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화 내기
소경설의 눈동자 깊은 곳에 한 줄기 분노가 타올랐다.
"다섯 장로, 굳이 위로하실 필요 없어요."
소경설은 싸늘한 표정으로 막려를 보며 말했다.
"만약 이번에 진남에게 진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나는 절대 너를 용서하지 않을 거다!"
그녀의 말에 다섯 장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소경설이 진남 때문에 화를 내고 자신들의 체면을 봐주지 않을 줄 전혀 생각지 못했다.
어찌 됐건 그들은 내문의 장로였다. 일반적인 내문 제자들은 모두 그들을 더없이 존경했었다.
막려는 소경설의 위협에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다섯 장로를 보며 말했다.
"장로, 그들이 나올 때까지 아직 시간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내기할까요? 진남이 죽었는지 살았는지에 대해서."
막려의 말 다섯 장로는 솔깃했다.
비록 다섯 장로가 소경설에게 손을 댈 수 없었지만, 그들이 소경설을 두려워한다는 건 아니었다.
우두머리 백발의 노인이 웃더니 일부러 소경설을 힐끔 보더니 말했다.
"그러면 내기를 하는데 그저 진남이 죽었는지 죽지 않았는지만 내기하는 건 별로 재미가 없다. 진남은 죽었을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내기할 거면 진남이 몇 초식에 죽었는지 내기하자. 아니면 몇 사람이 같이 그를 죽였는지 내기하자. 이렇게 해야 재미가 있겠구나."
다른 장로들도 바로 맞장구를 쳤다.
"그거 재미있겠군. 겨우 쉬체 경지 오 단계, 황급 팔품 무혼이면 일반적인 쉬체 경지 칠 단계로도 죽이기엔 충분하오. 그럼 나는 그 녀석이 한 사람에게 세 초식 만에 죽었다고 걸겠소."
"허허, 그럼 나는 그 녀석이 한 사람에게 한 초식 만에 죽었다고 걸겠소."
"자네 둘이 이렇게 생각하면 나는 그놈이 한 무리 사람들에게 포위 공격을 당해 죽었다 에 걸겠소."
"……"
다른 내문 제자들은 이 광경에 서로 마주 봤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설령 내문 제자라도 등급이 있었다. 내문 제자들의 신분은 막려와 소경설에 비하면 천지 차이였다.
그러나 그들은 다섯 장로와 막려의 조소와 풍자를 들으며 속으로 한탄했다. 그들이 보기에 소경설은 진남 때문에 굳이 다섯 내문 장로와 맞설 필요가 없었다.
소경설의 행동은 현명하지 못한 것이었다.
게다가 진남은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었다.
죽은 사람 때문에 다섯 장로의 노여움을 사고 막려와 원수가 되는 건 아무리 봐도 이해되지 않았다.
소경설은 그들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분노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나 그녀는 차마 화를 낼 수 없어 억지로 이 모든 걸 참고 있었다.
이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섯 장로, 막려 사제, 다들 진남이 제 형제라는 걸 모르십니까? 그 애의 일로 여기서 내기를 하다니, 제 체면을 깎아내리려는 겁니까?"
사람들은 일제히 말한 사람을 바라봤다. 다섯 장로의 안색이 변했다.
말한 사람은 바로 궁양이었다.
궁양은 내문 제자 중 서열 십 위, 황급 십품의 초월급 천재였다. 그의 신분은 진전 제자보다는 낮았지만 만약 기우를 만난다면 진전 제자가 될 가능성이 컸다.
다섯 내문 장로는 소경설은 두려워하지 않지만 궁양은 두려웠다.
막려의 표정이 굳었다. 궁양이 직접 나타날 거라고 생각 못 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궁양 사형, 오햅니다. 저희는 토론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백발의 노인도 웃음을 띠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궁양 사제, 화낼 필요 없소. 우리가 말이 격하긴 했지만, 만상 대회에서 벌어진 상황으로 진남이 목숨을 부지하기는 어려운 건 사실이오."
다른 네 장로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사실 지금 다섯 장로는 무척 답답했다. 고작 쉬체 경지 오 단계인 진남이 황급 십품의 무혼을 가진 궁양과 호형호제할 줄은 몰랐다.
소경설은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표정이 약간 풀어졌지만, 여전히 쌀쌀맞게 말했다.
"궁양 사형, 이번에 진남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막려가 죽인 거나 다름없어요."
그녀의 말에 막려는 화들짝 놀라서 얼른 궁양을 쳐다봤다. 궁양의 표정이 여전히 평온한 걸 확인한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진남 때문에 궁양 사이가 틀어진다면 득보다 실이 더 많았다.
