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화 무연각 이 층
만약 태고 무수가 아니면 선천 경지 내에서 경지를 한 단계 높이는 건 매우 어려웠다.
힘의 열매는 경지를 한 단계 높일 수 있으니 매우 귀중했다.
사람들이 일제히 진남을 바라보며 대놓고 질투했다. 왜냐하면 진남이 세 개나 되는 힘의 열매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설령 힘의 열매를 하나밖에 복용하지 못한다 해도 다른 두 개를 경매에 부친다면 커다란 재화를 얻을 수 있었다.
진남은 세 개의 힘의 열매를 저장 주머니에 넣었다. 그는 기대를 품고 노인에게 물었다.
“선배님, 특별보상은 무엇인가요?”
힘의 열매도 진귀하지만, 진남이 제일 기대하고 있는 건 바로 노인이 말한 특별보상이었다.
‘특별보상이 당연히 힘의 열매보다 훨씬 더 진귀하겠지?’
“이게 바로 네게 주는 특별보상이다.”
노인이 손가락을 튕기자 검은색 열쇠 하나가 진남의 손에 떨어졌다. 검은 열쇠 속에는 현묘함이 담겨 있었다. 매우 신비하게 느껴졌다.
진남이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열쇠……? 이 열쇠는 어디에 쓰이나요?’
“만약 네가 뒤의 두 개 관문 심사를 통과하면 너는 열쇠를 통해 무연각 사 층으로 갈 수 있다.”
노인이 담담하게 말했다.
“물론 만약 네가
뒤의 두 개 관문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이 열쇠는 바로 없어질 것이다.”
“무연각 사 층으로 간다고요?”
진남은 실망했다.
‘특별보상이 고작 이런 열쇠일 줄이야.’
특별보상은 그가 일 위하여 얻은 세 개의 힘의 열매보다 못했다.
“뭐라고요? 이 열쇠가 네 번째 관문으로 갈 수 있다고요?”
그러나 진남의 태도와 달리 위호, 황궐 등의 얼굴에는 짙은 놀라움이 나타났다.
위호가 경악해서 중얼거렸다.
“무연각은 모두 다섯 개 층이 있고, 한 층에 한 개의 관문이 있다고 들었어. 무연각이 생겨서부터 지금까지 많은 천재들이 참가했지만 모두 세 번째 관문에서 멈췄다고 했지. 연속 세 관문 모두 일 위를 했다 해도 무연각의 네 번째 관문에 들어갈 수 없었어. 그런데 이 열쇠가 네 번째 관문에 갈 수 있게 만들어준다니…….”
위호는 진남을 질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제자들도 위호의 말을 듣고는 진남의 손에 있는 열쇠를 질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무연각에는 한 관문의 심사를 통과할 때마다 거대한 보상이 있었다. 설사 앞 세 관문만 통과해도 얻는 보상은 매우 클 것이었다.
궁양은 전에 무연각에서 세 관문을 통과하여 세 개 경지를 돌파했다.
세 관문에서 이렇게 거대한 보상을 얻을 수 있는데 만약 이제껏 열리지 않은 무연각의 네 번째 관문을 통과하면 얼마나 거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는 상상이 안 갔다.
* * *
같은 시각, 추산 산봉우리.
사람들은 노인의 말을 듣고는 경악했다.
“뭐라고? 무연각 네 번째 관문으로 갈 수 있다고?”
“무연각은 한 번도 네 번째 관문을 연 적이 없다. 그렇다면 이번에 열리게 된다는 말인가?”
“허, 무연각은 무종 경지 강자마저 모두 강제로 발을 들여놓을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해서 아무도 네 번째 관문을 확인하지 못했는데…….”
“네 번째 관문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
방 장로와 난염문 장로, 청여종 장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열쇠가 네 번째 관문을 여는 데에만 쓰이지만, 네 번째 관문을 여는 일은 충분히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장태억은 놀란 동시에 생각했다.
