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화 칠색화
경매장은 그리 크지 않았다. 경매장의 앞에는 백옥으로 만든 무대가 있고, 무대 아래에는 줄을 세워놓은 의자가 있었다.
남궁성 등 사람들은 경매장에 들어서자 제일 앞줄에 앉았다. 아무도 그 자리를 경쟁하는 사람은 없었다.
진남은 자리에 대해 별 요구가 없었다. 그래서 대충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 앉아 조용히 경매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금세 경매장은 사람으로 꽉 찼다. 늦은 제자들은 어쩔 수 없이 뒤에 서 있었다.
"외문 경매에 온 것을 환영한다."
화려한 복장을 한 노인이 천천히 무대 중앙으로 걸어오더니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이번 경매를 주관하게 된 장로이다. 자, 규칙은 다들 잘 알고 있을 테니 바로 진행하도록 하겠다. 첫 번째 보물을 들고 오너라."
장로의 말이 끝나자 무대 뒤에서 한 여인이 걸어 나왔다. 그녀는 손에 금 쟁반을 들고 있었는데 쟁반 중앙에 연꽃이 놓여있었다.
연꽃은 금빛 찬란한 것이 진남이 복용한 적이 있었던 삼판 금련이었다.
제자들은 그 모습에 일제히 웅성거렸다.
"뭐? 첫 번째 보물이 삼판 금련이라고?"
"이번 외문 경매는 정말 통이 크구나!"
"삼판 금련은 내가 반드시 가질 거야."
"……"
삼판 금련이 나타나자 경매장은 열기를 띠었다.
장로는 그런 제자들을 한번 바라보더니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
"이 물건은 내가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군. 너희들도 잘 알고 있겠지. 그럼 지금부터 경매를 시작하겠다. 시작은 선천단 천 알이고 매번 추가 가격은 적어도 선천단 오백 알이어야 한다."
그 말에 어떤 제자가 외쳤다.
"선천단 천 알!"
"천오백 알!"
"그럼 나는 이천 알이요."
"저는 삼천 알이요."
"……"
삼판 금련은 선천단 팔천 알에 팔렸다.
진남은 그 모습에 혀를 끌끌 찼다.
그는 삼판 금련이 이렇게나 비쌀 줄 몰랐다. 소냉이 알려줬던 가격보다 족히 두 배는 더 많았다.
하지만 현령종에서 몇 년간 있은 외문 제자는 금방 들어온 제자들보다 부유했다.
장로는 삼판 금련이 그 가격에 팔리자 나이 든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었다. 삼판 금련의 가격이 높게 책정될수록 그가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았다.
장로의 목소리가 격앙되었다.
"그럼, 다음 보물을 보겠다."
곧이어 수십 개의 보물들이 전시되고 제자들은 미친 듯이 사갔다.
다만 뒤의 수십 점의 보물은 개막할 때 내놓은 삼판 금련과 비교가 안 됐다.
장노는 기침을 하더니 안색을 굳혔다.
"다음 보물은, 바로 이번 경매의 삼 대 보물 중 하나지. 많은 제자들이 이걸 보고 왔을 거다. 시녀, 보물을 올리거라."
이 말을 마치자, 여인이 옥 쟁반을 들고 천천히 걸어 올라왔다. 옥 쟁반 위에는 꽃 한 송이가 놓여있었다.
꽃은 삼판 금련과 달리 일곱 개의 꽃잎이 있는데 모두 다른 색을 띠고 있어서 오색찬란했다. 꽃을 들고 있는 여인도 그 꽃 앞에서는 빛을 잃었다.
장로가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눈치챘을 거다. 이건 칠색화(七色花)이다. 쉬체 경지 십 단계는 선천 경지를 돌파하기 엄청 어렵지만 칠색화를 복용하면 무조건 선천 경지 일 단계를 돌파할 수 있지. 게다가 이 꽃잎은 한 잎만으로 오성을 높여주고 약효는 삼판 금련의 일곱 배이다. 이 꽃의 경매 시작 가격은 선천단 오천 알이다."
장로의 말에 장내가 웅성댔다. 모든 제자들의 시선에 흥분이 가득했다.
"저는 선천단 육천 알을 내겠습니다."
