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화 수련 속도
사람들이 모두 질투와 부러움이 뒤엉킨 시선으로 묘묘 공주를 보았다.
두 번째 관문 심사가 시작하기 전에 진남의 배율은 일 대 이였기에 진남에게 걸었다면 두 배의 판돈을 얻을 수 있었다.
눈앞의 여자아이는 진남에게 백만 알의 무왕단을 걸었기에 상도맹에서 그녀에게 이백만 알의 무왕단을 줘야 했다.
즉, 한 주 향이 타는 짧은 시간 내에 여자애는 무려 이백만 알의 무왕단을 얻은 것이었다.
이백만 알의 무왕단은 무종단으로 바꾼다 해도 족히 만 알로 바꿀 수 있었다.
“상도맹은 줄곧 신용을 제일 중요시하고 있어요. 여기 이만 알의 무종단이에요. 확인해보세요.”
상도맹 가마 안의 백의 여인이 말하면서 손가락을 굽히더니 저장 주머니를 한 개 튕겨냈다.
묘묘 공주는 저장 주머니를 들어 검사했다. 그녀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좋아.”
무인들은 여자애 손의 저장 주머니를 보며 입가가 바들거렸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저장 주머니를 뺏고 싶었다.
그러나 그들은 미련하지 않았다. 여자애는 그들이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만약 이 여자애의 신비한 선분이 마음에 걸리지 않았다면 무인들은 아마 도적으로 변해 여자애를 약탈했을 것이었다.
큰 재화에 자극받은 무인들이 떠들기 시작했다.
“젠장! 앞의 두 관문에서 나는 한 알의 단약도 얻지 못했어! 오히려 적지 않게 잃었어! 이번에 나는 전재산을 한 번에 걸겠어!”
“위호와 황궐마저 그를 누를 수 없다니. 세 번째 관문에서 나는 무조건 진남에게 걸 거야.”
“세 번째 관문이 뭐가 됐든 상관없어! 나도 진남에게 걸 거야!”
“반드시 진남에게 걸어야 해. 앞선 두 관문도 모두 진남이 이겼어. 세 번째 관문도 분명 그가 이길 거야.”
“……”
무인들은 진남이 관문을 두 번이나 일 위로 통과하는 걸 보고 나니 이제 진남이 모든 형세를 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 번째 관문 심사내용을 보는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
무경에 진남, 위호 등 다섯 사람과 세 번째 관문이 보였다.
* * *
세 번째 관문의 모습은 남달랐다. 방원 삼백 척인 커다란 석굴이었다.
석굴 안은 영기가 그윽했다. 영기가 엉켜서 실체를 이루었는데 멀리서 보면 마치 흰 구름 같았다. 그윽한 영기 중에 수련할 때 앉는 부들방석이 놓여있었다.
세 번째 관문을 심사하는 사람은 노파였다.
노파는 머리가 새하얗고 몸이 구부정했는데, 단목으로 된 지팡이를 짚고 쩔룩거리며 석굴 깊은 곳에서 천천히 걸어 진남 다섯 사람의 앞에 왔다.
노파는 진남 다섯 사람을 힐끔 보더니 히죽 웃었는데 그 모습이 매우 흉악했다.
노파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우선 세 번째 관문 심사에 진입할 걸 축하한다. 너희들도 봤겠지만, 이 석굴 안은 영기가 짙어 수련하기에 적합하다. 세 번째 관문은 바로 수련 속도를 비기는 것이다.”
노파가 계속 말했다.
“석굴 안에는 다섯 개의 부들방석이 있다. 너희 다섯 사람은 각각 앉은 다음 전력을 다해 석굴 안의 영기를 흡수하거라. 삼 주 향이 타는 동안 흡수한 영기가 더 많은 사람이 이번 관문에서 승리를 취할 수 있다. 이번 관문의 승리자는 오직 한 명뿐이다.”
진남 등은 모두 생각에 잠겼다.
‘영기를 흡수한다고? 수련 속도를 비교한다고?’
* * *
같은 시각, 추산 산봉우리
무인들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노파의 말을 듣고 자연히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세 번째 관문이 겨루는 건 수련 속도가 아니라 무혼 등급이었다.
