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 임자소와 겨루다
제자들은 진남을 보고 황당해했다.
'진남이 홀로 임자소에게 도전하다니? 혹시 미쳤나?'
내문 제자인 서천도 진남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는 쉬체 경지 팔 단계, 황급 팔품 무혼의 존재가 먼저 나서서 쉬체 경지 십 단계, 황급 구품 무혼의 초월급 천재에게 도전하는 걸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뭐가 다르지?'
장내에 침묵이 흐르다가 갑자기 들끓기 시작했다.
"맙소사! 미친 게 아니야? 임자소에게 도전하다니!"
"진남은 정말 죽는 게 두렵지도 않나? 그와 임자소 사이의 차이가 이렇게 큰데 먼저 나서서 도전하다니?"
"쉬체 경지 팔 단계가 쉬체 경지 십 단계에게 도전하다니. 이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야!"
"......"
제자들뿐만 아니라, 초운, 소냉, 황용마저도 모두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초운이 바로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말했다.
"진남 사제, 제발 충동하지 말……'"
초운은 말하다 말고 소냉과 황용 두 사람을 마주 봤다. 그녀는 두 사람의 눈에서 안타까움을 보았다.
그들은 비록 진남과 함께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지만, 진남이 결심하면 누구도 꺾을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세 사람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만약 어떤 일이 발생하든 꼭 진남이 죽지 않도록 막겠다고 결심했다.
진남에게 도전을 받은 임자소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자리에 서 있었다.
임자소는 진남에 대한 살의가 이미 극한까지 팽창되어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그 상황에서 진남이 그에게 도전하자 그는 속으로 당황했다.
'이놈이 나를 이길 한 수가 있는 건가?'
"내가 왜 너와 홀로 싸워야 하지?"
임자소는 음침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한테는 오십여 명의 천재가 있고 너희들은 고작 네 명이야. 만약 싸움이 일어나면 너희들은 분명히 죽을 거야. 이런 상황인데 굳이 홀로 싸울 필요가 있을까?"
임자소는 경솔하게 진남의 도전을 수락하지 않았다.
그는 진남에게 이미 두 번이나 연달아 패했다. 매번 임자소는 자신이 이길 거라고 여겼지만 결국 진 건 그였다.
임자소의 말에 사람들은 놀랐다.
그들은 임자소가 진남의 도전을 받고도 이렇게 조심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진남은 그의 말을 듣고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거절할 거라고 예상했다. 무예 재능과 무도심을 겨룰 때 모두 나에게 졌지. 그래서 너는 내가 무서울 거야. 이번에도 다시 한번 나에게 질까 봐 두렵겠지."
명백한 격장지계(激將之計)였다. 하지만 진남의 말이 임자소의 마음속 상처를 건드렸다.
그러나 사람들은 임자소의 낯빛이 흉악하게 변한 걸 봤다.
임자소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눈에선 살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뿜어져 나왔다.
"진남, 네가 격장지계로 나를 도발하는구나. 내 넘어가 주마, 과연 네가 어떻게 나를 이기려는지 한번 보자."
말을 마친 임자소가 크게 한발 내디뎠다. 온몸의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황급 구품 무혼이 내보내는 압력이 장내를 휩쓸었다.
장내의 제자들은 이 광경을 보고 다시 한번 모두 어이없어했다.
'임자소가 진남의 단독싸움을 피했는데 진남이 또 임자소를 자극하다니, 죽음을 자초하는 게 아닌가? 설마 진남은 자신이 난심고죽림에서 천 보를 걷고 역사를 새로 썼다고 하여 정말로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무도심과 무도의 경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
소운하, 단목양 등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소운하가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
"진남,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임자소 사형을 자극하는 거냐. 너 정도의 경지는 나도 죽일 수 있다. 그런데 대체 무슨 배짱으로 임자소 사형을 도발하는 거냐."
무리의 다른 이들도 이 말을 듣고는 모두 냉소를 지었다.
"고작 쉬체 경지 팔 단계의 황급 팔품 무혼이 감히 이렇게 날뛰다니!"
"허허, 천 보를 다 걸은 걸로 주제 파악을 못 하는구나."
"임자소 사형이라면 세 초식이면 진남을 해결할 수 있어."
