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상품 수여
막려가 서천에게 날카롭게 물었다.
"그럴 리가? 농담하는 거지? 임자소가 어떻게 진남을 그냥 뒀겠어? 서천, 얼른 말하거라! 누가 임자소를 죽였어? 황용이야?"
막려의 말에 사람들은 정신이 들었다.
다섯 장로와 궁양, 소경설도 미간을 찌푸렸다. 그들도 의문스러웠다.
임자소와 이백여 명의 제자들이 거대한 연맹을 만들었으니 진남이 만상 대회 일 위가 되는 걸 손 놓고 보고 있었을 수 없었다.
그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서천은 담담하게 막려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막려 사형, 그렇게 알고 싶다니 말씀드리겠습니다. 임자소는 진남의 손에 죽었어요."
"뭐라고?"
막려가 놀라서 다시 물었다.
"너 방금 뭐라고 했어? 다시 말해봐!"
다섯 장로와 다른 내문 제자들 그리고 궁양과 소경설도 깜짝 놀라서 서천이 잘못 말한 게 아닌가 의심했다.
임자소를 죽였다는 것과 난심고죽림에서 천 보 걸었다는 건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
난심고죽림은 무도심만 있으면 진남이 기적을 창조한다고 해도 믿을 수 있었다.
하지만 쉬체 경지 팔 단계인 진남이 어떻게 임자소를 죽일 수 있단 말인가.
그 말에 서천이 입을 열려고 하자 어디선가 평온한 목소리가 울렸다.
"서천 사형을 수고스럽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말씀드리지요."
입을 연 사람은 진남이었다.
백옥 도장에 있는 사람들 뒤에서 진남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신입 제자들은 모두 두려워하는 표정으로 빠르게 물러나 진남에게 길을 터주었다.
진남은 그 길을 따라 다섯 장로 앞까지 가더니 막려를 보며 말했다.
"정말 미안하게 됐습니다. 당신이 말하는 그 폐물이, 만상 대회에서 임자소를 죽여버렸네요. 그것도 한 방에 흔적도 없이 죽여버렸어요."
막려는 무의식적으로 소운하 등 제자들을 쳐다봤다. 그 제자들이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쿵!
그 모습에 막려는 머리에 번개를 맞은 것처럼 영혼까지 흔들리는 것 같았다.
다섯 장로와 다른 무왕 경지의 제자들 그리고 궁양과 소경설도 충격받은 표정이었다.
'진남이 정말 임자소를 죽였다니? 이게 가능할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신입 제자들이 일제히 침묵했다. 그 침묵이 그들에게 그게 사실이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진남은 역사를 새로 썼을 뿐만 아니라 초월급 천재인 임자소를 죽이는 믿을 수 없는 기적을 일으켰다.
이 순간 제자들은 진남의 뒷모습이 갑자기 거대한 산처럼 듬직해 보였다.
신입 제자들은 한 가지 사실을 명백하게 알았다. 만상 대회 이후부터 진남은 현령종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존재가 될 것이었다.
"그게 말이 돼?"
막려는 표정이 일그러져서 울부짖었다.
"쉬체 경지 팔 단계의 수행으로 어떻게 임자소를 죽였다는 거냐! 네놈이 나를 바보 취급하는구나!"
막려뿐만 아니라 다섯 장로와 다른 내문 제자들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진남이 혼자서 임자소를 죽였다는 건 말이 안 됐다.
"그렇소?"
진남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의 몸에서 검의가 솟아올라 주변을 휩쓸었다.
그 모습에 다섯 장로와 다른 내문 제자 그리고 궁양과 소경설은 표정이 일렁거렸다.
"진남아, 너 소성 입미지경을 장악했어?"
소경설의 두 눈에 충격이 가득했다.
그녀는 이내 진남이 무예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게다가 단호한 무도심까지 있으니 소성 입미지경을 장악하는 건 합리적인 일 같았다.
다섯 장로와 내문 제자들은 찬 숨을 들이켰다. 그들은 이제 진남이 임자소를 죽일 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소성 입미지경을 장악했다는 것이 어떤 위엄인지 그들도 잘 알았다.
막려는 입을 떡 벌렸다. 그의 얼굴엔 사나운 표정이 사라지고 충격만이 가득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야! 진남은 분명 폐물인데 어떻게 소성입미지경을 장악한 거지?'
그제야 막려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막려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음침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남, 내 너를 과소평가했구나! 황급 팔품의 무혼을 가지고 있으면서 황급 구품에 대항할 수 있는 자질과 천부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니. 하지만 네가 임자소를 죽였으니 이제부터 너와 나는 원수다!"
말을 마친 막려는 이를 악물고 수백 개의 옥병을 꺼내놓고 신속히 자리를 떴다.