"젠장, 나는 팔천 알!"
"선천단 팔천 알로 칠색화를 사겠다고? 나는 만 알이요!"
"이런 짐승 같은 놈, 한꺼번에 이천 알을 올려? 그럼 나는 만 오천 알!"
"......"
장내 분위기가 열기를 띠고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이때 앞자리에 있던 남궁성이 드디어 몸을 일으키고 장내를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칠색화는 내가 오만 알의 선천단으로 사겠소. 여러 사형제 분들, 다들 알다시피 나는 선천 경지와 한 걸음 차이가 나서 칠색화가 무척 필요하오."
그 말에 제자들이 조용해졌다.
선천단 오만 알이라는 가격은 너무 비싸서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다. 게다가 간덩이가 붓지 않은 한 남궁성과 경쟁할 의미가 없었다.
장로는 남궁성을 보자 눈에 웃음기를 머금고 말했다.
"남궁 사제가 오만 알의 선천단을 제시했다. 다른 경쟁자가 없으면 칠색화는 남궁성에게……"
그때 담담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 칠색화는 제가 가지겠습니다."
진남이었다.
말소리가 들리자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진남이 이런 때에 끼어들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설마 남궁성에게 미움을 받을까 두렵지 않은 건가?'
남궁성은 두 눈에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
장로도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외문 제자들 중 남궁성과 맞서는 제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제자, 미안하구나. 한발 늦었어. 칠색화는 이미 남궁성의 소유야."
장로가 남궁성의 편을 들었다.
그는 진남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남궁성에게 잘 보이려고 권력을 이용해서 칠색화의 귀속을 결정했다.
"그래요?"
진남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오늘 이 칠색화를 가지려고 했으니 오늘 누가 오던 이 칠색화는 제 겁니다."
그 말에 모든 제자들은 다 어이가 없었다. 진남이 이토록 오만방자하게 날뛸 줄은 몰랐다.
"너!"
장노는 그 말에 벌컥 화가 났다. 외원 경매를 진행하면서 이렇게 날뛰는 제자는 처음 만났다.
"장로, 화내실 필요 없어요."
이때 남궁성이 입을 열고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
"사제가 나와 경쟁을 하겠다고 하니 경쟁을 하게 하세요. 오늘 한번 봅시다. 이 사제가 얼마나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지 말입니다."
제자들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그들은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남궁성이 드디어 진남을 상대했다.
장노는 화를 억지로 누르며 콧방귀를 뀌었다. 대놓고 멸시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남궁성은 선천단 오만 알을 제시했다. 너는 얼마나 제시할 수 있느냐?"
남궁성은 외문 서열 일 위의 존재라서 외문 대장로의 이쁨을 받았다. 그가 가진 재부는 셀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고작 쉬체 경지 팔 단계인 녀석이 무슨 자격으로 남궁성과 비길까?
"제가 왜 가격을 제시해야 해요?"
진남이 장로를 보며 말했다.
"말씀드렸잖아요. 이 칠색화는 제가 점 찍었다고요. 제가 점 찍은 건 저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얼마나 높은 가격을 제시하더라도 여전히 제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놀랐다. 남궁성도 황당해서 그를 멍하니 바라봤다.
'진남의 말은 가격을 제시하지도 않고 무료로 칠색화를 얻겠다는 건가? 장난해? 여기는 외문 제자 경매다. 경매에서 보물을 얻으려면 반드시 가격을 제시해야 하잖아.'
"허허, 사제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군."
남궁성은 정신을 차리고 크게 웃었다.
"가격을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여기서 난동을 부리면 안 돼. 네가 충분한 단약을 제시할 수 있으면 언제든지 네 경쟁을 받아들일 수 있어."
남궁성이 조롱 섞인 미소를 지었다.
진남이 만상 대회에서 일 위를 하고 천 보를 걸었으며 초월급 천재를 죽였다. 하지만 남궁성에 비하면 아직 차이가 컸다. 같은 급의 경쟁자가 아니었다.
장로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이봐, 제자. 다시 끼어들어서 난동을 부린다면 규칙을 위반한 걸로 간주하고 평생 외원 경매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하겠다."