"......"
천재들의 말을 듣자 초운 등의 안색이 구겨졌다.
그들은 매우 답답했지만, 진남을 말릴 방법이 없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정신을 집중하여 싸움을 지켜보다가 위험한 순간에 진남을 구하는 것뿐이었다.
진남이 임자소를 보며 소리 내어 웃으며 말했다.
"임자소, 나는 이제껏 네가 매우 비열하고 음험한 데다, 위선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의 행동은 참으로 마음에 드는구나. 이제 네가 도대체 무슨 능력이 있는지 한번 보자."
말을 마친 진남의 온몸에서 전의가 끓어올랐다.
진남은 전신의 혼을 얻은 후 그 의지에 계속 영향받았다. 그래서 진남은 특히 강자와 싸울 때 무서움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강자와 대적할 때 전의가 더욱 강해졌다.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임자소는 진남의 모습을 보고 온몸의 분노가 하늘로 치솟았다. 그의 몸이 마치 한 줄기의 번개처럼 매우 빠른 속도로 진남의 앞으로 다가와 세게 내리쳤다.
임자소의 주먹 한 방에는 그의 의지와 강력한 힘이 분출되었다.
바로 쉬체 경지 십 단계가 갖고 있는 방대한 기운이었다. 의지는 바로 인기합일 원만의 의지였다.
제자들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들은 임자소의 한 방이 마치 산봉우리를 꿰뚫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힘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했다.
한 방의 기세만으로도 그들의 마음이 떨렸다. 그 한 방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었다.
"맙소사. 이것이 바로 임자소의 전력이구나!"
"나라면 막을 수 없을 거야."
"임자소는 싸움이 시작하자마자 제일 강한 한 방을 날렸어. 진남이 이번에는 죽음을 피할 수 없겠군!"
"설사 쉬체 경지 구 단계라도 아마 이 한방을 막지 못할 거야. 진남은 끝났어."
"……"
장내가 들끓었다. 제자들이 고개를 저었다.
진남이 한 방에 죽을 것만 같았다. 바로 이때 진남이 움직였다!
진남의 몸에서 하늘을 찌를듯한 검의가 뿜어 나와 응집되더니 대검(大劍)을 이루었다.
대검이 이루어지는 순간에 주위가 겨울 눈에 덮인 것처럼 한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사람들의 표정이 굳었다.
'이건 무슨 힘이지? 검의가 이토록 무섭다니?'
"이건……"
임자소도 순간 이 강대한 검의에 놀라 안색이 확 변했다.
"베거라!"
진남이 길게 소리쳤다. 그러자 대도가 벼락처럼 내리쳤다.
그와 동시에 수없이 많은 기운이 뿜어 나와 주위를 감쌌다.
우르릉!
사람들은 큰 소리를 들었다.
임자소의 몸은 크게 충격을 받은 것처럼 연거푸 뒤로 몇십 보 물러섰다. 바닥에 기다란 고랑이 파였다.
순간 모든 이들이 경악했다.
그들은 쉬체 경지 십 단계에 도달하고 인기합일 원만 경지를 발사한 임자소가 진남의 한 수에 속절없이 밀려날 것이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다.
'고작 쉬체 경지 팔 단계의 진남이 어떻게 이런 공포스러운 힘을 갖고 있지?'
"입미지경! 진남, 입미지경을 장악했구나!"
무왕 경지의 서천은 한눈에 진남의 경지를 읽어내고 소리를 질렀다.
"고작 쉬체 경지 팔 단계인데 입미지경을 장악하다니!"
인기합일을 뛰어넘는 게 입미지경이었다.
입미지경을 장악한 건 별로 특별하진 않았다. 그러나 서천은 쉬체 경지 팔 단계가 입미지경을 장악한 걸 듣도 보도 못했다.
침묵하고 있던 제자들은 서천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소성 입미지경! 진남이 소성 입미지경을 장악했어!"
"그래서 진남이 임자소에게 도전한 거군. 입미지경을 장악하다니!"
"진남의 무예 재능은 진짜 무섭구나! 임자소도 겨우 인기합일의 원만 경지를 장악했는데, 입미지경을 장악하다니!"
"……"
진남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길에는 경외감이 가득했다.