계속 있는다면 망신을 당하는 건 그였다.
"막려는 임자소보다 마음이 단단하구나. 이런 일을 겪고도 참을 수 있다니. 만약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저자를 순순히 보내주지 말아야겠어."
진남은 떠나는 막려의 뒷모습을 보며 결심했다.
떠나간 막려에게서 시선을 돌린 그의 눈이 한 줄로 늘어선 옥병에 향했다.
진남은 무왕단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무왕단이 내포한 힘이 선천단의 몇백 배는 되는 것 같았다.
충격에 빠진 궁양이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활짝 웃었다.
"다섯 장로 그리고 여러 사제들, 막려는 단약을 내놓았습니다. 당신들은 왜 내놓지 않습니까?"
그 말에 다섯 장로와 내문 제자들의 안색이 일제히 굳어졌다.
그러나 그들은 억지를 부릴 배짱이 없었기에 쓰린 마음을 달래며 무왕단을 꺼냈다.
순식간에 궁양의 앞에 수백 개의 옥병이 나타났다. 이 옥병에서 풍기는 강대한 기운에 신입 제자들은 감탄했다.
"좋다 좋아!"
눈 앞에 펼쳐진 수많은 무왕단에 궁양도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흥분해서 얼른 말했다.
"진남, 이번에 네가 아니었다면 무왕단을 이렇게 많이 이길 수 없었을 거다. 다섯 장로가 상품을 다 나눠준 다음 이것도 너에게 나눠주마."
그 말에 진남은 고개를 살짝 들고 다섯 장로를 바라보았다.
백발의 노인은 그 눈길의 뜻을 알아차리고 억지로 웃음 지으며 말했다.
"좋다. 그럼 이번 만상 대회의 상품을 나눠주겠다."
그 말이 끝나자 백발노인은 손가락을 튕겼다. 여러 갈래의 빛이 황용, 소냉, 초운 세 사람에게 튕겨갔다.
백발노인이 소매를 휙 휘두르자 옥병 하나가 진남의 앞에 내려앉았다. 그는 신신당부했다.
"이건 구전금단이다. 만약 약효를 최대로 발휘하려면 선천 경지를 돌파한 후에 복용하거라."
"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확인하지도 않고 품에 넣었다.
"종문의 규정대로 네가 천 보를 걸어 역사를 새로 썼으니 거기에 따른 보상도 있을 것이다."
백발 노인이 말했다.
"종문을 대표하여 너에게 십만 알의 선천단과 저장 주머니를 주겠다."
말을 마친 백발 노인은 품에서 보라색의 천 주머니를 꺼내 진남에게 주었다.
눈앞에 벌어진 장면 내문 제자들이 부러운 기색을 드러냈다.
십만 알의 선천단은 천 알의 무왕단과 맞먹었다. 게다가 저장 주머니는 더욱 진귀했다. 그들 내문 제자라고 해도 저장 주머니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십만 알의 선천단에 저장 주머니까지 준다고?"
진남은 놀라서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그는 이렇게 많은 상품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 순간 무도심이 단단한 진남이라고 해도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진남은 약간의 이성이 남아있었다. 수많은 시선들이 지켜보고 있었기에 그는 기분을 크게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얼른 진정하고 저장 주머니를 받았다.
"좋다. 만상 대회는 이것으로 끝났다. 잠시 후에 외문 장로들이 너희들을 맞이하고 외원으로 안내할 것이다."
백발의 노인은 상품을 다 나눠준 후 두말없이 다른 내문 장로들과 급히 자리를 떴다.
다섯 장로들은 한시도 더 이곳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진남을 무시하고 심지어 조롱하는 말까지 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그들은 진남을 무시한 대가로 모든 재산을 잃었다.
그러니 말은 못 해도 속으로 얼마나 우울하겠는가!
진남은 다섯 장로가 황급히 자리를 뜨자 약간 실망했다.
그는 다섯 장로가 그를 조롱한 것에 대해 복수를 할 계획이었다.
신입 제자들은 눈앞에 벌어진 일에 대해 부러운 기색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들은 감히 진남을 질투하지 않았다.
"여기는 대화를 나눌 만한 곳이 안 되는구나."
궁양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진남, 소경설 너희 둘은 나를 따라오너라."
진남과 소경설이 서로를 마주 봤다. 둘은 서로의 시선에서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을 느꼈다.
이내 두 사람은 궁양을 따라 사람들 시선에서 사라졌다.
* * *
현령종을 뒤흔드는 소식이 종문 곳곳으로 퍼졌다.
만상 대회에서 진남이라는 제자가 황급 팔품 무혼에 쉬체 경지 팔 단계의 실력으로 황급 구품에 쉬체 경지 십 단계인 초월급 천재를 죽였다.
