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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56화 (56/1,498)

56화 천 보를 내딛다

진남의 속도는 여전히 매우 빨랐다. 맹수처럼 신속히 움직였다.

난심고죽림의 힘이 그에게 조금도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진남은 사백 보를 돌파했다.

세 번의 호흡 후 진남은 오백 보에 도달했다.

여섯 번의 호흡 후 진남은 육백 보에 도달했다.

순간 그의 형체가 다시 한번 전과 같이 멈춰 섰다.

소운하 등 네 사람과 제자들은 눈앞의 광경을 보고 얼굴이 굳어지고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육백 보는 비록 황용과 임자소와는 비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미 소운하를 초월한 삼 위였다.

진남과 같은 폐물이 어떻게 육백 보에 도달할 수 있지?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할 때 희미한 진남의 그림자가 난심고죽림에서 날아왔다.

"미안해. 내가 이번에 너희들을 실망시켜 버렸네. 조심하지 않아서 육백 보까지 가버렸어."

진남의 말이 울리자 장내의 분위기가 갑자기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소운하 등과 제자들은 진남의 말이 마치 혹독하게 자신들의 얼굴을 때리는 것 같았다. 그들은 모두 얼굴이 뜨겁다 못해 아프기까지 했다.

"너……!"

소운하 등은 순식간에 안색이 매우 흉악하게 변해서 들끓는 분노를 표출했다. 하지만 그들은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

이내 소운하가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어두운 표정으로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진남, 육백 보까지 갔다고 한들 어때서? 설령 진남의 무도심이 우리보다 확고하다고 해도 임자소 사형과 견줄 수 있겠어? 내가 보기에 많아도 칠백 보 이상은 전진하지 못할 거다."

소운하가 이렇게 말하자 제자들은 정신을 차리고 이를 갈며 말했다.

"맞아, 진남이 칠백 보까지 갈 수도 있지. 그런데 임자소 사형에게 승복할 수 없다면 팔백 보까지 가야겠지."

"흥! 칠백 보를 걸은들 또 어때서? 그렇다고 해도 임자소 사형에 비하면 여전히 폐물이다."

"그래그래, 폐물이 어쩌려고 저렇게 날뛰는 거야."

"……"

이때 이번 시험을 주관하던 서천이 천천히 말했다.

"진남, 네가 육백 보까지 걸어가고 칠백 보까지 갈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제자들 중에서는 최고의 천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매우 대단하다. 그러나 그 수준으로 너무 오만하구나. 임자소 사제를 초월하려고 하다니? 설령 네가 백 년을 수련해도 이런 기……."

서천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진남이 다시 한번 속도를 가하더니 나는 듯이 달렸다.

육백오십 보!

칠백 보!

칠백오십 보!

팔백 보!

단숨에 팔백 보까지 걷고서야 진남의 그림자가 다시 한번 멈춰 섰다. 그의 소리가 천천히 죽림 속에서 날아왔다.

"다들, 정말로 미안해. 또 너희들을 실망시켜 버렸네? 또 조심하지 않아 팔백 보까지 걸어와 버렸어."

이 순간 사람들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들은 진남의 무도심이 이렇게 확고하여 한 번에 팔백 보까지 갈 수 있는 수준일 거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다.

진남의 말에 사람들은 연속으로 뺨을 맞는 것 같았다.

임자소는 앉아있을 수 없었다. 그는 안색이 조금 변하더니 묵직한 소리로 말했다.

"모두들 걱정하지 말거라. 고작 팔백 보를 걸었을 뿐이다. 난심고죽림은 팔백 보까지 가면 한 걸음을 내딛기도 힘들다. 저놈은 많아봤자 팔백이십 보까지 버틸 수 있을 거다. 저놈이 나를 초월한다는 건 말도 안 되……"

임자소는 말을 다 하지 못하고 갑자기 안색이 더할 나위 없이 창백해졌다.

진남의 그림자가 다시 신속히 그 죽림을 누비었다.

팔백이십 보!

팔백육십 보!

팔백팔십 보!

팔백아흔아홉 보!

짧은 시간 동안 진남의 그림자는 팔백아흔아홉 보를 걸었다. 황용의 성적과 똑같았고, 임자소의 구백 보와는 불과 한걸음 뿐이 차이 났다.

이와 동시에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눈에 경악스러움이 가득 찼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진남이 어떻게 팔백아흔아홉 보까지 걸어갈 수 있지?'

