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화 참살하다
"인기합일의 대성경지?"
그러자 제자들이 일제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인기합일의 대성경지라고? 음살 공자가 이런 실력까지 이뤘다니 놀라워.“
"하하하, 이제 진남은 반드시 죽을 거야. 인기합일의 대성 경지인 사람을 만나면 쉬체 경지 구 단계의 천재도 죽을 테니까."
"쯧쯧, 내가 보기엔 세 초식까지 갈 필요도 없어. 이 한 수만으로도 진남은 나가떨어질 거야."
”……“
초운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녀는 굳은 얼굴로 온몸을 긴장시키고 언제든지 공격할 태세를 취했다.
비록 진남이 날뛰는 걸 못마땅히 여겨 그를 고생시키려 했지만 궁양이 신신당부를 했기에 그녀는 결코 진남이 죽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결정적인 순간에 진남을 살리려 했다.
인기합일의 대성경지를 펼친 음살 공자가 손목을 흔들자 시커먼 쇠사슬이 지옥에서 온 독사처럼 날아와 진남의 머리를 때렸다.
쇠사슬이 진남의 혼백을 받아내기 위해 발톱을 내밀었다.
이를 본 제자들의 가슴이 떨렸다. 으스스한 게 한기가 느껴졌다.
초운은 숨을 한번 쉬고 온몸의 힘을 모아 최고의 일격을 가하여 진남을 구하려 했다.
"그래?
그러나 바로 이때 음살 공자의 강한 일격에 진남은 웃으면서 성큼 발을 내디뎠다.
그의 몸에서 사납고, 단호하며, 웅장한 칼이 하늘로 솟구쳐올라 장내를 휩쓸었다.
신검합일의 원만 경지를 바로 방출했다!
순간 음살 공자가 폭발시킨 음침한 의지가 바로 웅장한 칼날에 짓눌렸다.
이를 본 음살 공자의 얼굴에 음침한 웃음이 사라졌다. 그는 경악했다.
그뿐만 아니라 초운과 제자들은 이 광경을 보고 숨이 막힐 만큼 깜짝 놀랐다.
‘원만 경지의 검의? 진남이 신검합일의 원만 경지에 이르다니?’
‘그럴 리가 있나? 진남은 고작 쉬체 경지 칠 단계인데 신검합일의 원만 경지일 리가 없어! 임자소라는 초월급 천재도 쉬체 경지 칠 단계일 때는 인기합일의 원만 경지를 도달하지 못했어.’
초운의 눈동자에 깜짝 놀란 기색이 드러났다.
음살 공자는 최고 수준의 천재답게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날카롭게 외쳤다.
"진남, 너 같은 폐물이 어떻게 신검합일의 원만 경지를 장악할 수 있어!"
말을 마친 음살 공자는 공격을 뚝 멈추고 빠르게 후퇴했다.
음살 공자는 잘 알고 있었다. 쉬체 경지 팔 단계이고 인기합일의 대성 경지를 이뤘다고 해도 진남과 부딪히면 오히려 밀릴 것이었다.
더구나 반대편에는 초운과 소냉이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음살 공자는 속으로 초운과 소냉이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만약 그가 진남과 부딪쳐 밀린다면 초운과 소냉은 반드시 연합해 그를 죽일 게 분명했다.
홀로 싸울 때 그는 진남이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세 사람이 손을 잡으면 그는 틀림없이 패할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음살 공자는 진남을 한 방에 죽일 수 없다고 보고 즉시 살수를 거둬들였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 음살 공자는 음침한 얼굴로 말했다.
"진남, 이번에는 운이 좋구나. 다음에는 반드시 죽기보다 못하게 만들어 주마."
이 말을 마친 후, 음살 공자는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번개 걸음을 사용하여 신속히 떠났다.
제자들은 이 광경을 보고는 어안이 벙벙했다.
음살 공자가 도망가다니?
온 제자들이 일제히 숨을 들이켰다.
진남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신검합일의 원만 경지를 장악했다면 쉬체 경지 팔 단계라고 해도 진남은 한 방에 상대를 압살할 수 있었다.
그 대단한 음살 공자도 진남에게 밀려 도망을 갔는데 그들이 진남을 비웃고 경멸할 자격이 있겠는가?
초운은 눈을 반짝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진남이 너무 주제 파악을 못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음살 공자의 손을 빌어 진남을 혼내주려 했다. 그러나 지금 보면 진남은 오만한 게 아니라 그럴 만한 저력이 충분했다.
그때 진남이 누구도 예상치 못한 행동을 했다.
"가려고? 쉽지 않을걸!“
진남은 냉소를 지으며 두 눈이 묘한 빛을 발했다. 먼 곳의 숲을 바라보며 몸짓이 움직였다. 떠나기 전 그는 모두에게 말했다.
