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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74화 (74/1,498)

74화 점수는?

"그럴 필요 없다. 사십만 알의 선천단을 걸겠다."

정표가 뒷짐을 지고 일어서며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이기면 이 사십만 알의 선천단은 너의 것이다. 만약 네가 지면 너더러 사십만 알의 선천단을 갚으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난 그저 네가 이 도장에서 열흘을 무릎 꿇으면 만족한다. 어떠하냐?"

이 말을 듣자 남궁성의 얼굴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눈에 조롱을 가득 담고 진남을 바라보았다.

제자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조심스레 주먹을 꽉 쥐였다.

왜냐하면 제자들은 대장로 정표가 나선 건 바로 진남을 모욕하기 위한 거란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남이 감히 대답할 수 있을까?'

진남은 정표의 말을 듣고 서늘한 빛이 스치듯 반짝이더니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원래는 이십만 알의 선천단을 감해주려고 생각했는데 대장로께서 제 마음을 받아주시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네요."

진남은 이번에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바로 대장로에게 대꾸했다.

제자들은 순간 모두 놀란 얼굴로 진남을 보았다.

'미친 게 아니야? 대놓고 대장로에게 맞서다니?'

소냉과 초운마저도 지금 이 상황엔 놀라서 오금이 저렸다.

남궁성과 싸우는 건 고작 제자와 제자 사이의 일이었다. 그러나 장로에게 맞서는 건 다른 수준이었다.

줄곧 좋은 구경이나 하자고 생각했던 다른 장로들도 순간 모두 얼굴빛이 변했다.

정표 대장로는 황당했다. 그가 이 내기에 참여한 건 진남이 설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진남에게 한 수 가르치려고 한 것이었다. 그런데 한낱 외원 제자가 이렇게 자신에게 맞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 하하! 하하하!"

정표 대장로가 연이어 세 번 웃었다. 웃음소리가 마치 우레와 같았다. 그는 기뻐서 웃는 것이 아니라 화가 나서 웃는 것이었다.

"외원 제자 중에 이런 인물이 있을 줄이야. 그럼 내 오늘 문초간단 심사에서 네가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내 제자마저 이긴다고 하는지 볼 게다. 심사를 계속하겠다. 심사가 끝난 후 바로 답을 확인하고 성적을 발표하겠다."

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들은 정표 대장로가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났다는 걸 느꼈다.

도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남은 제자들이 심사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장내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시간이 반 시진 흘렀다. 나머지 삼백여 명의 제자들도 모두 심사를 마쳤다.

전의 흥성함이 없고 끝을 알 수 없는 고요함뿐이었다. 모든 제자들의 눈길이 모두 진남과 남궁성의 몸에 떨어졌다.

"지금부터 답안지 심사를 시작하겠다."

이때 답안 선포를 책임진 장로가 일어서더니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말했다.

"이번 문초간단 심사는 총 백 점이다. 삼십 점 이하면 탈락이고 삼십 점 이상을 맞으면 다음 관문에 들어갈 수 있다. 서열 오 위 안에 든 점수는 다음 관문에 누적하여 같이 합할 것이다. 지금부터 통보를 시작하겠다."

장로의 아래의 수십 명의 전문적으로 심사하는 장로들이 신속히 심사하기 시작했다.

이어 점수가 하나하나 장내에 울리기 시작했다.

"나안, 삼십 점, 겨우 합격이다."

"항모, 칠십 점. 진급이다."

"주립상, 육십오 점, 진급이다."

"왕자도, 이십삼 점, 진급 실패."

"……"

심사 장로가 하나하나 이름을 부르자 어떤 사람은 진급하고 어떤 사람은 탈락했다.

그러나 제자들의 얼굴에는 아무런 슬픔도 희열도 없었다. 그저 더없이 엄숙한 표정으로 심사 장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백여 명의 심사를 마쳤을 때 심사 장로가 갑자기 살짝 멈추더니 말했다.

"이 시험지는 남궁성의 것이다……"

이 말에 사람들이 일제히 눈을 크게 뜨고 숨을 죽였다.

