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화 절대 가만두지 않겠어!
진남은 단약을 넣고 남궁 이소를 힐끔 쳐다봤다.
진남이 쳐다보자 남궁 이소는 흠칫하더니 악마를 만난 것처럼 엉엉 울었다.
"진남 형님, 진남 할아버지, 저를 때리지 말아요. 때리더라도 얼굴은 때리지 말아요.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이제부터 친할아버지처럼 모실게요……."
진남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빤히 그를 쳐다봤다.
남궁 이소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얼른 품에서 옥병을 전부 꺼내며 말했다.
"할아버지, 이건 제 단약입니다. 얼른 받으세요."
옥병마다 백 알이 들어 있었다. 다만 남궁 이소는 악패 오호보다 부유해서 예순세 병이나 가지고 있었다.
진남은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하지만 이내 감추고 소리 없이 옥병을 품에 넣고 담담하게 말했다.
"죽을죄는 면해주겠지만 벌은 면할 수 없다. 오늘 너를 때리지 않을 거야. 하지만 벌을 좀 내려서 네가 평생 기억할 수 있게 해야겠어."
진남의 말에 남궁 이소는 두려움이 사라지고 기뻐서 말했다.
"진남 할아버지, 고마워요. 얼굴은 때리지 말아주세……"
짝!
남궁 이소는 순간 어떻게 된 건지 파악하지 못했다. 얼굴이 얼얼하게 아파왔다.
짝짝짝짝!
연속 빠른 속도로 귀뺨을 맞은 그는 미처 반응하지도 못했다.
짝짝짝짝짝짝!
진남은 남궁 이소의 뺨을 연속 오십 번이나 때리고 나서 멈추고 말했다.
"이제부터 나를 건드리지 말아."
그 말을 남기고 진남은 사라졌다. 이번에는 그를 막는 사람이 없었다.
남궁 이소는 멍하니 바닥에 주저앉아 있더니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목 놓아 울었다.
* * *
진남은 자신의 정원에 돌아왔다.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는 것이 기분이 매우 좋은 게 틀림없었다.
이번에 수업을 들으러 가서 그는 식견을 넓혔을 뿐만 아니라 려홍 사저한테서 영패도 하나 얻었다. 게다가 빈털터리인 그에게 악패 오호와 남궁 이소가 나타나 한번에 여든일곱 병의 선천단을 얻게 되었다.
지금의 진남에게 있어 이 여든일곱 병의 선천단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저번에는 멋모르고 당했지만 이번에 절대로 네가 단약을 못 먹게 할 거야."
진남의 시선이 귀퉁이에 있는 백옥고삼 위에 떨어졌다. 그는 냉소를 지었다.
"경지가 높아지면 꼭 너를 부셔 그 안에 도대체 뭐가 숨어 있는지 확인하고 말겠어."
말을 마친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호흡을 조절하고 자신의 무도심을 확고히 할 준비를 했다.
그런데 이변이 발생했다.
귀퉁이에 누워있던 백옥고삼이 마치 진남의 말을 듣기라도 한 듯 웅웅 떨기 시작했다. 마치 분노를 폭발하는 것 같았다.
이어 한 줄기 반짝반짝 빛나는 흰색 빛이 백옥고삼에서 용솟음치더니 삽시간에 진남을 뒤덮었다.
진남은 당황해서 서둘러 자신의 허리춤을 만졌다.
그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방금 얻은 선천단이 모두 없어졌다.
"으아아아! 절대 가만두지 않겠어!"
진남이 갑자기 크게 울부짖으며 온몸의 기운을 모두 폭발시켰다. 단숨에 칠종죄를 뽑아 미친 듯이 백옥고삼을 내리쳤다.
탕탕탕!
연이은 폭발소리가 다시 한번 진남의 정원에서 울려 퍼졌다.
백옥고삼은 진남의 공격에도 여전히 꼼짝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지난번의 그 어린 여자아이의 오만한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렸다.
"흥! 내 너를 가엾이 여겨 이 정도의 선천단은 빼앗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감히 나를 도발하다니. 이번에는 가벼운 벌로 경고만 한 거야. 그리고 빨리 더 많은 단약을 찾아오거라, 그렇지 않으면 너는 나의 분노를 받을 것이다."
