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음살 공자
현장에 있던 제자들의 얼굴빛이 다시 변했다.
그들은 궁양이 누군지는 몰라도 초운의 말에 비추어 보면 그녀도 진남의 편에 섰다는 점은 알 수 있었다.
진남이 놀랐다. 그는 초운이 궁양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
"기회가 된다면 궁양 사형께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진남은 공수하며 진심으로 말했다.
그는 궁양과 안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궁양이 은연중에 그를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에 그는 가슴이 뭉클할 수밖에 없었다.
진남의 뒤에 서 있던 소냉은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초운은 진남을 바라보며 복숭아꽃 같은 눈 깊숙한 곳에 호기심이 생겼다.
신입 제자들은 궁양이 누군지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궁양 선배가 내문 제자 중 십 위 안에 드는 존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궁양은 임자소나 황용 등과 비교할 수도 없었다.
진남은 황급 팔품 무혼에 쉬체 경지 칠 단계다. 그가 어떻게 궁양 사형의 관심을 받게 되었을까?
뿐만 아니라 초운은 관찰을 통해 소냉이 진남을 진심으로 존경한다는 것을 알았다.
결코 소경설 때문에 그가 진남의 편을 든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진남은 대체 무슨 수로 십 대 천재 중 서열 십 위인 소냉에게 존경을 이끌어낸 걸까?
'참 재미있는 놈이다.'
초운은 속으로 생각했다.
제자들은 서로 쳐다봤다.
지금 초운, 소냉, 진남이 이곳에서 삼판 금련을 쟁취하려고 했다. 그들이 더 이상 여기에 머무를 필요가 있을까?
제자들의 실력으로 그들과 싸우려고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는 제자 대부분은 비록 내키지 않았지만 발길을 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만상도에는 기우가 무궁무진했다. 시간을 모두 여기 낭비하고 결국 삼판 금련도 얻지 못하며 심지어 죽음을 부르는 화까지 불러들인다면 득보다 실이 컸다.
그때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하,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십 대 천재인 초운과 소냉까지 이곳에 오다니. 다들 여기 삼판 금련이 있는 걸 아는가 보구나. 게다가 진남, 이 폐물도 여기까지 오다니. 하늘이 나를 굽어보는구나.“
음침하고 괴상한 소리와 함께 사람 그림자가 숲속에서 나타났다. 맹렬한 기세에 사람들은 놀랐다.
장내의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이윽고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몸매는 매우 왜소하여 정상인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핏기 하나 없는 창백한 얼굴, 기이하기 짝이 없는 음산함이 가슴을 오싹하게 했다.
초운은 나타난 사람을 보고 아름다운 얼굴에 싫은 기색을 드러냈다.
"음살 공자도 왔구나.“
이 말을 꺼내자마자 제자들은 얼굴빛이 확 바뀌더니 일제히 숨을 들이쉬었다.
"음살 공자? 진짜 음살 공자야?“
"쉬, 음살 공자, 그는 십 대 천재 중에서 사 위야."
"그뿐만 아니라 음살 공자는 살인을 즐긴다는 소문도 있어. 그에게 조금이라도 거슬리면 바로 죽여버린대. 황급 칠품 무혼을 가진 사람이 공자에게 대들었다가 바로 죽임을 당했대."
"그래? 일이 재밌게 돌아가네?"
"……"
원래 자리를 떠나려던 제자들이 음살 공자가 등장하자 발걸음을 멈췄다. 진남을 보는 그들의 시선은 남의 불행을 즐기는 듯했다.
그들은 방금 음살 공자의 말에서 그가 진남에게 손을 쓸 것 같음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비록 진남의 상대가 되지 않지만, 음살 공자는 십 대 천재 중 서열 사 위였다. 설령 소냉이 진남을 보호한다고 해도 음살 공자의 위협에서 당해낼 수 없었다.
소냉은 음살 공자가 나타나자 얼굴빛이 약간 변하더니 이내 나지막이 말했다.
"진남, 절대로 흥분하지 마오. 음살 공자는 수행이 쉬체 경지 팔 단계지만 사악한 무예를 배웠다는 소문이 있소. 초운도 이 자의 상대가 못 되오."
진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살 공자가 나타나자 진남은 그의 몸에서 전해오는 살의를 느꼈다. 그래도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기색의 변화도 없었다.
