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화 만상 대회의 일 위
백옥 도장 위에 펼쳐진 거대한 진법에 수많은 무형의 파동이 생겼다.
이내 몇백 명의 사람 모습이 동시에 나타났다.
사람들이 다 나타나자 거대한 진법이 사라지고 평정을 되찾았다.
다섯 장로와 궁양, 소경설, 막려 등 사람들은 앞으로 성큼 다가가서 이백여 명의 제자들을 살폈다.
평소라면 이렇게 품위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도 않았을 거다. 하지만 이번에는 거대한 내기가 걸려 있는지라 다들 가슴이 뜨거워져서 얼른 결과를 확인하고 싶었다.
"진남!"
소경설은 아름다운 눈으로 한 바퀴 훑어보다가 가장 뒤에 선 진남을 발견했다. 그녀의 얼굴이 안도감이 가득했다.
다른 무왕 경지의 제자들은 그 모습에 저도 몰래 질투가 났다.
'진남은 대체 얼마나 운이 좋은 놈이길래 궁양 사형은 물론 소경설까지도 이렇게 중시하는 걸까?'
다섯 장로와 막려는 그 부름을 듣고 안색이 변했다.
진남이 살아있을 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콧방귀를 끼었다. 진남이 살아있다고 해도 십 위 안에 들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확신했다.
"응?"
막려는 사람들을 살펴봐도 임자소가 보이지 않자 저도 몰래 미간을 찌푸렸다.
다섯 장로도 미간을 찌푸렸다.
'왜 임자소가 없지?'
막려와 다섯 장로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으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막려는 깊게 호흡을 하다가 소운하 등 사람들을 발견했다. 그는 소운하를 기억하고 있었다. 임자소가 제일 처음 자기 편으로 끌어들인 사람이 소운하였다.
막려는 머뭇거리지 않고 앞으로 다가가 큰소리로 물었다.
"소운하, 이게 어찌 된 일이야? 임자소는 어디 있느냐? 왜 여기 나타나지 않은 게야."
제자들은 방금 현령종에 도착한 지라 아직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소운하는 갑자기 한 막려의 질문에도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그는 입술을 바들바들 떨 뿐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막려는 안색이 변해서 말투에 거대한 위압감을 실으며 날카롭게 질문했다.
"얼른 말하거라!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게야. 임자소는 어디 갔느냐?"
다섯 장로도 이제 긴장하기 시작했다. 임자소는 황급 구품의 초월급 천재이고 종문에서 중점적으로 키우려고 했던 자였다. 만약 사고가 있다면 그 책임을 그들이 떠안아야 했다.
소운하는 눈꺼풀을 떨더니 깊게 심호흡을 하고 씁쓸하게 말했다.
"임자소 사형은…… 그는 죽었어요."
"뭐!"
그 말에 막려와 다섯 장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듯 안색이 급변했다.
막려와 다섯 장로뿐만 아니라 기타 내문 제자와 궁양 그리고 소경설도 마찬가지로 놀랐다.
'임자소가 죽었어?'
'임자소가 죽다니?'
만상도에 갈 때 임자소는 쉬체 경지 구 단계였다. 만상도에서 수행이 더 제고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황급 구품의 무혼까지 가지고 있는 임자소를 죽일 수 있을 만한 신입 제자는 없었다.
막려와 다섯 장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은 음침한 표정으로 강대한 기세를 풍겼다.
특히 막려는 화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임자소는 그가 발굴한 인재였다. 그가 키우려고 했던 사람이 죽었으니 어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막려는 무왕 경지의 기세를 풍기며 황용에게 싸늘하게 물었다.
"황용, 왜 임자소를 죽인 거냐? 이건 그저 한 차례 자그마한 제자들 대회잖느냐. 그런데 굳이 그를 죽여야 했느냐?"
다섯 장로와 다른 내문 제자들도 일제히 황용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들도 황용이 임자소를 죽인 이유가 궁금했다.
신입 제자들 중 임자소를 죽일만한 인물은 황용밖에 없었다.
막려의 날이 선 질문에도 황용은 당황한 기색이 없이 웃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이백여 명의 제자들도 막려의 질문에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황용이 무시하자 막려는 더욱 화가 나서 살기를 마구 뿜어댔다.
