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외원 도장
진남이 칠색화를 그냥 가져갈 수 있었지만 두 개는 가질 수 없을 거라는 게 남궁성의 추측이었다.
아니라면 이번 경매에서 이보전의 손실이 얼마나 크겠는가?
"사형의 말이 일리가 있소. 그럼 이 용연향은 내가 가지겠소."
진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가지겠다고? 경쟁 가격을 제시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또 가져가!"
남궁성은 그 말을 듣자 순식간에 화가 났다.
"칠색화도 한 송이 가져갔는데 용연향도 가져갈 순……"
남궁성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장로가 높은 목소리로 선포했다.
"용연향은 진남에게 돌아갔다. 다음 보물 경매를 시작하겠다."
그 말에 남궁성은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남궁성뿐만 아니라 다른 제자들도 황당해서 말이 안 나왔다.
'진남은 대체 어떤 뒷배가 있기에 두 개의 보물을 그냥 가져가는 걸까?'
장로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자 씁쓸했다. 그는 크고 작은 수백 번의 경매를 진행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는 진남을 감히 원망하지 못했다. 진남이 무슨 신분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장로가 그를 대하는 태도에서 느낄 수 있었다. 신분으로 놓고 보면 남궁성은 진남과 비교할 수 없었다.
"됐다. 이 보물은 성진검(星辰劍)이다. 천외성진(天外星辰)으로 만들어서 쇳덩이도 흙을 베듯이 벨 수……"
장로는 잡생각을 떨치고 보물을 소개했다.
제자들과 남궁성도 이제 정신이 들었다.
제자들은 진남에게 경외의 시선을 보냈다. 남궁성과 싸우는 좋은 구경거리를 보자던 마음도 사라졌다.
남궁성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만약 한 가닥의 이성이 남아있는 게 아니라면 화를 주체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그가 마음에 둔 두 개의 보물을 모두 진남에게 빼앗겼는데 어찌 화가 나지 않겠는가?
하지만 남궁성이 모르는 게 있었다.
진남이 첫 번째 보물을 빼앗아 간 것은 그가 입을 열자마자 진남을 위협했기 때문이었다.
진남은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을 제일 싫어했다. 그래서 칠색화를 빼앗았다.
두 번째도 남궁성이 먼저 도발을 했었다. 게다가 진남도 용연향에 관심이 생겼기에 가져간다고 했다.
그는 줄곧 이런 성격이었다.
"진남 공자, 우리 이제 남궁성을 조심해야 해."
백횡이 얼른 귀띔했다.
"괜찮아요."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누가 먼저 자신을 건드리지 않으면 그도 굳이 남을 해코지하지 않았다.
삼 주 향의 시간이 지나고 경매에서 오십여 가지 이보들이 주인을 찾아갔다. 그중 적지 않은 보물들은 진남이 처음 보는 것들이어서 속으로 감탄했다.
장로는 마른 기침을 하더니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이번 경매도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간다. 이번에 나올 보물도 이번 경매의 중요한 보물이다. 제자야, 보물을 들고 오너라. 이번 보물은 칠종죄이다."
제자들은 호기심이 가득한 채로 집중했다.
"칠종죄? 그게 뭐지?"
"나도 못 들어봤어. 하지만 칠종죄라는 건 대단한 보물일 거야."
"그건 그래."
"……"
일곱 명의 쉬체 경지 십 단계 무인들이 나무 상자를 하나씩 안고 무대에 올라섰다.
일곱 무인은 그 나무 상자를 차례로 놓더니 하나하나 뚜껑을 열었다.
나무 상자의 뚜껑을 열자 제자들이 모두 헛숨을 들이켰다.
일곱 개의 나무 상자에는 일곱 개의 고도(古刀)가 있었다.
칼은 검게 칠을 해서 마치 옛 밤하늘 같았다. 칼마다 모양이 달랐는데 차가운 질감에서 풍기는 차가운 빛이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일곱 개의 고도는 은연중에 서로 끌어당기고 얽혀 하나가 된 듯했다.
"칼들이 참 신비롭구나."
진남은 전신의 눈을 굴려 살펴보았다. 일곱 개의 고도는 신비한 힘을 감추고 있었는데, 그 힘이 무척이나 방대했다. 하지만 아직 깊은 잠에 빠진 듯 깨어나지 않았다.
