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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50화 (50/1,498)

50화 자해만월석

진남은 노인을 따라 숲을 이리저리 돌다가 광활한 산봉우리에 도착했다.

노인이 멈춰서더니 몸을 돌려 진남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많은 의문을 품고 있다는 걸 안다. 그러나 물어볼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네가 물어도 난 알려주지 않을 거다. 유일하게 너한테 알려줄 수 있는 건 내가 시키는 대로 해서 나를 만족시키면 넌 거대한 기연을 얻을 것이라는 거다.”

진남은 약간 당황했다. 노인이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는 오는 길에 확실히 많은 것이 궁금해졌다. 예를 들어 이 신비한 노인의 이름은 무엇인지. 그가 무엇 때문에 자신을 찾아왔는지 등등.

그러나 상대방이 말하려고 하지 않으니 진남도 더 물으려 하지 않고 바로 말했다.

“선배님 확실히 말해주세요, 제가 뭘 해야 하죠?”

진남은 의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는 고작 쉬체 경지 칠 단계라 신비한 노인을 도울 만한 것이 없었다.

‘노인은 무슨 용건으로 자신을 찾은 걸까. 그가 말한 기연은 또 무엇을 가리키는 걸까?’

신비한 노인이 담담하게 그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

“그전에 너에게 물어볼 게 있다. 너의 무혼은 분명 황급 팔품이었는데 어떻게 황급 구품으로 변하였느냐?”

그 말에 진남은 안색이 변하더니 싸늘한 눈빛을 하며 말했다.

“선배님, 저를 미행하신 건가요?”

진남은 황급 구품 무혼을 돌파한 후 음살 공자와 싸울 때 전신의 혼을 발산한 것 빼고는 사용하지 않았다.

신비한 노인이 그의 무혼 등급을 알고 있다는 건 그가 미행당했다는 것이었다.

“당연하지”

신비한 노인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난 줄곧 너를 지켜봤다. 혈장무가 사전에 사라진 것도 내가 한 것이다.”

진남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차분해진 후 말했다.

“선배님, 저는 고작 쉬체 경지 칠 단계의 수사에 불과해요, 선배님께서 그렇게 신경 쓰실 가치가 있나요?”

그의 말에는 질문이 담겨있었다.

전신의 혼은 진남의 제일 큰 비밀이었다. 또 진남의 근본이었기에 다른 사람이 엿보는 걸 허용할 수 없었다.

신비한 노인이 차가운 기색으로 말했다.

“난 너의 비밀에 전혀 관심이 없다. 그저 너의 무예 재능이 궁금할 뿐이다. 너를 미행한 건 너의 무예 재능이 남해월아석을 폭발시켰기 때문이다.

넌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한 잎의 삼판 금련(三瓣金蓮)으로 반보입미(半步入微)의 경지에 도달하다니. 무예를 깨우치는 재능이 실로 대단하구나.”

그 말에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 신비한 노인이 자신의 무예 재능 때문에 왔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진남은 무예 재능을 보고 선노가 자신에게 더없이 귀중한 자룡적아령을 준 것이 생각났다. 눈앞에 이 신비한 노인은 선노의 사형으로서 무예 재능에 흥취를 가지는 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진남의 마음속에 냉기가 줄어들었다.

“그렇군요. 그럼 선배님께 모든 걸 말씀드리겠습니다. 전 어릴 때 벼락을 맞고 무혼 등급을 숨길 수 있는 비법을 얻었습니다. 전에 저의 무혼 등급이 황급 팔품이었던 건 제가 일부러 숨겼기 때문이죠. 앞으로는 선배님께서 저를 더 미행하시지 않기를 바랍니다.”

노인은 그 말을 듣고 별로 의심하지 않고 오히려 쌀쌀맞게 말했다.

“안심하거라. 오늘 네가 내 궁금증을 풀어준다면 앞으로 절대 너를 미행하지 않을 거다.”

말을 마친 노인은 큰 손을 휙 저었다. 거대한 돌이 공중에 떠올랐다.

돌이 나타나자 진남의 눈길이 즉각 쏠렸다.

돌은 높이가 십오 척에 달했다. 온통 자색이라 자색의 바다 같았다. 돌 가운데에는 하얀 둥근 달이 떠 있었다. 둥근 달에서 뿜어져 나오는 현묘한 힘이 사람의 마음을 끌었다.