"백옥 도장에서 발생한 일은 나도 알고 있다."
궁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걱정 말거라. 진남 사제는 죽지 않는다."
궁양의 말투가 확신에 차 있어서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소설경도 약간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이해되지 않았다.
'고작 하루도 안 되는 사이에 진남과 궁양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궁양이 왜 이토록 진남을 믿는 거지?'
막려와 다섯 장로들은 궁양의 말을 듣고 눈가에 조롱하는 기색이 스쳤다. 다만 상대가 궁양이라서 티를 내지는 않았다.
그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궁양이 그들을 향해 옅게 웃으며 말했다.
"방금 다섯 장로와 막려 사제가 내기를 벌인 것이 꽤나 재미있어 보이던데…… 저와도 내기 하시겠습니까?"
그 말에 다섯 장로와 막려는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백발노인은 잠깐 생각하더니 이내 웃으며 말했다.
"궁양 사제, 이번 내기는 하지 않는 게 어떻소? 방금 우리들이 과하기는 했소. 진남은 만상도에서 살아남을 기회가 꽤 있소."
백발노인과 다른 장로들은 좀 전까지 진남이 분명 죽었을 거라고 확신했다.
첫째로는 그들이 진남을 하찮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둘째로는 소경설을 비웃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만상도 전송 대진은 무작위로 보내지는 것이었다. 진남이 임자소와 이백이십 명의 제자들이 손을 잡은 것을 알고 한 달 동안 숨어 있는다면 살아있을 가능성도 컸다.
게다가 다섯 장로는 굳이 궁양에게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
궁양은 그들의 꿍꿍이를 알아보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래도 우리 내기합시다. 하지만 진남이 죽는다는 것에는 걸지 않는 걸로 하죠. 그는 절대 죽지 않을 겁니다. 저는 이번 만상 대회에서 진남이 반드시 오 위 안에 든다는 것에 걸겠습니다."
이 말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임자소에게 미움을 사고, 제자 이백이십 명에게 미움을 샀는데 오 위 안에 든다고? 궁양이 미쳤나?'
"궁양 선배……"
소경설이 얼른 입을 열었다.
설령 그녀라고 해도 진남이 오 위 안에 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 위가 아니라 십 위라도 별로 희망은 없는 것 같았다.
그녀는 진남이 이번 만상 대회에서 살아만 있어도 만족했다.
"걱정 말거라. 나도 생각이 있다."
궁양이 소경설의 말을 끊고 다섯 장로와 막려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몰아붙였다.
"왜요? 당신들은 진남을 무시하지 않습니까? 진남을 무시하면서 왜 저와 내기를 못 하는 겁니까? 아, 내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당신들이 한 말에 대해 사과하십시오."
궁양이 내문 제자 십 위의 기세와 위엄을 그대로 드러냈다.
다섯 장로와 막려의 안색이 변하고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궁양에게 밉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궁양이 저토록 날뛰고 심지어 그들더러 진남에게 사과를 하라고 하다니.
'사과하라고? 절대 못 하지!'
우두머리인 백발노인이 냉랭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궁양 사제가 말을 그렇게까지 하니 내기를 하도록 하지. 나는 진남이 오 위 안에 못 든다에 무왕단 만 알을 걸겠소."
막려도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가진 게 별로 없으니 무왕단 오백 알을 걸겠습니다."
다른 장로들도 연이어 입을 열었다.
"그럼, 나도 무왕단 만 알을 걸겠소."
"나도 만 알을 걸겠소. 허허."
"......"
소경설과 다른 제자들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놀라서 입이 떡 벌어졌다.
무왕단은 쉬체단, 선천단과 성질이 같았다. 무왕단은 무왕 경지의 수사들이 수련할 때 사용하는 단약이었다.
다섯 장로와 막려는 모두 육만 오천 알의 무왕단을 내기에 걸었다. 이는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선천단으로 친다면 육백오십만 알에 맞먹는 양이었다.
궁양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오히려 소경설을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경설 사매, 너도 내기에 참여할래? 이렇게 손쉽게 무왕단을 벌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그의 말에 다섯 장로와 막려는 냉소를 지었다.
'무왕단을 벌기는커녕 아주 밑천까지 탈탈 털어줘야 할 거야!'
소경설은 입술을 깨물더니 말했다.
"저는 진남을 믿어요. 무왕단 사천 알을 걸겠어요."
무왕단 사천 알은 소경설의 전부 재산이었다.
