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무연각 사 층
무연각 삼 층 안.
진남은 마치 사람들의 의혹을 아는 것처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어렸을 적에 벼락을 맞아 비법을 하나 얻었어요. 이 비법을 펼치면 저의 진짜 무혼 등급을 숨길 수 있어요. 당신들이 전에 황급 팔품 무혼을 본 건 제가 일부러 숨겼기 때문이에요."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바로 깨달았다.
진남이 오래된 비법을 얻어 무혼 등급을 숨겨 사람들을 속였던 것이었다.
다시 말해 진남은 황급 십품 무혼을 가지고 있지만, 일부러 소문을 내지 않았을 뿐이었다.
모두들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들은 전에 진남을 조롱하고 멸시했다. 하지만 단지 자신들이 사람 볼 줄을 몰랐던 것이었다.
진남의 말을 듣고 황궐이 정신을 차렸다. 그가 흉악한 표정으로 비명 같은 소리를 질렀다.
"어떻게 이럴 수가! 너 같은 폐물이 어떻게 황급 십품 무혼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단 말이야! 난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할 수 없어!"
황궐은 이성을 잃을 것만 같았다.
그는 첫 번째 관문에서 진남에게 밀리고, 두 번째 관문에서 진남에게 패했다. 그런데 세 번째 관문에서도 또 진남에게 패할 것만 같았다.
황궐은 참을 수 없었다.
"진남, 너…… 너……!"
위호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이성을 잃지는 않았지만 분노가 극에 달했다.
그는 난염문 문주의 아들이었고, 무예 재능이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무혼 등급까지도 강대했다. 그런 그가 진남에게 연이어 패했으니 어떻게 담담할 수 있겠는가.
"너희들이 전에 나의 무혼 등급을 무시했지? 그렇다면 도대체 누구의 무혼이 더욱 강대한지 우리 한번 우열을 가려보자."
진남의 기세와 전의가 강력하게 뿜어져 나왔다.
황궐과 위호의 안색이 굳어졌다.
"위호, 내가 너를 도와주마. 설령 일 위를 차지하지 못한다 해도 오늘 저 자식을 혼내주고야 말겠어."
황궐이 큰소리로 외치며 흉악한 표정으로 자신의 고검 무혼을 움직이더니 하늘을 찌를 듯한 위압을 발사해 진남을 향해 끊임없이 휘몰아쳤다.
"하하하! 좋아! 오늘 만약 일 위를 차지한다면 나중에 네게 이 빚을 꼭 갚으마."
위호가 미친 듯이 웃으며 무혼에 힘을 더했다. 그의 화염 무혼이 강한 흡인력을 폭발시키더니 석굴 안의 영기를 삼키기 시작했다.
진남이 황급 십품 무혼을 드러내자 양대 천재들은 압력에 못 이겨 힘을 합쳐 진남을 상대했다.
한 사람은 진남을 제압하려 하고 한 사람은 영기를 흡수했다.
사람들의 호흡이 가빠졌다.
그들은 두 개의 황급 십품 무혼이 하나의 황급 십품 무혼과 싸우는 걸 처음 봤다.
"황궐, 위호, 너희 둘 연합해서 나의 무혼을 상대하려는 거냐? 참으로 헛된 망상을 하는구나. 나의 무혼은 무소불전, 무소불승이다!"
진남의 기세가 이 순간 최고조에 달했다.
전신의 혼이 마치 진남의 마음을 느낀 듯이 황궐의 무혼 위압을 무시하고 흡인력을 강하게 폭발시켰다.
석굴 안의 영기가 붕괴할 듯이 흔들렸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소용돌이가 펼쳐진 것만 같았다. 모든 영기가 용과 봉황으로 변해 하늘하늘 춤추는 것 같았다.
"이건……!"
위호와 황궐은 경악했다.
그들은 진남의 황급 십품 무혼이 장내의 영기를 모두 흡수할 줄 생각지 못했다. 진남의 무혼은 그들 두 사람의 무혼보다 더욱 강대했다.
위호와 황궐 두 사람은 황급 십품 무혼을 가지고 있었지만, 영기를 조금밖에 흡수할 수 없었다.
