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화 이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무연각 일 층 안.
노인은 정신을 차리고 아무런 변화도 없는 자질석을 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말했다.
“방금 너는 스스로 사지를 부러뜨리고 경맥을 끊고 단전을 부수겠다고 했다. 규칙을 어겼으니 내가 직접 너의 모든 것을 없애겠다.”
말을 마친 노인은 바로 힘을 폭발해 진남을 공격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진남은 눈은 변함없이 확고하고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자질석만을 뚫어지게 주시했다.
진남은 급속히 머리를 굴렸다!
‘전신의 혼을 갖고 있는 내가 무왕 경지에 도달하지 못할 리가 절대 없어. 이 자질석이 한 사람의 미래의 성과를 판정하는 건 그 사람의 재능, 그리고 그 사람의 기운에 근거하는 것이다. 나는 선노와 관계가 좋고 옆에는 묘묘 공주도 있어. 아무리 봐도 심사에서 떨어질 리 없어.’
‘그뿐만 아니라 나는 내가 틀림없이 무왕 경지와 무종 경지를 초월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자질석은 왜 시종일관 내가 무왕 경지를 초월할 수 없다고 하는 걸까?’
‘전신의 혼이 너무 강대하여 자질석이 측정할 수 없단 말인가? 아니다, 아니야. 전에 내가 무예 재능을 측정할 때 남해월아석, 자해만월석은 측정할 수 있었어. 다만 전신의 혼이 도대체 얼마나 강대한지 측정할 수 없어 돌이 폭발했어. 만약 자질석이 내 장래를 측정할 수 없다면 이것도 폭발했을 거야.’
“……”
생사의 고비에서도 진남의 숨은 잔잔했다.
사실 그가 여섯 번이나 연속 측정을 진행한 건 사람들이 상상한 것처럼 이성을 잃고 완전히 미쳐서가 아니었다. 그는 여섯 번 측정하는 시간을 빌어 끊임없이 문제에 대해 사고하고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었다.
이때 진남의 머릿속에 강렬한 위기감이 솟아올랐다. 위기감은 노인의 공격에게서 오는 것이었다.
진남은 위기감을 애써 무시하고 머리를 열심히 굴려 모든 과정을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그가 무연각에 들어오고, 노인이 나타나고, 자질석이 나타나고, 심사가 시작되고……
진남의 머릿속에 불이 번쩍였다. 그의 두 눈에 광채가 폭발했다.
‘자질석은 일반적인 돌일 뿐이야! 미래의 성적을 측정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게 분명해. 미래는 원래 알 수 없어. 미래에 어디까지 도달할지는 모두 자신의 선택, 자신의 의지, 자신의 운세 등을 봐야 해.’
‘우스워, 참으로 우스워. 현령종에서 려홍 사저의 말을 듣고 나서 대륙이 상역과 하역으로 나뉜다는 걸 알고 무신의 존재를 알게 되었어. 그때 나의 꿈은 최고의 강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신화가 되는 것이 되었다. 그 누구도 초월할 수 없는 신화를.’
‘나의 꿈과 의지가 꺾이지 않는 한 내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어. 그런데 자질석이 어찌 감히 내 미래를 판단할 수 있을까?’
진남이 갑자기 하늘을 향해 포효를 질렀다.
그의 앞에 있던 자질석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한 줄기 방대한 빛이 자질석으로부터 빠르게 하늘로 치솟았다.
금빛의 방대한 빛이 온 무연각을 밝혔다.
공격하던 노인은 그 광경에 마치 번개에 맞은 것처럼 굳어졌다.
노인뿐만 아니라 무연각의 제자들도 몸이 굳어졌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자질석이 어떻게 갑자기 이런 강렬한 빛을 낸 거지?’
갑작스런 상황에 순간 모두 머리가 굳어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노인은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자질석을 보며 우레 같은 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앞에서 여섯 번 측정할 때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는데? 왜 갑자기 황도광망이 폭발한 거지?”