게다가 진남이라는 제자는 난심고죽림에서 역사 이래 처음으로 천 보를 걸었다.
현령종의 종문 장로부터 외문 제자까지 모든 사람들이 만상 대회에 참가했었기에 난심고죽림의 위력을 잘 알았다.
그런데 지금 황급 팔품의 무혼을 가진 제자가 천 보를 걸었다고 하니 충격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모든 현령종의 사람들이 진남이라는 이름을 기억했다.
* * *
궁양의 안내로 세 사람은 고풍스러운 저택으로 향했다.
진남이 막 이 저택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마음을 울리는 은은한 향기가 풍겨와 정신이 진정되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건 다향인가요?"
진남이 사방을 둘러보며 물었다.
"응, 이 저택은 한 내원 제자가 차를 마시고 즐기기 위해 만든 집이다."
궁양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별실에는 금제(禁制)를 쳐 놨다. 무왕 경지 이하는 몰래 엿보거나 정탐하지 못한다."
궁양은 말하면서 진남과 소경설을 데리고 방안에 들어섰다.
방은 방원 삼 척 정도로 크지는 않았다. 목탁 위에 놓은 다구가 이목을 끌었다. 수정처럼 생긴 컵들이 한 줄로 가지런히 있는 모습이 긴 용 같았다.
궁양은 제일 윗자리에 앉더니 능숙하게 다구를 들고 차를 우려냈다.
소경설은 섬섬옥수를 뻗어 찻잔을 들어 입가에 대고 한입 음미하더니, 진남을 향해 짐짓 화를 내는 체하며 말했다.
"진남아, 네가 실력을 이렇게나 깊이 감추고 있을 줄은 몰랐어. 괜히 너 때문에 걱정했잖아."
궁양은 그 말을 듣고 저도 몰래 진남을 쳐다봤다. 그도 호기심이 동했다.
"경설 사저, 그렇지 않아요."
진남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도 임자소 일행들에게 추격을 당하니 필사적으로 실력을 제고할 수밖에 없었어요. 다행히 운이 좋아서 만상도에서 좋은 일들이 계속 생겨 경지가 빠르게 제고된 거예요."
궁양과 소경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삼 할 정도만 믿었다.
만상 대회가 시작될 때 진남은 쉬체 경지 오 단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한순간에 쉬체 경지 팔 단계가 되고 소성 입미지경이 되었다. 기우를 만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
궁양이 미소를 띠고 말했다.
"됐다. 더 이상 설명할 필요는 없다. 이제 무왕단을 나누도록 하지."
말을 마친 궁양이 손가락을 튕기자 열 개의 옥병이 소경설 앞에 내려앉았다.
소경설이 약간 놀라서 무슨 말을 하려는데 궁양이 손을 저으며 막았다.
"너는 사천 알의 무왕단을 걸었으니 팔천 알의 무왕단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래서 반올림해서 만 알 준 것이다.
진남은 그 모습에 입이 떡 벌어졌다.
궁양은 허허 웃더니 진남에게 말했다.
"진남아, 이번에 단약을 이긴 건 네 공로다. 그러니 삼만 알의 무왕단은 네가 가지거라."
말을 마친 궁양은 서른 병이나 되는 옥병을 진남 앞에 놓았다.
진남과 소경설은 그 광경에 너무 놀라서 숨도 못 쉬었다. 삼만 알의 무왕단은 삼백만 알의 선천단과 같았다.
진남은 십만 알의 선천단을 가지고도 날아갈 듯이 기뻤었다. 그런데 삼만 알의 무왕단을 가지게 되니까 너무 좋아서 기절할 것만 같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었다.
"궁 형, 무왕단은 형님이 저를 믿어서 이긴 거잖아요. 제 공로가 아니에요. 그래도 형님이 주는 거니 받기는 하겠어요. 하지만 저는 무왕단 만 알만 가지면 충분해요."
진남은 너무 사양하지만은 않았다. 그는 손을 휙 휘둘러 그중 열 개의 옥병을 가져갔다.
물론 삼만 알의 무왕단에 그는 마음이 흔들렸다. 복용하고 나면 전신의 혼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경지를 돌파할 것이다. 하지만 진남은 탐욕을 억눌렀다. 그는 삼만 알의 무왕단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그가 가져간 무왕단 만 알은 형제 사이에 체면을 차릴 필요가 없는 양이었다. 필경 궁양이 칠만 알이나 되는 무왕단을 이겼기 때문이었다.
궁양은 눈빛으로 그를 칭찬하며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자. 됐다. 나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겠다. 너희들끼리 대화를 좀 나누거라."
말이 끝나자 궁양은 잠시도 머물지 않고 신속하게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