창람대륙에서 무인은 무혼을 각성해야만 천지와 소통하여 영기를 흡수할 수 있었다. 때문에 영기를 흡수하려면 반드시 무혼을 거쳐야만 했다. 더욱 많은 영기를 흡수하기 위해선 더 높은 무혼 등급을 각성해야만 했다.
“젠장! 세 번째 관문의 심사가 수련 속도를 비교하는 거라니!”
장태억의 안색이 제일 먼저 어두워졌다.
무인들이 하나둘씩 정신을 차렸다. 그들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나타났다.
모두가 진남의 무혼 등급이 황급 팔품인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황급 팔품 무혼이 어떻게 황궐, 위호 등 황급 십품 무혼과 수련 속도를 겨룰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황용, 왕약림 두 사람도 황급 구품 무혼이라 모두 진남의 무혼보다는 강대했고 수련 속도도 진남보다 빠를 것이었다.
‘세 번째 관문 심사에서 수련 속도를 겨루다니, 진남이 꼴찌를 할 게 분명하잖아?’
“하하하! 세 번째 관문이 수련 속도를 겨루는 거라니!”
방 장로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진남이 세 관문을 통과하여 전설 속의 무연각 사 층에 들어가는 걸 기대했소만……. 지금 보니 전혀 불가능하겠군!”
난염문과 청여종의 장로가 일제히 웃었다. 무척이나 고소해하는 것 같았다.
앞선 두 관문에서 진남은 천리를 거스르는 실력을 발휘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형세를 돌릴 수 있었다. 하여 삼대 종문의 장로들은 진남이 연속으로 세 관문을 통과해 전설 속의 사 층에 들어갈까 봐 매우 근심했다.
진남이 사 층에 들어가는 것은 그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여 세 번째 관문 심사에서 수련 속도를 겨루는 거라고 했을 때 그들은 흥분한 나머지 펄쩍 뛸 뻔했다.
무인들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흔들었다.
“진남을 믿지 않는 게 아니라 세 번째 관문이 진남에게 너무한 거야. 진남은 황급 팔품 무혼이라 영기를 흡수하는 속도가 당연히 꼴찌겠지.”
“그러게 말이야. 나는 원래 진남에게 걸려고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진남에게 걸 수는 없잖아.”
“진남의 운이 다했군, 무혼의 등급을 겨루는 것만 아니면 그는 틀림없이 사 층에 들어갈 수 있었을 텐데.”
“나는 아무래도 위호에게 걸어야 하겠어.’
“……”
방금까지 진남에게 판돈을 걸겠다고 소리치던 무인들이 하나둘씩 생각을 바꾸어 황궐과 위호 두 사람 중에서 선택하기 시작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들은 세 번째 관문 심사에 진남이 분명히 질 거라고 생각했다.
상도맹 가마 안의 백의 여인이 말했다.
“이번 관문에선 황궐은 배율이 일 대 일, 위호는 배율이 일 대 일이에요. 황용은 배율이 일 대 삼이에요. 왕약림도 배율이 일 대 삼이에요. 진남은 배율이 일 대 십이에요. 어서 판돈을 거세요.”
진남의 배율이 두 번째 관문의 일 대 이에서 일 대 십으로 변했다. 배율이 매우 높았다.
이길 확률이 낮을수록 배율이 더 높았다.
상도맹의 백의 여인이 진남이 이길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니면 일 대 십이라는 배율을 제시했을 리 없었다.
장내의 무인들은 너무 놀라지 않고 담소를 나누며 판돈을 걸기 시작했다.
이때 묘묘 공주가 놀라운 말을 했다.
“세 번째 관문 심사에서 나는 진남이 승리한다는 것에 삼백만 알의 무왕단을 걸겠어.”
이 말을 듣자 사람들은 모두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삼백만 알의 무왕단을 진남에게 건다고? 미친 거 아니야? 세 번째 관문 수련 심사에선 진남이 질 게 뻔하잖아!’
무인들뿐만 아니라 장태억, 방림 등 사대 장로마저도 모두 혼란스러웠다. 모두 자신이 잘못들은 게 아닌지 귀를 의심했다.