그 말에 진남은 백옥고삼을 내리치던 동작을 멈췄다.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나서 얼굴빛이 시뻘게졌다.
'이 자식이 내 단약을 처먹고도 나를 탓해? 심지어 단약을 이렇게 많이 먹고도 나더러 계속 단약을 찾아오라니?'
진남은 가슴이 끊임없이 부풀어 올랐다. 한 줄기 거대한 분노가 끓어올라 당장 터질 것 같았다.
그가 무혼을 깨닫기 시작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가 다른 사람의 단약을 빼앗았지 언제 이렇게 단약을 털리고 분노한 적이 있었던가.
그런데 바로 이때 하나의 익숙한 목소리가 정원 밖에서 울려왔다.
"남 형, 우리가 돌아왔소!"
바로 소냉이었다.
진남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분노를 내리누르고 백옥고삼을 죽일 듯이 노려본 후 밖으로 걸어 나갔다.
밖에 온 사람은 소냉뿐만 아니라 초운도 있었다.
소냉과 초운, 그들 두 사람의 기운은 또 강해졌다. 기세가 예리한 것이 경험 쌓으러 나갔다 적지 않은 것을 얻은 것이 분명했다.
"좋네요."
진남은 두 사람이 강하게 변한 것을 보고 웃는 얼굴로 말했다.
"두 사람의 수행을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십 위 안에 들 것 같아요."
소냉과 초운은 서로 마주 보았다. 그들은 상대방의 눈에서 한 가닥의 씁쓸함을 발견했다.
그들이 경험을 쌓으러 나간 건 바로 진남이 주는 압력 때문이었다. 그래서 경지가 높아진 후 바로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진남을 보러 온 것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진남의 경지가 다시 한번 돌파하여 쉬체 경지 구 단계에 도달했을 줄은 전혀 생각도 못 했다.
쉬체 경지 팔 단계의 진남이 쉬체 경지 십 단계의 임자소를 죽일 수 있었는데 지금의 그는 얼마나 무서울까?
"남 형의 경지가 또 높아졌을 줄은 몰랐소."
소냉은 고개를 숙이며 조금 낙심했다.
"됐다. 임자소도 진남 사제를 이기지 못했다. 우리는 더욱 많이 노력해야 할 거다."
초운이 입을 막고 웃었다.
소냉은 그 말을 듣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미소를 지었다.
진남은 두 사람을 힐끔 봤다. 그는 소냉과 초운 사이에 미묘한 감정이 생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초운이 정색하더니 근심 어린 눈길로 말했다.
"진남 사제, 내가 듣기로는 남궁 이소가 너를 귀찮게 했다면서? 그건 모두 내 잘못이야, 나만 아니라면 그는 너를 귀찮게 하지 않았을 건데……."
"괜찮아요, 이미 해결했어요."
진남은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를 지었다.
그의 미소를 봤지만 초운은 되려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초운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만상 대회가 끝난 후 모든 신입 제자들은 문파의 분부에 따라 외원에 왔다. 그러나 진남만이 소경설과 궁양과 함께 다른 곳으로 갔다.
초운은 진남의 제오 정원 밖에서 삼 일을 서성거렸다. 하지만 그는 진남을 만나지 못했다.
그녀는 종문 내의 소문이 생각났다. 소문에 종문 제일 미녀인 소경설과 진남 사이에 알지 못할 감정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처음에는 믿지 않았고 또 자신이 있었다. 마지막에 와서야 그녀는 갑자기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와 진남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걸 느꼈다.
이럴 바에는 미리 미련을 버리는 것이 나았다.
초운은 속으로 한숨을 쉬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
"진남 사제, 이번 외원 심사에 참가할 거야?"
"외원 심사요?"
진남이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
"그게 뭐예요? 시합인가요?"
"시합이라고 하면 시합일 수도 있소."
소냉이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 그의 눈에는 전의가 강렬했다.
"외원 제자들은 삼 개월마다 한 번씩 심사를 받소. 문파에서 제자들의 수행을 검사하기 위한 거요. 이번 심사에서 만약 서열 오 위 안에 들면 큰 보상을 받을 수도 있소. 그뿐만 아니라 심사의 최후 서열이 바로 외원 중에서의 서열이 되오. 그러기에 더 좋은 정원에서 살려면 외원 심사에 참가하는 수밖에 없소."
"큰 보상?"