제자들의 표정을 확인한 장로가 말했다.
"일곱 개의 고도는 하나의 완전체인데 칠종죄라 불린다. 종문의 한 장로가 고적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이지. 종문에서 확인한 결과 일곱 개의 칼은 내력이 신비하고 알 수 없긴 하지만 이것이 풍기는 빛과 재질로 보면 영기가 분명하다. 게다가 장로가 추리하기를 이 일곱 개의 칼은 함께 펼쳐서 사용한다면 위력이 후천지기와도 같을 것이라 했다."
장노의 말에 충격받지 않은 제자가 없었다.
이보는 영기(靈器), 후천지기(後天之器), 선천지기(先天之器), 왕도지기(王道之器), 황제지기(帝皇之器) 등 다섯 등급으로 나뉘었다. 영기는 비록 가장 말단이었지만 낙하왕국의 사대 종문에서조차도 영기를 가진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현령종의 내문 제자라고 해도 모두가 영기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영기는 말 그대로 영성을 가진 병기인데 연화를 하면 사용할 때 그 위력이 대단했다.
사람들이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들은 이번 경매에서 이렇게 대단한 보물이 나올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장로가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큰 소리로 말했다.
"칠종죄의 시작 가격은 오만 알의 선천단이다. 매번 추가 가격은 만 알이다. 자, 그럼 이제 가격을 제시해 보거라."
장로의 말이 떨어지자 경매장은 예상처럼 들끓지 않고 오히려 물 뿌린 듯 조용했다.
장로는 약간 놀랐다. 그러나 모든 제자들의 시선이 동시에 진남에게 몰린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마치 진남이 입을 열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진남을 깜빡했군……."
장노는 이마를 문지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높은 소리로 물었다.
"진남 사제, 이 칠종죄를 가져가겠소?"
제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장노의 태도에서 제자들은 진남이 가지고자 한다면 칠종죄도 넘겨줄 거라는 걸 느꼈다.
"허허허."
남궁성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비웃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네가 세 가지 보물이나 그냥 가질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제가 선천단 십만 알을 제시하겠습니다."
장내에 있던 제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남궁성이 아직도 진남을 비웃다니?'
진남은 남궁성을 가볍게 훑어보더니 말했다.
"칠종죄라……. 제 마음에 딱 드네요. 그러니 칠종죄를 가지겠습니다."
그 말에 장로가 선포했다.
"칠종죄는 진남에게 귀속한다. 이번 경매는 이로써 마무리를 하겠다."
제자들은 한숨을 쉬었다. 그들도 칠종죄에 짙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진남의 배경이 대단해서 아무런 비용 없이 경매품을 가져갈 수 있으니 그들도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그들은 진남을 원망하지는 않았다. 진남이 가져가지 않아도 결국은 남궁성의 손에 들어갈 것이었다.
남궁성은 칠종죄를 가져가는 진남을 보며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진남 사제 칠종죄를 가져가게 된 걸 축하한다. 나는 냉봉(冷鋒) 사형의 부탁을 받고 칠종죄를 사러 왔다. 하지만 네가 가져갔으니 어쩔 수 없지.
아, 한마디 더 하자면 냉봉 사형이 칠종죄를 무척이나 가지고 싶어했어. 사형이 임무를 다 마치고 돌아와서 네가 칠종죄를 빼앗아 간 걸 알면 아마 깊은 대화를 나누러 널 찾아갈 거야."
남궁성은 속이 시원했다.
진남에게 서너 번이나 기를 꺾였지만, 드디어 반격할 기회가 생겼는데 어찌 기쁘지 않을까?
다른 제자들은 냉봉의 이름을 듣자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백횡도 안색이 변하며 말했다.
"냉봉 사형……? 냉봉 사형이라니! 제길, 남궁성은 일부러 우리를 함정에 빠뜨린 거야."
"왜요? 냉봉 사형이 누구예요?"
진남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
백횡이 깊은 한숨을 쉬며 안 좋은 표정으로 말했다.
"냉봉 사형은 내원 제자들 중 서열 십 위이다. 수단이 잔인하고 그에게 밉보인 자들은 전부 죽인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무표정했다.