진남은 이 거대한 돌을 보자마자 의아해하며 물었다.

“이 돌은 남해월아석과 비슷한 것 같은데요?”

“맞다.”

신비한 노인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 거석은 자해만월석이라고 부른다. 남해월아석이 진화되어 만들어진 것이지. 사람의 무예 재능을 측정하는 데 쓰인다. 다만 유일하게 다른 점은 이 자해월아석을 촉발하려면 무예 재능이 적어도 남해월아석의 자색 빛을 촉발할 수 있는 정도에 도달해야 한다.”

“자색 빛을 촉발한다고요?”

진남은 살짝 놀랐다.

‘남해월아석은 적 등 황 녹 청 남 자 그리고 남해월아의 이상, 모두 여덟 개의 등급으로 나뉜다.’

‘자색 빛은 이미 매우 높은 경지다.’

‘설령 황급 구품 무혼을 가진 선천적 천재인 임자소도 남색 빛밖에 촉발하지 못했다.’

‘눈앞의 이 자해만월석은 시작 경지가 이미 자색 빛의 경지다. 만약 임자소가 왔다면 그는 자해만월석을 촉발할 자격조차 없다.’

진남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바로 평정을 되찾고 말했다.

“선배님, 제가 뭘 하면 되는 거죠? 말씀해주세요.”

진남의 말을 들은 노인의 탁하고 차가운 두 눈에 한 줄기 알아볼 수 없는 화염이 뛰기 시작했다.

신비한 노인은 한참 침묵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자해만월석은 다섯 개의 등급으로 나뉜다. 각각 자색 빛, 검은색 빛, 왕자의 빛, 황도의 빛이다. 그 위가 바로 자해만월의 이상이다. 네가 만약 검은색 빛을 일으킬 수 있으면 너에게 만 알의 선천단을 상으로 주겠다. 왕자의 빛을 일으키면 진기한 보물을 상으로 주겠다. 황도의 빛을 일으키면 진기한 보물과 너의 목숨을 지켜줄 수 있는 영패를 하나 주겠다.”

여기까지 말한 신비한 노인은 잠시 멈추더니 말했다.

“만약 네가 자해만월의 이상을 일으킨다면 난 너를 기명 제자(記名弟子)로 들일 수도 있다.”

말을 다 들은 진남은 잠시 멍해졌다. 두 눈에 짙은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는 신비한 노인이 이렇게 통이 클 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검은색 빛을 일으키면 만 알의 선천단이 생긴다. 왕자의 빛, 황도의 빛, 자해만월의 이상을 일으켰을 때 주는 보상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진남은 놀라서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신비한 노인은 무뚝뚝한 표정이었지만 진남을 재촉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서서 진남의 답을 기다렸다.

한참의 시간이 흘러서야 진남은 마침내 정신을 차렸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말했다.

“선배님, 참말인가요?”

“당연히 참말이지.”

신비한 노인이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한 말은 반드시 지킨다.”

진남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는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갑자기 한가지 생각이 떠올라 노인에게 물었다.

“선배님,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만약 제가 선배님의 자해만월석을 부서뜨리면…… 선배님께선 저더러 배상하라고 하실 건가요?”

진남은 저번에 남해월아석을 부서뜨린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눈앞의 자해만월석은 남해월아석보다 훨씬 더 귀중했다. 만약 신비한 노인이 배상하라고 하면 진남은 배상할 수 없었다.

“네 주제에?”

신비한 노인은 진남을 힐끗 보더니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너는 자해만월석이 남해월아석과 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만약 네가 진짜로 자해만월석을 터뜨릴 수 있다면 내가 직접 너에게 비술(秘術)을 한 수 전수해주겠다. 내 비술은 그 어떤 단약이나 진기한 보물보다 귀중하다.”

말을 마친 신비한 노인은 전혀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진남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해만월석을 터뜨린다고? 정말 우습구나.’

진남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다면 선배님의 조건에 응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진남은 두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는 성큼 앞으로 나서더니 오른손을 내밀어 자해만월석 위에 올렸다.

그 순간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곧이어 자해만월석에서 한 갈래의 담담한 자색 빛이 돌 위로 떠올랐다. 자색 빛은 매우 진귀한 느낌이 들었다.

