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화 설마 나를 속이려는 게냐?
무연각에 참가한 이래 위호의 이런 표정은 처음이었다.
왜냐하면 이번의 심사는 힘을 측정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설사 위호가 황급 십품의 무혼을 가지고 있고 입미지경에 도달했지만, 지금은 겨우 반보선천 경지밖에 안 되었다. 진남과 황궐의 태고 무수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천지지극, 신화영존!”
위호가 크게 외치자 그의 몸에서 뜨거운 파도가 일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화염이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이어 그가 크게 한 걸음 내딛자 그의 몸에서 소성입미지경이 순식간에 폭발해 화염의 기세가 미친 듯이 용솟음쳤다. 그는 마치 언제든지 폭발할 것 같은 하나의 화산으로 변한 것 같았다.
“분지권(焚地拳)!
위호의 화염의 의지가 폭발하여 주먹으로 변하더니 힘껏 역량석을 내리쳤다.
역량석은 여전히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살짝 금빛을 띤 숫자가 천천히 드러났다.
오천백의 힘!
* * *
추산 산봉우리.
무인들이 떠들썩했다.
“오천백의 힘이라니! 역시 위호구나.”
“허허, 더구나 위호는 무혼을 펼치지도 않았어. 그가 만약 무혼을 펼쳐 일격을 가하면 숫자는 분명 더 높을 거야.”
“……”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감탄했지만, 동시에 연거푸 고개를 흔들었다.
물론 위호는 매우 강대하다. 그러나 이번 관문은 단순히 힘을 비기는 것이다.
황궐과 진남은 모두 태고 무수다. 그들은 설령 반보선천 경지일지라도 실제 실력은 선천 경지 일 단계, 심지어 선천 경지 이 단계와 대등했다.
위호가 그들에 비할 수는 없었다.
* * *
무연각 이 층 안.
위호는 자신의 성적을 보고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크게 실망하지 않고 말했다.
“나쁘지 않아.”
말을 마치고 그는 몸을 돌려 걸어 내려갔다.
사내가 나머지 제자들을 훑어보더니 매섭게 말했다.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어서 나와 측정하거라!”
“제가 할게요.”
황궐이 입가에 자신하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가 나타나자 바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들은 태고 무수를 수련하고 황급 십품인 황궐의 점수가 어떻게 될지 매우 궁금했다.
황궐의 눈길이 갑자기 예리해졌다. 그의 등 뒤에 열 갈래의 노란색 빛이 용솟음쳤다.
열 갈래의 노란빛 속에서 짧은 단검 한 자루가 천천히 나타났다. 검이 검의를 내뿜었는데 검의의 위압이 상당했다.
제자들의 표정이 변했다.
“이것이 바로 황급 십품 무혼이구나, 참으로 강대한 위압이야.”
“보아하니 너희들은 아직 모르나 보구나. 황궐의 무혼은 잔검 무혼이라고 부르는데, 소문에 의하면 잔검은 바로 무종 경지 강자가 죽은 후 만들어진 것이래.”
“뭐라고? 무종 경지의 강자가 한 자루의 잔검으로 되어 그의 무혼이 됐다고?”
“......”
무연각 이 층의 제자들은 모두 일제히 감탄했다. 황궐을 바라보는 눈에는 부러움과 경외가 가득했다.
진남도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창람대륙에서 무혼의 종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했다. 그중에는 강자가 죽은 후 여러 가지의 기연과 우연이 천지의 조화를 만나 무혼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
강자가 변한 무혼은 큰 장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생전에 수련한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무혼을 방출한 후 황궐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더 짙어졌다.
황궐이 손을 뻗어 한 번에 잔검을 잡고 바로 인기합일 원만경지를 펼치자 검의가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황궐이 크게 한 발 내디디고 검법을 펼쳤다.
그의 체내에서 선천 경지 이 단계와 맞먹는 진기가 미친 듯이 불타올랐다. 그의 검의를 싣고 일격으로 변해 역량석을 내리쳤다.