이때 진남의 담담한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렸다.

"너희들 다시 말해봐. 내가 구백 보까지 걸어갈 수 있을까? 아니면 구백 보를 초월할까?"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장내는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놀라서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은 진남의 물음을 들었음에도 입만 벙긋거릴 뿐 대답할 엄두를 못 냈다.

초운과 소냉도 눈앞의 광경을 보고는 입을 크게 벌리고 얼이 빠져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모든 사람 중에 그들 두 사람이 진남과 제일 오래 함께했었다. 그들은 진남이 부단히 노력하고 기적을 창조하는 걸 보았었다.

그러나 그들 두 사람은 진남의 무도심이 황용과 비슷하거나 임자소에게 도전할 정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남이 또 해냈다. 그는 팔백아흔아홉 보 전진하여 임자소와 불과 한걸음 차이일 뿐이었다.

진남이 또 하나의 기적을 창조했구나!

"진남! 너는 구백 보까지 갈 수 없어! 구백 보를 초월할 수는 더더욱 불가능해!"

임자소가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웃음 속에서 승리감이 느껴졌다.

"구백 보에는 감당해야 할 압력이 두 배로 증가한다. 내 무혼이 황급 구품에 도달하고 심신을 진정시키는 작용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나도 구백 보까지 가지 못했을 거다. 황용이 황급 구품의 무혼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로 그 거대한 압력을 받아낼 수 없었어!"

임자소의 말이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설사 네가 팔백아흔아홉 보까지 갔고 황용과 대등하면 또 어때? 넌 황급 팔품밖에 안 되니 당연히 구백 보까지 갈 수 없어! 구백 보를 초월하는 건 더더욱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적지 않은 제자들이 여전히 놀라움을 드러냈다. 왜냐하면 진남이 창조해낸 기적이 실로 대단했기 때문이다. 만일 진남이 다시 한번 기적을 창조한다면?

이때 기운이 부진한 황용이 깊게 한숨을 쉬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

"임자소의 말이 맞아. 설령 황급 구품 무혼을 가지고 있어도 만약 심신을 진정하는 작용이 없다면 여전히 구백 보를 내디딜 수 없어. 이 때문에 나도 졌……"

황용의 말에 장내의 분위기가 다시 고조되었다. 제자들이 진남을 바라보는 눈길에 다시 하찮음이 가득했다.

'황용마저 입을 열었다. 설령 황급 구품 무혼을 가졌다 해도 구백 보를 내디딜 수 없는데 진남은 황급 팔품 무혼밖에 안 되잖아.'

초운과 소냉은 황용의 말에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진남이 기적을 보였지만 여기서는 안 되는 걸까?

"그래?"

진남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죽림 깊은 곳에서 울렸다.

"아직 체면이 덜 깎인 것 같구나. 아직도 나를 믿지 못하다니. 그렇다면 오늘 내가 너희들의 눈을 뜨게 해주마."

이 말을 듣곤 임자소의 웃는 얼굴이 굳어졌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설마 진남이 구백 보까지 갈 확신이 있는 건가?'

진남은 이미 난심고죽림의 깊은 곳에 들어가 사람들은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진남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진남의 몸이 다시 움직이는 걸 느꼈다.

구백이십 보!

구백사십 보!

구백육십 보!

구백팔십 보!

구백아흔아홉 보!

찰나에 진남은 곧장 구백아흔아홉 보까지 걸어갔다. 역사 이래 그 누구도 도달하지 못했던 천 보와 불과 한 보 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모든 제자들이 깜짝 놀랐다. 그들의 머릿속에 폭발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아무런 사고도 할 수 없었다.

비록 진남이 구백아흔아홉 보에 도달하는 데는 짧디짧은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진남의 걸음걸음은 모두 사람들의 마음을 짓밟았다.

그들은 영혼이 날아갈 것 같이 놀랐다.

'진남이 구백 보를 초월했다! 임자소를 초월했다!'

단순히 한걸음 정도 초월한 게 아니었다. 그는 단숨에 구백아흔아홉 보까지 걸어가 임자소를 아흔아홉 보나 초월했다.

비록 아흔아홉 보밖에 안 되지만 그 뒤의 걸음걸음이 얼마나 험난한지 누가 모를까?

"모두 눈을 크게 뜨고 똑똑히 보거라!"