대부분의 영기는 전부 진남이 휩쓸어 갔기 때문이었다.
세 번째 관문을 심사하는 노파도 놀라서 중얼거렸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분명 모두 황급 십품 무혼인데…… 어찌하여 저자의 무혼이 다른 두 개의 무혼을 압도하는 거지? 그리고 분명 황급 십품인데 어떻게 이토록 강한 위압을 가할 수 있지……?"
반 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난 후 진남이 큰소리로 외치자 등 뒤에 걸려있던 전신의 혼이 바로 잠잠해졌다.
반 주 향이 타는 시간 내에 석굴 안의 짙은 영기를 진남이 혼자 전부 깨끗이 흡수해버렸다.
전신이 나왔는데 누가 감히 겨루겠는가.
"내가 패하다니……."
황궐과 위호가 넋이 나간 듯이 중얼거렸다. 그들의 두 눈은 빛을 잃고 패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들은 비검문, 난염문의 천재로서 이번 무연각 심사에서 자신들의 기지를 보이려 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이렇게 압도적으로 패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왕약림이 진남을 두려워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진남은 하늘만큼 큰 배경이 있었고, 또한 무서운 재능도 갖고 있는 존재였다.
'내가 담이 얼마나 컸기에 진남의 미움을 샀단 말인가…….'
그녀는 속으로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제발 진남이 자신에게 신경 쓰지 않기를 기도했다.
황용의 진남을 바라보는 눈길이 매우 복잡했다.
만상 대회에서 진남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진남이 나름대로 개성이 있어서 사귈만하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무연각에서 진남은 황급 십품 무혼을 펼쳐 다른 두 천재를 진압하여 단번에 사대 종문 무연각 참가자 중의 일 위가 되었다.
황용은 자신과 진남의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는 걸 실감했다.
세 번째 관문 심사자 노파가 복잡한 표정으로 진남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너를 업신여겨 말을 좀 심하게 했구나. 내 잘못을 용서해주길 바라마."
"선배님, 이러실 필요 없어요."
진남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서슬이 퍼렇던 기세를 거두고 매우 평온하게 웃으며 말했다.
"한두 번 겪는 일도 아닌걸요."
노파가 씁쓸하게 웃더니 고개를 젓고는 외쳤다.
"지금부터 세 번째 관문 심사 결과를 선포하겠다. 이번 심사에서 일 위한 사람은 진남이다! 진남은 이번 심사에서 유일하게 진급한 사람이다. 이제부터 보상을 내리겠다."
노파가 큰손을 휘젓자 하나의 금빛 찬란한 저장 주머니가 진남의 손에 떨어졌다.
진남은 서둘러 저장 주머니를 열어 안을 들여다보았다. 진남의 눈에 놀라움이 나타났다.
저장 주머니 안에 하나의 돌이 놓여있었다.
돌은 손바닥 크기만 했는데, 둥글고 모서리가 없었다. 돌 전체가 투명한 것이 마치 하나의 수정 같았다. 돌의 깊은 곳에는 입미지경의 힘이 담겨 있었다.
진남은 비록 견식이 짧았지만, 돌을 충분히 이해했다.
돌은 입미지석(入微之石)이라고 불렸는데 천지의 조화로 생긴 것으로 극히 귀중했다.
입미지석은 돌 안의 입미지의(入微之意)를 이해하게 해 입미지경의 경지를 높이는데 효과가 탁월했다.
다만 입미지석은 극히 보기 드물었고 가격이 무척 비쌌다.
"만약 돌 안의 입미지의를 느낀다면 소성입미지경을 대성입미지경으로 높일 수 있을 거야."
진남은 깊게 숨을 들이마셔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노파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입미지석은 가치가 매우 컸다. 이렇게 큰 상을 받았는데 감사 인사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노파가 그런 진남을 보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세 번째 관문의 심사가 끝났다. 첫 번째 관문에서 열쇠를 하나 얻었지? 너는 그 열쇠로 사 층에 들어갈지 말지 선택할 수 있다."
"사 층에 들어가는 걸 선택하겠어요."
진남의 두 눈에 순간 빛이 스쳤다.