역량석이 이 일격을 받고는 파르르 떨리더니 금빛의 찬란한 숫자가 나타났다.
팔천구백의 힘!
무연각 제자들의 눈에 놀라는 기색이 드러났다.
“팔천구백의 힘이라니, 위호보다 족히 삼천의 힘이 더 많구나!”
“역시 황궐이야. 진짜 강대하구나. 두 번째 관문의 심사의 일 위는 그가 분명해!”
“......”
장내의 모든 사람들이 시끌벅적했다. 다들 참지 못하고 일제히 입을 열었다.
무연각 두 번째 관문 심사를 맡은 사내마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팔천구백의 힘, 대단하다. 일반적인 선천 경지 사 단계와 대항할 수 있겠구나. 좋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황궐은 사내에게 공손히 인사하고 몸을 돌려 물러섰다. 물러서는 그의 얼굴에는 오만함이 가득했다.
무연각이 열리기 전에 그가 태고 무수를 선택한 것은 바로 위호를 누르기 위해서였다. 지금에 와서 보니 그가 태고 무수를 선택한 건 매우 탁월했다. 두 번째 관문 심사의 일 위는 틀림없이 그일 것이었다.
갑자기 황궐이 발걸음을 멈추더니 진남을 향해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진남, 너도 태고 무수지? 그렇다면 너와 나 사이에 도대체 누가 더 강한지 궁금하구나.”
황궐이 멈칫하더니 말했다.
“물론, 나는 이번 심사에서 내가 틀림없이 일 위라고 생각한다.”
그의 말에는 자신감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리고 장내의 모든 사람들 중에 그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황궐은 태고 무수이고 또 황급 십품 무혼을 가지고 있는 천재이기에 진남이 감히 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 고작 팔천구백의 힘으로 이렇게 나대는 거냐?”
진남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황궐의 말을 받아쳤다.
“네 경지로 이러한 성적을 낸 건 창피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오히려 자랑으로 느끼다니. 보는 내가 다 민망하구나.”
“너……!”
황궐의 안색이 굳어졌다. 진남이 이런 말을 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황궐 뿐만 아니라 다른 제자들도 모두 당황했다.
‘팔천구백의 힘이 망신이라고? 그렇다면 진남 너는 구천 이상의 힘을 낼 수 있단 말이냐?’
이때 정신을 차린 황궐이 진남의 태도에 화를 냈다.
“팔천구백의 힘이 망신이면 네가 구천 이상의 힘을 낸단 말이냐? 너는 도대체 왜 이렇게 날뛰는……”
황궐이 ‘거냐’란 말을 하기도 전에 진남이 손을 썼다.
진남이 크게 한 걸음 나서자 선천 경지 일 단계와 맞먹는 기세가 폭발하고 소성입미지경의 도의가 폭발했다. 그가 짧은 시간에 전력을 끌어냈다.
“황궐, 눈을 크게 뜨고 똑똑히 보거라, 너를 격파하는데 나는 무혼도 필요 없다!”
진남이 손을 내밀어 역량석을 손가락으로 찍었다.
바로 취천일격이었다.
다만 이번엔 도의, 진기만 모두 모았을 뿐, 모든 정력을 모으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소성입미지경의 도의, 선천 경지 일 단계와 맞먹는 진기, 취천일격의 위력을 모으니 더없이 강대해졌다.
“이건……!”
아무런 표정도 없던 사내의 얼굴이 진남의 행동을 보고는 돌 같이 굳어졌다.
곧이어 취천일격이 폭발하여 바로 역량석을 내리쳤다.
역량석이 이때 격렬하게 흔들리더니 눈부신 혈광(血光)이 떠올랐다.
역량석에서 떠오른 혈광이 천천히 붉은색 큰 글자로 변했다.
구천구백구십구의 힘!
진남이 내보낸 힘이 역량석의 한계에 도달하였다. 황궐보다 족히 천이나 많았다.
사람들은 눈앞의 이 모든 걸 믿을 수 없었다.
황궐은 태고 무수일 뿐만 아니라 황급 십품 무혼의 초급 천재이다. 그가 펼친 일격은 팔천구백의 힘이었다.