남궁성이 긴장한 듯 살며시 주먹을 꽉 쥐었다.

"남궁성이 이번에 얻은 점수는……"

심사 장로가 입을 열었다. 그러더니 소리를 높여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구십구 점, 현재 일 위다!"

그의 외침이 마치 작은 폭풍처럼 장내를 휩쓸었다.

제자들이 일제히 놀란 기색을 드러내고는 떠들기 시작했다.

"구십구 점! 백 점과 일 점밖에 차이 나지 않는구나, 역시 남궁성이야."

"흥, 그가 이런 점수를 맞은 게 뭐가 대단해? 그는 원래 단사야!"

"그런데 남궁성이 이렇게 높은 점수를 맞았는데 진남은 몇 점이나 맞을까?"

"……"

제자들은 놀라는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남궁성이 구십구 점이란 점수를 맞은 건 그들이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높은 성적을 진남이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장로석의 여러 장로들이 모두 일어나 대장로 정표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대장로 축하드립니다. 첫 번째 관문의 일 위는 당연히 남궁성일 겁니다."

"맞습니다. 구십구 점이라니, 설령 제가 이번 문초간단에 참가한다 해도 구십구 점이란 점수를 맞을 수 없었을 겁니다."

"……"

장로들은 축하하는 동시에 슬그머니 진남을 바라봤다. 그들의 눈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비록 그들은 진남이 남궁성, 정표 대장로에게 맞선 행동이 매우 마음에 들었지만 이미 결과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번 내기에서 진남은 분명히 질 것이었다.

남궁성과 정표 대장로의 시선이 진남을 향했다. 눈에는 웃음기를 조금도 감추지 않았다.

진남은 질 게 뻔했다. 칠종죄를 내놓아야 할뿐만 아니라 도장에서 열흘을 무릎 꿇어야 했다.

진남은 여전히 얼굴에 표정이 없었다.

그는 마치 노승이 입정한 것처럼 평온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를 보고 남궁성과 정표 대장로는 속으로 비웃었다. 그들의 눈에 진남의 모습은 억지로 버티는 것 같았다.

이어 심사 장로는 뜸 들이지 않고 하나하나 이름을 부리기 시작했다.

"황용, 육십 점, 시합에 진급했다."

"소냉, 오십삼 점, 시합에 진급했다."

"초운, 칠십이 점, 시합에 진급했다."

"……"

이어 주목받는 제자들의 이름이 전부 불렸지만 한 사람도 팔십 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심사 장로가 살짝 뜸 들이더니 이어서 말했다.

"묵자삼, 팔십일 점, 시합에 진급했다!"

그 이름을 듣자 제자들은 또 한 번 경악했다.

"묵자삼이야. 그는 단도 세가 출신이라는데, 그런 그가 팔십일 점밖에 맞지 못할 줄은 몰랐어."

"전에 말했잖아. 이번 문초간단은 남궁성을 위해 준비한 것이라 남궁성의 상대가 없다고."

"아이고, 진남은 진 게 확실한 것 같구나."

"……"

제자들은 연달아 고개를 흔들었다. 진남에게 더는 아무런 희망을 품지 않았다.

남궁성은 이 광경을 보고 입가에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많은 제자 중에도 묵자삼 혼자 팔십일 점을 맞고 다른 사람들은 팔십 점을 초과하지 못했다. 그는 이미 이번 시합에서 자신이 이겼다고 확신했다.

진남? 그는 전혀 두려울 게 없었다.

이어 심사 장로가 계속해 성적을 발표했다. 갑자기 그의 동공이 커지더니 잠깐 멈칫하다 말했다.

"이 시험지는 진남이 것이다……"

그 말에 장내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제자들은 비록 진남이 졌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진남이 이번 시험에서 거둔 성적이 궁금했다.

진남이 몇 점을 맞았는가는 내기의 승패와 연관되어있었다.

장로석의 많은 장로마저 모두 숨을 죽이고 정신을 집중한 모습이 그 결과를 잘 들으려는 것 같았다.