밖에 있던 내문 제자들은 큰 내기에 가슴이 뛰고 피가 들끓었다.
그중 한 명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궁양 사형, 우리도 내기에 참여할 수 있습니까?"
"당연하지."
궁양이 웃으며 말했다.
"내기에 참여하는 걸 환영한다."
그 말에 다른 제자들도 얼른 내기에 참여했다.
"나는 무왕단 천 알을 걸겠어. 진남은 오 위 안에 들 수 없어."
"나는 무왕단 이천 알을 걸겠어. 진남은 들 수 없어."
"나는 이천 알을 걸겠어……"
"젠장, 나올 때 돈을 안 가지고 왔군. 어쩔 수 없이 오백 알만 걸겠어…… 확실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이런 기회는 무척 적은데 말이야."
"......"
짧은 시간 동안 진남이 오 위 안에 들 수 없다는 것에 걸린 무왕단은 칠만 오천 알이 되었다.
그중 방금 무왕 경지에 오르고 내문 제자가 된 한 명이 귀신에게 홀린 듯이 오백 알의 무왕단을 진남이 오 위 안에 들 수 있다는 것에 걸었다. 그 제자는 무척 후회스러웠지만, 사람들 앞에서 선택을 번복할 수 없었다.
"우리 쪽은 사천오백 알의 무왕단을 걸었습니다."
궁양이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형평이 안 맞네……. 내기는 제가 시작했으니 칠만 오백 알의 무왕단을 더 걸겠습니다."
그 말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내문 제자들에겐 무왕단 천, 이천 알 정도만 있어도 꽤나 부유한 편이었다. 다섯 내문 장로들조차 만 알 정도의 무왕단밖에 없었다.
그런데 궁양이 내기에 무려 칠만여 알이나 걸었다.
사람들이 놀란 와중에 백옥 도장에 눈부신 빛이 번쩍였다. 금색의 거대한 진법이 서서히 떠올랐다.
그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에 집중되었다.
거대한 진법이 생겨나고 웅장한 힘이 그 속에서 소용돌이쳤다.
진법을 보고는 막려가 참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
"궁양 사형, 진남에게 그토록 큰 기대를 할 줄은 몰랐습니다. 보아하니 무왕단 오천 알을 손쉽게 벌 수 있겠습니다. 사형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되겠군요."
막려의 말에 다섯 장로의 얼굴에도 동시에 미소가 떠올랐다.
"맞소. 궁양, 이번에는 자네의 덕을 좀 보겠구먼."
"허허, 무왕단 만 알은 내 전재산이오.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리오."
"만약 진남이 오 위 안에 든다면 나는 이번 내기에서 져도 전혀 아까워하지 않겠소."
"……"
다섯 장로와 막려는 은근히 궁양을 비웃었다.
그들은 궁양이 무엇을 믿고 칠만여 알의 무왕단을 진남이 오 위 안에 든다는 것에 걸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고작 쉬체 경지 오 단계인 진남이 임자소와 이백이십 명의 제자들에게 미움을 받고도 오 위 안에 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만상 대회에서 목숨을 건지기만 해도 다섯 장로와 막려는 그를 다시 볼 것이었다.
다른 내문 제자들도 이들 대화를 듣고 소곤소곤 얘기하기 시작했다.
"궁양 사형이 왜 저러는 거지? 질 걸 알면서 이런 내기를 시작하다니."
"그런 것까지 왜 신경 써. 가만히 있다가 무왕단만 받으면 되지."
"젠장, 나는 방금 진남에게 무왕단 오백 알을 걸었어."
"하하하, 무왕단 오백 알을 잃게 생겼구나."
"......"
궁양은 다섯 장로와 막려 그리고 내문 제자들의 말을 듣고 어깨를 으쓱하더니 반박하지 않고 웃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궁양이 미쳐서 이번 내기를 시작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궁양은 임자소가 이백여 명의 제자들과 연합하여 진남을 추격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깜짝 놀랐다. 그리고 무척 분노했다. 하지만 궁양은 진남이 태상 장로의 영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후 궁양은 진남에 대해 알아보았다. 진남은 임수성에서 온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이고 현령종의 태상 장로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그런데 고작 황급 팔품의 무혼에 쉬체 경지 오 단계인 진남이 어떻게 태상 장로의 영패를 얻었을까?
유일한 해석은 진남에게 사람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는데 태상 장로가 그 점을 마음에 들어 했다는 것뿐이었다.
그 때문에 궁양은 자신있었다.
그때 한 내문 제자가 외쳤다.
"그들이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