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화 그럴 리가 없다!
“제가 해볼게요!”
황용이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큰소리로 외치더니 부들방석에 앉았다.
이어 그의 등 뒤에서 아홉 갈래의 노란 빛이 반짝거리더니 혈검이 떠올랐다. 마치 석굴에 꽂혀서 강대한 흡인력을 폭발해 주위의 영기를 모두 끊임없이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빨려 들어온 영기들은 순식간에 엉켜 장용으로 변했다. 황용이 영기를 끊임없이 빨아들이는 속도가 엄청 놀라웠다.
“수련 속도가 무척 빠르구나! 그러나 나도 약하지 않아!”
왕약림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녀는 자신이 황궐과 위호의 상대가 아니란 걸 알고는 즉시 작은 몸을 날려 부들방석 위에 앉았다. 그녀의 등 뒤에서 똑같이 아홉 갈래의 노란빛이 반짝이더니 영롱한 칠현금이 천천히 떠올랐다.
칠현금을 타니 소리가 흘러나왔다. 재빨리 천지 영기를 흡수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마음을 미혹시키는 힘을 폭발해 황용의 몸을 뒤덮었다.
이번 심사에 무혼의 능력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규정은 없었다.
갑자기 황용의 몸이 떨렸다.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가 기쁨으로 가득찼다가 반복하더니 그의 무혼이 영기를 빨아들이는 속도가 느려졌다.
“좋아, 무혼 옥금은 악기소리를 통해 적을 유혹시킨다. 실로 괜찮은 능력이야.”
황궐이 조금도 숨기지 않고 감탄했다. 그는 이어 진남을 보며 말했다.
“그러나 겨우 황급 구품 무혼이라 나의 무혼과 견줄 순 없지!”
황궐이 길게 휘파람을 불며 부들방석에 자리 잡았다. 그의 등 뒤에서 노란빛이 반짝이더니 무종 경지의 강자가 환생하여 만들어진 오래된 잔검에서 무서운 흡인력이 폭발했다.
석굴 안의 영기가 모두 뒤섞이더니 한 마리의 용과 봉황으로 변하여 서로 뒤엉키고 서로 춤추며 끊임없이 소리치고는 황궐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황급 십품 무혼과 황급 구품 무혼의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황용과 왕약림이 흡수하는 속도가 족히 세배는 느려졌다. 오직 석굴 안의 적은 영기만을 빨아들였다.
석굴 안의 영기는 한정돼 있었는데 대부분의 영기를 황궐이 빨아들였기 때문이었다.
“황궐! 너만 황급 십품 무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거라! 내가 보기에 너의 무혼은 새 발의 피다!”
위호가 피식 웃으며 한 걸음 나서 부들방석에 앉았다.
이어 그의 몸에서도 열 갈래의 빛이 반짝거렸다. 위호의 등 뒤에 자색 불꽃이 갑자기 용솟음치기 시작하더니 주위의 온도를 순식간에 높였다.
이것이 바로 위호의 무혼이었다. 한 송이 불꽃인데, 일반적인 불꽃이 아니었다. ‘자심화(紫心火)’였다.
이 불꽃은 만약 최고치까지 발휘하게 된다면 무종 경지 강자도 불태울 수 있었다.
“자심화 무혼은 모든 무혼의 위에 있다. 감히 대적할 무혼이 없다!”
위호가 큰소리로 외치자 자심화무혼이 강렬한 흡인력을 폭발시켜 석굴 안의 대부분의 영기를 빨아들였다. 영기는 용과 봉황 모양으로 변해 춤을 추는 것 같았다.
두 황급 십품 무혼이 영기를 빨아들이는 속도는 매우 무서웠다.
특히 왕약림과 황용 두 사람은 두 황급 십품 무혼이 빨아들이자 버틸 수가 없었다. 매우 느린 속도로 영기를 빨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왕약림과 황용의 얼굴에 괴로움이 나타났다. 세 번째 관문 심사의 일 위가 그들 두 사람과 상관없다는 건 이미 정해졌다.
“위호, 너의 자심화 무혼이 실로 평범하지 않구나! 오늘 내 너와 우열을 가리련다!”
황궐이 크게 외쳤다. 그는 그와 동급인 위호밖에 보이지 않았다.