묘묘 공주가 주위의 웅성거림을 느끼고 정색하며 말했다.
“내가 걸고 싶으면 거는 것이지 그게 너희들과 무슨 상관이지? 나는 돈이 많다. 돈이 많으니 진다고 해도 크게 상관없다.”
“......”
사람들은 이 말에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
‘맞다. 걸고 싶으면 거는 거지,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야.’
상도맹 가마 안의 백의 여인이 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천천히 물었다.
“공주마마, 확실히 삼백만 알의 무왕단을 진남에게 걸 건가요?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뿐이에요.”
“당연하지, 나는 당연히 진남에게 걸 거다. 그는 나의 하인이다. 나까지 그를 믿지 않으면 대체 누가 그를 믿을 수 있겠느냐?”
* * *
같은 시각 무연각 삼 층 안.
세 번째 관문 심사자 노파는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한 걸 보고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 간단한 규칙인데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느냐?”
노파의 말에 진남 등이 바로 정신을 차렸다. 각자 표정이 다 달랐다.
진남 등 다섯 제자는 관문의 심사내용을 잘 모르는 것이 아니라 관문의 심사 내용에 놀랐다.
‘세 번째 관문 심사가 무혼 등급을 겨루는 거라니?’
위호, 황궐, 왕약림, 황용의 시선이 모두 진남에게 돌아갔다.
두 번째 관문에서 진남에게 밀린 황궐이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이 전에 받았던 치욕과 설움을 전부 씻어내려는 듯 말했다.
“하하하! 진남! 세 번째 관문 심사가 무혼 등급을 겨루는 것일 줄은 생각 못 했지? 너의 실력이 강대하고 이해력이 뛰어난들 무슨 소용이 있느냐! 세 번째 관문의 심사에서 너는 틀림 없이 꼴찌일 거다. 일 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
황궐이 매우 확신에 차 말했다. 조금의 의심도 없었다.
진남의 무혼 등급이 황급 팔품일 뿐이었고, 다른 제자들의 무혼 등급보다 낮았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황궐은 대놓고 진남을 조롱했다.
무혼 등급은 선천적인 것이었다. 무혼을 진급할 수는 없었다. 설령 진남이 수없이 많은 기적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무혼 등급을 진급시킬 수는 없었다.
위호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비웃음을 조금도 숨기지 않고 말했다.
“쯧쯧! 아깝구나. 만약 세 번째 관문이 다른 종류의 심사였다면 희망이 있었을 텐데……. 이제는 아무런 기회도 없구나.”
위호는 첫 번째 관문에서는 이 위를 했고 두 번째 관문에서 삼 위밖에 하지 못했다. 때문에 그는 매우 불쾌했다.
하여 이번에 그는 진남을 대놓고 무시했다. 진남이 형세를 뒤집을까 봐 근심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줄곧 진남과 관계가 나쁘던 왕약림도 당연히 진남을 가만두지 않았다. 얼굴에 비웃음을 드러냈다. 비록 말은 하지 않았지만, 소리 없는 무시는 나름의 위력이 있었다.
오직 황용만이 깊게 한숨을 쉬었다.
진남은 이미 두 번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세 번째 관문만 순조롭게 넘으면 역사이래 그 누구도 들어가지 못했던 사 층에 들어가 역사를 새로 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겨우 한 걸음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런 심사를 마주하다니.’
“만약 진남의 무혼 등급이 황급 팔품이 아니라 황급 십품이라면 아무도 그의 용맹함을 막을 수 없을 것인데…….”
황용이 깊게 한숨을 쉬었다. 진남은 무혼 등급을 제외하고는 대적할 수 없는 천재였다.
그러나 현실은 매우 잔인했다.
진남은 사람들의 비웃음에도 놀라지 않고 아무런 정서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노구는 더는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귀찮은 듯 말했다.
“너희들이 만약 신속히 심사를 시작하지 않고 나의 시간을 지체한다면 이번 심사는 너희들이 모두 통과하지 못한 거로 하겠다.”
위호와 황궐이 더 비웃으려다 이 말을 듣고 바로 입을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