노인의 외침에 무연각의 제자들도 정신을 차렸다. 그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분명히 앞의 여섯 번에선 자질석이 아무런 반응이 없었잖아. 왜 일곱 번째에선 황도광망이 폭발한 거지? 설마 진남이 장래에 무황 경지의 강자가 된다는 말인가? 그 말은 그가 위호를 초월한다는 말이야?’
노인의 질문에 진남은 담담하게 미소를 짓더니 공수하고 말했다.
“선배님, 저도 잘 몰라요, 하지만 자질석은 사람을 속이지 않지요? 저는 황도광망을 일으켰어요. 그 말은 미래에 무황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이 첫 관문의 심사에서 제가 일 위를 한 게 맞지요?”
노인은 복잡한 눈길로 진남을 보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대체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지만……. 그래, 네 말이 맞다. 네가 황도광망을 일으켰으니 네가 이번 심사의 일 위다.”
진남은 평온한 기색으로 다시 한번 공수했다. 마치 이번 심사에서 일 위를 한 것이 대수롭지 않은 것만 같았다.
무연각의 제자들이 황당해했다.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진남은 왕도광망도 촉발하지 못하는 폐물이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황도광망을 폭발시켜 이번 심사의 일 위를 차지했다. 황급 십품 무혼을 가진 위호, 황궐마저도 비교할 수 없었다.
“이럴 순 없어!”
황궐이 정신을 차리고 피를 토하듯이 소리쳤다.
“넌 고작 황급 팔품 무혼의 폐물이잖아! 어떻게 황도광망을 촉발할 수 있단 말이야! 분명 다른 방법을 사용하여 자질석에 영향 준 게 틀림없어!”
만약 위호가 일 위를 차지했다면 황궐은 불쾌하기는 해도 인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고작 황급 팔품 무혼의 존재가 갑자기 황도광망을 촉발해 미래에 무황 경지에 도달한다는데 어찌 그가 받아드릴 수 있겠는가.
황궐뿐만 아니라 위호의 두 눈에서도 차가운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의 목소리에는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사신처럼 살기가 하늘을 찔렀다.
“우습다, 우습구나!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구나! 무황 경지에 도달하려면 반드시 황급 십품 무혼이 되어야 해! 네게 기회를 한번 주겠다. 솔직하게 말해라! 그렇지 않으면 내 당장 너를 쳐죽일 거다!”
황궐은 단지 인정을 하지 않고 소리친 것에 그쳤지만, 위호는 바로 공격할 준비를 했다.
‘나는 난염문 문주의 아들이고 황급 십품 무혼이며 매우 강대한 무예 재능을 갖고 있다. 나와 같은 존재만이 무황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기회가 있어. 진남같이 겨우 황급 팔품 무혼의 존재의 미래가 어떻게 그보다 강대하단 말인가?’
위호는 진남이 분명 사람들이 모르는 편법을 사용하여 자질석을 조작했다고 확신했다.
‘진남이 조작하지 않았다면 자질석이 왜 앞선 여섯 번에선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겠는가?’
황궐과 위호가 동시에 악을 지르자 다른 천재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진남이 미래에 무황 경지에 도달할 거라는 걸 믿지 않았다.
왜냐하면 창람대륙에서 오직 황급 십품 무혼만이 조금이나마 무황 경지의 강자가 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창람대륙의 천고에서부터 전해 내려온 정설이었다.
진남은 황궐과 위호를 보며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너희 두 사람의 말이 맞다, 나는 확실히 무황 경지 강자가 될 수 없다.”
황궐과 위호 그리고 천재들이 진남의 말에 일순 당황했다.
‘이렇게 빨리 인정하다니?’
하지만 그때 진남의 말투가 갑자기 변하더니 그의 몸에서 기세가 거칠게 솟아올랐다.
