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화 일 위는!
"제 성적에 이의가 있습니다. 전 백 점이지 구십구 점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황당해했다.
'성적에 이의가 있다고? 자신이 백 점이라고 하다니? 그렇다면 구십구 점을 맞아 남궁성과 동등하게 됐는데도 전혀 만족하지 않는단 말인가?'
"터무니없구나, 참으로 터무니없구나."
심사 장로가 우선 크게 노하며 질책했다.
"각 시험지는 모두 꼼꼼히 답안과 맞추어 심사한 거다. 그런 네 성적은 구십구 점이 맞다."
진남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제일 마지막 단약을 가리키며 대장로 정표를 보며 다시 한번 사람을 놀라게 하는 말을 했다.
"저는 시험지 답안을 맞추는 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제일 마지막 문제의 답안이 틀렸고 저의 답안이 정확하다고 말하고 싶은 거예요. 대장로, 저에게 이 마지막 문제의 답안을 수정할 기회를 주실 수 있습니까?"
그 말에 사람들은 일제히 진남을 바라보는 눈길이 마치 미친 사람을 보는 것처럼 변했다.
'진남이 대장로가 발표한 답안이 틀렸다고 의심하다니? 진남이 대장로를 대신해 답안을 수정하겠다고 하다니?'
외문 제자들은 모두 대장로 정표가 고급 연단사이고 매우 깊은 단도 조예가 있어 전체 낙하왕국에서도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진남이 그런 고급 연단사를 도발하다니.
장로석의 장로들마저 모두 일제히 할 말을 잃었다. 정표 대장로를 포함해서 말이다.
남궁성은 처음엔 멍해있더니 나중엔 화가 나 참지 못하고 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진남! 너무 지나치구나! 구십구 점을 맞았으니 이미 충분히 자랑할만하다. 한데, 감히 나의 스승님을 의심하다니……!"
그러나 진남은 그를 보지도 않고 그저 뚫어지게 장로석의 대장로 정표만 바라봤다.
대장로 정표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무왕 경지의 기운이 그의 몸에서 뿜어 나왔다.
그는 표정 변화가 없었지만, 사람들은 그의 몸에서 솟아오르는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너에게 한번 기회를 주겠다. 마지막 문제의 답안이 어떻게 틀렸는지 내 보겠다. 그러나 만약 오늘 네가 증명하지 못하면 형당에서 벌을 받아야 할 것이야."
마지막 말에 사람들이 경악했다.
'형당에서 벌을 받다니!'
현령종에서 형벌전은 제자들의 악몽이었다. 그 누구도 형벌전에 들어가기를 원하지 않았다.
형벌전에 들어가기면 설령 죽고 싶어도 그럴 가능성이 없었다. 끝없는 고통을 받고 살게 돼 죽기보다 못하게 됐다.
"진남 이놈은 정말로 정신이 나간 게 분명하구나. 구십구 점을 맞고도 만족하지 않아서 되려 형벌을 받게 됐잖아!"
"전에 나는 대장로의 공개적인 편애에 매우 기분 나빴어. 하지만 지금 보니 진남이 너무 날뛰잖아?"
"감히 단도 조예로 대장로를 건드리다니."
"……"
제자들은 누구 하나 진남의 행태를 비난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이 보기에 대장로 정표의 답안이 절대로 틀릴 수 없었다. 그렇기에 진남이 자신의 수준을 인정하지 못하고 소란이나 피우는 소인배 같았다.
진남은 그 말들을 듣고도 그저 담담하게 앞으로 걸어가 마지막 단약을 가리키며 말했다.
"대장로, 세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첫 번째, 이 단약은 용봉단(龍鳳丹)이에요. 용수초(龍須草), 봉미화(風尾花), 구빙심천(九冰深泉), 한무(寒霧) 등으로 만들어냈어요, 맞죠?"
이 말을 듣고 단도를 알고 있는 제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진남의 행동이 맘에 들진 않았지만, 그의 실력은 부인할 수 없었다. 용봉단은 확실히 진남이 언급한 약초들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대장로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이제 두 개 남았다."
