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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52화 (52/1,498)

52화 제자들이 모이다

진남은 그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별게 다 있구나. 무혼의 종류가 무궁무진하니 가지고 있는 능력도 셀 수 없이 많을 수밖에."

진남은 감탄했다.

하급 요수를 다루는 능력이 없었다면, 아마 선천 경지의 강자가 온다고 해도 서신을 제자들의 손에 전달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초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진남 사제, 이건 하나의 좋은 소식이기도 하고 나쁜 소식이기도 해. 좋은 소식은 소운하가 소식을 모든 수사들에게 알렸으니 반드시 다섯 장의 지도를 모아 마지막 스무 개의 청룡 영패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나쁜 소식은 임자소가 소운하를 자신의 수하로 넣은 거야.

거기다가 임자소가 만상도의 모든 제자들에게 서신을 보냈다는 건 이미 계획이 다 준비되어 있어서 모든 제자들이 오는 게 전혀 두렵지 않다는 뜻이지."

초운은 형세를 철저하게 분석했다.

말을 마친 초운은 고개를 돌려 맑은 눈길로 말했다.

"진남 사제, 이제 네가 결정해. 어떻게 할까?"

소냉도 진남을 바라보았다.

진남과 임자소의 갈등은 모든 제자들이 잘 알고 있었다. 임자소는 백옥도장에서 이백이십 명이나 되는 신입 제자들과 연합하여 진남을 죽이려고 했다.

만약 이번에 진남이 섬 중앙으로 간다면 임자소를 마주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임자소가 모아놓은 신입 제자들도 상대해야 할 것이었다.

설령 선천 경지의 강자라도 아마 이런 상황에선 싸우려 들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눈앞의 형세로 놓고 볼 때, 진남이 섬 중앙에 가면 아마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었다.

"가야죠, 왜 안 가겠습니까."

진남의 표정은 평온했다. 마치 마주할 위험에 대해 잘 알지 못한 것처럼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 만상 대회가 열릴 때 꼭 삼위 안에 들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근데 지금 저에게 있는 세 개의 영패로는 절대 삼위 안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꼭 스무 개의 청룡 영패를 쟁취해야만 희망이 있습니다."

초운과 소냉은 서로 쳐다보았다. 둘은 진남이 갈 거라는 걸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초운은 복잡한 생각을 전부 떨쳐버리고 말했다.

"진남 사제가 가겠다니 나도 조금이나마 도울게."

소냉도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미 진남에게 마음을 굳혔기에 당연히 따라가려고 했다.

진남은 두 사람을 보고는 정중하게 말했다.

"초운 사저, 소냉, 두 사람의 마음은 고맙습니다. 그러나 만약 상황이 위험하고 불리하게 돌아가면 절대로 나에게 관여하지 말고 속히 떠나셔야 합니다. 알겠습니까?"

초운과 냉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갑시다."

진남은 출발할 준비를 했다.

이때 초운이 그에게 물었다.

"진남 사제, 그렇게 함정이 있는 걸 알면서도 왜 가려고 하는 거야? 두렵지 않아?"

진남이 담담하게 그녀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설령 앞이 불바다이고 천길 벼랑이라고 한들 저는 갈 겁니다? 임자소와 다른 제자들이 저를 괴롭히는데도 제가 계속 그들의 괴롭힘을 당하고만 있을 순 없습니다. 제가 계속 피하기만 한다면 그들은 저를 계속 괴롭힐 생각을 할 겁니다."

진남은 말을 마치며 서늘한 살기를 내뿜었다.

대화를 마친 진남과 두 사람은 조금도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만상도 중앙을 향해 발걸음을 다그쳤다.

* * *

꼬박 세 시진이 지나서야 세 사람은 만상도의 중앙에 도착했다.

만상도 중앙은 방원 삼 리가 되는 거대한 평원이었다. 한 그루의 고목도 자라지 않은 것이, 이 평원은 처음부터 모임을 위해 준비된 거대한 축대 같았다.

