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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76화 (76/1,498)

76화 두 번째 심사

대장로 정표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마음속의 살의를 강제로 억누르며 이십 개의 옥병을 꺼내며 말했다.

"이건 스무 병의 무왕단이다!"

말을 마친 그는 속쓰림을 참으며 스무 병의 무왕단, 총 이천 알의 무왕단을 진남의 손에 던져주었다.

설령 그가 외문 대장로라고 해도 한 번에 이천 알의 무왕단을 내놓는 건 그의 전재산의 사 분의 일을 내놓는 것이었으니 그가 어찌 고통스럽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는 부인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체면은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었다.

진남은 스무 개의 옥병을 받아 검사하더니 조심스레 저장주머니에 넣었다.

대장로 정표는 그의 행동을 보고 입가가 부들거렸다.

대장로의 단약을 받고 진남은 흥분을 억누르고 남궁성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남궁성 사형, 진짜 미안하오. 이번에 일 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내기에서 사형을 이겨버렸소. 내가 전에 말했잖소, 사형의 행동은 단약을 나에게 주는 것과 같다고. 그런데 사형은 듣지 않고 여전히 나와 내기를 했소. 기왕 이렇게 됐으니 나에게 십만 알의 선천단을 주셔야겠소."

남궁성이 이를 악물었다. 진남을 바라보는 눈길에 원한이 드러났다. 다만 그는 선명하게 표현하지 않고 고통 속에서 열 개의 옥병을 꺼내며 딱딱하게 말했다.

"가려가거라!"

"감사하오.'

진남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대답하고는 그 열 병의 단약을 저장주머니에 넣었다. 그는 기분이 하늘을 나는 것만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오천 알의 무왕단을 손에 넣었다.

진남이 한마디 했다.

"단약…… 진짜 벌기 쉽구나."

그 말을 듣고 남궁성과 대장로 정표의 얼굴빛이 일제히 어두워졌다.

제자들은 이 광경을 보고 부러움과 질투 없이 오히려 흥분하는 기색을 나타냈다.

진남은 짧은 두세 마디로 남궁성과 대장로 정표의 체면을 깎고 오천 알의 무왕단을 얻은 것이었다.

이때 대장로 정표가 분노를 누르고 말했다.

"오늘의 심사는 잠시 끝내겠다. 두 번째 관문 심사는 내일로 미루겠다."

그는 말을 마치고 옷자락을 흔들며 떠나갔다.

대장로가 떠나자 장내는 더욱 뜨거워졌다. 제자들이 앞으로 가 진남을 둘러쌌다.

"진남 사형, 대단하오. 혹시 사형은 고급 연단사요?"

"진남 사형, 당신은 참으로 대단하오."

"……"

소냉, 초운과 황용도 흥분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심지어 일부 장로들조차도 장로석에서 내려와 진남에게 단약을 만들어주면 적지 않은 보수를 주겠다고 했다.

이 상황에 진남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소냉 몇 사람과 인사를 한 후 급히 자리를 떴다.

'단약을 만든다고? 웃기는구나.'

그는 단약에 대해 조금도 알지 몰랐다. 오직 전신의 눈을 통해 그 안의 현묘함을 보아낼 수 있을 뿐이었다.

* * *

그 시각, 제일정원 안.

정원 전체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남궁성은 한 켠에 앉아 주먹을 꽉 쥐었다. 입가가 끊임없이 부들거렸다.

한참 지난 후 대장로 정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

"진남 그놈을 절대로 가만둬서는 안 된다. 두 번째 관문에서는 반드시 그놈을 역경에 처하게 만들어야 한다."

남궁성이 머리를 들었다. 눈에 강대한 살기를 뿜으며 말했다.

"스승님, 저는 그놈을 죽이고 싶습니다."

외원 제일의 제자인 남궁성은 태어나서 이렇게 큰 손해를 본 적이 없었고 또 오늘처럼 이렇게 창피를 당한 적이 없었다.

"당장 그놈을 죽이는 건 안 된다."

정표가 고개를 흔들었다. 눈에 한 줄기 예리한 빛이 스쳤다.

"비록 그놈을 죽일 수 없지만, 그놈의 친구들에겐 손을 쓸 수 있다. 두 번째 관문에서 이 물건을 네가 가지고 있으면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거라. 사전에 준비하면 우환이 없을 것이다."

정표가 손을 들어 단약을 한 알 내려놓았다.