남궁성이 계략을 써서 그를 함정에 빠뜨렸지만, 진남은 원래 주 기능이 도법이라서 칠종죄가 그의 마음에 쏙 들었다. 냉봉에게 밉보이든 말든 그는 칠종죄를 가질 생각이었다.
외원 경매가 완전히 끝나자 진남과 백횡은 이보전에서 나왔다.
백횡이 물었다.
“그런데 진남 공자, 진남 공자는 검을 쓰지 않았어?”
진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하지만 제가 최근 무예를 배우면서 느꼈는데, 제 패도적인 성향에는 검보다는 도가 더 어울려요. 그리고 이렇게 영기를 그냥 얻을 수 있는데 검을 고집하다가 기회를 그냥 버릴 순 없죠.
이보전 대문에 선 진남은 기분이 둥둥 뜨는 것 같았다. 그는 자룡적아령 덕분에 이보 세 가지를 그냥 얻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 가치가 팔십만 알의 선천단에 맞먹었다.
"진남 공자, 뒤를 봐봐."
백횡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남이 그 소리에 뒤를 보니 이보전 일 층의 장로 몇몇이 대문에 나와서 그를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장로들은 진남을 배웅하러 나온 것이었다.
사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장로들 얼굴의 미소가 그대로 굳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보전의 장로들은 처음으로 자룡적아령을 봤다. 게다가 가치가 높은 세 가지 보물을 무료로 줬으니 그들이 기쁠 수 있을까?
제일 중요한 것은 몇몇 장로들은 진남이 이후에 매일 이보전에 찾아오고 자주 경매에 참석할까 봐 두려웠다.
'진남이 자꾸 경매에 참석하면 이보전에 손실이 얼마나 클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장로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들은 속으로 진남이 다시는 이보전의 경매에 참석하지 않기를 기도했다.
진남은 살짝 놀랐다. 장로들이 직접 나와서 배웅을 하자 그도 얼른 공수하고 인사했다.
"장로님들 고맙습니다. 다음에 경매를 또 진행하면 꼭 사람을 보내 알려주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참가하겠습니다."
진남의 말에 장로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다리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하지만 그들은 감히 거절하지 못하고 억지로 못생긴 미소를 지어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 * *
진남은 백횡을 따라 한 광장에 왔다.
광장은 백옥 도장과 달리 청색의 옛 돌로 만든 것이었다. 아래에는 몇 개의 대진이 돌아가고 있어서 광장에 영기가 바깥 세계보다 세배는 더 많았다.
광장에는 수십 명의 제자들이 가부좌를 틀고 무혼을 방출한 채 고된 수련을 하고 있었다.
"이건 외원 도장이다."
백횡은 진남이 입을 열기 전에 말했다.
"외문 제자들은 내원과 외원으로 나눈다. 그래서 내원, 외원에 각각 도장이 있다. 현령종에서는 제자들 도장에 대한 등급 구분이 확실하다."
"그렇군요……."
진남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감탄했다. 현령종은 역시 낙하왕국 사대 종문답게 도장마저 세세하게 구분했다.
두 사람이 좀 걷자 그들 앞에 두 개의 산봉우리가 나타났다.
두 산봉우리는 하나는 높고 하나는 낮았으며 앞뒤로 나란히 있었는데 구름에 가려 무척 가물가물했다. 두 산과 거리가 한참 남았는데 제자들이 은근하게 토론하는 말소리가 들렸다.
진남은 두 산봉우리 위에 저택들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저택들은 산 아래에서 위로 지은 것인데 그 수가 점점 줄어들다가 산꼭대기에는 하나만이 오롯이 서 있었다.
"두 산봉우리는 외원봉과 내원봉이야. 외문 제자들이 거주하는 곳이지. 안에는 종문의 강자가 쳐 놓은 금제가 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정탐하지 못해."
백횡이 말했다.
"뿐만 아니라, 외원봉과 내원봉의 저택은 제일 정원, 제이 정원, 제삼 정원 등등으로 나뉘지. 진남 공자 같은 경우 외원 제자들 중 서열 오 위라서 외원봉 제오 정원에 거주하게 될 거야."
진남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정원을 이렇게 나누는 게 무슨 뜻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