진남은 온몸의 기운을 거두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기운을 숨기고 안에 들어가서 우선 어떤 사람들이 왔는지 확인해 봅시다."

초운과 냉소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일제히 기운을 거두었다.

이어서 세 사람은 평원에 들어섰다.

평원에 들어서자 제자들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제자들이 서로 얘기하느라 장내가 소란스러웠다.

대충 살펴도 평원에는 족히 이백여 명의 제자들이 모여있었다.

진남과 두 사람은 일부러 몸을 숨기고 있어서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아무도 그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렇게 많은 천재들이 모이다니. 임자소,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었구나."

초운은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

임자소는 화려한 긴 두루마기를 입고 얼굴에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장내의 중심에서 사람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임자소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쉬체 경지 십 단계에 도달해 매우 강대했다.

임자소의 뒤에는 족히 오십여 명이나 되는 천재 제자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모두 경지가 높았다. 경지가 제일 낮은 사람도 쉬체 경지 칠 단계에 도달했고 제일 높은 사람은 쉬체 경지 십 단계에 도달했다.

임자소가 오십여 명의 천재 제자들을 매수해서 자신을 따르게 한 게 분명했다.

다른 한쪽에는 자유롭게 행동하기를 좋아하거나 혹은 자신의 무리가 있는 신입 제자들이 서 있었다.

이 제자들은 수가 백 육십여 명에 달했지만 임자소 무리에 비하면 마치 일월성휘(日月星輝)와 반딧불처럼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었다.

소냉이 그들을 바라보곤 말했다.

"저 사람이 바로 소운하요, 과연 임자소를 따르고 있었군."

진남의 눈이 소냉의 시선을 따라갔다.

임자소의 뒤에 오만함이 가득한 청년이 한 명 서 있었다. 청년은 임자소처럼 자신의 기운을 조금도 숨지지 않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쉬체 경지 십 단계라는 걸 오만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가 바로 요수를 이용해서 서신을 전하고 모든 제자들을 모은 십 대 천재 중에서 일 위인 소운하였다.

초운이 다른 이들을 살피며 말했다.

"십 대 천재 중 삼 위인 단목양(端木揚), 그리고 육 위인 왕초(王楚), 칠 위인 나검호(羅劍豪)마저 모두 임자소를 따르는군."

진남은 임자소 쪽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소운하의 뒤에 세 명의 청년이 있었는데 온몸에서 강대한 기운을 뿜고 있었다. 삼 위의 단목양은 쉬체 경지 구 단계였다.

다른 두 사람, 왕초와 나검호는 쉬체 경지 팔 단계였다.

소운하를 포함하면 십 대 천재 중에서 네 명이나 임자소를 따르고 있었다.

설령 이번에 임자소가 오십여 명의 제자들을 끌어모으지 않았다 해도 네 명의 천재만으로도 완전히 장내를 장악할 수 있었다. 아무도 그들을 건드릴 수 없었다.

초운과 소냉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임자소가 제자들이 오는 걸 대비하고 있을 거란 걸 짐작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임자소의 세력이 이렇게 강대할 줄은 몰랐다.

두 사람은 진남을 바라보았다.

진남은 여전히 평온한 모습으로 낮은 소리로 말했다.

"지금은 일단 조용히 여기 서서 저들 사이의 얘기를 들어 봅시다."

초운과 소냉은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쓴 미소를 지었다. 진남의 말에서 그가 조금도 물러날 뜻이 없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침묵했다.

사면팔방에서 도착한 제자들이 계속 늘어났다. 한 시진 동안 늘어난 제자들을 포함해 평원에는 족히 이백 육십여 명이 모였다.

나머지 삼십여 명의 제자들을 제외하고 이번에 현령종에서 모집한 신입 제자들이 거의 모두 모였다.

평원은 더욱 시끌벅적해졌다.

"임자소는 대단하군. 소운하를 설복하여 만상도의 제자들을 모두 모이게 하다니."