이때 궁양이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막려 사제, 화내지 말거라. 만상 대회에서 천재가 죽는 건 지극히 평범한 일이다. 규칙에 부합되기도 하고. 게다가 중요한 건 진남이 오 위 안에 들었는지 아닌지 보는 거다."
다섯 장로와 다른 내문 제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내기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궁양의 말에 신입 제자들은 놀랐다.
'진남이 오 위 안에 드는지 내기를 했다고?'
막려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황용이 임자소를 죽였다고 해도 그는 황용에게 따질 수 없었다.
그는 궁양의 말을 듣고는 화를 풀 수 있겠다 생각하고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
"물어볼 필요 있습니까? 진남이 오 위 안에 든다는 건 미친 생각이죠."
다섯 장로와 내문 제자들은 순간 흥분했다.
임자소가 죽은 건 예상 밖이었다. 하지만 엄청난 무왕단을 얻을 수 있게 되었으니 기뻤다.
소경설은 진남이 오 위 안에 들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녀는 진남이 살아 있고 쉬체 경지 팔 단계까지 올라간 것을 보자 무척 기뻤다. 사천 알의 무왕단을 잃는다고 해도 그녀는 상관없었다.
백발노인은 흥분을 감추며 엄숙한 표정으로 크게 외쳤다.
"서천, 속히 와서 보고하거라! 이번 대회에서 십 위 안에 든 자들이 누구냐."
사람들 속에 있던 서천은 그 말에 얼른 모습을 드러냈지만, 말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장로, 이번 만상 대회는……"
"결과가 어떻느냐?"
다섯 장로는 기분이 상해서 서천을 흘겨보며 말했다.
"서천, 언제부터 그리 꾸물거렸느냐? 속히 성적을 보고하거라!"
이때 화가 가득 난 막려가 참지 못하고 비아냥거렸다.
"서천, 똑바로 말하거라. 진남이 오 위 안에 들었느냐? 방금 궁양 사형이 우리와 내기를 했다. 궁양 사형이 칠만 오천 알의 무왕단을 진남이 오 위 안에 든다에 걸었다."
"뭐?"
서천은 깜짝 놀랐다.
'칠만 오천 알의 무왕단을 내기에 걸었다고?'
다른 신입 제자들도 깜짝 놀랐다.
'무왕단 칠만 오천이라니!'
이때 백발노인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 나와 다른 장로들, 그리고 몇몇 제자들도 칠만 오천 알의 무왕단을 진남이 오 위 안에 못 든다에 걸었다. 그러니 속히 결과를 보고하거라."
충격에 빠진 서천은 그 말을 듣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의 표정이 오묘했다.
그뿐만 아니라 신입 제자들의 표정도 묘했다.
숨을 깊게 들이쉰 서천은 마른 기침을 하며 말했다.
"장로, 먼저 말씀드릴 것은 이번 만상 대회에서 네 사람만이 청룡 영패를 얻었습니다."
"오?"
백발노인은 놀란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 하지만 그다지 이상하게 생각지 않고 말했다.
"네 사람이 청룡 영패를 얻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다. 예전에 만상 대회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었다. 그럼 예전처럼 나머지 여섯 명의 상품도 그 네 명에게 나눠줘야겠구나."
신입 제자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웃음을 겨우 참느라고 얼굴이 빨갛게 되었다.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궁양이 입을 열었다.
"서천, 얼른 말하거라."
"네."
서천은 다섯 장로와 막려 등을 힐끗 보더니, 큰소리로 선포했다.
"소인은 종문의 명을 받고 만상도에 가서 신입 제자들을 심사했습니다. 한 달 동안 심사한 결과 소냉이 청룡 영패 한 개를 얻어 사 위를 했습니다. 초운은 두 개의 청룡 영패를 얻어 삼 위를 했습니다. 그리고 황용은 세 개의 청룡 영패를 얻어 이 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만상 대회의 일 위는……"
여기까지 선포한 서천은 차마 말이 떨어지지 않아 잠깐 멈췄다.
다섯 장로와 막려 등 제자들은 전부 귀를 쫑긋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황용마저 이 위를 했으면 일 위를 한 자는 누구일까?'