"아무도 따라오지 마라. 따라오는 자는 나와 척지려는 걸로 알고 있겠어."
말을 마친 그는 속도를 올리더니 백현팔보를 펼치며 재빨리 쫓아갔다.
제자들은 다시 넋이 나갔다.
진남이 혼자서 쫓아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다들 바보가 아니었다. 그들은 음살 공자가 물러간 것이 초운과 소냉이 있어서 몸을 사렸기 때문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만약 진남 혼자였다면 신검합일의 원만 경지를 장악했어도 음살 공자가 도망갔을 리 없었다.
음살 공자의 수행은 쉬체 경지 팔 단계이고 인기합일의 대성 경지까지 장악했다. 진남의 수행은 쉬체 경지 칠 단계였다. 둘은 한 개 단계의 차이가 났다.
"진남이 미친 거 아니야? 음살 공자가 도망갔는데 만족하지 못하고 죽이려고 하다니."
"쯧쯧. 진남이 정말 날뛰는구나. 내가 보기에 그는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거야."
"진남 혼자인데 음살 공자가 어찌 두려워하겠소?"
"……"
제자들은 다시 남의 재앙을 고소하게 생각했다.
초운도 진남이 이렇게 혼자서 음살 공자를 죽이려고 할 줄 몰랐다.
'이게 죽음을 자초하는 거랑 뭐가 달라?'
"이놈은 너무 오만해."
초운은 이제 진남을 구하고 싶어도 마음만 있을 뿐 어찌할 수 없었다. 진남과 음살 공자의 모습은 이미 그 짧은 순간에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이제 초운도 진남이 살아남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진남이 죽으면 어떻게 궁양 선배와 마주쳐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 * *
진남은 전신의 눈을 펼쳐 음살 공자의 위치를 확인하고 추격에 박차를 가했다.
앞쪽 숲 사이를 이리저리 날아가는 음살 공자는 굳은 안색으로 살기를 사방에 풍겼다.
태어나서 지금껏 이렇게 큰 수모를 당한 건 처음이었다. 뿐만 아니라, 수모를 당하고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했다.
"진남, 이 폐물. 이번엔 널 살려주마. 다음엔 혼자 있을 때 네놈을 끝내주지."
음살 공자는 이를 갈며 말했다.
이번에도 초운과 소냉이 없었더라면 진남이 신검합일의 원만 경지를 이루었다고 해도 물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숲 사이를 날아가던 음살 공자의 표정이 일순간에 굳어졌다. 그는 몸을 멈추고 나지막이 소리쳤다.
"누구냐?“
곧이어 음살 공자는 진남이 천천히 숲에서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진남을 보는 순간, 음살 공자는 황당해졌다. 그는 진남이 쫓아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는 재빨리 사방을 둘러봤다. 초운과 소냉도 따라온 건가?
진남은 음살 공자의 생각을 읽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에 나 혼자 왔으니까 안심해. 널 상대하는 데 다른 사람과 연합할 필요가 없어. 나 하나면 족해.“
음살 공자는 주위를 샅샅이 살펴봤다.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음살 공자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진남아, 내가 물러가는데 날 죽이려고 쫓아왔어? 내가 네놈이 무서워서 자리를 피한 줄 알았던 거냐?“
음살 공자 전체의 기세가 한순간에 치솟아 인기합일의 대성 경지로 들어갔다.
음살 공자는 높은 곳에서 굽어보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진남아, 네가 신검합일의 원만 경지를 익혔다고 천하무적인 것 같아? 솔직히 말하면 초운과 소냉을 꺼리지 않았다면 내가 그 자리를 떠나갔을까?“
"허튼 소리 그만하지."
진남의 눈빛이 싸늘하게 번뜩였다. 신검합일의 원만 경지가 순식간에 폭발했다.
"네가 가장 강하다고 생각하는 초식을 펼쳐봐. 한번 보자. 네가 대체 어떤 재주가 있는지."
"그래 좋다."
음살 공자가 대답했다. 그는 분노에서 회복되어 만면에 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남, 문도 없는 지옥에 찾아온 건 너야. 오늘 네게 최강 살초를 보여 주마."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음살 공자의 뒤에서 여덟 갈래의 노란 빛이 피어올랐다.
거대한 악귀가 작은 산처럼 솟아올랐다. 게다가 거대한 악귀의 몸에는 수많은 번개들이 번쩍이며 무서운 기운을 풍겼다.
숲이 순간 한겨울처럼 음산해졌다.
"하하하! 진남아, 이게 바로 나의 무혼 음뢰거귀이다!"
음살 공자는 몸을 날리며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소리 내어 웃었다.
"네 무혼도 황급 팔품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나의 무혼은 주기능이 공격이고 신혼합일을 이루었지. 내가 최강의 일격을 가하면 쉬체 경지 구 단계라고 해도 순식간에 죽일 수 있어."