신비한 노인은 이 광경을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

“자색 빛, 천생 무치구나. 됐다, 너의 무혼을 펼쳐 보거라. 너의 무혼이 무예 실력을 높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아홉 갈래의 노란 빛을 발사했다. 허영 같은 전신의 혼이 그의 등 뒤에서 우뚝 솟아올라 허공에 섰다.

전신의 혼이 나타나는 순간, 원래 더없이 평정하던 자해만월석이 강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자해만월석 위에서 반짝이던 자색 빛이 순식간에 갑자기 크게 증폭되더니 대번에 찬란한 금빛으로 변했다. 금빛은 한 갈래 거대한 황제의 위압을 내포하고 있었다. 마치 절세 황자가 강림한 것 같았다.

신비한 노인은 이 광경을 보자 눈에 빛이 반짝이더니 말했다.

“나쁘지 않구나. 황도의 빛이라, 이제 너에게 한 가지 진기한 보물을 상으로 주겠다.”

말을 마친 노인은 진남을 힐끔 보았다. 그는 은근 조롱하는 기색이었다.

‘자해만월석을 터뜨린다고? 자해만월의 이상도 촉발시키지 못하면서 자해만월석을 터뜨리겠다고? 정말로 헛된 꿈을 꾸는구나.’

그러나 바로 이때 이변이 갑자기 발생했다.

거대한 자해만월석이 갑자기 웅웅 소리를 내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한 줄기 커다란 힘이 한데 모여 당장 폭발할 것 같았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노인은 안색이 약간 놀랐다.

“이건……!”

이어 자해만월석에서 한 줄기 찬란한 빛이 하늘로 솟아올라 드넓고 커다란 자색의 바다를 이루었다. 자색 바닷속에 둥근 달이 떠올랐다. 마치 한 폭의 오래된 그림이 서서히 펼쳐지는 것 같았다.

노인은 이 광경을 보고 경악해서 소리쳤다.

“자해만월의 이상?”

그의 말이 끝나는 순간 놀라운 장면이 또 발생했다.

자해만월석이 더욱 강렬하게 흔들리더니 하늘로 솟아오른 자해만월의 이상이 끊임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어서 쿵, 하고 소리가 울리더니 자해만월석이 갑자기 부서져 수많은 돌 부스러기가 되어 흩날렸다.

노인은 이 광경을 보고 완전히 넋이 나갔다.

진남이 정신을 차렸다.

그는 이 광경을 보고도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침착하게 전신의 혼을 거두어들였다.

왜냐하면 진남은 이미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전신의 혼은 벼락과 함께 내려온 것이고 태고에서 온 것이었다. 무혼 등급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진화하여 비술을 얻고 육신을 개변할 수 있었다. 무혼이 갖고 있는 비밀은 무궁무진했다.

이러한 전신의 혼의 잠재력을 자해만월석으로 알아낼 수 있을까?

이거야말로 진정한 헛된 꿈을 꾸는 거였다.

진남은 노인을 힐끔 봤다. 그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필경 이 노인은 그에게 큰 이익을 주려고 했다. 그런데 그는 결국 자해만월석을 부셔버렸다.

그는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말했다.

“선배님, 정말 죄송합니다. 조심하지 않아 선배님의 돌을 깨뜨렸어요…….”

노인은 그 말에 바로 정신을 차렸다. 그의 태도는 여전히 쌀쌀맞았지만,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실룩거렸다.

‘조심하지 않아 돌을 깨뜨렸다고?’

‘이건 자해만월석이다. 온 하역(下域)에 누가 조심하지 않아 이걸 깨뜨릴 수 있을까?’

그러나 이 노인은 재빨리 진정하고 쌀쌀맞은 표정을 회복하고 말했다.

“너의 무혼은 고작 황급 구품이지만 무예 재능을 높이는 능력은 확실히 매우 대단하구나. 네가 자해만월석을 터뜨렸으니 아까의 언약대로 너에게 한 가지 비법을 가르쳐 주겠다.

비법은 취천일격이다. 취전일격은 내력이 평범하지 않다. 넌 지금 우선 취천일격에 대해 이해하거라. 이따 내가 너에게 시범을 보여 주겠다.”

말을 마친 노인은 고적 한 권을 꺼내 진남에게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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