이때 백발노인은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강렬하게 떠올라 다급하게 물었다.
"일 위는? 일 위는 누구냐! 얼른 발표하거라."
서천은 어쩔 수 없다는 시선으로 한 글자씩 천천히 말했다.
"일 위를 한 사람은 진남입니다. 도합 스물두 개의 청룡 영패를 얻었습니다."
그의 말에 다섯 장로와 막려 등 제자들은 넋이 나갔다.
특히 한 내문 장로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뭐? 너 방금 뭐라고 한 게냐? 서천, 잘못 말한 게 아니지?"
"잘못 말한 게 아닙니다."
서천이 못을 박듯 말했다.
"이번 만상 대회에서 일 위를 한 사람은 진남입니다!"
서천이 다시 한번 발표하자 다섯 장로와 막문 그리고 나머지 제자들은 머리를 세게 한대 얻어맞은 것만 같았다.
다섯 장로와 막문만이 넋이 나간 게 아니었다. 다른 제자들과 궁양 그리고 소경설도 멍해졌다.
궁양은 진남에게 자신이 있었지만, 그도 진남이 일 위를 할 줄은 몰랐다.
오 위 안에 드는 것과 일 위를 한다는 건 큰 차이였다.
더구나 진남의 무혼은 황급 팔품이었다. 신입 제자들 중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십 대 천재들이 있는 건 물론이고 초월급 천재인 황용과 임자소도 있었다.
서천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다섯 장로와 막려 등 사람들을 쳐다보더니 더 큰 폭탄을 던졌다.
"이번 만상 대회 중 진남은 난심고죽림 심사에서 천 보를 걸었어요."
쿵!
모든 내문 제자들과 장로들이 충격에 빠졌다.
'난심고죽림에서 천 보를 걷다니? 역사 이래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진남이 해냈다고?'
순간 사람들은 진남이 어떻게 일 위를 했는지 깨달았다.
난심고죽림에서 천 보를 걸으면 스무 개의 청룡 영패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말하면 진남이 일 위가 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하하!"
궁양은 충격에 오래 빠져있지 않았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크게 웃으며 만면에 희색이 가득해서 말했다.
"역시 내 형제야. 천 보나 걸었다니. 좋아, 좋다! 너무 훌륭하다!"
소경설도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그녀의 두 눈은 사람들 틈을 지나서 뒤쪽에 있는 진남을 바라보며 반짝거렸다.
궁양은 진남이 만상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십 위 안에 들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진남이 천 보를 걷고 역사를 새로 쓰고 만상 대회의 일 위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황급 팔품의 무혼이 만상 대회의 일 위가 되다니 누가 해낼 수 있겠는가? 진남밖에는 없었다.
궁양은 호탕하게 웃더니 다섯 장로와 막려를 바라보며 냉소를 짓고 말했다.
"다섯 장로, 막려 사제. 이거 미안하게 됐습니다. 당신들이 폐물이라 부르던 진남이, 틀림없이 죽었을 거라던 개미가, 만상 대회에서 일 위를 하고 역사를 새로 썼어요. 내기는 제가 이겼습니다. 그러니 이제 무왕단을 받을 일만 남았군요."
다섯 장로와 막려 그리고 다른 내문 제자들은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어서 충격에 몸을 떨었다.
도합 무왕단 칠만 오천 알이었다.
그들 같은 신분이라고 해도 이렇게 큰 재산을 잃으면 일이 년 안에 기우를 만나지 않는 이상 회복하기 힘들었다.
더구나 궁양의 말처럼 그들이 무시하던 진남이 놀라운 성적을 이뤘다. 이제 그들이 무슨 자격으로 진남을 비웃고 진남을 무시하겠는가?
"내가 이겼어……? 정말 내가 이겼다고……?"
내문 제자들 중 유일하게 진남에게 승부를 걸었던 제자가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기뻐했다.
"하하하, 내가 이기다니! 진남아, 너는 참으로 훌륭해, 너무 훌륭하다!"
그는 오백 알의 무왕단을 반드시 잃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반전이 있을 줄이야!
다른 내문 제자들은 기뻐서 날뛰는 그 제자를 보며 후회가 되었다.
'애초에 진남에게 판돈을 걸 걸 그랬어.'
이때 어디선가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