장노의 눈에 진남은 그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몸부림치는 가난뱅이였다.
'대가 없이 칠색화를 가져가겠다고? 미친놈이 허튼 생각만 하는군!'
이때 백발이 창창한 노인이 무대로 다급하게 다가갔다.
백발의 노인을 보자 장로는 얼굴이 순식간에 변해서 공손하게 대답했다.
"장로, 오셨소."
백발의 노인은 경매를 책임진 장로였다.
제자들은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장로가 왜 또 나타났지?'
백발노인이 장로의 귓가에 몇 마디 소곤거리자 장노는 안색이 변하고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장노는 심호흡을 하더니 진남을 바라보았다. 두 눈 가득하던 조롱과 무시는 싹 다 사리지고 경외만 남아서 말했다.
"저……, 진남 사제. 방금 내가 눈이 삐어서 자네를 못 알아봐서 미안하네.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주게나. 이 칠색화는 자네 말대로 자네 소유요. 자네가 가지고 싶으면 자네 게 맞네. 아무런 비용도 낼 필요 없소."
그 말에 제자들은 모두 경악했다. 남궁성도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장로의 태도가 왜 갑자기 바뀌었을까? 진남이 대체 무슨 신분이기에 이유 없이 오만 알의 선천단 가치가 되는 칠색화를 가지는 걸까?'
"장로, 그게 무슨 말입니까? 경매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자가 가져가는 게 원칙입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칠색화를 준다는 겁니까?"
남궁성이 날카롭게 질문했다.
좀 전까지 그는 칠색화를 반드시 얻을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 진남이 더 높은 가격으로 사갔다면 그는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가져간다는데 어떻게 동의할 수 있을까?
장노의 태도는 순식간에 강경하게 변했다.
"이건 종문의 규정이다. 됐다. 다음 경매를 시작하겠다."
곧이어 시녀가 다음 보물을 들고나오고 경매가 다시 시작되었다.
다른 제자들의 진남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남궁 이소를 영원히 이보전에 발을 못들이게 만들었고, 남궁성을 누르고 대가도 없이 칠색화를 얻었다. 그러니 진남의 신분이 절대 간단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
남궁성은 그 모습을 보자 안색이 안 좋아졌다. 하지만 그는 멍청하지 않았다. 이미 진남의 신분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이번 일은 내 기억하마. 때가 되면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겠다."
남궁성이 진남을 악독하게 쏘아보았다. 그리고 심호흡을 몇 번 하더니 차분함을 되찾았다.
이내 경매가 시작되자 조용하던 대전이 다시 들끓었다.
스무 번째 보물을 소개할 때 장노는 어조를 높이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경매에서 두 번째 대서특필할 용연향이다. 용연향이 타면서 풍기는 향은 무도경지를 돌파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인기합일 원만 경지의 사람이 용연향을 사용하면 대부분 입미지경을 돌파할 수 있다. 지금부터 경매를 시작하겠다. 가격은 선천단 만 알이다."
말이 끝나자 제자들은 들끓었다.
그들은 고대에 있는 용연향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칠색화보다 용연향이 더 진귀했다.
"저는 만 천 알의 선천단을 제시할게요."
"저는 만 오천 알이요. 만 오천 알을 내겠어요."
"나는 인기합일 대성 경지가 된 지 반년이나 되었지만, 원만 경지에 못 이르렀어. 그러니 이 용연향이 꼭 필요해. 저는 만 팔천 알이요!"
"……"
용연향의 가격은 이만 오천 알의 선천단이 되었지만, 가격은 계속 높아져 갔다.
남궁성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인기합일 원만 경지가 된 지 이미 일 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입미지경을 돌파할 수 없었다. 만약 용연향을 얻는다면 반드시 입미지경에 이를 수 있을 것이었다.
"무왕단 여덟 알을 제시합니다."
남궁성이 일어서며 큰소리로 외쳤다.
그의 말에 제자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남궁의 신분이나 여덟 알의 무왕단이나 그들이 감당할 수 없었다.
"진남 사제, 용연향은 십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것이다. 이번에 안 사면 다음에 언제 만날지 몰라. 만약 너도 관심이 있다면 나와 경쟁……"
남궁성은 진남을 바라보며 도발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