오직 남궁성만이 얼굴이 평온했다. 이때 그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진남 사제, 네가 맞춰봐라, 몇 점이나 맞았을 것 같으냐? 네가 무슨 배짱으로 나에게 맞서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문초간단에서 이긴 사람은 분명히 나……"

이와 동시에 심사 장로가 침을 삼키더니 힘겹게 문장을 내뱉었다.

"구십구 점, 남궁성과 공동 일 위다!"

쿵!

남궁성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말이 이미 입가까지 나왔지만 말할 수 없었다. 그의 얼굴에 짙은 놀라운 기색이 나타났다.

'구십구 점이라고? 진남이 구십구 점을 맞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남궁성뿐만 아니라 장로석의 정표 대장로마저 얼굴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이번 문초간단은 정표 대장로가 일부러 남궁성을 위해 준비한 시험항목이었다.

'진남이 맞은 점수가 남궁성과 같단 말인가? 그렇다면 진남도 숨겨진 연단사란 말인가?'

제자들은 진남의 성적을 듣고 모두 경악했다.

'진남이 질 수밖에 없었던 시합이었는데 남궁성과 비기다니?'

순간 장내가 조용해졌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자 제자들의 얼굴에 흥분하는 기색이 짙게 드러났다.

"놀랍구나, 진남이 구십구 점을 맞다니!"

"하하하! 대장로와 남궁성이 비참하게 됐구나. 이번 시험은 분명 일부러 남궁성을 위해 준비한 것인데 진남과 동점이라니."

"통쾌하다, 통쾌해! 나는 대장로가 조작하여 남궁성을 위해 준비한 시험이 원래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어. 한데, 진남과 남궁성이 공동 일 위가 됐으니, 그들이 또 무슨 할 말이 있는지 보겠어."

"……"

제자들은 더없이 흥분했다. 모두가 진남을 응원했다. 모두가 정표 대장로의 수법에 매우 불쾌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진남이 정표 대장로와 남궁성을 한꺼번에 곤경에 빠뜨렸으니 그들이 어찌 진남을 지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순간 남궁성과 정표 대장로의 얼굴빛이 보기 흉하게 변했다. 진남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에 겹겹의 살기가 일었다.

그들 둘은 진남이 이렇게 단도에 깊이 조예가 있을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다만 지금은 외원 심사 중이어서 남궁성과 정표 대장로는 설사 화가 하늘을 찔러도 함부로 기색을 드러낼 수 없었다.

남궁성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남, 네가 나와 공동 일 위를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내가 너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진남은 무표정한 얼굴을 짓고 있었는데,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때 장로석의 정표가 말했다.

"우리 외원 제자 중에 단도 조예를 깊이 장악한 사람이 있었구나. 진남, 지금 둘의 성적이 막상막하이니 이번 내기는 비긴 것으로 하자."

그 말에 제자들이 다시 한번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원래는 진남이 질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진남은 시종일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심사 장로가 더 지체하지 않고 신속히 성적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반 시진이 지나 제자들의 성적이 모두 발표되었다.

진남과 남궁성이 여전히 공동 일 위였다.

심사 장로가 깊게 숨을 마시더니 장내를 향해 소리쳤다.

"지금 선포하겠다. 이번의 외원 심사에서 공동 일 위한 사람은 바로 진남, 남궁성이다. 두 사람은 각각 구십구 점을 맞았다. 서열 이 위는 바로 묵자삼이다. 팔십일 점을 맞았다. 서열 삼 위는 바로……"

그러나 심사 장로의 말이 끝나기 전에 이변이 발생했다.

이제껏 줄곧 침묵을 유지하던 진남이 갑자기 나서서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잠깐만요! 이의 있습니다."

진남의 외침은 갑작스러웠다. 사람들은 당황했다.

'이의? 무슨 이의가 있다는 거지?'

처음에 얼떨떨하던 대장로 정표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는 혐오스런 눈길로 진남을 보며 말했다.

"무슨 이의가 있단 말이냐?"

다른 사람들도 정신을 차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 와서 무슨 이의가 있다는 말이지?'

진남이 앞으로 걸어가더니 오십 개의 영약과 단약 앞에 도착했다.

이은 그의 말은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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