“왜냐하면 나의 성적은 무황 경지에서 머무를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진남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자질석이 다시 한번 사납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늘을 향해 치솟은 금색 빛이 순식간에 검은빛으로 변했다. 칠흑 같은 검은빛은 마치 모든 색채를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
검은빛 가운데에서 태고 존자의 위엄이 천천히 모였다. 태고 존자의 위엄은 무황의 위엄도 압도할 듯했다.
검은색 빛! 존도광망!
자질석 심사의 규칙에 따른다면 진남이 미래에 무존 경지가 되는 것이다!
“이건……!”
노인은 이 광경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떴다.
사나운 기세를 내뿜던 황궐과 위호, 두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머리를 망치로 세게 얻어맞은 듯 사고를 할 수가 없었다.
무연각의 모든 이들이 멍하니 입을 크게 벌렸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진남이 존도광망을 촉발하다니, 미래에 무존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단 말인가?’
“위호, 황궐, 왕약림 너희 세 사람은 이번 심사가 시작될 때부터 심한 말로 나를 조롱했었지? 지금 보니 너희들이야말로 폐물이구나.”
진남은 사람들의 놀란 모습을 보며 느린 말투로 그들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하지만 미래에 무존 경지 강자가 되었다 해도 별로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지. 왜냐하면 나의 미래의 성과는 이 정도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야.”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칠흑 같은 자질석이 다시 강하게 흔들렸다. 용솟음쳐 오른 검은 빛이 다시 한번 변했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자질석 속에서 한 줄기의 하얀빛이 용솟음쳤다. 하얀빛은 검은빛을 꿰뚫더니 이어 모든 검은빛을 삼켜버렸다. 순식간에 검은빛이 순결하고 새하얀 빛으로 변했다.
빛은 성스럽고 강대했다. 마치 모든 것들을 무릎 꿇릴 듯한 성스러움이었다.
새하얀 빛. 바로 성도광망이었다.
성도광망은 진남이 미래에 무성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걸 의미했다.
무연각의 천재들이 충격받았다.
눈앞의 자질석이 펼친 빛이 그들의 심신을 흔들었고 그들의 세계관을 뒤집었다.
‘성도광망? 진남이 미래에 무성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황급 팔품 무혼의 존재가 어떻게 무성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거지?’
창람대륙에서는 무혼 등급이 매우 중요했다. 만약 강자가 되려면 반드시 높은 등급의 무혼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황급 오품 무혼은 평생을 노력해도 무왕 경지를 돌파할 수 없다. 황급 팔품 무혼은 하늘에서 큰 기우를 내려도 절대 무황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 심지어 무종 경지를 이루려 해도 극히 희미한 가능성만이 있을 뿐이다.
모든 무인은 무혼을 이용해 천지와 교류한다. 만약 무혼의 등급이 강대하지 않으면 더 높은 층을 접촉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진남은 해냈다. 자질석이 그가 황급 팔품 무혼으로 미래에 무성 경지의 성과를 이룬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이건…….”
성도광망에 노인마저도 얼굴에 짙은 놀라움을 드러내고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진남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모두 보았을 거다. 성도광망이다. 내가 무성 경지를 이룰 수 있다는 걸 의미하지.”
진남이 담담하게 말했다.
“창람대륙의 정설대로라면 내 무혼으로는 무성 경지를 이룰 수 없다. 그러나 너희들에게 다시 한번 주지시켜주지, 나의 미래는 절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진남의 말이 끝나자 자질석이 다시 한번 흔들렸다. 자질석에서 자색 빛이 폭발하여 새하얀 빛을 모두 삼켜버렸다.
자색 빛은 상상할 수 없는 위력을 품고 있었다. 바로 조위(祖威)였다.
자색 빛은 바로 조도광망이었다. 진남이 미래에 무조 경지에 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노인뿐만 아니라 제자들이 멍하니 입을 크게 벌린 채 아무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