위호의 눈에도 전의가 짙어졌다. 그는 황궐과 우열을 가리려는 듯이 정신을 집중하여였다.
진남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마치 관계없는 사람처럼 철저히 무시당했다.
* * *
같은 시각, 추산 산봉우리
무인들은 모두 긴장하여 무경을 보며 끊임없이 떠들었다.
“봐! 황궐이 위호를 넘어섰어! 흡수한 영기가 위호보다 더 많아!”
“황궐이 위호를 넘어서다니!”
“하하하! 나는 위호에게 삼만 알의 선천단을 걸었어. 내 전재산이야!”
“......”
모두가 황궐과 위호를 집중해서 바라봤다.
세 번째 관문은 바로 그들 둘을 위해 준비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무연각의 제자들뿐만 아니라 추산 산봉우리의 사람들도 진남을 무시했다.
* * *
이때 무연각 삼층 안에서 줄곧 아무 말도 없던 진남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는 느린 걸음으로 석굴 안의 제일 마지막 부들방석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이 위호와 황궐의 주의를 끌었다. 정신을 집중하여 서로의 수련 속도를 치열하게 겨루던 두 사람이 동시에 영기의 흡수를 늦추었다.
“하하하!”
황궐이 크게 웃더니 한껏 조롱하며 말했다.
“진남, 왜? 너도 시합에 참가하려고? 관둬라. 너는 황급 팔품 무혼밖에 안 되어 참가할 수 없다. 석굴 안의 영기를 너는 조금도 빨아들일 수 없다!”
위호도 히죽거리며 말했다.
“황궐, 너 무슨 말 하는 거냐. 이번 시합은 누구나 다 참가할 수 있어! 진남도 당연히 참가해야지! 다만 우리 두 황급 십품 무혼이 있는 한 진남의 황급 팔품 무혼은 아마 한줌의 영기도 빨아들일 수 없을 거다.”
말을 마친 위호와 황궐은 서로 쳐다보더니 일제히 무혼을 움직여 진남을 향해 위압을 폭발시켰다.
진남은 두 황급 십품 무혼의 위압을 받고는 잠시 걸음을 멈칫거렸다. 마치 한 걸음도 내디디기 어려운 것 같았다.
삼 층의 심사관인 노파는 이들의 말을 듣고 진남을 바라보는 눈길이 더없이 그윽해졌다. 그러나 귀찮은 듯 말했다.
“네가 첫 번째 관문과 두 번째 관문에서 좋은 성적을 따냈다고 들었다. 그러나 여기 세 번째 관문은 황급 팔품 무혼으로는 시합에 참가할 자격도 없다. 규칙이 있으니 강제로 너를 떠나게 할 수 없지만, 너는 이번 심사에 참가할 필요가 없다!”
위호와 황궐이 진남을 비웃을 뿐만 아니라 세 번째 관문을 심사하는 노파마저 진남더러 시합을 포기하라고 했다.
침묵하고 있던 진남이 드디어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는 거리낄 것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점점 크게 변했다.
“하하하! 재미있군요, 참으로 재미있어요. 많은 이들이 모두 똑같았죠. 바로 저의 무혼을 비웃은 거예요. 그뿐만 아니라 저의 무혼 등급이 낮다고 괴롭히기도 했죠.”
노파, 위호, 황궐 세 사람은 모두 황당해했다. 진남이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진남은 웃음기를 거두고 진지하게 세 번째 관문 심사를 맡은 노파에게 물었다.
“선배님,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요. 무혼 등급이 낮으면 조롱과 멸시와 압박을 받아야 하는 건가요?”
사람들은 어처구니없었다.
‘이게 무슨? 이걸 굳이 물어볼 필요 있나?’
창람대륙에서 무혼 등급이 낮으면 비웃음, 멸시, 압박을 받았다. 만약 무혼 등급이 높고 강하면 떠받들렸다. 그게 당연했다.
노파는 정신을 차리더니 바로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세 살짜리 아이도 대답할 수 있는 문제를 굳이 나에게 물을 필요 있느냐?”
“그렇군요.”
진남의 반응은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났다. 그의 안색은 평온했다.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은 것 같았다.