음살 공자는 초운에게 껄껄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이 올 수 있는데 내가 못 올 이유는 없지. 그리고 여기 온 게 옳은 선택이었네. 이렇게 먹이를 만났으니."
음살 공자는 고개를 돌려 진남을 바라보며 음산한 얼굴로 말했다.
"진남, 네가 셋 셀 동안 무릎을 꿇는다면 죽이지 않겠다. 그러나 네가 감히 반항한다면 죽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 주겠다."
이 말에 온 제자들이 흥미진진하게 진남을 쳐다봤다.
이전에 백옥도장에서 진남은 그들을 상대로 적의를 드러냈었다. 그런 진남이 과연 음살 공자 앞에서 아직도 감히 날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소냉이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
"음살 공자, 진남 사형은 너와 아무런 원한이 없다. 그런데 왜 죽이겠다고 하는 거야?"
"소냉, 네가 이 폐물에게 굴복하고 사형이라고 부르다니. 그럼 너희 둘이 함께 무릎을 꿇어라. 아니면 죽는 것이 더 나을 테니까."
음살 공자가 횡포하게 말했다. 진남과 소냉을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소냉의 안색이 변했다. 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음살 공자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다.
이때, 줄곧 조용하던 진남이 입을 열었다.
"음살 공자라고? 난쟁이가 감히 자칭 공자? 소냉의 말대로 나는 너와 원한이 없어. 그런데 나에게 무릎 꿇으라고 하고 또 나를 죽는 것보다 못하게 해주겠다고 했지. 그럼 나도 좀 보자. 너 같은 난쟁이가 대체 무슨 능력이 있는지.“
소냉과 초운까지 모두 넋을 잃었다.
음살 공자라는 최고의 천재 앞에서 진남이 전혀 겁먹지 않고 날카롭게 쏘아붙였을 뿐만 아니라 음살 공자의 아픈 곳을 찔렀기 때문이다.
설마 진남은 음살 공자가 두렵지 않단 말인가?
음살 공자는 이 말을 듣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내 그의 창백한 얼굴이 일그러졌다. 마치 흉악한 마귀 같았다.
어릴 때부터 무혼과 체질의 영향으로 왜소한 체격은 늘 아픈 곳이자 역린이었다. 누가 만약 건드리면 그는 처절하게 보복하였다.
'지금, 이 폐물 같은 놈이 감히 나를 작다고 했어? 죽음을 자초하는군!'
"그래, 좋다."
음살 공자가 흉악한 얼굴빛으로 말하더니, 그의 몸에서 피어난 살기가 하늘을 찔렀다.
"폐물 주제에 내가 작다고 했지. 쉬체 경지 칠 단계로 끌어올린 너의 수행이 나의 상대가 된다고 생각해? 내게 미움을 산 대가를 톡톡히 가르쳐 주마."
음살 공자의 톤이 갑자기 높아지고 목소리가 가늘어져 귀를 찌르는 듯했다. 쉬체 경지 팔 단계인 그의 기세도 따라서 폭발했다.
모든 제자가 음살 공자가 여지없이 노여워하며 흥분을 금치 못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진남 이놈이 음살 공자에게 갈기갈기 찢기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만해!“
바로 이때, 초운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초운은 몸을 휙 날리더니 진남과 두 사람 앞에 섰다. 어여쁜 얼굴이 냉랭하게 변했다.
"음살 공자, 진남은 내 친구야. 네가 오늘 그에게 손을 대고 나서 나를 원망하지는 마. 나는 진남과 연합해서 너를 상대할 거야."
말을 끝내면서 초운은 기세를 방출했다.
이 모습을 본 모든 제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초운은 진남을 위해 음살 공자에게 미움을 사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진남조차 살짝 놀랐다. 그는 초운이 끼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초운은 속으로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비록 음살 공자를 싫어하지만, 아직 생사의 대적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궁양의 부탁을 받기도 했고 진남에게 약간의 관심도 생겼다. 그래서 그녀는 진남이 음살 공자에게 살해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초운은 진남을 힐끗 보았다.
‘진남이 말을 날카롭게 하지 않았더라면 음살 공자가 저 정도로 화가 났을까?’
음살 공자는 작은 눈으로 차갑게 초운을 쏘아보며 말했다.
"초운, 잘 생각해. 이 폐물을 위해 나서겠다는 거야?“
초운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태도가 더없이 강경하여 말했다.