‘고작 황급 팔품 무혼의 진남이 네 번째 관문으로 가는 열쇠를 얻을 줄이야. 그렇다면 진남이 무연각에서도 기적을 만들어낸단 말인가?’
방 장로가 깊게 숨을 마시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열쇠를 얻었다고 해도 반드시 네 번째 관문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건 아니다. 네 번째 관문에 들어가려면 적어도 세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진남이 순조롭게 세 관문을 통과한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느냐.”
그 말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령 열쇠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남은 결국 황급 팔품 무혼의 존재다. 세 관문을 통과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었다.
* * *
그 시각, 무연각 일 층.
노인은 사람들을 훑어보더니 다시 한번 손을 저으며 말했다.
“첫 관문에서 떨어진 사람은 무연각에서 쫓아내겠다. 진급한 사람은 지금부터 두 번째 관문의 심사를 받을 것이다.”
노인의 말이 끝나자 진남은 주위가 굴절되는 것만 같았다. 이내 눈앞이 어두워지더니 새로운 곳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곳은 두 번째 관문 심사를 받을 수 있는 무연각 이 층이다. 이번 관문에서는 너희들의 힘을 심사한다. 이번 심사에서 오 위 안에 든 사람은 진급할 수 있고 보상을 받는다. 실패한 다섯 명은 무연각에서 쫓겨난다.”
진남은 이 말에 정신을 가다듬고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봤다.
차가운 느낌의 사내가 도장에 서 있었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무표정하게 제자들을 바라보았는데, 마치 조각상처럼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것만 같았다.
진남은 섬뜩했다. 그는 전신의 눈을 움직이지 않고도 이 사내가 첫 번째 관문 심사를 맡은 노인보다 더 강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지금부터 심사를 시작한다.”
사내가 큰 손으로 허공을 잡아 작은 산 높이의 커다란 돌을 집어 도장에 놓았다. 도장 전체가 흔들렸다.
노란색의 거대한 돌은 그 거대한 크기 때문에 마치 땅처럼 보였다.
“이 돌은 역량석(力量石)이라고 한다. 이 돌을 내리치면 돌이 내려칠 때의 힘을 측정할 수 있다.”
냉혹한 사내가 힐끔 보더니 물었다.
“누가 먼저 할 거냐?’
진남, 위호 등 열 사람은 누구도 먼저 나서지 않았다.
그들은 이 층에 온 지 얼마 안 돼 아직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또 사내가 생각할 조금의 시간도 주지 않았었다.
사내는 잠시 기다리더니 즉시 한 제자를 가리키며 명령했다.
“네가 먼저 하거라!”
제자는 순간 당황했다가 이내 앞으로 걸어갔다.
* * *
추산 산봉우리.
상도맹 가마 안의 백의 여인도 입을 열었다.
“두 번째 관문 심사가 시작되었어요. 두 번째 관문에서 진남의 배율은 일 대 이, 황궐의 배율은 일 대 일, 위호의 배율은 일 대 삼……”
백의 여인의 말에 장내가 시끄러워졌다.
“진남의 배율이 이렇게나 높아지다니.”
“당연한 거지. 진남이 태고 무수라잖아. 두 번째 관문은 힘을 측정하는 거야. 설사 위호라도 그보다는 못할 거야.”
“그래? 그럼 나는 진남에게 걸겠어.”
“......”
무인들이 내기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사대 종문의 장로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번에 장태억은 얼른 진남에게 오천 알의 무왕단을 걸었다. 그는 진남의 실력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설령 진남이 두 번째 관문에서 일 위를 하지 못해도 장태억은 괜찮았다. 첫 번째 관문에서 그는 이미
만오천 알의 무왕단을 벌었기 때문이었다.
“진남은 이번 관문을 무조건 넘을 수 있어. 그럼 세 번째 관문만 순조롭게 넘기면 진남은 네 번째 관문에 들어갈 수 있어.”
장태억의 눈이 반짝거렸다. 진남에 대한 그의 기대가 높아졌다.