초운, 소냉, 황용 세 사람은 이 광경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의 눈길에 희열이 드러났다.
그들은 입미지경을 장악했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다.
소운하, 단목양 등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진남이 입미지경을 장악했을 거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들도 진남의 상대가 안 될 것이었다.
무도의 경지는 한 등급 올라갈수록 그 힘이 수 배로 강해졌다.
진남의 칼을 맞고 물러선 임자소가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남, 네가 나에게 도전할 때부터 네가 뭔가 비장의 무기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내 짐작이 맞았구나."
진남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두려워?"
"두렵냐고?"
임자소는 세상에서 제일 우스운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진남아, 너 너무 자신만만하구나. 입미지경을 장악하면 네가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나도 인기합일 원만 경지를 장악했고 쉬체 경지 십 단계야. 너보다 두 개 경지 더 높다는 걸 잊지 말거라. 설사 네가 입미지경을 장악했다고 해도 나의 상대는 아니다!"
말을 마친 임자소가 방대한 힘을 폭발시켰다. 혈기가 꿈틀거리며 진남을 향해 덮쳐왔다.
임자소는 전력으로 권술(拳術)을 발휘했다. 주먹에서 나온 방대한 힘은 마치 산을 무너뜨릴 것처럼 더없이 강했다.
이 권법은 바로 임자소가 장악한 종급 무예 천악권(千嶽拳)이었다.
"잘 왔다!"
진남이 호탕하게 웃더니 전의를 끌어 올렸다. 그는 강한 검의를 발휘하며 임자소와 부딪혔다.
쾅! 쾅! 쾅! 쾅! 쾅!
둘이 부딪힐 때마다 폭발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마치 우레가 연달아 폭발하는 것 같았다.
강력한 힘이 마치 예리한 칼날처럼 사방을 휩쓸었다. 많은 고목이 둘의 기운에 찢겨 졌다.
마치 두 마리의 사나운 야수가 싸우는 걸 보는 것 같았다. 지나간 곳마다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 속에서 폭발해 나오는 힘에 제자들은 놀라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들은 이런 싸움에 끼어들 자격도 없었다.
그 순간 입미지경의 제일 강한 부분이 드러났다.
무예가 입미지경에 들어가자 진남이 발휘한 백현팔보, 경뢰검법 등이 극치까지 운행되어 강대한 힘을 폭발시켰다.
진남은 그에 힘입어 유령처럼 신출귀몰하며 검의를 날려 임자소를 물러나게 했다.
눈앞의 광경에 소운하, 단목양 등은 모두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들은 고작 황급 팔품 무혼의 진남이 쉬체 경지 팔 단계의 힘으로 임자소를 이렇게 물러나게 할 거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다.
제자들도 일제히 한기를 들이마셨다. 그들은 입미지경이 예사롭지 않고 공포스럽다는 걸 느꼈다.
이때 분노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진남! 끝장을 보자!"
외친 사람은 바로 임자소였다.
진남에게 끊임없이 밀리자 임자소는 완전히 미칠 것만 같았다. 그는 더는 참을 수 없어서 벌떡 뛰어 일어났다. 등 뒤에서 퉁소 무혼이 끝없는 화염을 내뿜었다. 천지에 퉁소 소리가 진동했다.
그가 최강 일격을 발휘하려 했다.
임자소의 뒤에서 기운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황급 구품 무혼의 위압이 세차게 몰아치자 사람들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숨을 쉬기 어려웠다.
"구탑진마음(九塔鎮魔音)!"
임자소가 포효했다.
퉁소에서 나온 화염이 강한 살의를 띠었다. 화염은 천천히 응집되어 구층의 보탑(寶塔)을 이루었다.
끊임없이 나오는 퉁소 소리는 구 층짜리 화염 보탑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자 화염이 꿈틀거리며 퉁소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그러자 한 줄기 방대한 화염이 솟구쳤다. 사람들은 놀라서 안색이 굳었다.
"무서운 힘이로군. 황급 구품 무혼은 역시 달라. 이 힘은 반보선천과 견줄 수 있을 거야."
"만약 나라면 이 힘을 조금도 막을 수 없을 거야."
"설사 쉬체 경지 십 단계의 존재라도 이 힘을 막을 수 없을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