말하는 대장로 정표의 몸에서 뿜어 나오는 위압이 더욱더 짙어졌다. 마치 언제든지 폭발할 것 같았다.
진남은 얼굴빛이 변하지 않고 계속 담담하게 말했다.
"오십 알의 단약은 모두 대장로가 만든 후 특수한 수법을 써 금제를 남겼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눈으로는 분별할 수 없게 했어요. 오십 알의 단약에서 앞의 마흔아홉 개에는 많아도 금제를 세 개밖에 남기지 않았어요. 그러나 용봉단에는 다섯 개의 금제를 남겨 제일 어려운 문제로 만들었어요, 맞습니까?"
이 말에 분노하던 남궁성마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진남의 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장로 정표는 진남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는 진남이 오십 개의 단약을 모두 보아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마음속에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진남이 이 단약들을 보아낼 수 있다는 건 단도 조예를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영약의 금제를 분별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다. 그럼 진남은 왜 구십구 점을 맞았을까?'
하지만 마음속 의문에도 그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말이 맞다, 이제 마지막 하나만 남았다."
제자들은 대장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는 걸 보고 속으로 감탄했다. 진남이 구십구 점을 맞은 건 우연이 아니었다. 진남은 확실히 범상치 않은 단도 조예가 있었다.
진남이 잠깐 멈칫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만약 제 추측이 맞는다면 대장로께선 용봉단을 만드실 때 오직 난도를 높여 남궁성이 백 점을 맞지 못하게 만들 마음뿐이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너무 노골적이니까요. 그러나 대장로님, 한 가지 문제를 간과하셨습니다. 금제를 너무 많이 넣으면 용봉단의 약성에 영향을 주지요. 따라서 용봉단은 절반이 폐단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말을 듣자 장내의 제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남이 뭐라는 거지? 고급 연단사가 만들어낸 단약이 절반이 폐단이 됐다고 하다니?'
남궁성은 분노하며 소리쳤다.
"진남, 네가 감히 스승님을 모함해? 스승님은 고급 연단사이다. 스승님이 만든 용봉단이 어떻게 절반이 폐단일 수 있느냐? 살고 싶지 않나 보구나. 감히 그따위 말을 하다니!"
대장로 정표는 남궁성의 분노에 정신을 차렸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몸에서 폭풍같은 기세를 뿜으며 사납게 호통쳤다.
"애송이가 감히 내가 만들어낸 것이 폐단이라는 거냐? 내 오늘 네가 어떻게 이 단약의 절반이 폐단인 걸 증명하는지 보겠다."
만약 대장로 정표가 마지막 한 가닥의 이성을 지키지 않았다면 그는 이미 손을 써서 한방에 진남을 때려죽였을 것이다.
"그래요?"
진남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용봉단을 만지기 시작했다. 두 손가락에 힘을 주어 용봉단을 가루로 만들었다.
부서진 용봉단의 절반이 검은색으로 변하고 썩은 냄새가 났다. 나머지 절반은 영롱한 색을 띠고 짙은 약효가 넘실거렸다.
두 가지 극단적인 대비가 대중의 앞에 일목요연하게 드러났다.
쿵!
제자들은 마치 머릿속을 망치로 친 것만 같은 충격을 받았다.
사람들이 경악해서 뚫어지게 진남의 손바닥을 쳐다봤다.
'용봉단의 절반이 진짜 쓸모없었다니?'
"이건……"
대장로 정표는 단약의 모습을 보고 충격받았다. 그가 만들어낸 단약이 정말로 절반이 쓸모없는 단약이라니?
진남은 사람들의 놀라움을 무시하고 고개를 돌려 심사 장로를 보며 말했다.
"장로님, 제가 좀 전에 말한 대로 이 용봉단은 반폐단입니다. 그러니 이전의 답안은 틀렸습니다. 저는 시험지에 마지막 문제의 답안을 반폐단이라고 적었습니다!"
여기까지 말하고 진남은 남궁성을 바라보았다.
진남이 두 손을 공수하고 말했다.