진남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한 걸음 한 걸음 계속 걸어갔다. 그가 걸어가면서 말했다.
“무혼 등급이 낮으면 멸시를 받고 억압당하는 등등 이런 사실을 나는 이미 알고 있어요. 그러나 나는 줄곧 한 가지 의문이 있었어요.”
“왜 모두들 저를 비웃고 멸시하고 억압하는 거죠?”
“저의 무예 재능은 최상급이에요. 그런데 왜 당신들은 저를 조롱하고 비웃고 억압하는 거죠?”
“……”
그의 질문에 사람들이 황당해했다.
‘무슨 뜻이지? 설마 자신의 황급 팔품 무혼이 여기서 정상의 존재라고 생각하는 건가?’
진남은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조금도 흔들림 없이 계속 말하며 걸어갔다.
“저를 만만하게 보고 하찮게 여기는 건 제 본 모습을 전혀 몰랐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당신들은 저를 비웃고 조롱하고 무시했던 거예요.”
모두의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바보가 아니기에 진남이 하는 말의 뜻을 모두 알아들었다. 진남은 지금 사람 볼 줄 모른다고 그들을 욕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분노가 용솟음쳤다.
‘우리가 너를 만만하게 봤다고? 폐물인 주제에 우리를 나무라는 거야?’
다만 묘묘 공주만이 진남을 바라보는 두 눈을 반짝였다.
진남은 사람들의 분노를 무시하고는 큰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두 무혼이 주는 위압을 무시하고 천천히 부들방석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진남은 황궐과 위호를 보고 또 고개를 돌려 노파를 보더니, 소리 내어 미친 듯이 웃었다.
“하하하, 하하하! 당신들은 아마 제가 이 관문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를 거예요!”
“제가 왜 오랫동안 기다렸을까요?”
“많은 사람이 볼 때, 성대한 무대에서 저의 진정한 수준을 펼치기 위해서예요. 저에 대한 조롱, 모욕, 비웃음이 얼마나 가소로운 건지 똑똑히 보여주죠.”
진남은 속이 후련했다.
진남의 기세가 한순간에 변했다.
“오늘 당신들한테 알려주겠어요. 이번 시합에서 나야말로 진정한 천재라는 걸.”
진남이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이어 그의 등 뒤에 열 갈래의 노란빛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전신의 혼이 마치 오랜 세월에서 깨어난 듯이 진남의 등 뒤에 우뚝 솟아올랐다. 마치 허공에 서서 창공을 내려다보았다.
이 순간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뭐? 열 갈래의 노란 빛?”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황급 십품 무혼이라고?”
위호와 황궐 그리고 왕약림, 황용의 얼굴에 모두 짙은 놀라움이 나타났다.
그들 네 사람뿐만 아니라 전에 진남을 비웃던 세 번째 관문 심사자인 노파도 바로 입을 크게 벌리고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 * *
그 시각, 추산 산봉우리
사람들은 경악했다.
‘열 갈래의 노란 빛? 진남이 황급 십품 무혼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진남은 황급 팔품 무혼이 아니었나? 어떻게 황급 십품 무혼을 갖고 있지?’
그중 현령종에서 온 사람들의 놀라움이 가장 컸다.
그들은 모두 현령종에서 왔기에 이미 진남의 무혼이 황급 팔품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진남이 어떻게 황급 십품 무혼을 폭발시킨 건지 알 수 없었다.
사람들은 놀람과 동시에 일제히 상도맹의 가마를 바라봤다.
그들은 진남의 무혼이 겨우 황급 팔품이라고 생각한 건 이것이 상도맹에서 나온 소식이었기 때문이었다.
가마 안의 백의 여인은 잠깐 넋을 놓더니 갑자기 일어서 처음으로 냉정을 잃고 말했다.
“그럴 수 없다. 절대 그럴 수 없다. 우리 상도맹에서 조사한 데 의하면 진남이 현령종에 들어갈 때 무혼이 황급 팔품이었다. 한데, 어떻게 황급 십품이 된 거지? 이건 전혀 상식에 맞지 않는다.”
그녀의 말에는 놀라움이 가득해서 조금도 거짓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어이가 없었다. 상도맹이 그들을 속일 리 없었다.
‘그렇다면 상도맹이 가짜 소식을 얻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