!”

장태억은 진남이 무연각에서 겪은 일들을 물어보려 했다. 하지만 그는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진남을 데리고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

방림 그리고 난염문, 청여종의 장로가 순간 눈길이 사나워지더니 발을 내디뎠다.

그들도 진남이 무연각에서 겪은 모든 것이 궁금했다. 그들은 진남을 잡아 종문으로 데리고 가 그가 알고 있는 비밀을 캐내야 했다.

‘상도맹의 백의 여인의 말대로 무연각에는 틀림없이 커다란 비밀이 있을 것이다. 비밀을 위해서라면 진남의 배경이 아무리 무섭다고 해도 무리해서라도 진남을 데려가야만 해. 그렇지 않았다가 만약 비밀이 엄청나다면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을 거다.’

진남은 장태억의 외침을 듣고는 정신을 차렸다. 그는 장태억을 향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무연각 사 층과 오 층을 통과했어요. 그런데 이 두 층은 좀 특수하여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어요. 제가 여러분에게 알려드릴 수 있는 건 오늘부터 무연각은 추성지해(秋星之海)에서 사라지고 영원히 다시 나타나지 않을 거라는 거예요.”

진남의 말이 끝나자 파도 위에 떠 있던 무연각이 갑자기 추성지해 위의 허공을 찢더니 허공으로 들어가 사라져버렸다.

추성지해에 일던 삼백여 척 높이의 파도도 무너져버렸다.

무연각이 사라졌다!

사람들이 실성한 듯이 중얼거렸다.

“무연각이 사라지다니…….”

“이 년에 한 번씩 꼭 나타났는데 정말로 사라지는 건가…….”

“허, 무연각이 사라지는 날이 있다니.”

“……”

사대 종문 장로들의 안색이 일제히 변했다.

무연각이 사라졌다고 해도 무인들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그러나 사대 종문에게는 큰 영향을 주었다.

몇십 년 동안 사대 종문은 줄곧 무연각을 제자들이 연마하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그런데 갑자기 사라져버렸으니 사대 종문의 제자들에게 기회도 함께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상도맹 가마 안의 백의 여인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연각은 몇십 년 동안 줄곧 사라진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사라진 건 진남 도우가 틀림없이 무연각의 비밀을 얻었기 때문일 거예요. 무연각이 계속 여기 있을 이유가 없어 사라져버린 거죠.

전 무연각의 비밀이 매우 궁금해요. 만약 도우가 제게 알려준다면 보답으로 도우의 모든 걱정을 해결해주겠어요.”

사람들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백의 여인의 말대로 무연각이 사라지고 사라지지 않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제일 중요한 건 무연각의 비밀이었다.

“무연각의 비밀을 알고 싶어요?”

진남의 안색은 예상 밖으로 평온했다.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

“저도 알려주고 싶어요. 그런데 당신이나 상도맹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어느 누구도 비밀을 들을 자격이 없어요.”

그 말에 사람들은 황당해했다. 심지어 상도맹의 백의 여인도 당황했다.

‘무슨 뜻이지? 설마 비밀을 혼자만 알고 알려주지 않겠다는 건가? 그리고 우리들은 왜 알 자격이 없다는 거지?’

* * *

진남은 사람들을 보며 무연각에서의 일을 생각했다. 그의 눈길이 다시 격렬하게 흔들렸다.

백의 여인의 예상과 달리, 진남은 무연각 사 층에서 아무런 심사도 받지 않았다. 다만 한 노인을 만났다. 검은 머리에 말투가 이상한 노인이었다.

흑발 노인은 진남을 보고는 말했다.

“무연각 오 층에는 커다란 비밀이 있다. 네가 가보고 싶으면 가도 된다. 그러나 네가 오 층을 간다면 너에게 커다란 위험이 따를 거다. 만약 네가 보러 가지 않는다면 나는 너에게 커다란 보상을 줄 수 있다!”

“위험이요? 커다란 보상이요?”

진남은 이맛살을 찌푸리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저는 오 층으로 가봐야겠어요.”

무연각이 생겨난 이래 아무도 오 층에 들어가 보지 못했다. 이렇게 좋은 기회가 생겼는데 물러설 수는 없었다.

위험?

그는 두렵지 않았다.

이익?

그는 일순 마음이 흔들렸지만 그는 모험하는 쪽을 선택했다.

흑발 노인은 진남을 뚫어지게 보더니 천천히 말했다.

“그럼 오 층으로 가거라.”

이어 빛이 반짝이더니 진남은 오층에 도착했다.

오 층에는 작은 방이 하나 있었다. 방 아래에는 한 청년이 앉아있었다.

청년은 생김새가 흐릿하여 그 형상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청년은 진남을 힐끗 보는 듯하더니 찻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시더니 내려놓으며 말했다.

“일 층의 자질석은 가짜가 아니다. 진짜다.”

그의 한마디는 천둥 번개 같았다.

* * *

사람들은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 진남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길에는 적의가 가득했다.

무인들은 그나마 괜찮았다.

하지만 비검문의 방림 장로와 난염문, 청여종의 장로들은 살기를 조금도 감추지 않았다.

삼대 장로가 신속하게 진남과 장태억 등 현령종의 천재들을 모두 포위했다.

살기가 산봉우리에서 꿈틀거렸다.

장태억의 안색이 순식간에 싸늘해져서 말했다.

“이게 뭐하는 짓이오! 설마 당신들, 진남을 공격하려고 하는 거요? 만약 진남을 공격하면 양대 무종 경지 강자의 분노를 일으킬 거요! 설사 삼대 종문을 흔들지 못해도 당신들은 종문에서 버려질 테고 틀림없이 죽을 거요!”

장태억은 진남의 배경을 강조했다. 진남의 배경을 강조해서 삼대 장로를 단념하게 하려 했다.

방림과 양대 종문의 장로는 장태억의 말에 눈에 망설임이 스쳤다.

그들 세 사람도 오늘 여기서 진남에게 손을 쓰면 진남 배후에 있는 양대 무종 경지 강자의 탄압을 받게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설사 삼대 종문이라도 양대 무종 경지 강자의 분노를 이겨내지 못하고 틀림없이 그들 세 사람을 버릴 것이었다.

설사 그들 세 사람이 문파를 위해 커다란 공로를 세웠을지라도 말이다.

이때 상도맹 가마 안에 있던 백의 여인이 말했다.

“무연각의 비밀은 반드시 사람들에게 공유해야 해요. 우리 상도맹은 현령종과 원수가 되지 싶지 않지만, 진남 도우가 비밀을 끝까지 말하려 하지 않으면 우리 상도맹도 삼대 종문의 행사에 참여하겠어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 가마 앞에 있던 네 명의 무왕 경지의 강자들이 몸을 날려 현령종을 둘러쌌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던 방림 등의 얼굴에 희색이 띠었다.

그들은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오늘 상도맹도 참여하면 설사 진남 배후의 양대 무종 경지 강자가 분노하더라도 목숨을 건지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었다.

방림이 공수하고 크게 웃으며 말했다.

“상도맹 고맙소. 말 한번 잘했습니다. 무연각의 비밀은 응당 모든 사람과 공유해야 하지요!”

장태억의 안색이 보기 흉할 정도로 나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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