‘지금 진남이 무혼을 쓰지도 않고 한방에 최고점의 힘에 도달한 건가? 농담이지?’
“무슨……”
황궐은 눈앞의 광경을 보고는 놀라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는 이번 심사에서 일 위를 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진남이 구천구백구십구의 힘에 도달할 줄 전혀 생각지 못했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좋아, 구천구백구십구의 힘이라,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진남의 얼굴에는 기쁜 기색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매우 평온했다.
그는 놀라서 말문이 막힌 황궐을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황궐, 이번 심사에서 네가 분명히 일 위라고 했지? 자, 이제 누가 일 위지? 혹시 인정할 수 없으면 다시 도전해도 되고.”
황궐은 마치 자신의 뺨을 때리는 것만 같았다.
사람들은 진남의 말에 혀를 내둘렀다.
‘이번 심사에서 누가 일 위냐고? 진남이 일 위잖아. 인정할 수 없으면 계속 도전해도 된다고? 무혼을 쓰지 않고도 가볍게 구천구백구십구의 힘을 쓰는데 황궐이 어떻게 도전한단 말이냐.’
황궐의 안색이 사나워지더니 참지 못하고 분노를 표출했다.
“진남! 너무 자만하지 말거라!”
진남이 담담하게 그를 흘겨보았다.
“내가 자만하면 또 어쩔 건데? 실력에 자신 있으면 덤벼보든지?”
황궐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당장이라도 진남을 죽이고 싶었지만 그의 실력을 생각하니 마치 모래에 박힌 것처럼 온몸이 더없이 무거워져 반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다.
제자들도 진남이 고작 황급 팔품 무혼이라 해도 자신들이 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진남을 매우 불쾌하게 여기던 위호마저도 지금 이 순간엔 표정이 진지해졌다.
이때 사내가 정신을 차렸다. 그는 진남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이번 심사는 이것으로 끝났다! 진남이 일 위를 차지했다. 진급한 사람은 황궐, 위호, 왕약림, 황용이다. 나머지 다섯 사람은 탈락이다. 지금부터는 보상을 내리도록 하마. 각자 세 개의 힘의 열매를 가질 수 있다. 일 위는 일곱 개의 힘 열매를 상으로 준다!”
냉혹한 사내가 큰손을 휘젓자 많은 힘의 열매들이 사람들 손에 떨어졌다.
진남은 일곱 개의 힘의 열매를 받고 기뻐할 수가 없었다. 두 번째 관문의 심사를 통과한 후에도 무연각에서 계속 힘의 열매를 줄 줄은 생각지 못했다.
‘힘의 열매는 한 사람이 한 알밖에 복용할 수 없다. 그런데 무연각은 왜 계속 힘의 열매만 주는 걸까?’
“지금부터 다음 심사를 시작하겠다.”
사내는 진남의 시선을 무시하고 큰손을 휘저었다. 주위의 광경이 다시 한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 * *
그 시각, 추산 산봉우리.
무인들은 무경 안의 광경을 보고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들은 진남이 황궐을 진압하고 두 번째 관문 심사에서 일 위를 차지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장태억이 크게 웃기 시작했다. 그는 방 장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하오. 이번 관문도 우리 현령종의 제자가 조심하지 않아 일 위를 차지했소. 하지만 너무 마음 상해하지 마시오. 황궐이 비록 진남보다는 조금 약했지만 그래도 훌륭했소.”
방 장로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창피함과 분노가 교차했지만, 반박할 수가 없었다. 이번 힘 심사에서 황궐이 패배한 건 이미 결정됐기 때문이었다.
“장태억, 너무 좋아하지 마시오.”
방 장로의 침울한 안색으로 말했다.
장태억이 허허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바로 이때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상도맹, 뭐 하는 게냐? 시합의 결과가 이미 나왔는데 왜 아직도 돈을 주지 않는 게야. 설마 나를 속이려는 게냐?”
입을 연 사람은 바로 묘묘 공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