무연각이 생긴 이래 아무도 들어가지 못한 무연각 사 층이었다.
진남은 피가 뜨거워지는 것만 같았다. 그가 무연각 사 층으로 들어가는 것은 역사를 새로 쓰는 일이었다.
"좋다, 그럼 무연각 사층에 가보거라."
노파는 얼굴의 웃음기를 거두고 손을 흔들었다. 진남의 몸이 삼 층에서 사라졌다.
"이번 심사는 모두 끝났다."
노파는 다른 네 사람을 보더니 옷자락을 휘저어 그들을 내보냈다.
* * *
추산 산봉우리.
황궐, 위호 등 네 사람이 나오자 사람들은 일제히 그들을 쳐다봤다.
황궐과 위호는 시작할 때 기세등등하고 서슬 퍼렇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들은 사람들이 쳐다보는 가운데 침묵하고 문파의 장로 뒤로 걸어갔다.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눈에 동정이 나타났다. 그들은 천재였다. 다른 사람에게 패배하는 것이 익숙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황궐과 위호의 운이 좋지 않았다. 그들이 진남만 아니었다면, 어떻게 이렇게 처참하게 패했겠는가.
첫 번째 관문, 두 번째 관문, 세 번째 관문에서의 진남의 모습을 생각하자 사람들의 두 눈에 존경심이 가득해졌다.
"아! 진남이 사 층에 들어갔어! 사 층이 도대체 어떠한지 빨리 봅시다!"
갑자기 한 무인이 소리쳤다.
무인의 외침에 다들 일제히 무경을 바라봤다.
지금껏 무연각 사 층에 들어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인들과 사대 종문의 장로들, 모두가 무연각 사 층안에 도대체 어떤 존재가 있는지 매우 궁금했다.
그런데 이때, 무경이 세게 흔들더니 화면이 일그러져 무연각에서 발생한 일을 전혀 볼 수 없었다.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추성 대해를 바라봤다. 무연각은 삼백 척 높이의 파도 위에 자리 잡고 빛을 뿜고 있었다. 사 층 누각이 빛났다. 사 층에 지금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무인들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화를 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무경이 갑자기 망가지다니!"
"젠장! 그렇다면 사 층을 볼 수 없단 말이야?"
"어떻게 이런……. 이게 뭐야!"
"……"
장태억이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였다.
바다 위의 무연각을 보는 그의 얼굴에 긴장이 가득했다.
만약 진남이 사 층을 통과하고 사 층의 보상을 얻어 무연각의 비밀을 알게 된다면 현령종에는 큰 경사일 것이었다.
"진남아…. 반드시 사층을 돌파해야 한다……!"
장태억이 이를 악물고 무연각을 뚫어지게 주시했다.
삼대 문파 장로들의 안색이 모두 어두워졌다.
이번 무연각 심사에서 삼대 종문은 손실이 막심했다. 반면 현령종은 수확이 적지 않았다.
한데, 진남이 역사를 새로 쓰기까지 했다. 거기다 무연각의 비밀까지 알게 된다면 삼대 종문에게는 전혀 좋은 일이 아닐 것이었다.
"만약 진남이 사층을 돌파하게 되면……"
방 장로가 중얼거리며 살기가 번뜩이는 눈으로 청여종과 난염문의 장로를 쳐다봤다.
두 장로 눈에도 살기가 스쳤다.
만약 진남이 사 층을 돌파한다면 그는 분명 그들에게 위협이 될 것이었다.
묘묘 공주가 이때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상도맹! 진남이 이겼잖아. 그러니 빨리 무왕단을 내놓거라. 일 대 십의 배율이다. 단 한 알의 무왕단도 빠뜨려서는 안 돼!"
그녀의 목소리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묘묘 공주는 두 손을 허리에 올렸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왜들 저렇게 난리야. 그냥 사 층에 들어갔을 뿐이잖아. 놀랄 게 뭐가 있어. 도박이 끝났으니 돈부터 내놔야지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사람들은 모두 말문이 막혔다. 그들은 진남이 사 층에 들어간 걸 보고 흥분해서 도박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왜 하필 이런 때에 도박을 얘기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