음살 공자가 큰 소리로 호통쳤다.
그의 작은 몸집과 음뢰거귀가 천천히 하나가 되어 악마 같은 존재를 만들어냈다.
신혼합일이 이루어지자 음살 공자가 길게 외쳤다.
"음뢰쇄혼련(陰雷鎖魂鏈)!"
음살 공자는 다시 손을 내밀어 허리춤의 쇠사슬을 빼내 번개처럼 진남을 향하여 후려쳤다.
아까 쇄혼련과 완전히 달랐다. 끝없는 수많은 번개가 쇠사슬에서 번쩍거렸다.
뿐만 아니라 쇠사슬에는 바다가 포효하듯 큰 산을 부수고 모든 것을 때려 부숴버리는 장대한 힘도 담겨있다.
그 힘은 음살 공자의 무혼, 음뢰거귀의 힘에 속한다.
쉬체 경지 구 단계의 존재라도 이 한 방에는 뼈가 부서져 죽을 수밖에 없었다.
음살 공자는 참지 못하고 사납게 웃기 시작했다. 혼자 쫓아오는 진남의 모습은 마치 어린 양이 야생 늑대의 입으로 스스로 뛰어든 것 같았다.
"신혼합일? 좋네."
진남은 강한 일격에도 얼굴 하나 변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내 무혼도 보여 주지."
말을 마친 진남이 마침내 움직였다. 그는 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아홉 갈래 노란빛이 진남의 등 뒤에서 반짝였다. 전신의 혼이 그의 등 뒤에서 땅 위로 솟아올라 끝없는 패기를 발산하였다.
온 숲이 흔들리고 떨렸다. 모든 것이 전신의 혼의 패기에 두려워했다.
이를 본 음살 공자의 웃음이 번지던 얼굴이 그대로 굳었다.
전신의 혼을 방출하자 덩치 큰 음뢰거귀의 무혼이 끊임없이 떨기 시작하고 본능적으로 두려워했다.
바로 무혼 사이의 억압이었다.
한 등급만 차이 나도 실력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음살 공자는 눈을 크게 뜨고 숨이 멎었다. 그가 펼친 가장 강한 일격이 뚝 멈췄다.
그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
그는 진남이 방출한 무혼이 황급 구품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진남은 황급 팔품 무혼 아니었어? 어떻게 황급 구품 무혼이 된 거야?’
현령종 백옥도장에 있을 때 음살 공자뿐 아니라 제자들도 다 봤다. 진남의 무혼은 황급 팔품이었다.
그러나 눈앞의 황급 구품 무혼은 또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음살 공자는 그 엄청난 위압에 심신이 떨리고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온 것 같았다.
“이, 이럴 수가…… 네 무혼 등급이 어, 어떻게 황급 구품이……”
“그걸 네놈이 알 필요는 없지.”
진남이 담담하게 말했다.
“자, 이제 네 수단을 실컷 펼쳐봐.”
음살 공자는 그 말에 영혼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돌리고 번개 걸음으로 정신없이 도망갔다.
그는 공포감에 감히 진남과 맞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본래 쉬체 경지 팔 단계인 음살 공자라면 황급 구품 무혼이라 해도 이 정도로 겁먹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진남이 방출한 무혼은 불가사의했다. 그 불가사의함에 음살 공자의 마음은 한순간에 무너지고 공포로 가득 찼다.
진남은 도망치는 음살 공자의 모습을 보고는 입가에 냉소를 띠더니 곧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허리춤의 큰 칼을 빼 들자 온몸에 검의를 휘몰아쳤다. 진남이 정신을 모아 손을 휘날리자 칼은 곧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를 담아 허공으로 날아갔다.
비공도법, 백보비공!
정신 없이 도망가던 음살 공자는 갑자기 뭔가 느껴져서 고개를 돌렸다.
곧이어 하늘에 날아오른 칼이 먼 곳에서 날아와서 일격을 가하자 쉬체 경지 팔 단계의 육신이 순식간에 몸을 뚫고 오장육부까지 산산조각 냈다.
"너, 너……"
음살 공자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무슨 말을 하려는 것 같았으나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진남의 한 수에 철저히 참살되었다.
죽기 직전, 끝없는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음살 공자는 이전의 진남에 대한 경멸과 조롱을 떠올리자 순간 속으로 회한이 들었다.
‘내가 감히 황급 구품의 무혼을 가진 사람에게 날뛰었는가? 내가 감히 황급 구품의 무혼을 가진 초월급 천재를 경멸하다니? 정말 우습다. 정말 주제 파악을 못 했구나.’
다만 이 모든 후회는 이미 늦었다.
십 대 천재 사 위의 음살 공자는 엄청난 후회, 충격, 고통, 두려움 속에 죽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