이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진남에게 백만 알의 무왕단을 걸겠다.”
추산 산봉우리가 고요해졌다.
무인, 장로들이 일제히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봤다.
여자아이 한 명이 보였다. 그녀는 저장 주머니에서 빛나는 단약을 한 알 한 알 꺼내 입에 넣고 씹으며 까득까득 소리를 내며 맛있게 먹고 있었다.
사람들은 멍해졌다.
‘이 여자애는 대체 누구기에 백만 알의 무왕단을 건다는 거지?’
장태억은 묘묘 공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예전에 그는 묘묘 공주를 별로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며칠 전 추산 산봉우리에서 일어난 경천대전은 그는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서둘러 큰 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공주마마, 당신은……”
장태억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묘묘 공주가 가마를 보며 불쾌한 듯 말했다.
“왜? 상도맹, 나는 내기를 걸면 안 돼? 아니면 상도맹이 나를 업신여기는 거냐?”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는 모두 놀라서 저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도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감히 상도맹 사람에게 저렇게 말하는 거지?’
방 장로 그리고 난염문, 청여종의 장로들은 서로 쳐다보았다. 그들도 여자애가 누군지 몰랐다.
다만 그들은 미련하지 않았다. 방금 장태억의 표정에서 여자애가 큰 뒷배를 가지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장태억이 놀란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
가마 안의 백의 여인이 상냥하게 말했다.
“상도맹의 내기는 누구나 참가할 수 있어요. 공주마마, 확실히 백만 알의 무왕단을 진남에게 걸 건가요?”
“당연하지.”
묘묘 공주가 오만하게 고개를 들고 말했다.
“내 하인인 진남은 의심할 바 없이 두 번째 관문의 일위를 차지할 거다.”
말을 마친 묘묘 공주가 손가락을 튕기자 저장 주머니 한 개가 가마 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가마 안의 백의 여인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진남 도우에게 백만 알의 무왕단이 판돈으로 걸렸어요.”
무인들과 여러 대장로들이 경악했다.
‘정말로 백만 알의 무왕단을 내놓았다고? 진남이 여자애의 하인이라고? 도대체 신분 배경이 어떻게 되는 거지?’
사람들의 머릿속에 많은 의문이 스쳤다. 그러나 전혀 답을 얻지 못하고는 심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번 내기는 백만 알의 무왕단이 걸려 있다. 진남과 황궐 사이에 도대체 누가 강하고 누가 약할까?’
* * *
무연각 이 층.
“천오백의 힘!”
무연각 이 층에서 사내가 크게 외치고는 설명했다.
“구천구백구십구의 힘이 이번 심사의 최고점이다. 등수는 힘의 크기에 따라 나눈다.”
“다음!”
이번엔 한 제자가 스스로 걸어 나왔다. 바로 황용이었다.
황용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의 몸에서 전의가 솟아올랐다. 그의 등 뒤에는 아홉 갈래의 노란빛이 반짝이며 솟아올랐다. 거대한 혈검이 등 뒤에 걸렸다.
황용은 손에 무혼 혈검을 들고 울부짖더니 인기합일 원만 경지의 검의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황용이 현재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일격을 펼쳐 역량석을 내리쳤다.
“삼천이백의 힘!”
역량석은 공격을 받고도 끄떡없었다. 역량석 위에 노란 숫자가 나타났다. 좀 전의 제자보다 족히 배는 더 많았다.
사내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계속해서 차례를 불렀다.
“다음!”
이어 대여섯 명의 제자가 앞으로 나와 힘을 측정했다.
제자들은 대부분이 황급 구품 무혼이었기에 모두 측정 결과가 천과 사천 사이에서 머무를 뿐이었다.
왕약림이 삼천오백의 힘을 나타내어 황용을 초월한 것을 제외하곤 특별히 월등한 결과를 낸 사람이 없었다.
“이번엔 제가 측정해보겠어요.”
이때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위호가 사람들 사이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