이때 진남의 외침이 죽림 속 깊은 곳에서 터졌다.

"내가 어떻게 천 보에 오르는지 보거라."

그의 말은 천둥이 하늘을 꿰뚫는 것 같았다.

서천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실성한 듯 말했다.

"천 보? 천 보에 오른다고? 역사 이래 현령종에 아직 천 보에 오른 사람이 없다! 천 보에 도전한 사람은 결국 마지막에 모두 죽었다. 설령 황급 십품 무혼의 초월급 천재라 할지라도!"

제자들의 머리에 윙 하고 큰 소리가 울렸다.

'천 보에 오른다고? 역사 이래 그 누구도 오른 적 없는 천 보에 도전한다고? 황급 십품 무혼의 초월급 천재도 오르지 못한 천 보에 도전한다고?'

그때 난심고죽림의 깊은 곳에서 진남이 온몸의 기세를 폭발시켰다. 그는 주먹을 쥐고, 이를 악물고, 시뻘건 눈으로 발을 들어 천 보를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난심고죽림에서 무지막지한 힘이 폭발하여 진남을 뒤덮어서 내리눌렀다. 그 때문에 그는 아무리 애를 써도 천 번째 발걸음을 내디딜 수 없었다.

우르릉! 우르릉! 우르릉!

순간 진남의 팔이 폭발하고, 가슴과 허벅지도 폭발하여 수많은 피가 분사돼 나왔다. 온몸의 뼈가 펑펑하는 폭발하는 소리를 내기 시작하더니 폭발음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끝없는 통증이 한순간에 모두 진남의 머리를 향해 덮쳤다. 통증은 그의 의지를 철저히 덮어버리려 했다.

'전신의 혼을 얻은 후 무도심이 강인해졌지. 앞의 구백아흔아홉 보는 나에게 있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아무런 장애가 없었는데, 설마 천 번째 걸음 하나를 남기고 이겨낼 수 없단 말인가?'

"역사 이래 천 걸음에 다다른 사람이 없다고 했지! 하지만 난 기필코 기적을 창조하고야 말겠다! 설령 나의 경지를 부수고 나의 몸을 부숴도 나의 의지를 막을 수는 없다!"

순간 진남의 의지가 극한까지 팽팽해지더니 하늘을 가르는 긴 소리를 냈다.

"전신의 혼, 전천전지, 무소불전, 무소불승. 난 전신의 혼의 주인이다! 고작 난심고죽림이 감히 나를 막을 순 없어!"

그 순간, 순식간에 압력, 끝없는 통증, 부서질 것 같은 몸, 튕겨 나온 혈액, 부서진 뼈가 마치 환상처럼 산산조각 나더니 모든 것이 사라지고 원래대로 회복됐다.

진남은 조금도 다치지 않고 멀쩡했다. 그는 들고 있던 오른발을 자연스럽게 내디뎌 마침내 천 번째 발걸음을 내디뎠다.

우르릉!

거대한 소리가 천지를 울리는 듯했다. 진남의 기운이 쉬체 경지 칠 단계 정점을 꿰뚫고 팔 단계까지 올라가더니 육신도 강인하게 변했다.

마지막 천 번째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진남은 난심고죽림의 압력을 빌어 경지를 돌파했다.

그와 동시에 온 난심고죽림에 하늘과 땅을 뒤엎을만한 변화가 발생했다.

난심고죽림의 고죽들이 스르륵 스르륵 소리를 내며 모여들더니 하나의 곡조를 연주했다. 수없이 많은 금색의 빛이 죽림을 빛나게 했다.

사람들은 눈앞의 현상을 보고 경악했다.

서천은 눈앞의 광경을 목격하고 실성한 듯 소리쳤다.

"천 보다! 천 보! 진짜 천 보에 도달했구나! 역사 이래 현령종의 수많은 천재들이 모두 천 보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진남이 천 보에 도달하다니!"

무왕인 서천은 완전히 실성했다.

눈앞의 광경이 너무도 놀라웠기 때문이었다.

장내의 제자들은 서천의 비명을 듣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들은 전에 줄곧 진남을 비웃었다.

그런데 진남은 현령종의 역사 이래 처음으로 천 보의 정상에 오른 존재가 되었다.

'진남의 무도심은 도대체 얼마나 강할까?'

그들의 머릿속엔 이 생각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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