단약을 보자 남궁성의 동공이 약간 작아졌다. 이어 크게 웃기 시작했다.

* * *

진남은 망설이면서 제오정원에 들어섰다.

그는 문을 열고 바로 큰소리로 외쳤다.

"아마 너는 이미 나의 몸에 대량의 단약이 있다는 걸 느꼈을 거야. 우선 이 단약들을 전부 삼키지 말아봐. 나하고 상의했으면 좋겠다."

마침 조금씩 흔들며 손을 쓰려던 백옥고삼이 잠깐 행동을 멈췄다.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도하기 이를 데 없었다.

"나의 하인아, 나와 상의하고 싶다고? 어떻게 하자는 말이냐?"

진남이 입을 삐죽거렸다. 비록 속으론 분노했지만, 지금은 억제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가 단약을 어디에 숨기든지 고삼의 마수(魔手)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진남은 먼저 머리를 숙였다.

진남은 깊이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나에겐 지금 오천 알의 무왕단이 있다. 하지만 삼천 알은 내게 꼭 필요해. 그러니 너에게 이천 알의 무왕단을 주마. 내가 너에게 이천 알의 무왕단을 주는 대신 나는 네가 나에게 지난번과 같이 태고 영액을 세 방울 주기를 바란다."

이 말을 듣고 그 여자아이의 목소리는 콧방귀를 뀌었다.

"헛된 망상을 하는구나. 네가 하인으로서 나에게 영약을 가져다주는 건 당연한 거다. 그런데 감히 나와 조건을 따지는 거냐?"

여기까지 말하더니 백옥고삼에서 대뜸 흰색 빛이 뿜어 나와 진남을 향해 밀려왔다.

진남은 얼굴을 굳히고 눈에 거대한 분노를 드러내며 소리쳤다.

"너……! 그러고도 네가 무사할 거 같으냐!"

여자아이의 목소리는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시건방지게 말했다.

"그래. 네가 어떡할 건데?"

눈앞에 가까이 온 흰색 빛을 보고 진남은 분노가 더욱 커졌다.

바로 이때 진남의 등 뒤에서 열 갈래의 노란색 빛이 갑자기 번쩍였다. 전신의 혼이 나타났다.

사람 형상의 전신의 혼이 등 뒤에서 떠올라 허공에 우뚝 서 있었다. 그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한 쌍의 구멍 난 하얀 눈동자가 백옥고삼을 힐끔 보았다.

백옥고삼이 내뿜은 빛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백옥고삼이 이내 얌전해졌다.

분노하던 진남은 이 광경을 보고 당황했다. 하지만 그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말했다.

"만약 네가 거래를 하지 않고 또 나의 단약을 삼켜버리면 난 앞으로 다시는 이 정원에 오지 않을 거다. 그러면 너는 아마 다시는 단약을 먹을 수 없겠지? 그러니 거래에 응해라!"

백옥고삼이 한참을 침묵했다. 이어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렸다.

"……좋다, 동의한다."

진남은 조금 놀랐다. 그는 백옥고삼이 그의 요구에 동의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는 협상을 생각해서 조건을 세게 부른 것이었다.

진남은 바로 희색을 드러냈다. 이천 알의 무왕단을 꺼내며 말했다.

"협력할 수 있어서 기쁘다"

백옥고삼은 빛을 번쩍이더니 이천 알의 무왕단을 삼켰다. 이어 이 백옥고삼에서 세 방울의 태고 영액이 뿜어 나오더니 진남의 미간 사이로 들어갔다.

진남은 몸을 떨더니 바로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시간을 조금도 낭비하지 않고 수행을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진남의 목적이었다. 세 방울의 태고 영액.

지난번 진남은 태고 영액을 복용한 후 경지를 돌파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진기에 태고 기운이 물들어 남다르게 변한 걸 확인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진남은 오천 알의 무왕단을 얻은 후 절대로 제오 정원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태고 영액이 체내에 들어온 후 다시 들끓는 영기가 폭발하여 그의 온몸에 솟아올랐다.

진남은 영기들을 끊임없이 흡수하여 진기로 변화시켰다.

그 속에서 태고 기운이 진남의 단전에 스며들었다. 그의 진기에 태고의 기운이 물들어 비할 바 없이 현묘하게 바뀌었다.

진남이 수행할 때, 모퉁이에 있던 백옥고삼이 갑자기 부르르 떨더니 작고 영롱한 그림자가 천천히 떠올랐다.