"미안하오. 이번 시합은 오직 나만 일 위요!"
도장 전체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눈앞의 이 모든 것이 마치 꿈만 같았다.
'이번에 입문한 외문 제자가 나타낸 단도 조예가 고급 연단사가 범한 잘못을 찾아내고 답안을 고칠 정도라니!'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났을까, 쥐 죽은 듯이 조용하던 장내에 박수 소리가 가득했다.
"대단하구나! 참으로 대단해! 내가 외문 제자로 된 이 년 동안 이렇게 대단한 사람은 본 적이 없어!"
"하하하! 이것이야말로 대단한 것이야. 모두의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굽히지 않고 대장로의 잘못을 발견하고 답안을 고쳤다. 어느 누가 할 수 있을까?"
"진남과 비교하면 남궁성의 연단 조예는 말할 것도 안 돼."
"그렇다면 진남 사형의 연단 조예가 이미 고급 연단사의 수준까지 도달했단 말인가?"
"……"
이 순간 진남을 바라보는 제자들의 눈길이 존경으로 변했다. 진남이 그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냈기 때문이었다.
"난……"
남궁성이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가슴속 분노는 모두 사라졌다.
'내가 진남에게 지다니? 첫 관문 문초간단은 분명 나를 위해 일부러 준비한 건데……'
이 시각 장로석.
장로들도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놀랐다.
다만 그들은 심지가 확고하였기에 정신을 차린 후 장내의 제자들처럼 입 밖으로 진남을 칭찬하진 않았다. 하지만 진남을 바라보는 장로들의 눈길에는 칭찬이 가득했다.
그들마저도 진남의 단도 조예가 남궁성을 초월하고 대장로 정표를 의심할 수준까지 도달했을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진남은 해냈다.
심사 장로는 이 시각 얼굴에 갈등이 가득하여 대장로를 바라보았다.
진남의 방금 전의 행동을 통해 용봉단이 절반은 쓸모없는 것이었다는 걸 충분히 증명할 수 있었다.
'지금 진남이 백 점을 맞고 이번 시험의 일 위라고 선포해야 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
비록 심사 장로는 진남이 일 위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대장로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장로 정표가 심사 장로의 눈길을 의식하고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는 기세가 꺾여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용봉단은 진남이 말한 대로 절반은 폐단이다. 마지막 문제의 답안은 틀린 것이다. 하여 이번 시합에서 진남……이 일 위를 했다."
대장로의 말을 들은 심사 장로는 지체하지 않고 몸을 일으켜 크게 소리쳤다.
"이번 외원 심사의 첫 번째 관문인 문초간단에서 진남이 백 점을 맞아 일 위를 했다. 남궁성은 구십구 점으로 이번 시합의 이 위다. 묵자삼은 이번 시합의 삼 위……"
심사 장로의 공표에 장내의 분위기가 다시 한번 고조되었다.
진남이 일 위를 했기 때문이었다.
이때 진남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잠깐만, 할 말이 있습니다."
뜨거웠던 장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제자들은 모두 숨을 죽였다.
오직 대장로 정표만이 볼을 떨며 분노로 가득한 얼굴로 뛰쳐나와 낮은 소리로 외쳤다.
"진남, 넌 이미 일 위를 했는데 도대체 무슨 할 말이 더 있다는 거냐!"
진남의 눈에 서늘한 빛이 스치더니 말했다.
"대장로님, 좀 전에 내기를 잊진 않으셨겠지요? 장로께서 지셨으니 제게 사십만 알의 선천단을 주셔야 하는 게 아닌가요?"
진남은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원래 저는 선천단을 이십만 알만 받으려고 했는데 장로께서 기어코 사십만 알의 선천단을 제게 주려고 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제가 어떻게 대장로의 호의를 거절하겠습니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죠."
대장로 정표는 마치 뺨을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진남이 말한 것처럼 내기를 시작할 때 진남은 그에게 이십만 알의 선천단이면 된다고 했었다. 그러나 그때 그는 진남을 거들떠볼 가치도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지금 진남은 일 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