"허허허, 임자소가 대단한 건 장내의 모든 제자들을 모이게 한 것이 아니야. 그들 뒤에 있는 저 제자들을 봐. 십 대 천재만 넷이야. 그리고 나머지도 모두 천재들이야. 어느 누구 하나 등급이 쉬체 경지 팔 단계거나, 쉬체 경지 칠 단계가 아닌 사람이 없어……."

"형제의 말이 맞아. 임자소가 이렇게 방해한 세력을 이뤄서 위세가 하늘을 찌르니 설령 황용도 그에게 비할 수 없을 거야."

"임자소 사형이 지도를 몇 개나 모았는지 아는 사람 있어?"

"내가 들은 바로는 이틀 사이에 이미 지도를 네 개 모았대. 제일 마지막 한 개가 모자라고."

"마지막 하나의 지도만 남았다고? 누가 이 만상 대회의 일 등일지 곧 알 수 있겠군."

"……"

진남은 제자들의 말을 들으면서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했다.

'이미 지도를 네 개 모았다니. 그렇다면 내 손에 있는 이 마지막 하나가 모자란 것 같은데?'

이때 사람들 속에서 갑자기 한 제자가 진남을 들먹였다.

"그런데 이번에 진남 그 폐물이 올까?"

"하하하, 쓸데없는 소리! 그 폐물은 당연히 오지 못할 거요. 여기가 백옥도장인 줄 아시오?"

"허허, 맞는 말이야. 백옥도장에서는 무예를 사용하지 못하게 규정되었으니까 그자가 마음대로 지껄일 수 있었지. 만약 진남이 오늘 여기로 온다면 임자소 사형과 그 세력이 갈기갈기 찢어버리지 않겠어?"

"아니. 진남 그 폐물을 죽이려는 사람은 임자소 사형의 세력뿐만이 아니야. 다른 제자들도 많아. 만약 진남이 나타난다면 나도 손을 써서 그를 죽일 거야."

"……"

초운과 소냉은 그 말을 듣고는 진남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제자들은 여전히 진남을 수행이 쉬체 경지 오 단계로 생각했다. 그들은 진남이 이미 음살 공자를 죽인 걸 모른단 말인가?

진남은 담담하게 웃으며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그저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머릿속에 새겼다.

바로 이때, 진남과 세 장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던 한 제자가 무심코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곤 눈을 비비며 다시 자세히 한번 확인했다. 이내 그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진남이잖아? 네가 감히 여길 왔어?"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시끄러운 와중에 모두에게 퍼져나갔다.

순간 장내가 더없이 조용해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진남이 있는 곳을 향했다. 무척이나 놀란 시선들이었다.

진남이 왔다고?

사람들은 진남을 바라봤다. 장내에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제자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진남, 진짜 진남이야! 그가 진짜 왔어."

"배짱도 좋군. 임자소 사형과 제자들이 여기 있는 걸 뻔히 알면서 감히 오다니?"

"건방진 걸 따지면 진남이 아마 일 등일 거야. 감히 여길 오다니?"

"이 폐물의 경지가 쉬체 경지 칠 단계에 도달했구나. 근데 설마 쉬체 경지 칠 단계라서 임자소 사형을 두려워하지 않는 건가?"

"하하하, 참으로 우습군. 쉬체 경지 칠 단계는 신입 제자들 중에서 오십 위도 안 돼."

"……"

제자들은 놀라는 동시에 모두 진남을 조롱했다. 그들은 진남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그들이 생각하기론 진남은 죽은 거나 다름이 없었다.

임자소 사형 그리고 그의 뒤에 있는 수많은 천재들, 그리고 수많은 제자들을 마주하고도 진남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다들 닥쳐라."

이때 소냉이 분노하더니 장내를 둘러보며 말했다.

"말끝마다 남형을 폐물이라고 하는데 너희들이 뭐라도 되는 줄 아느냐? 내가 상대해줄 테니까 용기가 있으면 앞으로 나서거라."

소냉 뿐만 아니라 초운도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래, 말로 떠들지만 말고 나서봐라. 나도 흔쾌히 상대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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