그림자의 눈길은 수행 중인 진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림자의 한 쌍의 큰 눈에 의혹이 스쳤다.

"방금 전의 무혼은 도대체 무슨 무혼이지? 왜 함부로 대하선 안 된다는 느낌이 들었던 거지?"

그림자는 볼을 받치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화가 나 씩씩거리며 말했다.

"그만두자, 상관하지 않겠어. 어차피 이 자는 나의 하인이다. 아무리 대단해도 나의 하인일 뿐이다!"

이어 그림자는 천천히 사라졌다.

진남은 이 상황을 전혀 모른 채 수행에 빠져 있었다. 그는 족히 여덟 시진이 지난 후에야 눈을 떴다.

진남의 몸에서는 조금의 기운도 뿜어 나오지 않았다.

"태고 기운이 물든 진기는 실로 괴상하구나. 세 방울의 태고 영액의 도움으로 나의 진기는 그 농도가 이미 선천 경지 일 단계까지 도달했어. 심지어 선천 경지 일 단계를 초월했어. 한데, 나의 경지는 왜 아직도 쉬체 경지지?"

진남은 의문이 들었다.

그는 아직 장벽을 돌파하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진남은 고개를 젓더니 고민을 멈추고 심신을 움직여 다시 한번 단전을 살폈다.

진남의 단전에 방대한 진기가 쌓여있었다. 진기는 태고의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 기운은 현묘하고 심오했다.

진남은 한참 살피더니 고개를 저었다. 지금의 그는 근본 안의 오묘함을 읽어낼 수 없었다.

그러나 진남은 흥분했다. 그는 지금의 실력으로도 충분히 선천 경지 일 단계와 겨룰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급을 넘어 이 단계의 존재와도 겨룰 수 있었다.

진남은 수행을 멈추고 몸조리를 시작했다.

두 시진이 지난 후 날이 밝아오고 동종(銅鐘)소리가 다시 한번 외원봉 전체에 울려 퍼졌다.

두 번째 심사가 시작되었다.

이번에 도장에 온 제자들은 지난번보다 많이 적었다. 사백여 명뿐이었다.

첫 번째 관문인 문초간단에서 적지 않은 제자가 탈락했다.

장로석의 대장로 정표는 사람들이 모두 모인 것을 보고 바로 일어나 외쳤다.

"두 번째 관문의 심사는 바로 연무대 시합이다. 모두 열 개의 시합구가 있다. 이번 시합은 너희들의 서열에 근거하여 무작위로 상대를 안배할 거다. 연속으로 열 번을 이겨야만 다음 심사에 진급할 수 있다. 지금부터는 칠장로가 이번 심사를 진행하겠다."

이어 장로석에서 백발노인이 사람들 앞으로 걸어와 두꺼운 백지를 들고 읽기 시작했다.

"첫 번째 시합은 십일 호 대 팔십삼 호, 구십칠 호 대 삼백이십 호…… 오 호 대 십이 호다!"

진남은 마지막까지 듣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몸을 움직여 연무대 위로 올라갔다.

이어 십이 호가 진남의 앞으로 왔다.

십이 호는 바로 소냉이었다.

소냉의 얼굴빛은 우울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원래 이번 심사에서 실력을 보이려 했다. 그러나 그는 첫 번째 시합에서 진남을 만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진남은 소냉을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이 상황은 그도 예상치 못했다.

두 사람과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심판이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속히 싸움을 시작하거라, 시간 낭비하지 말고."

"패배를 인정하겠습니다."

소냉은 조금 속상해하며 망설임 없이 말했다.

"남형, 꼭 일 위를 차지해야 하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갑자기 이번 시합은 따분하고 재미없게 느껴졌다.

두 번째 시합에는 남궁성, 황용, 묵자삼이 출전했다. 그들을 만난 제자들은 망설임 없이 모두 패배를 인정했다.

세 번째 시합이 시작되자 장로석의 칠장로가 호명했다.

"세 번째 시합은 이십팔 호 대 칠십칠 호, 팔십팔 호 대 십 호, 육십오 호 대 사백 호…… 오 호 대 십일 호다!"

진남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휙 하고 장로석을 바라봤다. 그의 눈길에 서늘한 빛이 스쳤다.

장로석의 대장로 정표는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는 눈에 담겨 있는 위협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진남은 시선을 거두고 깊게 숨을 마시더니 연무대 위로 몸을 날렸다.

십일 호도 뒤따라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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