진남은 눈이 번쩍였다. 동시에 그의 마음이 또 아팠다.
바로 방금 전에 백옥고삼이 그의 팔천칠백 알의 선천단을 전부 삼켜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백옥고삼 안의 그 공주라고 자칭하는 여자아이는 말로 그를 모욕했다.
소냉과 초운은 조금 이상했다.
'진남이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거지?'
초운이 궁금해하다가 이내 웃으며 말했다.
"외원 심사는 이제 열흘 후에 진행해. 황용 사형은 이미 폐관에 들어갔어, 폐관에 들어가기 전에 나더러 너에게 이번 심사에서 너와 승부를 가리고 싶다고 전해달라고 했어."
"황용이요?"
진남의 눈에 한 갈래 빛이 반짝거렸다. 진남의 전의가 타올랐다.
신입 제자 중에 임자소가 비록 난심고죽림에서 황용을 이겼지만, 실력으로 놓고 보면 임자소는 황용과 비할 바가 못 되었다. 더구나 지금 황용이 폐관하였으니 예상컨대 열흘 후 출관할 때면 그의 실력은 더욱 강대해질 것이었다.
"좋아요, 이번 외원 시험에 저도 참가하겠어요."
진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눈에 흥분이 드러났다.
진남은 전신의 혼을 얻은 후부터 성격이 변했다. 그를 흥분하게 할 수 있는 건 오직 이 두 가지뿐이었다.
하나는 단약, 다른 하나는 바로 천재와 대결하는 것이었다.
소냉과 초운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들 두 사람은 모두 진남의 변화를 느꼈다. 마찬가지로 그들 두 사람도 흥분했다.
'외원 심사, 많은 강자들의 대결이다. 이번엔 진남이 또 어떤 기적을 창조할까?'
소냉과 초운은 진남과 조금 더 이야기한 후 오래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정원에 돌아와 열흘 후의 외원 심사를 위해 고된 수련을 시작했다.
진남도 마찬가지로 정원에 들어간 후 가부좌를 하고 앉아 전신의 혼을 방출하고 수련에 들어갔다.
* * *
같은 시각 외원봉 위, 산꼭대기에 있는 제일 정원.
남궁성은 천천히 눈을 떴다. 눈에 한 가닥의 차가운 살기가 스치더니 천천히 말했다.
"네 말은 이걸 다 진남이 했다는 거냐?"
그의 앞에는 남궁이소가 퉁퉁 부은 얼굴로 앉아있었다.
* * *
진남은 단당(丹堂)으로 가 오천 알의 선천단을 받은 후 정원으로 돌아왔다.
다만 그가 정원에 들어가는 순간 한 줄기 익숙한 흰색 빛이 다시 솟아올랐다. 그의 얼굴의 웃음기가 다시 한번 경직됐다.
진남은 무심코 주머니를 힐끔 봤다. 그는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더없이 좋지 않았다.
그가 방금 받아온 오천 알의 선천단을 백옥고삼이 또 삼켜버렸다.
"너, 너……, 너……!"
진남은 눈앞의 백옥고삼을 바라봤다. 목소리가 떨리고 온몸이 분노로 끊임없이 떨렸다.
그는 자신의 단약을 또 한 번 뺏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설령 저장주머니에 넣어도 여전히 백옥고삼을 막을 수 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바닥에 앉아 있는 진남은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선 백옥고삼이 영약을 삼키는 걸 막는 건 절대 불가능했다. 게다가 진남이 최강 일격을 발휘해도 백옥고삼을 흔들 수도 없고 복수도 할 수 없었다.
"다음에 몸에 단약이 있을 때는 절대로 이 마당에 돌아와서는 안 되겠어."
진남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눈에 결연함이 나타났다.
제오 정원 안이 영기가 짙었지만 단약은 귀중했다.
백옥고삼이 이미 세 번이나 삼켜버렸다. 절대로 더는 아무런 손실도 있어서는 안 됐다.
진남은 한 시진을 들여서야 겨우 마음속의 고통을 억누르고 수련을 진행했다.
진남이 폐관하고 수련을 시작했을 때 온 외원봉은 매우 조용했다. 한 명도 나와 움직이는 제자가 없이 모두 폐관에 들어갔다.
시간이 신속히 흘러 눈 깜짝할 사이에 일곱 날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