"음살 공자, 방금 진남이 한 말은 내가 대신 사과할게. 그러나 네가 굳이 진남을 상대하겠다면 나는 진남 편에 설 거야. 게다가……"
초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른 사람이 말을 잘랐다. 그녀의 말에 끼어든 사람은 다름 아닌 진남이었다.
진남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초운 사저, 이 자와 말을 많이 할 필요가 없어요. 음살 공자가 날 죽이고 싶다면 얼마든지 해보라고 해요. 난쟁이가 무슨 재주가 있어 나를 죽일 수 있겠어요.“
이 말이 나오자 분위기가 갑자기 물 뿌린 듯 조용해졌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자리에 있던 제자들이 정신을 차리고 조롱했다.
"감히 주제 파악도 못 하고 감히 음살 공자를 도발하다니.“
"진남이 이렇게 오만하게 구는데 초운 사저도 더 이상 그를 비호하지 않을 것이야.“
"흥, 초운 사저의 비호가 없었다면 음살 공자는 세 초식 만에 진남을 죽일 수 있을 거야.“
"……“
제자들은 하나같이 비아냥거렸다. 그 말들이 무척이나 귀에 거슬렸다.
초운의 예쁜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가 호의적으로 진남을 감쌌는데 진남이 음살 공자를 또 도발할 줄이야.
초운은 기분이 상해서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진남 사제, 네가 그렇게 말하니 나도 할 말이 없어. 그럼 음살 공자와 직접 싸워 보거라.“
말을 마친 초운은 몸을 한 번 날려 좀 떨어진 채 무표정하게 이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궁양 선배가 진남을 도와달라고 백방으로 당부했다. 하지만 진남이 이렇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니 그녀는 진남이 애를 먹게 두려고 했다. 진남이 죽기 직전에 그녀가 나서서 구해도 늦지 않았다.
소냉은 그의 모습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물러났다.
음살 공자는 나타나자마자 진남에게 욕설을 하며 무릎을 꿇으라고 했다. 소냉은 진남이 그 말을 듣고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임을 진즉 짐작했다.
진남은 남들이 잘해주면 무조건 돌려주고,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 하면 절대 가만두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음살 공자는 이 광경을 보고 넋을 놓고 있다가 뒤늦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음살 공자가 언제 폐물에게 연거푸 모욕을 당한 적이 있었겠는가?
"네가 죽으려고 발악을 하니 내 도와주마."
음살 공자가 소리를 지르자 그의 왜소한 몸에서 놀라운 힘이 폭발했다. 다섯 손가락에서 발톱이 나오더니 섬뜩한 기운이 진남을 향해 덮쳤다.
제자들의 안색이 변했다.
그들이라면 이 발톱에 대항하지 못했을 것이다.
진남은 안색이 변하지 않고 한 걸음 내딛더니 백현팔보를 펼쳤다. 그의 속도가 빨라지고 몸이 가물가물해져 음살 공자의 초식을 가볍게 피했다.
제자들은 물론이고 초운도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그들은 진남이 매우 강한 신법무예를 펼쳤을 뿐만 아니라 그 무예를 최고까지 연마했다는 것을 알아봤다. 폭발하는 속도가 웬만한 쉬체 경지 팔 단계도 당해내기 힘들었다.
그러나 진남의 상대는 음살 공자였다.
음살 공자가 누구인가?
십대 천재 중 서열 사위였다. 진남이 펼치는 신법무예의 속도는 빨랐지만 음살 공자 앞에서는 전혀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
"진남, 이게 네 전력이냐? 흥, 신법무예 한 가지를 장악했다고 내 앞에서 날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음살 공자의 표정이 흉악해졌다. 그의 몸이 천둥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그러자 식견이 넓은 제자가 놀라서 말했다.
"번개 걸음이야! 펼치면 몸이 번개처럼 빨라지지.“
음살 공자는 번개 걸음을 사용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진남을 따라잡았다.
음살 공자가 음침하게 웃었다.
"진남, 계속 날뛰어 보거라. 내 살초 중 하나를 보여 주마. 쇄혼련(锁魂链)!"
음살 공자가 허리춤에서 검은 쇠사슬을 빼냈다.
그의 기세가 증폭하더니 겹겹이 오싹한 살기가 폭발하여 사방을 휩쓸었다.
별안간 숲속에서 찬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아서 제자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를 본 초운의 고운 얼굴이 놀라서 찌푸려졌다.